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7년 안에 무너진다
북한은 7년 안에 무너진다
  • 정용승
  • 승인 2014.10.21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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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탈북시인 장진성, 북한의 현재에 대해 말하다
▲ 왼쪽부터 차례대로 황병서, 최룡해, 김양건/연합

인천아시안게임이 지난 10월 4일 막을 내렸다. 대회기간 동안 여러 뉴스가 있었지만 가장 크게 언론이 주목한 것은 28년 만의 남자 축구 금메달도, 박태환의 메달 20개 달성도 아닌 북한 고위 간부 세 명의 폐막식 참석이었다. 인천아시안게임 시작 전에도 북한 응원단 방한을 돌연 취소하더니 폐막식에도 갑자기 나타났다. 황병서 총정치국장, 최룡해 당비서, 김양건 대남비서 세 명은 서열 2위 3위 4위로 사실상 최고위급 간부가 왔다고 할 수 있다.

당연히 이 깜짝 방문에 대해 한국 정부를 포함한 언론들은 들끓었다. 그들이 방한한 목적부터 5·24조치에 대한 논란까지 그동안 북한에 대한 주제들을 모두 쏟아내기 바빴다. 청와대는 세 명을 만날 수도 있다는 제안을 먼저 하기도 했다. 1박2일의 짧은 방문이었지만 그들의 방문은 세월호 이슈를 잠시나마 덮기 충분할 정도였다.

과연 그들이 온 목적은 무엇일까. 그렇게 한국을 비난하던 그들이었기에 그들의 웃음에 가려진 진짜 의도가 더 궁금한 것이 사실이다. 김정은은 어떤 명령을 내렸을까. 아니, 김정은 와병설을 덮기 위해 온 것일까? 그들의 작은 몸짓에도 많은 궁금증과 음모론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이런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전 통일전선부 직원이었던 장진성 시인을 만났다. ‘내 딸을 백원에 팝니다’로도 유명한 그는 김정일에게 ‘나의 작가’라고 불릴 정도로 칭송을 받았던 북한 작가였다. 그러나 굶주리는 북한의 실상에 대해 깨닫고 지난 2004년 탈북, 한국으로 자유를 찾아 왔다. 최근에는 ‘경애하는 지도자에게’라는 제목의 책을 발간했다.

▲ 탈북시인 장진성, 본지 와의 인터뷰를 통해 그는 북한의 수령지배체제는 이미 무너졌다고 주장했다.

- 인천아시안게임 폐막식에 북한의 최고 실세라고 할 수 있는 북측 고위인사 3인(황병서 최룡해 김양건)이 깜짝 방문했습니다. 폐막식 참석을 명목으로 왔으나 순수한 목적은 아닐 것 같은데요. 그들의 방문한 속내는 무엇일까요?

그들이 직접 한국을 방문한 이유는 북한에 대한 남한의 반응, 적대감 등을 그들의 눈으로 직접 확인하며 분위기를 파악하기 위해서 온 것이라고 생각해요.

“남한의 반응을 탐색하기 위해 방한한 것”

- 김정은이 공식석상에 한 달 넘게 모습을 드러내고 있지 않고 있습니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지만 건강에 이상이 있다는 것으로 추측되고 있는데요. 이런 김정은에 대한 주목 때문에 시선을 분산하기 위해 방한한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시나요?

물론 그러한 의도가 포함돼 있을 수도 있죠. 하지만 그것을 초월한 다른 의도가 분명히 있다고 봐요. 왜냐하면 굳이 그들이 방문하지 않더라도 다른 방법으로 시선을 끄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들의 궁극적인 목적은 남한 정부에 대한 탐색을 하기 위해 온 것이라고 보는 것이죠.

- 김정은의 건강 이상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심지어 일각에서는 이미 사망했다고까지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김정은이 다리를 저는 모습이 공개됐고 북한도 김정은을 ‘불편 하신 몸’이라고 표현하며 이 사실을 인정했어요. 그러나 사망설 등의 추측은 아니라고 봐요. 북한 권력 내부의 일은 누구도 알 수 없기 때문에 예측할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죠.

- 황병서가 김정은의 전용비행기를 타고 이동하는 등 외부적으로 드러나는 정치적인 행보를 봤을 때 북한의 실세는 김정은이 아니고 황병서라는 얘기도 들립니다.

김일성, 김정일이 지배하던 때의 북한과 현재 김정은이 지배하는 북한은 약간 다른 점이 있어요. 예전에는 김일성, 김정일의 명령에 의해서 당이 움직였다면 지금의 북한은 당 조직지도부의 시스템에 의하여 움직인다는 것이죠.

저는 김정은이 절대권력자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김정은이 김씨 성을 이어받았다고 해서 정권이 이행되는 것이 아니에요. 따라서 현재 북한은 김정은의 힘으로 운영되는 것이 아닌, 당 조직지도부가 오랜 세월 동안 쌓아온 경험과 갖춰 놓은 시스템에 기초해 북한을 지탱하고 있는 것이죠. 즉, 이미 김정은은 이른바 ‘바지 사장’ 정도라고 보시면 될 거예요. 북한은 시스템으로 움직이고 있죠.

- 현재 북한이 대외적으로 펼치는 정책을 보면 어수선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데요. 예를 들어 최근 아시안게임에 북한 응원단을 파견했다는 입장을 밝혔다가 돌연 취소했고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비난을 연일 하다가 갑자기 방한한 것도 선뜻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이는 김정은의 리더십 부재로 지속적인 전략의 혼란이 벌어지는 것이라고 보입니다. 김정일 수령 체제 당시의 북한은 ‘언론, 정책, 심리전’의 3박자가 완벽하게 잘 맞아 떨어졌었죠. 하지만 현재 김정은 체제에서는 3박자가 깨졌어요. 북한은 1인 지배체제에 길들여져 있는데, 합의 지배체제에는 덜 길들여져 있는 상황이죠. 그렇기 때문에 지금 혼란을 겪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죠.

현재 북한에 리더십 없어

-그렇다면 북한 내에서 리더십 있는 새로운 카드가 나올 가능성이 존재하나요?

지난 달 네덜란드 레이던 시에서 뉴포커스와 레이던 대학 공동기획으로 ‘북한 엘리트들이 전하는 북한 권력 내부의 작동원리(A State of Non-Legitimacy: North Korean elite voices in exile)’라는 타이틀로 국제세미나를 개최했어요. 네덜란드 정치인들과 유명 학자들, 탈북 엘리트 7명 등이 함께 발제를 하고 토론을 했죠. 이 자리에서 7명의 탈북 엘리트가 하나같이 주장한 것은 현재 북한은 당 조직지도부의 경험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수령이 김정은에서 김여정으로 바뀌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거예요.

북한은 내부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집단

외국의 언론이나 학계에서도 지금 두 파로 나뉘어 주장을 하고 있는데 이는 북한이 유일 시스템인가 혹은 상징적인 지도자인가하는 주장이죠. 사실 국내 언론도 ‘김정은 꼭두각시설’과 같은 이런 부분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야 할 때가 됐어요. 이전에는 김일성, 김정일이 시나리오, 총감독, 주연을 모두 담당했다면 현재는 시나리오와 총감독은 당 지도부가 담당하고 주연만 김정은이 할 뿐이라고 보고 있어요.

-북한 고위 지도부 3인의 남한 방문이 탐색전이라고 말씀하셨는데요. 하지만 남한 내에서는 벌써부터 5·24제재조치의 완화 혹은 해지 주장도 제기되고, 내년 상반기에 고위급회담 개최하자는 논의가 진행 중입니다. 이러한 사실들을 놓고 보면 그들에게는 성과가 있었다고 여겨도 되는 것 아닌가요?

그들이 북한에서부터 명백한 전략적 의도를 가지고 왔다면 1박2일의 일정 동안의 표정이나 억양의 변화가 반드시 있었을 것이에요. 그들은 어떤 사안에 대해서도 모든 시나리오를 가지고 있죠. 하지만 이번 방한을 보면 시종일관 웃다가 갔어요. 그래서 저는 명백한 목적보다는 탐색의 목적으로 왔다고 보는 거죠.

- 그렇다면 그들은 큰 의도를 가지고 왔다고 하기보다 탐색을 펼치러 온 것인데 남한 내에서는 벌써부터 여론이 끓어오르고 있습니다. 우리가 과민 반응을 하고 있는 것인가요?

사실 이런 반응은 대한민국 언론의 문제죠. 언론은 인권, 자유, 평등과 같은 보편적 가치를 찾아서 국내 뿐 아닌 세계를 찾아 헤매야 함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언론들은 국내의 좌우 이념 대립의 싸움과 사건들을 담는 것에만 혈안이 돼 있어요. 이제는 언론이 이런 문제에 대한 좌우를 떠난 기사를 써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좌우에 치우친 보도를 하고 있죠. 이제는 기준을 정할 필요가 있어요.

- 북한이 직접 내려온 것은 현재 중국, 러시아와도 그다지 우호적인 관계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볼 수도 있는데요. 대외적으로 어려운 상황으로 인해 비롯된 위기의식으로부터 나온 방한이라고 볼 수 있나요?

북한이 현재 일본, 중국, 러시아 등 주변 국가들과의 교류 통로가 모두 막혀 있기 때문에 출구는 남한뿐이기에 왔다고 볼 수 있죠. 하지만 이는 사전에 계획됐다기 보다는 갑자기 계획된 것이에요. 예를 들어 김정은이 아픈 상황에서 필요한 이벤트성도 있었다고 볼 수도 있는 것이죠. 특별한 목적을 가지고 온 것은 아니었을 거예요. 북한은 누구도 예측할 수가 없는 곳이기 때문이죠. (웃음)

“북한, 5~7년 내에 무너질 것”

- 5·24 조치의 방향은 앞으로 어떻게 돼야 한다고 생각하세요? 완화, 해지, 유지 등 의견이 분분한데요.

북한은 이념체제 집단이기 때문에 ‘상징성’에 굉장히 민감해요. 실천적인 것보다 상징적인 것을 중요시 하죠. 그래서 5·24 조치는 상징적으로 큰 의미를 지니기에 유지를 해야 해요. 남한이 상징성을 스스로 양보하게 되면 다시 하나의 상징성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온갖 시간과 물질과 들여야만 가능하기 때문이죠. 따라서 5·24조치는 5·24조치대로 10·4에서 논의한 부분은 10·4대로 둬야 해요. 최근에 새로운 논의가 이뤄진다고 해서 기존 조치를 없앤다면 6·15 남북공동선언도 없애야 함이 당연하죠.

- 최근 북한이 5~7년 이내에 무너질 것이라고 발언하셨는데요.

북한은 수령체제에는 잘 훈련돼 있지만 합의 지배체제에는 잘 길들여 있지 않아요. 현재 북한은 당 조직지도부 이너 서클(inner circle)에 의해서 작동되고 있죠. 물론 이는 김정은을 상징적 지도자로 내세워 권력 경험을 보완하고 도와준다는 차원에서 유지되는 시스템이에요. 

그런데 북한의 권력층들은 이미 충성의 대가 끊어졌어요. 그렇기에 벌써부터 균열이 생겨나고 대립의 조짐이 보이고 있죠. 김일성이 죽고 난 이후에도 많은 언론들이 북한이 붕괴될 것이라고 이야기했지만 붕괴되지 않은 이유는 상징성과 더불어 충성스러운 실세를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김정은은 그렇지 않아요. 충성을 바칠 부하들이 전혀 없죠.

- 혹시나 북한이 핵을 포기할 가능성은 있다고 보시나요?

절대 없죠. 북한은 핵을 담보로 유지되고 있는 집단인데요. 절대 포기할 이유가 없어요. 북한의 핵이 없어지는 것은 북한 정권이 끝날 때입니다.

- 이번에 ‘경애하는 지도자에게(조갑제닷컴)’라는 제목으로 책을 내셨어요. 책에 대한 소개를 좀 해주신다면요?

북한은 대외적 선전용 북한과 실제적인 북한의 모습이 있어요. 지금도 언론들은 대외적으로 소개되고 있는, 거짓으로 꾸며진 북한을 다루고 있죠. 이 책을 통해서 대내적인 북한의 모습을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많은 분들이 읽어보시고 북한의 실상을 아셨으면 합니다.


인터뷰 / 정용승 기자 jeongys@futurekorea.co.kr
사진 /이성은 기자 nomadworker@futur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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