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상황에서든… 그저 순종할 뿐”
“어떤 상황에서든… 그저 순종할 뿐”
  • 미래한국
  • 승인 2014.11.24 09: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터뷰] 전혜정 서울여자대학교 총장
▲ 전혜정 서울여자대학교 총장

요즘 대학들은 각종 지표에 의해 서열화되고 있다. 교육부와 언론, 각종단체까지 나서서 다양한 지표를 근거로 대학의 순위를 매긴다.

이에 고려대학교 총학생회가 대학 서열화를 조장해온 대학순위평가를 거부한다고 발표하자 여러 대학 총학생회가 동조하고 나섰다.

하지만 여러 지표에 의해 국가 지원이 이뤄지기 때문에 각 대학들은 각종 지표에 맞추기 위해 과감한 개혁을 하는 중이다.

대학 서열화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추세이다. 세계 대학 순위에서 우리나라 대학의 순위가 상승하면 대서특필 될 만큼 초미의 관심사이다.

서울여자대학교는 지표상으로 봤을 때 매우 우수한 대학이다. 2014 교육부 재정지원사업인 학부교육선도대학(ACE) 2기 연속 선정, 대학특성화사업(CK사업) 5개 사업단 선정, 고교교육정상화 기여대학이라는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다.

‘학생들을 잘 선발하여 특성화된 탄탄한 학부교육을 통해 인재를 잘 길러낸다’는 평가를 받아 2018년까지 290억 원을 지원받게 된 것이다.

서울여대는 ACE 분야에 선정된 유일한 여자대학이며 고교교육 정상화기여대학 분야에서는 133개 지원 대학 가운데 6위, 여자대학으로는 1위를 차지했다.

특성화사업은 5개 분야로 여자대학 가운데 가장 많았으며 순위도 수도권 대학 가운데 3위, 여자대학 가운데 1위를 기록했다.

그 외에도 다양한 기관으로부터 우수한 평가를 받은 기록이 많아 일일이 거론하기 힘들 정도이다. 전혜정 서울여대 총장은 좋은 평가를 받은 비결에 대해 ‘학부 교육에 정성을 들인 결과’라고 말했다.

“우리 학교는 대학 선진화 프로그램을 5년째 시행하고 있습니다. 요즘 연구중심대학이 많은데 연구중심이 되면 학부교육에 정성을 쏟기가 쉽지 않아요.

대학은 자발적으로 공부하는 거라는 생각을 갖기 쉬운데 선생(先生)의 뜻이 뭡니까. 앞서서 인생을 살아본 분들 아닙니까. 학생이 전공을 절차대로 잘 습득할 수 있게 선생들이 잘 이끌어줘야 합니다.

학부에서 교육을 잘 받은 학생들이 대학원에 가서 자발성을 갖고 공부를 잘 하게 됩니다. 우리 학교 선진화 프로그램을 다른 학교에 전수할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바롬인성교육이 든든한 바탕”

선진화 프로그램 시행 이전과 교육방식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궁금했다. 전 총장은 소집단 교육과 이론을 실천하는 데 집중한다고 정리했다.

“소규모로 모여 얼굴과 얼굴을 마주보며 토론식 교육을 하는 거죠. 미국장학재단에서 실시하는 ‘서비스 러닝’이라는 프로그램도 도입해 학생들이 자신의 전문영역으로 사회봉사를 하고 학점을 받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디자인을 할 줄 아는 의류학과 학생들이 장애인단체 회원들을 위해 옷을 만들어주고, 영문학과 학생들이 학교 주변의 어려운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실제 현장에 나가서 자기가 배운 걸 실천하는 제도입니다.”

글로벌 능력을 길러주는 국제화 프로그램과 산업전선에 나가 즉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훈련시키는 아너스 프로그램도 서울여대의 강점이다.

“전공능력으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학생 중심의 프로그램을 진행합니다. 우수한 학생을 소그룹으로 묶어 프레젠테이션 기법, 기획 능력 등 산업전선에서 바로 일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 게 목표입니다.”

전혜정 총장은 ‘바롬인성교육’ 덕분에 실질적인 능력을 향상시키는 교육이 가능하다고 소개했다. 바롬은 ‘바르다’는 의미로 서울여대 초대 학장 고황경 박사의 호에서 따온 이름이다.

‘인간이 된 후에야 지식도 기술도 인간 행복에 바로 쓰인다’는 것이 고황경 박사의 교육철학이라고 한다.

“바롬인성교육은 이미 고유명사가 돼 브랜드 가치를 발휘하고 있습니다. 기독교 전인교육 이념을 근간으로 한 실천형 교육을 뜻합니다. 올바른 것을 알고, 사랑하고, 실천하며 살아가는 바른 품성을 지닌 인재가 행복한 공동체를 만들 수 있습니다.

우리 학교의 교육목표는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한 지(智)덕(德)술(術)을 겸비한 여성 지도자 양성’입니다. 경쟁이 아닌 화합, 폭넓은 지식과 바른 인성 함양이라는 ‘바롬인성교육’이 53년 역사의 서울여대 정체성과 전통을 계승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이익보다는 행복한 공동체를 만드는 데 모든 덕목을 사용하게 만드는 것이 우리의 목표입니다.”

서울여대 학생들은 ‘나를 깨우는 교육, 공동체 생활을 통한 사회를 깨우는 소통과 공존, 16주간 팀 프로젝트 학습을 통해 세계를 깨우는 교육’이라는 바롬인성교육 3과정을 반드시 이수해야 졸업할 수 있다.

   
 

기독교 공동체정신으로 돌파

각 대학이 좋은 지표를 만들기 위해 강도 높은 구조개혁을 실시하고 있지만 서울여대는 53년간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많은 인력이 필요한 소그룹 인성교육을 실시하기가 쉽지 않을 듯 했다.

전 총장은 ‘돈이 많지 않으면서 돈이 많이 드는 교육을 하고 있으니 여러모로 힘들다’고 말했다.

“개혁을 하려면 진통이 따르지만 우리 학교가 잘되는 길은 제도를 강화해서 구성원들이 잘 지켜나가는 겁니다. 요즘 기독교가 사회로부터 지탄을 많이 받는데 그런 상황을 겸허히 받아들여 정리할 건 정리하고 반성할 건 반성하면서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자기 직분에 충성하는 게 기독교인의 사명인 만큼 최선을 다해 일하는 것 외에 방법이 없습니다.”

전 총장은 구성원들에게 사회로부터 신뢰를 받는 대학이 되자고 늘 강조한다고 전했다.

“부임 1년6개월 동안 각종 지표를 향상 시키는 것과 동시에 공동체 정신을 수립하기 위해 애써왔습니다. 구성원들의 마음가짐이 중요하죠. 우리를 돕는 손길이 많아질 수 있도록 서로 이해하고 협조하자고 강조하다보니 교수님들이나 직원들이 역할 분담을 더 할 수밖에 없어 어려움이 있죠. 좀 더 지표를 올려 좋은 학교를 만들자고 독려하는 중입니다.”

서울여대는 1961년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에서 설립했다. 그간 여전도회연합회와 동문들로부터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서울여대는 등록금이 동결된 상황에서 100% 등록금으로만 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지금까지 잘 버텨왔지만 앞으로 더 전진하려면 ‘기독교 공동체 정신’ 외에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 전 총장의 판단이다.

“공동체 정신을 정립하지 않으면 미래는 없습니다. 53년간 우리 학교는 사람다운 사람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왔습니다. 전문인으로 양성되면 자기 이득이 아닌 사회에서 필요한 인재로 살아가도록 기본 인성교육을 했습니다. 인간다운 인간을 만들기 위해 몸부림치면서 달려왔고 앞으로도 그것이 우리의 역할입니다.

토대가 마련돼 있으니 특성화교육을 실시해 최고로 만들어나가야죠. 예전에 한남대 총장을 지내신 이원설 박사님이 ‘교회에 헌금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독교 교육을 하는 학교를 돕는 것도 그리스도인의 사명’이라고 하셨는데 뜻있는 분들의 많은 지원을 기대합니다.”

   
 

궁극적인 목표는 ‘하나님의 학교’

전혜정 총장의 궁극적인 목표는 서울여대를 ‘하나님의 학교’로 만드는 것이다.

“객관적인 지표는 사실상 많이 좋아졌습니다. 지표 향상은 더 이상 우리의 목표가 아닙니다. 하나님의 학교를 만들어야죠. 구성원들이 ‘교육과 연구, 학생을 위한 봉사’라는 자기 책무를 다하면 저절로 좋은 학교가 됩니다. 구성원들이 진정한 기독교인으로서 매일 매일 책무를 다 하기를 바랄 따름입니다.

열심히 달려 사회로부터 환영받는 신뢰 지표를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교수로서의 사명, 직원으로서의 사명에 철저를 기한다면 보시기에 합당한 대학이 될 거라고 믿습니다.”

하나님의 학교를 만들기 위해 전 총장은 교원인사제도 등 여러 제도를 정비하는 중이라고 했다.

“각자 제 역할을 하자는 겁니다. 한번 오는 인생, 자기가 맡은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 하나님 보시기에 합당한 사람을 키우는 대학이 되려면 교수들과 직원이 먼저 바로 서야 합니다. 그러면 우리 학교에서 배출된 학생들이 제 역할을 하게 되겠지요.

우리가 바로 서면 어떤 기관에서 무슨 평가를 하든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편하게 지낼 수도 있지만 하나님과 이웃이 보시기에 매력적인 학교로 만들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 덕분인지 교계 인사들은 서울여대를 ‘기독교 정신을 제대로 구현하는 마지막 보루’라고 평가한다.

“그런 평가를 해주신다니 고마운 일입니다. 동문들이 끊임없이 기도해준 덕분이고 학생들이 생활관에서 아침부터 QT를 하도록 하는 등 기독교 교육을 열심히 한 까닭이죠.

서울여대 입학생 가운데 25% 정도만 기독교인인데 4년 내내 기독교 문화 가운데 생활하고 졸업해서인지 점차 비율이 높아지다가 중년이 되면 거의 대부분 신앙을 갖게 됩니다. 지금 가장 나이 많은 동문그룹이 70세입니다. 맏언니들이 기도와 물질을 지원하면서 만들어온 학교입니다.”

   
 

3만 명의 기도회원 모집

전혜정 총장은 어렸을 때부터 교회에 다녔지만 친구 아버지인 어느 장로의 삶에 감동받고 신앙생활을 재정비, 거듭남을 체험한 후 38세에 세례를 다시 받았다. 대학 시절 온누리교회 하용조 목사, 미래한국 김상철 회장과 CCC 활동을 함께 하면서 신앙 토론을 격렬하게 벌였다고 한다.

전 총장은 서울여대 가정학과를 졸업하고 전공을 살려 3년간 의류 계통의 일을 한 뒤 결혼해 8년간 집에서 두 아이를 키웠다. 이후 이화여대 대학원과 미국 뉴욕 FIT에서 공부한 뒤 1992년에 서울여대 의류학과 교수로 임용됐다. 이후 대외협력처장, 사무처장, 학생처장 등을 거쳤다. 열심히 달리던 중 2000년에 위암 초기 진단을 받았다.

“그냥 초연했어요. 하나님이 나를 거둬 가신다면 가면 된다,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죽음에 대해 나 자신이 담대하다는 걸 그때 깨달았어요. 이걸로 가면 간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수술하고 바로 일을 시작해 한 번도 휴직하지 않았고 몸에 좋다는 보약을 먹은 적도 없어요.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다보니 14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렇게 일하고 있습니다.”

총장실 한쪽 1평 남짓한 기도실에서 새벽부터 기도한 뒤에도 틈틈이 기도한다는 전 총장은 힘들 때면 “내가 받은 분깃이고 사명”이라는 생각으로 헤쳐 나간다고 했다.

“어떤 상황이든 감사합니다.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습니다. 저는 순종할 뿐입니다. 저는 할 데까지 다 했습니다. 하나님이 알아서 홀로 주관하시옵소서. 늘 이렇게 기도합니다.”

전 총장은 인터뷰 말미에 서울여대를 위해 기도해 달라며 633번째 기도카드에 기자의 이름을 적어줬다. ‘스마트 도서관 리모델링의 결과로 창의적인 인재가 육성되게, 하나님의 대학으로서 플러스형 인재를 양성하게, 학생·교직원·동문들이 화합하고 영적·육적으로 강건하게 되길, 3만 명의 기도회원 모집’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인터뷰 내내 심각했던 전 총장은 “정신 지표로 따진다면 우리 학교가 1등할 자신 있다”고 말하며 웃었다.

전혜정 총장은 미래한국 독자들에게 “기독교 신앙의 토대 위에 세워진 서울여자대학교를 위해 끊임없이 기도해 달라”고 간곡히 당부했다.


인터뷰 / 김범수 편집인 이근미 선임기자 www.rootlee.com

사진 / 이승재 기자 fotolsj@futurekorea.co.kr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