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통법’ 핵심은 보조금이 아니다
‘단통법’ 핵심은 보조금이 아니다
  • 미래한국
  • 승인 2014.10.15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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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통법 시행 이후 한산해진 핸드폰 상가 / 연합

10월 1일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시행 첫날부터 소비자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고가 요금제를 쓰고도 최신 단말기의 보조금을 12만원 밖에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올해 초 통신사 평균 보조금 42.7만원보다 무려 30만원이 줄었다. 정부가 고시한 34.5만원보다도 20만원가량 낮은 금액이다. 출고가, 보조금, 판매가를 고시해야 하는 단통법으로 인해 그간 눈치작전을 펼치며 최대치로 잡던 보조금 경쟁을 통신사들이 멈춘 결과다.

그런데 만약 단통법으로 더 많은 보조금을 받게 된다면 단통법에 찬성해야 할까? 필자는 아무리 정부가 단말기를 싸게 구입하게 해준다고 해도 반대할 것이다. 그 이유는 단통법이 시장가격을 자기가 결정할 수 있다는 정부의 오만과 소비자의 과소비를 계도하겠다는 가부장적인 국가관에서 비롯됐다고 보기 때문이다.

단통법이 제기된 이유는 가계의 높은 통신비 부담 때문이었다. 박근혜 정부는 대선공약으로 ‘가계통신비 인하’를 내놓았고 미래창조과학부는 가계 통신비 경감을 목표로 여러 정책과 제도를 마련했다. 그중 하나가 단통법이다.

그런데 여기서 짚어볼 것이 있다. 정말 우리의 통신비는 과도한 것일까? 지금의 통신비는 과거의 전화비와는 차원이 다르다. 필자의 가족은 내비게이션 대신 스마트폰으로 티맵(Tmap)을 실행시킨다. 스마트폰 등장으로 고가의 디지털카메라를 구입하는 사람들이 많이 줄었다. MP3, 게임기, TV까지, 스마트폰은 단순한 전화기가 아닌 ‘종합 디지털 융합기계’다. 그렇다면 통신비는 문화비, 교통비, 교육비 등의 절감이나 효율성을 위한 ‘종합투자’의 지출 내역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정부는 통신사가 보조금을 미끼로 ‘불필요한’ 고가요금제 가입을 유도하고 있다고 말한다. 또 빈번한 단말기 교체로 통신 ‘과소비’가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불필요한지 아닌지는 정부가 판단할 수 없다. 그건 오로지 소비자의 선택일 뿐이며 소비자들의 세세한 사정 하나하나를 정부가 다 알 수도 없다. 각자에게 맡기는 게 가장 효율적인 대안이란 얘기다.

과소비 여부 또한 소비자만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다. 아직 벌이도 없는 아이가 고가의 단말기를 자주 교체한다면 그것은 그 아이의 아버지가 판단하고 훈육할 문제이다. 정부가 나서서 과소비하고 있다며 온 국민을 대상으로 소비 계도에 나설 문제가 아닌 것이다.
2012년 기준 한국의 스마트폰 가격은 평균 643달러(약 66만원)로, OECD 평균 366달러(약 37만원)보다 1.75배 높으며, 아이폰 비중이 높은 미국의 523달러에 비해서도 23% 높다. OECD 회원국 중 가장 비싸다. 실제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이 국내에서 가장 비싸게 팔리기도 한다.

그런데 이제 국내에도 중국 저가폰이 들어온다. 지난 10월 1일 국내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반값 수준인 화웨이X3가 출시됐다. 샤오미 역시 국내 진출을 타진 중이다. 중국 저가폰의 공세에 맞서 삼성전자도 저가폰 국내 출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소비자를 보호하는 길은 많은 기업들이 더 싼 가격에 더 질 좋은 상품을 공급하기 위해 경쟁하도록 하는 것이다. 단말기 가격을 내리고 통신비 인하를 가져오는 것은 단통법이 아닌, 중국의 저가폰이 될 것이다. 정부는 이 사실이 못내 가슴쓰릴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현실이다. 정부의 섣부른 시장 개입은 오히려 소비자에게 해만 된다. 단통법은 시행 하루 만에 그 사실을 보여줬다.


이유미 컨슈머워치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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