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와 스포츠의 ‘잘못된 만남’
정치와 스포츠의 ‘잘못된 만남’
  • 정용승
  • 승인 2014.10.27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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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이재명 성남시장은 스포츠계 ‘마이너스’의 손?
 

성남을 연고로 둔 성남일화(현 FC성남)는 K리그를 주름잡는 명문 팀이었다. 리그 우승만 7번을 했고 아시아 리그에서 상위 팀끼리 실력을 겨루는 AFC 챔피언스 리그에서도 2번이나 우승을 했을 정도니 말이다.

하지만 이 모든 화려한 성과는 과거의 영광이 됐고 지금 남은 것은 K리그 2부격인 K리그 챌린지로 강등되느냐 마느냐의 갈림길이다. 30라운드가 진행된 10월 5일 기준으로 성남은 6승9무15패로 총 12개팀 중 10위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의 맹주였던 FC성남은 왜 이렇게 몰락했을까. 시간을 조금 돌려 성남일화가 FC성남으로 바뀌는 순간으로 가보자.

성남일화의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모기업 통일그룹의 문선명 총재가 2012년 9월 3일 사망했다. 그의 사망은 통일그룹에게도 중요한 사안이었지만 축구를 사랑하는 축구팬의 입장에서도 큰일(?)이었다고 하면 과장일까. 이유는 간단했다.

통일그룹의 성남일화에 대한 지원은 기업 차원에서라기보다 문 구단주의 축구 사랑에서 시작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문 구단주가 사망하자 그룹 차원에서의 지원은 시들해지기 시작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그가 얼마나 축구를 사랑했는지는 성남일화와 얽힌 몇 가지 일화로 알 수 있다.


성남일화, 화려했던 과거

성남일화는 1996년부터 2000년까지 4년간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하위권에서 머무는 등 다소 실망스러운 성적을 보이고 있었다. 그때 문 구단주가 성남일화 축구단 사장에게 한 마디를 던진다. “우승에 필요한 것이 무엇이냐?” 사장은 답했다. “샤샤를 데려와야 하는데 몸값이 비쌉니다.”

당시 샤샤는 ‘우승 청부사’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실력이 뛰어난 선수였다. 부산대우(현 부산아이파크)와 수원삼성에서 활동하며 두 팀 모두에게 우승 트로피를 안겨줬기 때문이다. 실력만큼 그의 몸값은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문 구단주는 샤샤가 필요하다는 축구단 사장의 말에 “가격에 상관없이 데려와”라고 대답했고 그런 그의 지원에 힘입어 성남일화는 2001시즌 우승 트로피를 안게 된다. 그때 당시 샤샤의 계약금은 130만달러였고 연봉은 90만달러였다.

이런 그의 사망 이후 성남일화의 명성은 급반전된다. 2013년 통일그룹이 성남일화에 대한 지원을 대폭 축소하며 손을 떼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성남일화는 극심한 진통을 겪는다. 성남일화를 인수하고자 하는 기업이 없었기 때문이다. 당시 침체된 경기와 더불어 축구에 대한 열기는 미미해져 있었다.

또한 성남일화는 팬 층이 얇은 구단이기 때문에 어떤 기업이라도 선뜻 나서서 맡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어쨌든 이렇게 구단은 성남에서 안산으로의 연고지 이전 혹은 ‘해체 위기’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혼란했다.

이때 기쁜 소식이 들려왔다. 이재명 성남시장이 성남일화를 인수해 시민구단형식으로 운영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한 것이다. 그렇게 성남일화는 과거로 사라지고 시민구단 성남FC로 다시 태어났다.

그러나 구단이 사라지지 않았다는 기쁨은 잠시였고 성남FC는 정치인 출신인 이 시장과의 불편한 동거가 시작됐다. 맞지 않는 퍼즐 같은 정치와 스포츠의 만남은 감독 선임과 유니폼 결정부터 삐걱댔다.
그동안 성남일화를 이끌어온 안익수 감독의 연임을 팬들은 기대했지만 예상과는 정반대의 감독이 선임된 것이다. 시쳇말로 ‘빠따축구’를 한다는 박종환 감독이 성남FC의 초대 감독으로 내정됐다.

박 감독은 76세의 노장감독으로서 90년대 축구에 한 획을 그은 감독임은 분명하지만 현대 축구의 흐름에 맞춰갈 수 있는지 의문이었다. 게다가 박 감독의 불같은 성격도 팬들로 하여금 불안감을 더했다. 소위 ‘몽둥이가 약이다’ 식의 지도 방식을 가진 감독으로 알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안 좋은 예상은 비껴가지 않는다는 속설처럼 박 감독의 선임 결과는 4개월 만에 선수 폭행으로 인한 자진 사퇴였다.


정치와 스포츠의 잘못된 밀애

유니폼 문제도 선수단을 꾸리는 초기에 논란이 됐다. 성남은 유니폼 브랜드 선정 초기 스페인 A브랜드사와 나쁘지 않은 조건으로 용품 후원 계약을 하기로 했다. 하지만 성남은 신뢰를 깨버리고 물 밑에서 다른 브랜드사와 협상을 진행했고 결국 후원 브랜드를 교체하기로 한다.

표면적 이유는 스페인 A브랜드사의 과다한 브랜드 노출 요구였지만 조사 결과 A브랜드사의 요구는 다른 구단과 비교했을 때 비슷한 수준으로 드러났다. 이런 예측할 수 없는 성남시의 행정은 팬들에게 질타를 받았지만 스포츠를 잘 모르는 비전문가들의 ‘실수’로 여겨졌다.

하지만 지난 8월 26일 프로축구 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박 감독이 자진사퇴한 뒤 임시감독을 맡고 있던 이상윤 감독대행을 경질하는 사태가 일어난 것이다.

감독대행을 경질하는 경우는 프로축구 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 사건으로 성남FC의 구단주인 이 시장은 연일 언론에 오르내리며 큰 질타를 받았고 자신의 트위터에 ”프로축구를 자치단체가 직접 운영하는 게 바람직한지 다시 생각해 볼 문제인 듯…생각이 많아집니다”라는 의미심장한 글을 남겼다.

이쯤에서 이 시장의 과거 스포츠와 관련된 논란에 대해 집어보는 게 좋을 듯하다. 과연 이 시장이 스포츠에 대한 열정이 있지만 지식이 부족했기에 이런 사태가 일어난 것일까. 아니면 그저 자신의 정치적 입지와 축구 팬들의 표를 의식해 구단 인수라는 포퓰리즘 식의 공약을 내세운 여파인 것은 아닐까.

러시아인으로서 러시아에 메달을 안겨준 한국인 안현수를 기억할 것이다. 그가 러시아로 귀화하게 된 이유가 이 시장에 있다고 하면 거짓말일까. 이 시장은 성남시청팀을 해체하며 했던 “안현수 월급이면 결식아동 3명을 먹일 수 있다”는 말은 아직도 회자되고 있다.

안현수 월급 줄 돈은 없지만 축구 구단은 인수한 이 시장의 행보는 어떻게 봐야 할까. 현재 성남FC의 새로운 감독을 선임해 급한 불을 껐지만 정치인 출신인 이 시장은 구단 운영을 잘 할 수 있을까.

혹은 다음 선거 때가 오면 또 다른 결정을 하지는 않을까. 인천아시안게임이 ‘부실한 대회’ ‘전시행정’이라는 통렬한 비판을 받고 있는 지금 정치와 스포츠의 만남은 물과 기름처럼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정용승 기자 jeongys@futur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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