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역사교육의 정상화가 필요하다
경제·역사교육의 정상화가 필요하다
  • 정용승
  • 승인 2015.01.05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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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문제는 교육이다. 혹자는 당장 먹고 사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할 수도 있겠다. 물론 맞는 말이다. 그러나 ‘조금 더 잘 먹고 살기 위해서’는 교육이 수반돼야 한다. 아니, 교육은 필수다.

우리가 일제 식민지에서 해방된 직후 상황을 보면 교육이 왜 중요한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해방 당시 우리나라 국민의 문맹률은 80% 가까이 됐고 일제시대 때 ‘교육’이라는 것을 받아본 사람은 14%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중학교 졸업자는 2만5000여명이 전부였다.

중학교만 졸업해도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가 될 수 있었고,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엘리트’라는 타이틀이 붙었다. 헌법 문제를 다룰 법학박사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의 기틀을 잡는 일은 어려웠다. 당시 친일파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당장 국가의 기반을 닦아야 하는 일에 일본에서 교육을 받은 인재들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즉 친일파 문제는 우리나라 교육의 기반이 더 탄탄했다면 해결됐을 일이었다. 교육이 문제였다.

2014년 현재 교육의 수준은 60년 전과는 달리 눈에 띄게 높아졌다. 중학교까지 의무교육을 받을 수 있고 대학 진학률은 80%가 넘는다. 매년 대졸자는 50만여명이나 된다.

그러나 이렇게 교육이 양적으로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문제점이 제기된다. 교육의 ‘질적’ 수준에 대한 의문이다. 질적 향상은 둘째 치더라도 교육의 방향은 올바른가에 대한 문제도 나오고 있다. 지금 한국의 교육은 미래를 향해 제대로 항해하고 있는 것일까.

자유경제원은 지난 9일 화요일 FKI컨퍼런스센터에서 토론회를 개최했다. ‘흔들리는 교육, 어떻게 바로잡을 것인가’라는 주제로 열린 토론회는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이어졌다.

긴 시간만큼이나 토론회에 참석한 토론자들은 현재 한국 교육이 가지고 있는 문제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1부(대한민국 교육, 어디로 가고 있나), 2부(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로 구성된 토론회에는 현진권 자유경제원 원장을 포함한 16명의 각 분야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1부는 현재 한국 교육의 문제점에 대해 진단했고 2부는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인지에 대해 논의했다. 본격적인 토론회에 앞서 이영훈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가 기조강연을 했다.

▲ 이영훈 서울대 명예교수


교과서에 ‘자유’와 ‘경제’가 빠졌다

이영훈 교수는 ‘자유’라는 인간 본성에 대한 서술이 현행 교과과정과 교과서에 완벽하게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가 말하는 자유는 ‘개인이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처결하는 능력과 권리를 지니는 존재라는 것을 인지함’을 의미한다.

그러나 지금의 교과서는 학생들을 교육의 피동적인 객체로서 설정한 위에 기성세대들이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근면, 성실, 자아실현의 가치를 민주, 인권, 시민, 공동체 등의 근대적 형식을 빌려 주입하는 통로로 역할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한다.

이 교수는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큰 무언가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현행 교과서에 자유, 독립, 협동의 가치를 새롭게 편입하고 그에 상응하는 교재와 학습 프로그램을 개발하면 된다고 말했다. 정부의 작은 의지만으로도 가능한 일이라는 것이다.

이 교수의 기조강연 후 본격적인 토론에 들어갔다. 발제는 전희경 자유경제원 사무총장이, 사회는 이성호 중앙대 교육학과 교수가 맡았다. 1부 토론에 참여한 김소미 용화여고 교사, 이명희 공주대 역사학과 교수, 조윤희 부산 금성고 교사, 조형곤 21세기미래교육연합 대표, 차기환 변호사, 황영남 영훈고등학교 교장은 공통적으로 현재 한국 교육의 문제점으로 세 가지를 꼽고 있다.

첫째, 경제교육이 없다는 것이다. 현재 고등학교 정규 교육과정에서 경제과목은 선택과목에 포함돼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학생들은 경제과목이 어렵다는 이유로 선택을 기피하는 편이다. 2015학년도 수능에서 경제과목을 선택한 수험생은 2.9%에 불과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경제를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적어 경제에 대한 전체적인 이해도가 떨어지게 된다. 경제과목에 대한 인기가 떨어지면 경제교사 수요도 적어지게 되고 자연스레 전문적인 경제교사도 사라지게 된다.

경제를 제대로 배우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 김소미 교사는 “학생들이 우리나라가 얼마나 잘 사는지 모른다”고 말한다. 또한 무역 규모가 1조 달러 이상이라는 사실이 갖는 의미를 모르고 수출이 세계 10위권,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향하고 있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것뿐만 아니다. 경제를 제대로 모르는 학생들은 졸업 후 괴담 유포자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것도 지적한다. 예를 들어 지난 ‘코레일 철도파업’ 때 ‘민영화’가 무엇인지 이해하는 청년들이 드물었다. KTX를 타려면 28만원을 내야 한다는 괴담이 청년들을 중심으로 한반도를 쓸고 지나간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둘째, 국가의 교육에 대한 방향성이 없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교육감을 중심으로 하는 교육자치제가 시행되고 있지만 국가적인 차원에서 우선적인 교육정책을 설정하고 추진하는 것은 대통령과 중앙정부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정부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교육정책 중에 내세울 수 있는 정책이 없다는 지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학교 일선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전교조의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부가 중심을 제대로 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곁가지에 중심축이 흔들리는 상황이다.

마지막으로 자유민주주의에 반하는 편향된 교과서들이다. 이미 역사 교과서들의 편향된 시각은 누누이 지적돼 왔다. 그러나 비단 역사 교과서뿐만 아니라 그 외의 과목에서도 그런 편향성이 보이고 있다.

수능에서 수험생의 선택을 가장 많이 받는 사회문화 과목에서도, 윤리와 사상에서도 그리고 경제 과목에서도 그렇다. 이들 과목에서의 공통점은 정부의 역할을 강조하고 사회의 평등과 조화를 강조하는 반면, 자본주의와 경쟁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자연스럽게 학생들은 정부가 각 분야에 개입하는 것을 정당하다고 배우게 된다. 이런 식의 논리를 배운 학생들에게 창조경제를 논하는 것은 어쩌면 정부의 착각일지도 모른다. ‘평등과 조화’를 외치는 청년들이 ‘경쟁’을 뚫고 ‘새로운 혁신’을 이룰 수 있다는 착각 말이다.

 

‘중진국 함정’ 벗어나려면

그렇다면 어떤 식으로 이런 문제들을 해결해야 할까. 토론회 2부에서는 이런 주제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현진권 자유경제원 원장의 사회로 진행된 2부는 이경자 공교육살리기학부모연합 대표, 이근미 미래한국 편집위원, 이원우 미디어펜 기자, 전희경 자유경제원 사무총장, 조형곤 21세기미래교육연합 대표, 홍수연 한국자유연합 사무총장이 참여했다.

많은 해결 방법들이 나왔지만 공통적으로 ‘경제, 역사 교육의 정상화’와 ‘학생(학부모)의 학교 선택권 확대’를 꼽았다. ‘교육바우처’ 제도의 확보에 대한 얘기도 나왔다.

조형곤 대표가 제기한 주장인 교육바우처 제도는 초등학교 입학 전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보내는 영유아에게 국가가 매월 보육료로 현금을 지급하는 형태를 말한다. 학부모가 개설한 카드에 지급하고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만 결제할 수 있어 보육료 외에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없다.

경제, 역사 교육의 정상화에 대한 논의는 독자들도 알 수 있을 것이다. 현재 편향돼 있는 시각을 바로 잡자는 의미다. 즉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면 오히려 시장이 위축되고 일자리를 포함한 경제 발전이 어렵다는 얘기를 해줘야 한다. 역사도 마찬가지다. 좌편향 된 시각이 아닌 올바른 시각으로 대한민국을 바라보는 역사관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올바른 시각을 갖는 것과 함께 사학(私學)이 늘어나야 한다고 이원우 기자는 말한다. 지금 사학에 대한 이미지는 ‘비리와 탐욕의 온상’이지만, 그렇다고 사학 전체를 부정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비리는 비리대로 처벌을 강화하는 한이 있어도 사학을 늘려야 한다.

학생들에게 직접 학교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줘 개인의 개성을 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은 학생들에게도, 국가적으로도 발전적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공교육에 들어가는 세금 또한 줄어들어 공교육을 받는 학생들도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을 수 있다.

교육바우처 확대는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다. 또한 공교육을 바로 세울 수 있는 제도이기도 하다. 이 제도의 확대가 필요한 이유는 16개 시도교육청에 지원하는 공교육 예산이 실제 수혜자인 학생과 학부모의 입장이 반영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학부모들은 사교육에 열을 올릴 수밖에 없다. 물론 교육바우처 제도가 확대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국가가 인정하는 공교육기관 설립의 제한이 완화되고, 학생 수에 비례한 교육예산 편성이 전제돼야 한다. 이와 같은 제도가 점차 확대된다면 지금처럼 사교육에 열을 올리는 현상이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결국 해결책도 교육이다. 가난한 아프리카 국가에 1차적인 물자지원이 아닌, 교육시스템을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지금 우리나라는 선진국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몇몇의 지표는 선진국임을 말해주고 있지만 확실하게 선진국이라고 말하기에는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중진국 함정’에 빠졌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런 원인에서 기인한다.

확실한 선진국의 반열에 오르지 못하고 ‘중진국 함정’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각종 정부정책이 모자라서일까. ‘중진국 함정’이라는 타이틀을 벗어나가 위해서는 각종 정부정책이 아닌, 올바른 교육 정책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


정용승 기자 jeongys@futur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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