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의 타성을 바꿔야
우리 사회의 타성을 바꿔야
  • 미래한국
  • 승인 2014.10.27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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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김성은 편집위원
경희대 경영학과 교수

현자일수록 역사에 탐닉한다. 역사를 통해 교훈을 얻고는 있으나 바뀌지 않는 인간의 천성, 사회의 타성으로 역사는 반복된다. 멀리 돌아볼 필요도 없다. 벌써 우리의 기억 속의 뒤편으로 차츰 사라져가고 있는 세월호를 돌아보자.

300여 명의 생명을 앗아간 세월호 참사로 전 국민이 아파했다. 60년의 적폐를 깨는 국가 개조의 계기가 되기를 기대했다. 지난 5월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은 기자회견에서 `업무 성과와 밥그릇 싸움으로 집단 이기주의로 뭉친 권력층, 선박 관계자, 정부 및 관계기관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했다. 가슴이 뭉클했다. 절대로 잊지 않겠다고 다짐도 했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는 유병언 행적에 매몰되었고, 세월호특별법의 수사권과 기소권이라는 법적 논쟁으로 본질이 바뀌었다. 여야의 정쟁이 국론의 양분만 심화시켰다. 어느덧 세월호특별법이 경제 침체의 주요 원인이 되었고, `이제 그만하고 경제를 살리자`가 득세를 했다.

여야가 세월호특별법의 큰 틀에 합의하면서 국회가 열렸다. 85개의 법률안을 포함한 90개의 안건이 2시간10분 만에 일사천리로 통과되었다.

아직도 진상규명과 안전제도 개선을 위한 세월호특별법은 처리되지 않았다. 유가족들이 원하는 책임자 처벌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 꼭 필요한 진짜 경제법안들이 통과되어야 한다는 볼멘소리만 다시 높아지고 있다.

경제의 블랙홀이 될 수 있다는 대통령의 우려를 무시한 채 여야의 수장들은 한마음으로 개헌론을 띄우고 있다. 국가 개조의 필요성이 경제에 덮여가고, 경제는 정치에 묻히는 우리 사회의 타성이 여지없이 그 힘을 발휘하고 있다. 또 다른 참사가 일어났다.

지난 금요일 `제1회 판교테크노밸리 축제`에서 환풍구 철제 덮개가 붕괴돼 관람객 16명이 사망했다. 외신들은 일제히 한국의 안전불감증을 보도했다. 그 원인으로 느슨한 안전규정, 법규 위반에 대한 약한 처벌과 부적절한 감독 등 경제 수준에 못 미치는 국가 시스템을 지적했다.

자주 되풀이되다보니 박근혜정부의 징크스라는 허망한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성장우선주의 속에서 반복되는 안전사고와 누적되는 사고 가능성들을 눈감아 주고, 근본적인 개조를 미뤄온 결과일 뿐이다.

경제도 마찬가지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3년 제조업 매출액 증가율이 0.5%로 사상 최저 통계치를 기록했다. 2008년 금융위기 때와 같은 매출액 세전 순이익률이 집계되면서 경제위기의 반복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그리스의 국채 금리가 다시 폭등하면서 유로존의 불안감이 재연되고 있고, 일본 경제도 심상치 않다. 하나가 된 세계화 바다에서 증폭되어 몰려오는 파고를 넘기 위해서는 대한민국호의 경제 안전기준이 높아져야 한다는 점을 잘 알고는 있다.

그러나 변한 게 없다. 1997년 외환위기 때 지적되었던 서비스산업의 육성이 박근혜정부의 핵심전략이고, 고환율 정책이 초이노믹스의 중심이다. 세계 시장의 환율전쟁 속에서 우리만의 고환율 정책이 오래 먹히기 어려워 걱정이다.

세계 금융의 큰손들이 심각한 가계부채와 철 지난 양적완화를 눈감아 줄 리가 없어 근심이다. 게다가 기술 격차를 해소한 중국 기업들의 역습으로 우리 제조산업이 무너질 수 있어서 황망하다.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펀더멘털을 다져나가야 한다. 가장 먼저 부정부패를 척결하고 법치를 바로 세워야 한다. 국가안전시스템과 경제 및 산업시스템의 선진화를 위해서도 투명한 사회가 되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뛰어난 인재들이 꿈을 꿀 수 있는 대한민국, 세계 인재와 부자들이 살고 싶어하는 신뢰사회가 되어야 한다. 국가 개조를 막아왔던 우리 사회의 타성을 바꾸지 않는 한 경제 침체와 안전 참사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본 칼럼은 김성은 편집위원이 <매일경제>에 기고한 글 입니다.

김성은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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