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폭탄보다 무서운 ‘초저출산 고령화’
핵폭탄보다 무서운 ‘초저출산 고령화’
  • 미래한국
  • 승인 2014.12.18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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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칼럼] 백경훈(前 전북대 총학생회 회장)
 

요즘 주말 예능을 평정한 것은 1인자 유재석도, 대세 신동엽도 아닌 이제 막 말문 트인 세 살배기 아이들이다.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배우 송일국의 삼둥이를 비롯한 주인공 아이들은 다양한 연령층의 시청자를 주말 저녁 TV 앞으로 끌어당겼다.

젊은 애청자들에게는 페이스북을 비롯한 SNS로 편집된 영상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오프라인은 물론 온라인에서의 반응은 유별나게 뜨겁고, 이미 유명 연예인 못지않은 스타가 됐다.

분명 예능이지만 이보다 좋은 출산 장려 프로그램이 있을까 싶다. TV 프로그램 하나로 출산율 수치가 변하지는 않겠지만 자극과 공감대 형성은 충분히 가져왔다. 이는 여성가족부가 작심하고 밀어붙여도 어려운 일이다.

‘아빠와 아이’를 중심으로 하는 이 프로그램에서 달라진 가정 내 보육 문화를 엿보게 된다. 동물과 대화하기를 마다하지 않으며 눈높이 대화를 해주는 아빠, 동생들 앞이라도 수치심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독립된 공간에서 혼내고 타이르는 아빠, 소주잔에 야쿠르트 채워 놓고 오늘 잘한 일 잘못한 일에 대해 시시콜콜 대화하는 아빠까지, 참 보기 좋다. ‘아빠’라는 주제어를 빼더라도 이상적인 보육의 모습을 골라 담았다.

부모의 시선이 아닌 아이들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진정 아이들을 위해서는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궁극적으로는 우리가 아이들을 키우며 바라는 모습이 무엇인가를 되짚어 보게 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현실에서 느끼는 보육의 온도는 분명 다르다. 주변에서 아이를 키우는 부부들의 모습은 TV에서처럼 마냥 행복해 보이지는 않는다. 누군가는 경제력을 책임져야 하고, 누군가는 아이에게 집중을 해야 한다.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라도 있으면 그나마 낫지만, 가족이 아니고서야 마음 편히 맡기기가 쉽지 않다. 부모님이 돌봐주신다는 것도 옛날 얘기다.

결혼은 했지만 아이를 갖지 않거나, 미루는 부부의 수도 상당하다. 자녀 한 명당 대학 졸업까지 드는 양육비는 대략 3억원이라니, 결혼 자체도 보통일이 아니지만 아이를 갖는 다는 것은 곱절의 어려움을 감내해야 하는 것이다.

TV 속 아이를 보며 위안을 삼는 것은 미혼인 청년들도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당장 결혼을 하고 싶은 것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자극을 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바뀌는 것은 없다.

이는 프로그램의 인기가 무색하게 우리나라 결혼과 출산의 고달픈 현실을 말해준다. 한국사회는 핵무기보다 무섭다는 ‘초저출산 고령화’라는 문제를 이고 살아간다.

2020년부터는 생산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한다. 현재 이러한 인구 감소 추세는 (저출산 고령화가 가장 심각했던) 90년대 일본의 두 배 속도라고 한다.

그렇지 않아도 저성장에서 허덕이는 한국경제에 있어서 저출산은 커다란 걸림돌이 될 것이다. 당장 10년, 20년 뒤 한국경제의 상황과 사회의 수준이 현상유지 된다거나 더 나아질 거라고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전 방위적인 대책과 경각심이 필요한 이유다.

그러한 이유 때문에 특히 보육 생태계 자체를 변화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 변화는 올바른 국가 정책 제시와 시행에서 시작된다. 대한민국의 보육 정책은 꾸준히 확대·보완해가고 있는 상황이지만, OECD 회원국의 재원이나 정책과 비교해 보면 여전히 초보적 수준에 머물고 있다.

 

따라서 혁신적인 변화와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그마저도 노후복지 정책에 밀려 여전히 후순위이다.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정치인들은 정작 표에 눈이 멀어 노후복지 혜택을 확대하는 데만 혈안이 돼 있다.

경제성장의 동력을 찾는 대한민국에 보육은 가장 효율적인 투자라고도 할 수 있다. 보육 투자 효율을 수치로 계산한 ‘미국 페리 프리스쿨 프로그램’의 연구 결과나, ‘일본 지방정부연구원’의 통계를 보면 경제가 이미 성숙 단계로 접어든 나라에서 보육 투자의 비용 대비 효과가 건설 등 어떤 투자보다도 높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출산율 제고 효과까지 더한다면 이만큼 확실한 효과를 내는 정책을 찾기란 쉽지 않다.

예능을 보면서도 다큐 같은 현실을 걱정해야 하는 것이 안타깝지만, 웃기고 슬픈(웃픈) 우리의 현실이다. 떼쓰듯 미래세대의 몫을 달라는 것이 아니다. ‘무상복지’에 ‘무상’을 걷어내면 할 일이 참 많다.

미래세대에 대한 결혼, 출산, 보육, 교육으로 이어지는 복지정책의 재정비가 필요한 것은 확실해 보인다. 정확한 데이터와 수치를 기반으로 가장 중요하고 긴급한 것에 대한 우선순위를 정하고, 장기적인 경제발전에 도움이 되는 최적의 방안을 찾아야 한다. 냉정하게 따져보면 답은 어렵지 않다.

 

백경훈 미래를여는청년포럼 조직운영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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