한국은 일본을 너무 모르고, 일본은 한국을 너무 잘 안다
한국은 일본을 너무 모르고, 일본은 한국을 너무 잘 안다
  • 정용승
  • 승인 2014.10.13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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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소개] <일본내면풍경> (유민호 著 살림)
 

지난 몇 년간 특히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일본과의 관계가 지속적으로 악화됐다. 신사참배, 종군위안부 문제 등 과거사에 대해 반성할 줄 모르는 극우적인 아베라는 자가 일본 총리 자리에 올라서 집단적 자위권 추진 등 우경화정책을 펴는 것이 문제의 근본 원인이다, 일부 극우세력을 대변하는 이 자만 물러나면 일본은 정상적인 궤도로 돌아올 것이다.

한국이나 중국은 물론 일본이나 미국, 유럽 등지에서도 일본의 우경화에 대한 규탄의 목소리가 높다고 한국인들은 생각한다. 한국의 언론을 보면 지구는, 아니 우주는 한국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 같다.
이 책은 그런 ‘착각’에 정면 도전한다. 저자는 말한다. 일본의 우경화는 아베나 이시하라 신타로, 하시모토 도루 등 일부 군국주의자들의 탈선이 아니다. 그들은 지금 ‘잃어버린 20년’을 극복하고 중국의 굴기에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리더십을 요구하는 대다수 일본 국민들의 여망을 대변하는 일본 내 평균적인 정치인일 뿐이다. 그리고 그들이 추진하는 개헌이나 집단적 자위권은 군국주의적 탈선이 아니라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대전략 아래서 이뤄지고 있는 미일 합작품이다.

이러한 움직임을 견제할 만한 세력은 일본에서 멸종됐다. 과거 일본의 과거사에 대해 그나마 반성하고 한국과 중국을 배려하던 단카이세대는 이제 은퇴하고 있으며 새로운 세대가 일본의 정치-경제-사회-문화를 이끌어가고 있다.

“일본의 우향우는 이제 변수가 아니라 상수로 자리 잡을 것이다. 단카이에 익숙한 대응 논리는 이제 끝났다.”

혹자는 중국의 굴기를 이야기한다. 하지만 중국은 하드파워나 소프트파워, 국제전략, 에너지 등의 측면에서 미국의 패권을 대신할 역량이 없는 나라다. 그럼에도 한국은 이러한 일본의 변화나 국제정세의 흐름을 무시하고 과거사 문제에만 매달리고 있다. 국제정세에 대한 둔감함은 구한말을 연상케 할 정도다. 이것이 저자가 전하는 메시지다.

저자는 일본의 변화를 정치, 군사, 외교 등 거대 담론의 측면에서만 논하지 않는다. TV드라마나 광고, 미디어 보도 등 일본인들의 일상에서 일본을 지배하는 ‘공기’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지를 꼼꼼하게 보여준다. 워싱턴의 벚꽃축제나 일본음식 열풍 등을 통해 워싱턴의 고위 정책 결정자들은 물론 보통 미국인들의 정서까지 사로잡은 일본의 소프트파워가 얼마나 막강한지도 보여준다.

저자는 일본의 우경화나 미-일의 유착에 대해 ‘도덕’이라는 잣대를 들이대지 않는다. 그는 일본과 미국의 국가전략, 국익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내정한 국제정세를 있는 그대로 보여줄 뿐이다. 그리고 그런 세상에서 ‘과거사’를 가지고 일본을 나쁘다고 비난하고, 대일(對日) 비판에 공동전선을 구축하고 있는 중국에 대해 막연한 환상을 품고 있는 한국 정부와 한국인들의 무지를 안타까워한다.

“친일(親日)도 반일(反日)도 아니다. 먼저 지일(知日)에서 시작해야 할 것이다.”

정용승 기자 jeongys@futur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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