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엔진의 업그레이드 필요할 때
보수 엔진의 업그레이드 필요할 때
  • 미래한국
  • 승인 2014.12.29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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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진의 양념들 하십니까]

대한민국 좌파는 과연 변할 수 있을까? 예컨대 북한인권법에 찬성하고, 종북을 비판하며, 북한의 3대 세습과 핵무기 개발을 규탄하는 그런 좌파가 제도권 정치에서 힘을 얻을 수 있을까. 최근 가까운 지인들과의 저녁 모임에서 이 문제를 두고 격렬한 토론을 했다.

나는 ‘그럴 수 있다’는 입장이었고, 다른 한 분은 ‘그들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북한문제에 대해서만큼은 80년대에 형성된 그 가치관이 너무나도 확고하게 뿌리 박혀 있어서 그들의 변화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는 반론이었다.

물론 필자 역시 그들이 ‘쉽게’ 변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여기서 말하는 제도권 정치세력을 지금의 새정치민주연합 정도로 생각한다면, 그 안에서 수많은 갈등과 논쟁을 거쳐야만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보고, 무엇보다도 그것을 주도할 수 있는 정치력과 대중적 카리스마를 갖춘 인물이 나타나야만 현실화되는 변화이기는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가 ‘그럴 수 있다’고 말한 이유는, 그만큼 정치 유권자 시장이 과거 2~3년 전에 비해서 급격히 보수화되는 경향을 나타내고 있고, 이제 더 이상 종북세력과 유대감을 형성하는 진보는 대한민국 정치판에서 생명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지극히 합리적인 판단이 새정연을 중심으로 한 좌파세력 내부에서도 점차 힘을 얻고 있음을 쉽게 감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사실 선거와 아주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다. 그들이 ‘이념적으로’ 반(反) 종북, 반(反) 김씨체제 노선을 받아들이는 것까지는 무리일 수 있겠으나, ‘표면적으로’는 얼마든지 선거에 승리하기 위해 전향적 자세를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박원순 시장은 국가보안법 폐지에 찬성하지 않는다며 과거 자신의 격렬했던 국가보안법 폐지 운동과 완전히 상충하는 입장을 피력했다. 최근 안보단체를 중심으로 박원순 시장이 러브콜을 보낸다는 사실은 이미 정치권과 언론에서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 됐다.

또 다른 잠재적 대권주자인 안희정 충남지사는 본인의 자서전을 통해 안보의 중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표현했고, 박정희 대통령에 대해 우호적인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뿐만 아니다. 조경태 의원 등을 중심으로 새정치민주연합 내부에서도 불만은 팽배해 있다. 친노-비노를 가릴 것 없이 변화하지 않으면 다음 총·대선에서도 필패할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이 확실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특히 대선은 그들에게 아주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총선이나 지방선거와 달리 대선은 인물 중심의 선거다. 대선 후보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 그리고 그가 어떤 전략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당은 비교적 쉽게 변화를 받아들일 수 있다.

일종의 ‘세탁’ 기회인 셈이다. 지난 대선에서 새누리당은 이름과 로고, 색깔까지 바꾸는 ‘창당 수준의 쇄신’을 보여줬다. 그리고 경제민주화를 정식 공약으로 채택, 좌파보다도 더 강경한 행보를 보였다. 이 모든 것은 정권을 빼앗길 수 없다는 절박감, 여기에 더해 강력한 대권주자인 박근혜라는 인물의 정치력이 더해져 나타난 결과물이다.

▲ 박한철 헌재소장이 19일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통합진보당에 대한 정당해산심판 청구 선고에서 해산 결정의 요지가 담긴 주문을 읽고 있다/연합

이젠 ‘종북’ 아닌 다른 논제 찾아야

보수정당이 경제민주화를 받아들이는 것만큼이나 전향적인 변화가 가능할까. 필자는 그 변화가 바로 새정치민주연합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고 본다. 그것을 주도할 만한 대중적 인물들도 적지 않다.

적어도 지금 현재로서는 대권주자 후보군은 새정치민주연합이 더 탄탄하며, 특히 박원순 시장과 안희정 지사 같은 인물들은 아주 강력한 주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들이 여론조사상에서 실제 희망적인 결과가 나오고, 어떤 방향성으로든 대권을 되찾아 올 수 있다는 믿음이 새정치민주연합 내부 분위기를 압도하게 되면, 그 인물들이 전향적 선택을 했을 때 과연 그것을 막을 수 있는 명분이 있을까.

물론 그들이 변하는 것은 지극히 긍정적인 정치 발전이다. 드디어 우리는 북한 문제에 대해서만큼은 하나의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되는 것이요, 통일을 앞당기는 변화가 될 것이라고 본다. 그런데 왜 필자는 이 ‘발전’이라고 하는 것에 대해 적잖은 우려를 느끼는 것일까.

최근 보수 시민사회 혹은 오피니언리더를 보면 북한인권법 문제나 종북 비판, 대북정책 문제가 콘텐츠 측면에서 상당히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들은 야권을 비판하는 데 있어 가장 자주 활용되는 단골 소재인데, 만약 좌파에서 이 의제를 받아들여버렸을 경우 오히려 기준과 경계가 모호해질 수 있다.

그 동안 좌파세력이 국민들에게 가져다줬던 안보적 불안감이 해소됨에 따라 그들이 수권세력으로서의 입지를 보다 분명히 할 수 있게 되고, 그렇게 될 경우 반시장적이고 반기업적인 정책을 표방하는 좌파세력에 정치적 주도권을 내줄 수 있다는 것이다.

과거 2년 전쯤만 하더라도 종북 의제는 상당히 보수층에 유리한 일종의 ‘전가의 보도’ 같은 느낌이었다. 실제 문재인 후보는 NLL 대화록 파문으로 쓰디쓴 패배를 맛봐야 하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는 것이다. 이 문제가 더 이상 보수를 보수답게 만드는 고유한 의제가 될 수 없으며, 이제 다시 “왜 보수여야 하는가”를 설명할 수 있는 보다 매력적이고 근본적인 이념적 지향성을 탐색할 때가 됐다.

그런 의미에서 필자는 새누리당 내부에서 진행되고 있는 이른바 ‘보수혁신’이라는 것이, 보다 구체적으로는 “종북이 아닌 다른 논제를 찾아보자” 정도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보수를 더 세련되고 설득력 있게 만들 수 있는 보다 다양한 색깔들을 찾아보자는 것이다. ‘반(反) 종북’이라는 연료는 이제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대한민국 보수 세력 엔진은 아직도 한참을 더 달려야 하는데 말이다.

 

윤주진 자유공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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