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홀의 ‘영광’과 고흐의 ‘고통’ 사이
워홀의 ‘영광’과 고흐의 ‘고통’ 사이
  • 이성은 기자
  • 승인 2015.03.02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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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극명하게 엇갈린 두 예술가의 빛과 그림자

포스트모더니즘은 1960년대를 기점으로 등장한 탈이념적 사고방식을 추구하는 이데올로기다. 이는 정치·사회·종교·문화 등 다양한 영역에 침투했고 개인의 이념과 자율적인 판단을 절대시하는 풍조가 나타나게 됐다.

포스트모더니즘은 절대적 진리를 파괴시켰고 누구든 진리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상대적 진리가 만연하도록 만들었다. 이는 명확한 사회 기준을 파괴시키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었다.

하지만 포스트모더니즘의 사고가 긍정적 혁신을 일궈낸 영역도 있다. 바로 예술 분야다. 다양성을 중시하는 포스트모더니즘은 고급문화에 머물던 예술을 대중화시켰다.

포스트모더니즘 시대를 선도한 대표적 예술가는 앤디 워홀이다. 현대미술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그는 미국 팝아트계의 선구자다. 앤디 워홀은 작품 대상으로 유명인의 초상화, 코카콜라 등 대중에게 일반적인 소재를 선택했다.

   
▲ 앤디 워홀의 대표적 팝아트 작품 '마를린 먼로'

작품은 기계를 이용한 실크스크린 방식으로 생산했는데 ‘팩토리’라는 자신의 스튜디오를 만들어 공장제 생산과 유통을 했다. 그는 살아 있는 전설로 불리며 부귀영화를 누렸고 존경을 받았다.

반면 세계 미술사의 한 획을 그었으나 앤디 워홀과 정반대로 당대에 전혀 빛을 보지 못한 채 죽음을 맞이한 인물도 있다. 바로 빈센트 반 고흐다.

고흐는 세상에서 가장 존경받는 미술가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그는 사실적 재현이라는 서양 미술의 의무적 프레임에서 해방을 이끌어냈고 순수성과 독창성을 추구하는 모더니즘 미술 시대 개막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하지만 고흐는 생애 동안 지독한 가난과 병마에 맞서 끊임없이 싸워야 했다. 지독한 예술혼을 통해 미술사에 큰 흔적을 남겼지만 정작 고흐는 생애 동안 단 한 점의 그림밖에 팔지 못했다.

   
▲ 빈센트 반 고흐의 생전에 팔린 유일한 작품 '아를의 붉은 포도 밭'

앤디 워홀은 당대에 큰 영광을 누렸고, 고흐는 빛을 보지 못한 채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두 인물의 삶은 대비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자신의 생애 동안 빛을 보는 예술가의 주요 성공 요인은 시대정신이다.

앤디 워홀은 포스트모더니즘의 흐름에 부합하는 예술을 선도한 반면, 고흐의 미술은 독창적이고 훌륭했지만 당대의 경향에 부합하지 않았다. 따라서 고흐 시대 대중들은 그의 예술관을 이해하지 못했다.

고흐가 포스트모더니즘 시대에 태어났다면 그는 어떠한 삶을 살았을까? 마찬가지로 가난 속에 굶주리며 생을 마감했을지, 대중에게 인정받으며 호화로운 삶을 누렸을지, 고흐는 죽었지만 한번쯤 고찰을 해볼 만한 상상이다.


이성은 기자 nomadworker@futur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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