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치경제의 망령 ‘단통법’ 통신비 폭탄 불러 온다
관치경제의 망령 ‘단통법’ 통신비 폭탄 불러 온다
  • 미래한국
  • 승인 2014.12.08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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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부터 시행된 단말기 유통에 관한 법률, 즉 단통법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의 인식은 그간 이통사의 불투명한 보조금 경쟁으로 가격정보에 어두운 고객들이 상대적으로 비싸게 사는 ‘호갱님’을 만들고 있으며, 또한 기업들의 ‘불법적 과당 보조금’으로 통신의 과소비를 ‘강제’하는 시장실패 상태라는 것이다.

단통법을 통해 단말기 가격의 차별을 줄여 호갱님을 없애고 통신비를 절감하겠다는 의도로 이 법이 도입됐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이 법은 단말기 유통의 정상화는 커녕 단말기 시장을 대폭 위축시키고 단말기 지원금은 대폭 줄어서 가격을 올려놓았으며 일부 판매점들이 이미 ‘단말기 대란’를 감행해 법의 실효성에도 의문을 주고 있다.

우리는 여기서 규제 당국의 우리나라 이통시장에 대한 이해와 분석이 과연 올바른 것인가에 대한 살펴봐야 한다. 규제 당국이 지적하는 대로 우리 통신시장의 가격은 매우 불투명했던 게 사실이다.

얼마 전 재현된 이른바 ‘보조금 대란’의 경우에도 인터넷 정보에 밝은 일부 고객이 신형 아이폰을 사기 위해 밤샘을 하며 판매점 앞에 줄을 서는 현상이 벌어졌다.

한 예로 아이폰6(16GB)의 경우 미국에서 월 3만 원대의 요금제 약정만으로 21만원선에서 구입이 가능하다. 일본은 공짜이고 우리나라에서 보조금 이후 가격은 70만원대이므로, 새벽에 줄을 선 일부 고객은 국제 시세에 살 수 있었다.

그렇다면 우리와 비슷한 수의 이통사를 갖고 있는 외국에서는 왜 그렇게 싸고 투명한 가격으로 시장에서 단말기가 유통되고 있는데,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대란’을 반복하고 있는 것일까?

이는 정부나 일부 국민들이 믿는 것처럼 우리나라 통신시장의 기업들이 부도덕해서가 아니고, 시장 참여자들의 이익에 반하는 규제 때문이다.

호갱님이라는 것은 단말기 지원금 경쟁을 법으로 제한했기 때문에 법이 정한 범위를 넘는 경우는 불법이 되고 기습적으로 할 수밖에 없다. 반면에 단말기 보조금 규제가 없는 나라에서는 할인행위가 자유롭다 보니, 기습적인 가격 할인을 할 이유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외국의 경우 규제가 없으니 시장 자율 경쟁으로 균형가격에 접근하고, 고객들은 비교적 투명한 가격정보를 갖고 구매행위를 할 수 있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단통법 이전에도 단말기 보조금을 규제해 왔고, 이것이 곧 호갱님을 만드는 이유가 되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일부 정치권과 규제당국은 근거 없이 반기업 정서를 부채질해 엉뚱하게도 기업들에게 손가락질을 하고 있고, 일부 국민들도 또한 그렇게 믿고 있다.

이러한 단통법은 자유시장경제에서는 있을 수 없는 정부의 과잉 규제에 해당한다. 한 예로 지난번 아이폰의 ‘보조금 대란’이 발생한 이유는 아이폰6의 최소 사양 모델이 가장 인기 있을 것이라는 통신사들의 예상과는 달리, 예약주문 결과 이 제품의 판매가 부진해서 부실재고의 가능성 때문에 판매점에 주는 판매 장려금을 올린 것이 그 이유였다.

기업은 예상과 달리 판매가 부진해서 재고가 쌓이면 급하게 처분해야 한다. 그러므로 판매점들은 단통법으로 단말기 거래가 위축됐으니 판매 장려금을 할인으로 내놓은 것이다.

단통법을 준수하면 판매 예측을 잘못한 제품을 제조사에게 물릴 수도 없는 이통사들의 부실재고는, 고스란히 기업의 손해로 남고 이는 영업비용으로 전가된다.

그러나 이를 할인해서 팔면 고객은 싸게 사서 좋고, 따라서 기업은 재고로 인한 손실을 적게 본다. 그런데 기업에 안 팔리는 제품도 할인하지 말라는 황당한 법이 단통법이고, 또 이전의 보조금 규제이다. 즉 단통법은 할인의 폭을 제한함으로써 기업들의 부실 재고 처리의 수단을 박탈한 것이다.

예를 들어 법정관리 상태에 있는 단말기 제조사의 경우,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원가 이하로라도 재고 처리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단통법은 15개월 이전의 제품은 이를 허용하지 않는다. 이렇듯 단통법은 우리나라 기업의 기본적인 권리마저 인정하지 않는 악법이고 위헌적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
 

국민과 기업 모두에 부담

기업이 제품 가격을 내리는 경우는 위의 예처럼 재고를 긴급히 처분해야 하는 경우와 경쟁사로부터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가격경쟁을 하는 경우이다.

그런데 단통법은 가격경쟁 자체를 제한하고 있다. 이 법에 의하면 이통사들은 단말기 지원금을 주간 단위로 홈페이지에 공시하고, 대리점과 판매점은 영업장에 게시하도록 하고 있다. 다른 말로 하면 ‘주간 단위 공개 고정가격제도’이다.

그런데 현행법식으로 가격 할인을 주간 단위로 사전 공시를 강제화하면 한 회사가 가격을 내려서 공시할 경우 그 가격을 사전에 알게 된 경쟁사 또한 그에 상응하거나 그보다 내려서 대응해야만 한다.

그러면 가격을 내리려는 회사는 가격만 내리고 고객을 확보할 수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경쟁사들은 가격 할인을 하지 않고 묵시적으로 동일한 가격으로 담합 아닌 담합을 할 수밖에 없다.

지금 흉내만 낸 최소한의 단말기 할인 금액이 별로 차이 없이 나타나는 것이 바로 그 이유이다. 현재의 법은 결국 통신기기와 서비스 요금을 하나의 가격으로 고정하는 고정가격제와 같은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이는 게임 이론의 기초만 이해해도 충분하게 예상됐던 결과이다. 그 결과 신형단말기를 기준으로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규제로 인해 50만~70만원 비싼 가격에 사야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평균 전화기 교체주기는 16개월 기준으로 환산하면 규제로 인해 우리 국민이 추가적으로 지불하는 통신기기 비용은 연간 40만~50만원이 된다.

그런데 우리나라 전화기 가입자는 108%의 보급률로 약 5800만이다. 이통사들이 고객당 연간 1만원만 할인해도 5800억의 돈이 든다. 최근 3년간 이통사의 당기이익의 합은 평균 2조3700억이다. 기업들이 이익을 전부 포기하고 자선사업을 한다고 가정해서 통신요금을 인하한다고 해도 1인당 4만원이다.

결국 단말기 보조금 규제로 인해 우리 국민은 매년 단말기 비용에서 35만~50만원을 더 내고 요금할인은 최대 1만~2만원 받을 수 있는 것이 고작이다.

그런데 단통법으로 인해 고객의 이통사 간의 이동이 현격하게 줄고 있는 시점에 절감된 마케팅 비용을 전부 고객에게 요금할인으로 돌려줄 리도 만무하다. 결국 ‘소모적인 보조금 경쟁을 지양하고 통신요금경쟁을 유도해 통신비를 절감’하겠다는 것과는 정반대로 통신비 폭탄인 셈이다.

 


국내 소비자는 무슨 죄인가

더 놀라운 사실은 규제당국이나, 국회 어디에도 이러한 새로운 규제가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사전적으로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분석이 없이 정치적 구호만 갖고 시행됐다는 점이다.

그렇다 보니 단말기 규제의 부작용에 대해서는 귀를 틀어막고 일부 긍정적 효과가 있다고 과장 홍보 내지는 국민을 호도하고 있다. 신형단말기의 구매 위축과 중고단말기의 구매 확대를 통신비 절감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소비자의 내핍의 결과로 사고 싶은 제품을 못 사고 있을 뿐이고, 그 중고품마저 외국의 신형단말기보다 훨씬 비싸게 사고 있는 것임에도 그렇다.

정부는 단통법 이전과 이후의 가격을 비교할 것이 아니라 단말기 보조금 규제가 존재하지 않는 상황과 현재를 비교하는 것이 맞다. 우리 국민은 무슨 죄가 있다고 다른 나라에서 공짜 또는 21만원의 제품을 70만원에 사야 하는지를 설명할 필요가 있다.

단통법의 고정가격 공시제도가 있는 한, 그리고 단말기 보조금 상한선이 존재하는 한, 시간이 간다고 시장이 개선될 수 없다. 그럼에도 시간이 가면서 두고 보자고 한다. 두고 보아야 할 만큼 체계적인 분석도 없이 시행된 주먹구구식 규제라는 고백이기도 하고, 두고 보아도 우리나라 온 국민이 호갱님이 된 사실에는 변함없이 계속 통신비 폭탄 속에 살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작동하지 않는 법을 권력으로 해결하겠다고 글로벌 경쟁에 매진해야 하는 기업인들과 판매점을 경영인들을 윽박지르는 관치경제의 망령에서, 그저 국민과 기업들만 불쌍할 뿐이다. 
   

이병태 KAIST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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