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때리는 민주당 후보들
오바마 때리는 민주당 후보들
  • 이상민 기자
  • 승인 2014.11.11 09: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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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미국]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펼쳐지는 선거전에서 기이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민주당 후보들이 오바마 대통령과 거리를 두거나 심지어 오바마 대통령을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특히 연방 상원의원 선거에 출마한 민주당 후보들 사이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는 켄터키 연방 상원의원직에 출마한 엘린스 그라임 민주당 후보다.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인 5선의 미치 맥코넬 상원의원에 도전장을 낸 그라임 후보는 출마 후 많은 지지를 얻으며 주목을 받고 있는 여성 후보다. 최근 켄터키 여론조사에 따르면 맥코넬 상원의원에 대한 지지율은 46%이고 그라임 후보는 45%로 팽팽한 접전을 벌이고 있다. 그라임 후보는 한 방송토론에서 2008년과 2012년 대선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찍었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이 질문에 그라임 후보는 비밀투표라는 헌법적 권리를 지키기 위해 대답을 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그녀는 2012년 민주당 전당대회 때 켄터키 대표로 참가해 오바마 대통령이 2012년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하는 것을 지지했었다.

이번 중간선거에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그녀가 민주당의 오바마 대통령을 대선에서 찍은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계속 거부하고 있다.

▲ 오바마 대통령을 거부하고 비판하는 민주당 후보들

“오바마를 지지했다”고 말 못하는 이유

이유는 간단하다. 켄터키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율은 31%에 불과할 정도로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반감이 크기 때문이다. 그런 오바마 대통령을 찍었다고 답하면 같이 엮여서 표를 잃을 것이라는 우려가 그라임 후보 캠프에 컸던 것이다.

이런 현상은 특히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낮은 주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사람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조지아에서 연방 상원의원에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미셀 넌은 2008년과 2012년 대선에서 오바마 대통령을 찍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녀는 민주당 후보가 아닌 무소속 후보와 같이 선거활동을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선거용 웹사이트나 범퍼스티커에 민주당이라는 색깔을 내지 않고 있고 오바마 대통령의 임기는 2년 밖에 남지 않았다며 “그 후에 새로운 사람이 올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루이지애나 연방 상원의원인 민주당의 매리 린드류 의원과 알래스카 상원의원인 민주당의 마크 비치 의원은 선거전에서 석유 채굴을 제한하는 오바마 대통령의 에너지 정책을 비판하고 있다. 석유 채굴에 기반한 사업에 종사하는 지역 주민들을 의식한 대응으로 이들은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웨스트 버지니아 연방 상원의원 선거에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나탈리 텐난트는 오바마 대통령이 환경정책을 비판하며 백악관에 전기를 끊자는 선거 광고를 내보냈다. 그는 석탄이 주된 산업인 웨스트 버지니아 유권자들을 의식해 오바마의 에너지 정책을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이런 민주당 후보들은 ‘오바마의 거부자(denier)’로 불리고 있는데 중간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이 처한 어려움을 보여주는 상징으로 손꼽히고 있다.

11월 4일에 열리는 이번 미국 중간선거에서는 공화당이 상하원 모두에서 다수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WSJ/NBC 여론조사에 따르면 공화당이 이끄는 의회에 대한 지지율이 49%이고 민주당이 이끄는 의회에 대한 지지율이 44%다. 주된 이유로 오바마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이 꼽히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갤럽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 취임 후 23분기(2014년 7월 20일~10월 19일) 중 그의 업무에 대한 지지율은 41.5%다. 지난 9월 초 이슬람수니파 무장세력인 ‘이슬람국가’(IS)가 2명의 미국 언론인을 참수했을 때는 오바마 대통령 업무에 대한 지지율이 역대 최저인 38%까지 떨어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2차 세계대전 후 재선을 한 5명의 미국 대통령 중 한 명으로 취임 후 23분기 임기 중 업무 수행도에 대한 지지율이 전임 조지 W. 부시 대통령 다음으로 낮다. 같은 기간 전임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지지율은 39.1%였다.


핵심 원인은 ‘오바마의 낮은 지지율’

대통령 업무에 대한 지지율은 중간선거에 큰 영향을 미쳐온 것이 역사적인 사실이다.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로 공화당은 2006년 중간선거에서 패해 민주당이 상하원 다수당이 됐다.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율이 낮은 이유에 대해서는 대통령의 기본 업무인 외교와 경제를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2008년 경제위기 해결과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전쟁 종식을 공약으로 선거에 승리하며 백악관에 입성했다.

당시 WSJ/NBC 여론조사에 따르면 민주당이 경제 운영을 잘할 것이라는 답한 미국인들이 공화당이 잘할 것이라고 답한 사람보다 18%이 앞서 있었다.

외교정책에서도 민주당이 더 잘할 것이라는 사람이 9% 높다. 지금은 반대다. 지난 9월 WSJ/NBC 여론조사는 공화당이 외교정책을 잘할 것이라고 답한 사람이 41%로 민주당이 잘할 것이라고 답한 사람들보다 18%나 많았다.

언론들은 외교정책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단호한 지도자의 이미지를 실추한 것이 가장 큰 타격이라고 분석한다. 대표적인 예가 2013년 8월 시리아 정권이 자국민을 대상으로 생화학무기를 사용해 시리아 민간인 1200여명이 사망했을 때다.

오바마 대통령은 시리아 정권이 화학무기를 사용하면 무력공격을 하겠다고 경고해 왔다. 하지만 시리아 정권이 이런 경고에도 불구하고 화학무기를 사용했는데 공격을 하지 않았다.

당시 오바마 대통령은 군 최고통수권자로 무력사용 결정을 할 수 있었음에도 의회의 승인을 요청했고 TV 방송을 통해 이를 설명했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러시아가 제안한 시리아 화학무기를 평화적으로 해결하자는 타협안을 받아들이며 시리아 정권에 대한 공습은 없었던 일로 덮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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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이상민 기자 proactive0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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