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을 신뢰하는 미국사회
경찰을 신뢰하는 미국사회
  • 이상민 기자
  • 승인 2015.01.1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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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미국]
▲ 조지아 마리에타에 있는 한 한인교회에서 지역경찰들을 초대해 식사를 대접하고 한국문화를 소개하며 노고에 감사를 표하고 있다.

지난 12월 31일 밤 신년을 앞두고 오하이오 웨스트 탈레도 지역에서는 많은 집들에 푸른색 전등불이 들어왔다. 미국에서는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집 밖에 다양한 색의 전등을 장식해 연말의 밤을 즐긴다.

보통 새해가 되면 이 전등을 제거하는데 오하이오 웨스트 탈레도 지역에서는 신년 전날 푸른색 전등만 걸어서 틀자는 움직임이 있었던 것이다.

이유는 지역 경찰들을 지지하기 위한 것이다. 미국에서 푸른색은 푸른색 제복을 입은 경찰을 상징한다. 연말연시 지역사회를 안전하게 지켜주는 경찰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하자며 이날 푸른색 전등 달기 캠페인이 있었던 것이다.

디트로이트에서는 크리스마스 때는 경찰들을 지지하는 집회가 열렸다. 경찰들의 노고에 감사를 표하자는 취지로 열린 이 집회에서 관계자들은 경찰들이 가슴에 경찰 배지를 달고 집밖에 나갈 때 자부심을 갖도록 하자는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경찰을 지지한다는 이 움직임들이 특히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는데 최근 미국사회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경찰 때리기’에 대한 반대 움직임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2월 20일 뉴욕시 경찰관 2명이 브루클린에서 한 흑인의 총격으로 근무 중 사망하면서 이른바 ‘경찰 때리기’에 대한 이슈가 부각되고 있다.

지난 27일 사망한 경찰관 중 한 명인 라파엘 라모스 경관의 장례식에는 2만3000명의 경찰이 운집했다. 이들 가운데는 뉴욕 시장인 빌 드블라지오가 애도사를 시작하자 등을 돌리며 그에 대한 반감을 표현했다.

드블라지오 시장은 얼마 전 뉴욕에서 백인 경찰의 진압 과정에서 사망한 흑인 에릭 가너의 죽음과 관련해 가해 경찰이 불기소 처리되면서 시위가 격화되는 가운데 한 말로 경찰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흑인 여성과 결혼한 드블라지오 시장은 자신의 혼혈 아들을 지칭하며 “내 아들도 밤길을 다니다 (경찰에) 희생될 수 있다. 남의 일 같지 않다”고 말했다.

이 말은 미시건 퍼거슨 사태와 이번 뉴욕 사태로 경찰의 과잉진압을 문제삼은 것으로 주요 도시에서 벌어진 반경찰 시위로 민감한 경찰들에 자극한 것이다. 경찰공제협회(PBA) 회장은 드블라지오 시장의 손에 순직한 경찰의 피가 묻어 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과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에릭 홀더 법무장관이 경찰들의 인종차별주의가 문제라는 식의 말을 해서 ‘반(反)경찰’ 분위기를 조장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 지난 27일 뉴욕 퀸즈에서 열린 숨진 한 뉴욕경찰 장례식에 운집한 미국 경찰관들

군인, 경찰 등 목숨 건 사람들 신뢰도 높아

하지만 미국사회에서 경찰에 대한 신뢰는 높다.

갤럽이 매년 미국 성인들에게 미국사회 내 17개 기관에 대한 신뢰도를 묻는 질문에서 경찰은 높은 신뢰를 얻고 있다. 2014년 기준 경찰은 미국사회에서 가장 신뢰를 받는 기관 3위에 올랐다.

경찰을 매우 혹은 상당히 신뢰한다고 답한 미국인들은 53%였다. 1위는 군대로 74%, 2위는 중소기업으로 62%, 4위는 교회 등 종교기관으로 45%의 미국인들이 매우 혹은 상당히 신뢰한다고 답했다.
군대의 경우 1989년 이후 단 한 번을 제외하고는 줄곧 1위의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당시 1위는 교회 등 종교기관이었다.

미국사회에서 군인과 경찰, 소방관, 911 요원 등은 자신의 목숨을 내걸고 나라와 지역사회의 안전을 위해 수고하고 있다는 점에서 존경을 받고 있다. 미국인들은 자신의 차에 ‘나는 예비역 군인 출신이다’, ‘내 아들 혹은 딸이 해병대 있다’ ‘우리 아빠는 경찰이다’라는 글귀를 붙이고 다닌다.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등 전장에서 돌아온 군인을 태운 차량에 이라크에서 돌아왔다는 문구가 쓰여 있으면 길을 가던 사람들이 손을 들고 환호하고 박수를 보낸다.

공항에서 집으로 가기 위해 비행기를 기다리는 군인이나 경찰이 있으면 찾아가 고맙다고 인사를 하거나 음료수나 음식을 사서 주는 미국인들도 종종 볼 수 있다.

밤에 자동차 타이어가 터져 어려움 가운데 있는 노인을 위해 경찰이 대신 타이어를 고쳐주고 한 엄마가 밤에 운전하다 우는 아기를 달래기 위해 도로변에 차를 세운 것을 본 경찰이 그 차가 다시 출발할 때까지 옆에서 지켜주는 등 많은 사람들이 경찰의 도움을 받았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사람들은 경찰 복지에 기부금을 매년 내고 받은 스티커를 연도별로 차에 붙이고 다니고 일부 교회 등은 지역 경찰들을 매년 초청해 식사를 대접하는 등 미국사회는 전반적으로 경찰에 대한 존경과 신뢰가 매우 큰 편이다.


워싱턴=이상민 기자 proactive0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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