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중은 왜 전염성이 강한가?
군중은 왜 전염성이 강한가?
  • 정용승
  • 승인 2015.01.13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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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소개] <군중심리학> (귀스타브 르봉 著, 민문홍 譯, 책세상)
 

집단지성(集團知性)은 다수의 개체들이 서로 협력하거나 경쟁을 통해 얻게 된 집단적 능력을 말한다. 예컨대 주식시장에서 개인들의 치열한 거래들이 겹쳐 현재 기업의 가치가 정해지는 것도 집단지성의 단면이라고 할 수 있다.

선거도 마찬가지다. 1인 1표를 통해 당선된 후보가 소수의 지지를 받은 인물보다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집단’의 지적 능력 혹은 힘은 ‘개인’의 능력보다 뛰어나다. 그러나 집단지성이 발휘되려면 하나의 조건이 필요하다. ‘고립된 개인’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고립된 개인은 스스로 논리적인 생각을 하거나 자신만의 개성을 가지고 있는 ‘자아’라고 할 수 있다.

고립된 개인으로 이뤄진 집단은 집단지성의 힘을 뽐낼 수 있지만 반대로 군중 속의 개인은 그렇지 않다. 여기서 말하는 군중 속의 개인은 고립된 개인의 반대 개념이다. 한 마디로 말하자면 지극히 평범한 개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평범한 개인, 즉 개성이 없는 개인으로 이뤄진 집단(군중)은 어떤 모습을 보일까.

평범한 개인들이 모인 군중의 모습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는 2008년 광우병 사태다. 당시 황당한 괴담들이 인터넷을 통해 전파됐고 몇몇 선동하는 집단들에 의해 평범한 개인들은 광우병이 마치 당장이라도 발병할 것처럼 여겼다. 선동된 군중의 모습이었다. 무지했고, 감정적이었고, 다른 의견을 들으려 하지 않았다. 군중은 왜 이런 모습을 보였을까.

이런 질문에 답은 프랑스의 사상가 귀스타브 르봉의 <군중심리학>에서 찾을 수 있다. 1895년 출간된 이 책은 ‘군중’의 심리를 꿰뚫고 있다. <군중심리학>을 통해 우리는 왜 광우병 사태가 극으로 치달았는지 원인을 엿볼 수 있다.

그가 말하는 군중의 특징 중 하나는 (정신적)감염이다. 이것은 군중 속의 개인에게 특별한 성격을 드러내도록 하는 동시에 그들의 행동 방향을 결정하는 데 개입한다. 군중 속에서 모든 감정과 행동은 전염성이 있는데 개인이 자신의 이익을 집단의 이익을 위해 기꺼이 희생하도록 만들 정도로 전염성이 있다는 말이다.

이런 전염성이 당시 대한민국의 국민을 병들게 만들었다. 또 그는 군중의 특징을 다음과 같이 요약하고 있다. 의식적 개성의 사라짐, 무의식적 성격의 우세함, 감정과 사상이 암시와 전염의 수단에 의해 동일한 방향으로 전환하는 것, 암시된 생각을 행동으로 즉시 변형시키는 경향이 그것들이다. 광우병 사태 때의 군중이 보였던 행동과 비슷하다.

지금은 어떨까. 귀스타브 르봉이 말하는 군중의 모습이 지금은 없다고 말할 수 있을까. ‘민주주의가 죽었다’는 황당한 주장을 하는 일부 사람들을 옹호하는 집단들이 곳곳에서 보인다.

귀스타브 르봉은 이러한 군중의 힘에 일찍이 주목하고 군중을 하나의 연구 대상으로 삼는 데 선구적 역할을 했다. 혁명과 쿠데타, 왕정복고와 전쟁이 번갈아 일어나며 혼란이 계속되던 19세기를 관통해온 르봉은 파리 코뮌과 드레퓌스 사건 등에서 나타난 집단행동과 폭력에 관심을 가지면서 군중의 힘을 인식하고 새로운 사회의 탄생을 직감했다.

군중을 비이성적이고 충동적인 존재로 본 르봉은 이성보다는 비합리성에, 의식보다는 무의식에 초점을 맞춰 군중이란 어떤 존재인지, 군중의 행동을 지배하는 원리는 무엇이고 그들을 인도하는 리더십은 무엇인지 냉철하게 고찰한 결과를 담아 <군중심리학>을 발표했다. 이 책은 군중심리에 따른 여론의 변화와 왜곡이 격심한 지금 읽어도 여전히 유효하다.


정용승 기자 jeongys@futur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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