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박원순의 낙하산 인사
추락하는 박원순의 낙하산 인사
  • 정용승
  • 승인 2015.01.22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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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Why always me?’

이탈리아의 축구 국가대표 발로텔리가 골을 넣고 위와 같은 글이 쓰인 티를 카메라에 비춘 적이 있다. 자신의 행동에 대한 기사가 연일 나오자 ‘왜 나만 갖고 그러느냐’는 식의 불평을 보인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발로텔리는 악동이라고 불릴 만큼 튀는 행동을 해왔다.

갑자기 여자 교도소에 난입을 한 적도 있고, 차량 사고 후 경찰이 그에게 “지갑에 현금이 왜 이렇게 많으냐”는 질문에 “난 부자이기 때문에”라고 답한 사건은 아직도 회자된다. 이런 면에서, 그에 대한 언론의 주목은 ‘당연한’ 것이었다.

발로텔리 같이 불만을 터뜨리고 싶은 인물이 한국에도 있을 것 같다. 바로 박원순 서울시장이다. 새누리당이 ‘박원순 서울시장 인사 전횡 의혹 진상조사단’을 꾸리기까지 했으니 말이다.

박원순 저격수로 알려진 이노근 의원을 중심으로 총 7명이 뭉친 ‘박원순 서울시장 인사 전횡 의혹 진상조사단’은 박 시장의 인사 전횡, 낙하산 보은 인사 등을 철저히 따져 묻겠다는 계획이다. 이쯤에서 박 시장은 외치고 싶을 것이다. “왜 나만 갖고 그래!” 이런 박 시장의 외침에, 그를 주목하는 사람들은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왜 낙하산을 꽂아!”


끊임없이 제기되는 인사문제 파문

이미 서울시립대 보은인사 논란으로 한 차례 홍역을 치른 바 있는 박원순 시장이다. 박 시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서울시립대에 기동민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48)과 권오중 전 서울시장 정무수석비서관(46)을 연구목적 초빙교수로 임용했다가 논란이 되자, 그 둘은 곧바로 사표를 냈다.

그러나 박 시장의 보은인사에 대한 논란은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이노근 의원이 지난 6일 서울시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의하면 시 본청 및 각종 산하기관 등에 과거 박 시장과 직·간접적으로 인연이 있는 70여 명이 주요 보직을 맡고 있다.

그렇다고 전문성 있는 인사들을 임명한 것도 아니었다. 이정원 서울메트로 사장은 민주노총 산하 전국증권산업노조 위원장, 김태호 서울도시철도공사 사장은 차병원그룹 부사장, 안영노 서울대공원장은 홍대 인디밴드, 이숙현 서울메트로 비상임이사는 안랩 등의 경력을 갖고 있다.

이 와중에 박 시장이 ‘노동이사제도’와 ‘경영협의회’ 도입을 예고하고 있다. 이 두 제도는 서울메트로와 도시철도공사가 통합되는 2016년에 도입될 예정이다. 이때 시범적으로 시행한 후 산하기관으로 제도를 확대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이사제도는 노동조합에서 추천하는 노동이사를 이사회에 파견해 경영에 참가하게 하는 제도다. 경영협의회는 경영 관련 사안을 노조와 협의하는 협의체다.

문제는 노조가 경영에 참여할 때 나타나는 부작용이다. 올바른 결정이 수반되는 건강한 회사가 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또한 노조이사에 박 시장의 측근을 앉혀 노조를 박 시장의 세력으로 만들려고 한다는 음모론적인 시선도 있다.

노조는 근로자가 요구하는 후생복지나 임금 관련 사항들을 경영진과 협상 혹은 협약을 하는 단체다. 즉 근로자의 대변단체다. 반면 경영자는 회사의 미래계획을 수립하고 수익을 따져야 한다.

그런데 노조의 입장에 있는 인물이 회사경영, 즉 회사의 미래계획을 세우고 이익을 따져야 하는 곳에서 중립적인 입장을 취할 수 있을까. 오히려 노조가 추천한 인물은 노조의 입장을 대변하고 소위 노조의 ‘거수기’ 역할을 하게 되지 않을까.

그럼에도 노동이사를 경영에 참여시키겠다는 박 시장의 의도는 무엇일까. 일각에서는 박 시장의 측근을 넣어 박 시장의 의중이 경영에 포함되게 하려는 꼼수라고 주장한다. 경영협의회도 마찬가지라고 그들은 말한다.


박 시장의 측근 세력 키우기

문제는 또 있다. 서울메트로와 도시철도공사의 통합은 기존의 노조를 두 배로 커지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애초에 두 공기업의 통합은 체질개선과 효율성 제고를 염두에 두고 진행되는 것이다.

그러나 체질개선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인원감축이 필수적으로 따라와야 한다. 하지만 통합을 한다는 얘기만 있고 어떻게 효율적으로 인원을 감축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서울시 측은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

만약 두 공기업이 통합돼 인원이 두 배로 늘어난다면 오히려 잉여 인력이 남아돌 수 있다. 또한 노조도 두 배로 늘어나게 됨으로써 노조의 목소리가 한층 커지게 된다. 매년 파업을 일삼는 철도노조로 인해 많은 국민들이 피해를 입고 있는 상황에서 또 다른 대형노조의 탄생은 더 큰 피해를 발생시킬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만약 노조이사제도로 인해 박 시장의 측근이 경영에 참여하게 된다면 박 시장은 천군만마를 얻은 것보다 더 큰 세력을 품는 것과 같다고 볼 수 있다.

박 시장은 연일 자신을 향한 화살에 “선거철도 아닌데 내버려 달라”는 발언을 했다. 그러나 이런 발언을 하기 전에 박 시장의 주변을 다시 한 번 점검해 봐야 하는 것이 아닐까. 인사문제와 관련해 문제가 계속 불거진다면 박 시장이 임기를 마치는 그 날까지 언론은 그를 집중할 수밖에 없다.


정용승 기자 jeongys@futur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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