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연구를 가로 막는 그 족쇄들
과학연구를 가로 막는 그 족쇄들
  • 미래한국
  • 승인 2015.02.10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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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GDP 대비 과학기술예산 세계 1위, 그러나…

그동안 국가 발전의 원동력으로 과학기술의 역할은 지대한 공헌을 해왔고 최근에는 사회적인 문제 해결까지 과학기술이 활용되고 있다.

과학기술·지식·정보 등이 국가의 성장을 견인하고, 이것이 곧 창조경제의 바탕이 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경제 활성화는 물론 사회 안정망을 위한 대안으로서 과학과 기술이 활용되고 있다.

과학기술의 발달은 바로 국력을 상징하는 지표로 사용되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과학기술예산은 타 부처의 예산증가비율보다 매년 높은 증가율로 책정돼 왔다.

2015년에는 18조 원을 웃돌고 있으며 GDP 대비 과학기술예산은 세계 1위로 총 국가예산의 4.6%를 넘어서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 여섯 번째로 연구개발비용을 많이 지출하는 나라인 것이다.

그러나 그 비용이 순수 R&D에 투입되는 비용이 아니고 연구종사자들의 인건비와 과학기술 관련 관변단체들의 예산, 지자체의 민완성 사업도 여기에 포함돼 있어 순수 R&D비용이라고 할 수는 없다.

이와 같은 정부의 높은 지원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첨단기술의 높은 해외의존도를 아직도 극복하지 못하고 있고, 현장에서는 연구의 자율성과 정부의 규제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과학기술자만 있지 과학기술 정책가는 없다

그 원인 중의 하나가 우리나라의 경우 현장에서 과학기술자만 존재했지 과학기술 정책가는 양성하지 못했으며 과학기술분야에 존재하는 다양한 규제가 걸림돌의 요인이 되고 있다.

창조경제의 전진기지라고 할 수 있는 출연연구소의 현황은 과연 시장에서 살아남을 만한 연구 결과가 얼마나 있을까에 대한 회의적인 생각이다.

정부의 정책+시장의 요구조건+구성원(출연연구소 및 대학)들의 합의를 충족하는 정책적인 대안이 선행돼 있는가를 심층 분석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된 정책부터 선행될 때 창조경제는 물론 과학기술도 발전할 것이다.

그동안 과학기술정책과 전략을 입안하고 집행하는 정부 공무원들과 과학기술자들은, 과학기술의 발전을 위해서 부단한 노력을 해오기는 했지만 만족스런 결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왜 그럴까?

이는 바로 정부정책이 부재해서가 아니라 입안된 정책을 실행할 수가 없는 정치적인 현실 때문이고 현장의 과학기술 연구자들의 무관심에도 일말의 책임이 있다.

정부 출연연구소의 경우 원장들은 정치적인 영향력을 등에 업고 임명돼 왔다. 그러므로 정부의 간섭과 행정업무로 내부업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없는 구조였다.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월 27일 오전 광주과학기술원에서 열린 광주창조경제혁신센터 개소식에서 테이프 커팅을 하고 있다/연합

정부규제와 평가, 그리고 수많은 감사에 대비하기 위해 행정업무에 대부분을 소비하고 있는 현실에서, 현장의 연구자들은 비정규직들이 실질적으로 많은 부분의 연구를 분담해서 수행해 왔다.

연구책임자는 연구비 예산확보와 행정업무에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기술개발에 전념할 수 없었다. 과학기술만큼 인력의 수월성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분야는 없다.

즉 기술개발은 우수 인력들에 의한 노력과 열정이 우선된 상황에서 연구를 위한 환경이 뒷받침돼 있을 때 성과를 낼 수 있는 것이다. 당연히 연구자의 수월성이 존중돼야 하는 분야이다.

또 다른 문제는 공공기관으로 분류된 출연연구소의 경영 평가를 일률적으로 해왔다는 데 있다. 마치 농구팀, 야구팀, 축구팀을 일률적인 잣대로 평가하는 것과 같이 연구소마다 다른 특성과 전문성을 무시하고 동일한 잣대로 평가하는 정책적인 오류가 이미 내재한다.

이로 인해 일부 기관장들은 정치적인 활동에 치중하고 상부의 눈치 보기에 급급했던 것이 근본적인 원인인 것이다.


연구책임자 행정업무에 대부분 시간 소비

이런 현실은 바로 일원화되지 못한 정부정책의 문제에서 기인된다. 현대의 과학기술은 분야마다 다양한 특성을 가지고 있고, 전문성을 토대로 운용돼야 하기 때문에 과학기술 담당부처(예, 미래창조기술부) 단독으로 현안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도 없다.

예를 들면 기관 감사에서 일률적인 정부의 규제를 적용할 경우 창의적인 연구개발이라는 과학기술 원래의 목적보다는 문제없이 적당히 정부의 시책에 맞춰서 하는 것이 연구자나 기관장들에게 더 좋은 평가를 받게 된다.

결국 그런 관행은 행정 운용이 우선시되는 기형적인 부작용을 만들고, 복지부동의 자세로 연구소가 운용되는 결과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원인은 정부의 예산과 규제, 그리고 수많은 감사를 과학기술 관련 연구소에도 예외 없이 공공기관에 준해 적용되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의 발전이란 그 결과가 빨라야 10년 후에 나타나는 것이고, 유능한 한 사람의 능력이 10만 명을 먹여 살릴 수 있는 분야다.

따라서 수월성과 전문성이 어떤 분야보다 우선시돼야 한다.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하는 점은 바로 과학기술인의 인력관리이며 일할 수 있는 환경인데 현장에서는 평균과 평등을 구분하지 못하고 혼동하고 있는 듯하다.

이는 과학기술자들의 책임 또한 부인 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정권이 바뀔 때마다 변하는 기술정책의 부작용에 따른 결과인 것이다.


문제의 원인은 정부 간섭과 정치 개입

과학기술분야의 경우 전문성을 위주로 결과에 대한 평가를 정확히 할 수 없기 때문에, 자기의 철학과 전문성에 근거한 소신을 밝히지 못하는 것이 현장의 환경이다.

이와 같은 특성을 고려해 독일·프랑스 등 기술선진국은 정부가 바뀌어도 과학기술정책의 연속성을 위해 동일한 인물이 과학기술계 수장으로 연속해서 연임하는 경우가 아주 많다. 중장기적인 관점을 가지고 정부가 과학기술정책을 운용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우리나라의 경우 문제의 원인은 바로 정부의 간섭에 있다. 획일적인 규제로 인한 부작용과 정치가 개입됨으로써 발생하는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일례로 과거 PBS제도가 도입돼 시행될 당시에는 연구책임자의 권한과 책임의 소재를 명확히 함으로써 행정업무를 줄여 업무효율을 높이자는 취지였지만 실상은 그 어떤 것도 현장에서는 변한 것이 없다.

지금은 나쁜 폐해만 남아 연구소 구성원들 간의 연구 환경마저 붕괴되는 결과가 됐다. 옆자리에 앉아 있는 연구자가 연구의 동료가 아니라 경쟁자가 된 지 오래다.

과학기술자의 전문성과 창의성은 존중돼야 하지만 연구책임자의 연구업무수행을 위한 질서와 조직의 체계도 같이 병행돼야 하는 상반된 현실을 조화시키는 것도 정책의 몫이다.

기관장은 이런 연구 현장을 바로잡아야 하지만 실질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인사의 권한은 한정돼 있다. 체계를 개선하는 것 또한 정부 공공기관의 기준에 맞춰야 하는 현실에서 구성원들로부터 음해성 투서가 발생하지 않도록 인기에 영합해서 문제가 없으면 그만이라는 경영을 하는 한, 과학기술계의 발전은 예산만 증액된다고 해서 그에 맞는 성과를 기대할 수 없다.

 

과학의 성과는 기술로 이어지고 산업으로 연계될 때 국가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 정부가 연구원 창업을 적극 권장하고 있고 창조경제, 지식기반 산업, 연구원 벤처 등의 명목으로 다양한 지원을 하는 것이 그 이유이다.

그 지원책 중에는 연구원이 창업을 할 경우 연구소의 시설 장비를 무상으로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본인이 개발한 특허기술을 사용할 수 있으며 연구원 창업 겸직은 물론 창업 활성화를 위해 창업기업을 위한 보육센터까지 두고 있다.

감사원이나 검찰의 입장에서 보면 연구원이 같은 업무를 가지고 중첩적인 지위를 이용해 개인의 사익을 추구해서 연구소의 시설과 장비를 사용했다는 명목으로 기소를 할 경우 배임죄에 해당된다.

창업을 하는 목적은 개인의 이익이 우선이고 사익을 추구하는 것이 바로 공익과 부합되는 것임은 누구나 공통적인 사항일 것이다. 이 경우 연구소에서 받는 급여와 창업해서 기업으로부터 받는 급여가 발생할 경우 4대보험을 2중으로 동시에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창업기업으로부터 급여를 받을 경우 갑근세를 포함해 50% 이상이 세금이다.

이런 현실에서 변칙적인 급여성 비용이 발생할 수 있고 이는 자칫하면 횡령죄가 될 수도 있다. 본인만의 특허기술을 이용해 상업화해서 높은 수익을 얻었을 경우 공정거래법과 독과점법에 해당될 수 있고 회사가 망하면 실질적으로 무한책임을 져야 하는 현실에서 가정이 해체될 수도 있다.

정상적으로 운용하면 세금과 규제로 살아남기 힘든 구조에서 관련 규정과 제도를 현실적이고 섬세하게 보완할 필요가 있다. 또한 창업자에게는 강력한 동기부여와 성과보상이 따르도록 유도해야 한다. 즉 흥하면 세금으로 정부에 헌납하고 망하면 자신이 무한 책임을 져야 하는 현실을 합리적인 방법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


거버넌스 제도 더 활성화 돼야

과학과 창조경제를 견인하는 전담부처가 있고, 과거의 모든 정부가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부총리 제도까지 둔 적이 있지만 왜 정책과 제도는 현실과 거리가 있으며 성과는 만족스럽지 못할까?

바로 분야별로 현장에 대한 이해 부족과 정책의 섬세함, 현실성이 떨어지는 단기효과에 연연함으로써 정책의 일관성이 없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들이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현장의 기술전문가와 당사자들이 같이 참여해서 정책을 개발하고 집행하는 거버넌스 제도가 더 활성화돼야 할 것이다.

과학기술자들이 관료로 진출하는 것을 막을 것이 아니라 미국의 사례와 같이 개방형 직위를 더 늘려서 파견근무 기간이 끝나면 언제든지 복귀할 수 있는 현실적인 제도와 연구소간의 칸막이 제거가 필요하다.

이 또한 해결 방안으로 과학기술자가 환경과 대우가 좋은 연구기관이나 대학으로 자유롭게 옮길 수 있도록 하고 시장의 논리에 맞도록 제도를 개선한다면 능력이 출중한 연구자들을 영입하기 위한 기관간의 선의의 경쟁을 유도할 수 있다. 융합연구촉진은 물론 근무환경개선에도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제안을 해본다.

시장의 논리를 중시하는 미국에서 의료와 법률 분야를 국민들이 불편해 하는 것은 전문성이 우선시되는 대상이므로 소비자가 시장의 논리에 맞게 서비스를 선택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과거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 입안을 해서 군사정권에서 의료보험이 자리 잡을 수 있었던 이유는 그만큼 정부가 강력했기 때문일 것이다.

과학기술분야야말로 최고 결정권자의 판단과 정치권, 정부 부처를 비롯한 국민적 합의에 의한 구조개편과 운영체계가 바뀔 때 국가적으로는 더 많은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고 미래의 기술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이처럼 과학기술연구 분야를 시장의 논리만으로 할 수도 없고 또한 외면할 수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부분적으로 실행이 어려운 문제라면 작년에 출범한 국가 통합과학기술 연구회에 실질적인 권한과 정부의 가이드라인을 분명히 제시할 필요가 있고 정부정책의 조율과 출연연구소의 실질적인 평가와 운영체계를 일임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도 있다.

물론 이 경우에도 정부예산과 규제로 인해 이사회에서 독자적인 운영에는 제도적으로 한계가 있고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지만 외풍의 보호 역할만이라도 잘할 수 있도록 권한과 책임이 부여돼야 할 것이다.

과학기술분야 운영이야말로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으며 결과를 기다릴 수 있는 철학을 바탕으로 한 정책이 돼야 한다. 기술은 바로 과학기술자로부터 만들어지는 것이므로 거버넌스 체계가 운용될 때 창조경제도 성공할 수 있고 기술강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이다.


송치성 전 한국기계연구원 원자력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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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환 2015-03-18 01:23:23
정첵의 일관성이나 자율성 보장은 비단 과학기술 분야 뿐만이 아니라 모든 분야에 요구되는 중요한 사항이지만 특히 과학기술 분야에는 그야말로 필수 불가결한 요소가 될 것 같다. 왜냐하면 독창성이나 창의적인 사고는 바로 현존하지 않는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야 하는 만큼 사고의 발상이 자유로워야 가능한 것이지 외부의 간섭이나 어떤 제한 요소가 많다면 그 만큼 발상자체가 어려운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