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볼라 공포, 미국을 삼키다
에볼라 공포, 미국을 삼키다
  • 이상민 기자
  • 승인 2014.11.05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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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리포트]
▲ 지난 17일 워싱턴 국방부 주차장 앞에서 한 여인이 구토하며 쓰러진 장소를 관계자들이 검사하고 있다. 이 여인은 에볼라 감염으로 오인돼 일대가 다 통제됐다.

지난 10월 17일 오전 9시 15분. 워싱턴 DC 국방부 주차장에서 한 여인이 구토를 하며 쓰러졌다. 그녀가 에볼라 창궐로 문제가 되고 있는 서아프리카 지역을 다녀왔다는 말이 나오면서 순식간에 국방부 주차장은 통제됐다. 그녀가 에볼라에 감염된 환자일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그녀는 인근 병원으로 이송돼 보호 장비를 갖춘 의료진에 의해 검사를 받았다. 그녀와 같이 셔틀버스를 탔던 승객 22명은 버스에서 내리지 못한 채 검사를 받았다. 오후 5시. 그녀는 서아프리카를 최근에 다녀온 적이 없었으며 에볼라에 감염되지 않았다는 병원의 발표가 나왔다.

 

미국 전역을 잠식한 ‘공포의 바이러스’

지난 10월 16일. 댈러스에서 시카고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한 흑인 여성이 구토를 했다. 승무원들은 그녀가 에볼라에 감염됐을지 모른다며 그녀를 비행기 화장실에 격리했다.

구토는 고열과 함께 에볼라가 감염된 환자에게서 나타나는 초기 증상이다. 화장실이 있는 비행기 뒤쪽은 다른 승객들이 들어갈 수 없도록 좌석벨트로 접근금지를 해 놓았다. 비행기 도착 후 검사해보니 그녀는 에볼라에 감염돼 있지 않았다.

이 에피소드들은 텍사스 댈러스의 한 병원에서 에볼라에 감염돼 온 서아프리카 라이베리아 출신의 남자가 사망하고 이를 치료하던 2명의 간호사가 에볼라에 감염되면서 미국 전역으로 퍼지고 있는 ‘에볼라 공포’를 보여주고 있다.

발단은 지난 9월 28일 텍사스 댈러스에 있는 텍사스 장로교병원 응급실에 실려 온 라이베리아 출신의 한 남자가 에볼라가 감염된 사실이 밝혀지면서다.

가족 방문차 미국에 온 그는 고열 등으로 며칠 전에도 같은 병원 응급실에 왔지만 병원은 괜찮다고 집으로 돌려보냈다. 하지만 상태가 악화되면서 다시 응급실에 실려 왔고 검사 결과 치사율 70%에 달하는 에볼라에 감염돼 있었다.

그는 결국 지난 10월 3일 사망했다. 그러나 며칠 뒤 에볼라 환자를 치료하던 2명의 여성 간호사가 에볼라에 감염된 것이 알려지며 미국은 초긴장 상태에 들어갔다.

▲ 델러스카운티 보건국의 에볼라 관련 공지

에볼라는 감염환자가 구토나 배변 등을 하며 나온 액체를 통해 감염되는 것으로 알려져 이를 방지하기 위해 간호사는 마스크, 장갑, 고글 등 몸 전체를 가리고 환자를 치료했을 텐데 어떻게 감염됐느냐는 것이다.

에볼라에 감염된 간호사 중 한 명이 자신의 결혼식 준비를 위해 오하이오 클리블랜드까지 비행기를 타고 왕복한 것이 알려지면서 긴장감은 최고에 이르렀다. 같이 비행기를 탔던 다른 승객들과 그 간호사가 오하이오에서 만났던 사람들에게 에볼라가 전염되지 않았을까 하는 우려가 팽배해진 것이다.

질병통제예방센터는 에볼라로 사망한 라이베리아 환자를 직간접적으로 접촉한 텍사스 병원 관계자 120여명을 일일이 검사했다. 그 가운데 죽은 라이베리아 환자의 혈액을 채취해 검사한 병원 실험실 책임자가 한 유람선에 탑승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연방정부는 해안경비대를 유람선에 보내 에볼라에 감염됐는지 확인하기 위해 그 사람의 혈액을 채취했다.

유람선 도착 예정지인 멕시코 정부는 이 유람선의 입항을 거부했고 배는 텍사스의 한 항구에서 검사 결과를 기다려야 했다. 유람선은 지난 19일 그 책임자가 에볼라에 감염되지 않은 것으로 판명되면서 운항을 재개할 수 있었다. 에볼라에 감염된 간호사가 탔던 비행기에 동승했던 130여명의 승객들에 대한 검사도 이어졌다.

항공사는 그 비행기에 탔던 6명의 승무원들에게 21일 동안 유급 휴가를 줬다. 21일 간 휴가를 준 것은 에볼라에 감염되면 잠복기간이 보통 21일이기 때문에 그 때가 되면 에볼라에 감염 여부를 정확히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비행기에 탔던 오하이오 한 병원의 13명 간호사들도 21일 간 유급 휴가가 주어졌다. 오하이오의 한 초등학교 교사도 그 비행기에 동승했는데 이 때문에 그 교사가 재직 중인 오하이오의 한 초등학교는 학생들에게 전염되지 않을까 우려하며 학교 문을 며칠 간 닫았다.

에볼라 공포는 다른 지역에서도 나타났다. 시라큐스 대학에서는 서부아프리카에서 가장 에볼라가 많이 창궐하는 라이베리아에서 3주 간 취재를 벌인 워싱턴포스트의 한 사진작가 강연을 취소했다.

뉴저지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서아프리카가 아닌 동아프리카에서 온 아이가 학교에 오는 것을 금지했고 그 학생의 부모는 21일 간 기다린 후 아이를 학교에 보내겠다고 했다. 메인 주의 한 초등학교는 최근 댈러스를 여행한 한 직원에게 21일 간 휴가를 보냈다.


존스앤존스 “빠른 시일 내 백신 만들 것”

이와 함께 연방정부와 병원들이 에볼라에 대한 초기 대응과 준비가 미흡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졌다. 의회는 지난 16일 청문회를 열고 병원 응급실에서 에볼라 환자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교육과 훈련이 제대로 돼 있지 않다며 이를 관장하는 질병통제예방센터와 연방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2명의 간호사가 에볼라 환자를 치료하다 에볼라에 감염된 텍사스 병원 대표는 청문회에서 지난 7월 에볼라 환자 치료법에 대한 규정을 받아 이를 응급실 벽에 붙였지만 응급실 간호사들에게 일일이 그 방법이 전달되지 않았다고 시인하며 사과했다.

간호사노조는 병원 측에서 에볼라 환자를 어떻게 상대해야 하는지에 대한 적절한 준비와 교육이 없었다며 그 결과 간호사들이 이번에 에볼라에 감염됐다고 항의했다.

뉴욕에서는 지난 21일 간호사, 병원 관계자 등 수천명이 에볼라 환자를 상대할 때 감염을 막기 위해 착용하는 안전 장비를 어떻게 입고 벗으며 사용하는지에 대한 교육에 참여했다.

▲ 지난 21일 뉴욕에서 수천명의 간호사, 병원관계자들이 에볼라 감염 방지 안전장비 착용법을 배우고 있다.

이 교육은 간호사 등 건강 분야 관계자들의 요청으로 이뤄졌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에볼라 전임 담당자를 임명해 연방정부 차원에서 에볼라 확산 방지를 위한 대응에 나섰다.

연방정부는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는 정보를 시정하기 위해 블로그, 트위터, 인터넷 등으로 에볼라에 대한 바른 정보를 미국인들에게 알리고 있다. 국토안보부는 21일 서아프리카에서 미국으로 오는 사람들은 뉴욕, 뉴저지, 시카고, 워싱턴, 애틀랜타에 있는 5개 공항으로만 입국하도록 해 에볼라 환자의 미국 입국 가능성을 줄이겠다고 했다.

빌 게이츠 재단과 페이스북의 창립자 마크 주커버그는 에볼라 퇴치를 위해 각각 5000만달러와 2500달러를 질병통제예방센터에 기부했고 제약회사인 존스앤존스는 빠른 시일 내 에볼라 백신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에볼라에 감염된 2명의 간호사의 상태가 호전되고 미국 내에서 추가로 에볼라에 감염된 소식이 나오지 않자 지난 2주간 미국 사회에 팽배했던 에볼라에 대한 공포가 누그러지면서 미국인들은 조심스럽게 숨을 고르고 있다.


워싱턴=이상민 기자 proactive0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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