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봉은사 역’명칭 고집하는 이유?
서울시가 ‘봉은사 역’명칭 고집하는 이유?
  • 한정석 편집위원
  • 승인 2015.03.04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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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3월 28일 개통을 앞둔 서울 지하철 9호선의 ‘봉은사 역’ 명칭을 놓고 기독교계와 불교계, 그리고 서울시 간의 갈등이 점입가경이다. 이 문제에서 가장 이해할 수 없는 존재는 서울시다.

서울시 교통관계자는 “서울시 지명위원회는 ‘봉은사가 강남을 대표하는 전통사찰이기 때문에 역사성이 있는 봉은사가 역명(驛名)으로 적정하다’고 결정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시 지명위가 감독기관인 서울시의 규정대로 지명을 결정하지 않았다는 지적에는 침묵하고 있다. 서울시의 ‘지하철 역명제정 기준’을 보면 ‘일반적으로 가장 많이 불리며 해당 지역과의 연관성이 뚜렷하고 지역 실정에 부합하는 옛 지명 또는 법정 동명(洞名), 가로명 등’이라고 기록돼 있다.

▲ 오는 3월 28일 개통을 앞두고 논란을 빚고 있는 '봉은사 역'의 조감도

또 서울시 지명위의 ‘역명 제정 시 배제 기준’에는 ‘특정단체의 홍보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는 명칭이나 향후 분쟁 또는 논란이 될 수 있는 것은 배제’라고 기록돼 있다.

이런 기준에도 불구하고 서울시가 ‘봉은사 역’의 명칭을 고수하는 것은 봉은사가 주변을 대표하는 고적 사찰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 경우 어떤 사찰이 고적 사찰이냐는 점 때문에 서울시는 이에 대한 추가 제정원칙을 두고 있다. ‘역사(驛舍)에 인접하고 있는 고적, 사적 등 문화재 명칭’이 그것이다. 물론 봉은사는 문화재로 등록되어 있지 않은 사찰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지역을 대표하는 다중(多衆) 이용시설, 또는 역의 위치를 쉽게 알 수 있는 지역 명칭’이라는 서울시의 제정원칙에 합당한 ‘코엑스 역’을 버리고 문화재로 등록되지도 않은 봉은사를 역명으로 채택하려는 서울시의 행정에는 말 못할 사연이나 배경이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생긴다.

봉은사는 과거 ‘일본군 전몰장병 충령탑’을 설치하고 중일전쟁 승리를 기원하는 법회를 여는 등 일제 식민통치를 정당화한 대표적인 친일(親日) 공간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 봉은사

1912년부터 45년까지 봉은사 주지를 지낸 승려는 나청호 김상숙 강성인 홍태욱으로, 이들 4명의 이름은 불교계에서 출간한 ‘친일승려 108인’(임혜봉)에 등장할 정도로 대표적인 친일 인사였다. 특히 강성인과 홍태욱은 ‘친일인명사전’(민족문제연구소)에 등재될 정도로 친일에 앞장섰던 승려임이 확인됐다.

서울시 지하철 역사명 제정원칙에는 ‘이전 우려가 없고 고유명사화된 주요 공공시설물’ ‘지역을 대표하는 다중 이용시설 또는 역의 위치를 쉽게 알 수 있는 지역 명칭’ ‘시설물이 대표 지역명으로 인지가 가능한 시설명’에 의해 그 적합성을 인정받는 코엑스도 있다.

‘코엑스 역’은 서울시 지명위 내부에서 이미 충분히 타당성 논의가 있었으나 조계종이 이를 봉은사 역으로 바꾸기 위해 불교계 인맥을 총동원했다는 사실은 이미 언론 보도를 통해 그 정황들이 모두 드러났다. 더구나 박원순 시장은 서울시장 당선되기 전인 2007년부터 2010년까지 봉은사의 미래기획위원장 직함을 가지고 있었던 사실이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이런 문제는 종교적 중립을 지키는 시민단체들이나 서울시의회가 지적하고 충분히 논의했어야 할 문제였음에도 불구하고 침묵하자 기독교계를 대표하는 한기총이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이에 대해 반(反)기독교적 단체들과 언론들은 ‘기독교계의 횡포’라고 비판한다.

 

한정석 미래한국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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