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케아의 열풍’과 소비 심리
‘이케아의 열풍’과 소비 심리
  • 미래한국
  • 승인 2015.01.23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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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칼럼] 백경훈 청년이여는미래 조직운영국장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

최근 스웨덴에서 온 상상초월 가구점 ‘이케아’가 국내에 문을 열었다. 각종 논란 속에서도 첫날부터 인산인해였고 하루 평균 4만2000명이 다녀간다고 한다. 들어오는 차들만 하루에 1만3000여 대라니 교통대란이 날 만도 하다.

실제 매장 내부에서 본 이케아도 가구 반, 사람 반이었다. 이쯤 되면 ‘이케아 열풍’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한민국 소비자들은 언제부터 이렇게 ‘가구 소비’에 목말라 있었을까?

우리의 집과 생활에 대한 관념은 분명 변해 왔다. 집은 소유가 아닌 거주의 목적으로 바뀌었다. ‘내 집 마련의 꿈’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턱없이 높은 집값에 젊은 세대는 엄두를 내기 어렵다.

대부분 전세나 월세로 생활하며 필요에 따라 이사 가는 일도 잦아졌다. 전에는 없던 여러 사람이 집을 공유하는 ‘셰어 하우스’가 생기기도 했다. 하물며 가구는 어떨까.

오늘의 소비자들이 바라는 것은 튼튼하고 오래 쓰는 가구가 아니다. 계절 따라 유행이 바뀌듯 가구도 생활의 변화에 따라 바꾸어 가고 싶다는 소비자들의 요구에 이케아는 응답한 것이다.

 

또한 이케아에는 가구만 있는 것이 아니다. 아이 장난감부터 주방용품까지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을 판매한다. 아직 우리에게는 낯선 ‘홈퍼니싱 기업’이다. 실제 일상 생활용품이 이케아 판매의 60%를 차지한다고 한다.

단순히 가구만이 아닌 집과 생활에 대한 모든 것을 담아올 수 있다는 이야기다. 소비자에게는 얇은 지갑으로도 살 수 있는 우리 집 종합선물세트다. ‘행복은 집에서 삽니다.’라는 슬로건처럼 이케아는 행복과 만족을 판매한다.

이처럼 소비자들의 뜨거운 관심과는 달리, 다른 한 편으로는 차가운 시선으로 이케아를 바라보는 이들도 적지 않다. 직접 경쟁해야 하는 업체에서는 일찍이 이케아가 국내에 상륙한다는 소식이 전해질 때부터 긴장과 우려를 나타냈다.

그 경쟁을 감내해야 하는 사람들과 혹시나 이로 인해 조금이라도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지역 주민, 그리고 이들을 대변해야 하는 정치인들은 입점 100일도 안 된 이케아에 벌써부터 채찍을 준비하고 있다.


새로운 ‘가구 시장’이 열리다

스웨덴 본사까지 가서 모셔오다시피 했지만 또다시 꺼내든 ‘규제 카드’는 뻔한 답을 향해 가고 있다. 화장실 들어갈 때 마음과 나갈 때 마음이 다르다고 했나.

소상공인들이 받을 타격이 우려되는 일이기는 하지만 소비자들의 선택을 막을 수는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의무 휴업’ 같은 이케아 발목잡기가 아니라 소상공인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근본적인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한편 동종 업계를 자극한 이케아는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가고 있다. 한샘, 리바트 등 국내 주요 가구업체들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이케아에 맞서 판매 시스템 변화와 함께 더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쳐낸 결과이다.

이를 통해 국내 가구업계도 경쟁력을 강화해나가면 지금의 위기는 도약의 기회로 다가올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대한민국에 새로 열린 ‘가구 시장’을 바라보는 소비자들의 눈과 귀는 즐겁고 호기심으로 가슴이 두근거리기까지 한다.

 

이케아의 진정한 힘은 어디서 나올까. 이케아는 특히 젊은 고객들에게 인지도가 높다. 일본의 비즈니스 서적 저술가 다테노이 가즈에는 “이케아는 가구 브랜드지만 단순한 가구업체가 아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정서와 삶의 방식을 대변하고, 이는 전 세계 젊은이들에게 통용된다”라고 말했다. 이케아가 주로 파는 것이 1인 가구의 ‘가구’다. 대한민국 1인 가구의 증가와 집과 생활에 대한 인식 변화에 이케아의 가구는 너무도 잘 맞아 떨어진다는 이야기다.

‘더 많은 사람을 위한 더 좋은 생활을 만든다’라는 비전에서도 이케아의 힘이 느껴진다. 이케아는 고객에게 불편함을 판다. 분명한 것은 고객도 이케아의 일원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고객들도 이에 협조한다. 더 싼 가격에 상품을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불편함을 동반한 역발상은 서로에게 이득을 가져다준다. 이케아에는 가치를 공유하고 동행하도록 하는 인력이 있다.

참 매력적이다. 일부 우려와 견제가 무색하게 소비자 입장에서는 더할 나위 없이 반갑다. 이케아는 이런데도 뻔한 규제가 답이냐며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며칠 쉬게 한다고 소비자들의 발길을 얼마나 돌릴 수 있게 할 것인가. 우리나라 가구와 생활용품 시장의 지각변동은 충분히 예상된 것이며 그만큼의 맷집과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전 세계 ‘홈퍼니싱 기업’이 이케아만 있는 것도 아니다.

후발 주자가 시장을 장악하는 경우는 수도 없이 보았다. 시기보다 어떤 비전을 담은 무기인가가 중요하다. 이케아는 이미 잔잔한 호수에 조약돌을 하나 던졌다. 그 잔잔하던 가구 시장은 요동치기 시작했다. 이제 다음은 우리 몫이다. 


백경훈 청년이여는미래 조직운영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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