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여성이 낳은 중국내 무국적 아이 3만명 달한다
탈북여성이 낳은 중국내 무국적 아이 3만명 달한다
  • 미래한국
  • 승인 2015.03.16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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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애란의 평양별곡]
 

한 달 전 쯤 중국에서 사역하는 목사 한분이 필자를 찾아왔다. 그분은 중국에서 수난당하고 있는 북한여성들 그리고 중국인 남성과 북한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들의 문제로 엄청난 분노와 참담한 마음을 토로하면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무 힘도 없는 필자에게조차 하소연해야 할 정도로 북·중 국경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대판 인신매매의 실상은 처참했다. 아무런 법적 보호도 받지 못하고 살아가는 탈북여성들이 출산한 아이들의 운명 또한 비참하기는 매한가지였다.


탈북 후 인신매매당해 강제 결혼

중국을 거쳐 온 대부분의 탈북여성들은 북송 위험을 모면하기 위해 중국에서 원하지 않는 결혼을 하게 된다. 일부 여성들은 가족을 살리기 위해 북한에서 떠날 때부터 중국에 팔려오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렇게 팔려온 북한여성들은 노예와 다름없는 생활을 하게 된다. 자신의 의사와 관계없이 중국에서도 여기저기로 팔려 다닌다. 심지어는 한 집에서 아버지와 아들들이 번갈아가며 성폭행을 해대는 상상하기조차 끔찍한 생활을 강요당한다고 한다.

경험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3년 전까지 북한여성이 중국에 팔려가는 비용은 5만위엔(한국돈 800만원) 정도였는데 요즘은 북·중 국경의 단속이 심해지고 탈북이 어려워져 7만위엔(한국돈 약 1000만원) 정도로 가격이 상승했다고 한다.

팔려오는 북한여성들의 나이는 25세 미만으로 어린 처녀들이 대부분이다. 원하지 않는 결혼과 원하지 않는 출산을 하게 되는데 출산을 해도 태어난 아이가 호적을 가질 수 없어 늘 북송의 위험에 시달려야 한다. 이를 피하려고 중국 공안원이나 변방대원을 비롯한 중국 공무원들에게 뇌물을 바치고 뒷돈을 낸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한국 사람들이나 한국행을 돕는 브로커를 만나면 한국행을 선택하게 된다. 한국행에 성공하면 아이들과 남편을 남겨둔 채 한국에 입국한 후 정착하기 위해 또다시 결혼을 해서 출산을 한다. 일부 탈북여성들은 중국에서 남편과 아이들을 데려오지만 대부분의 여성들은 홀로 입국해 남한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 싶어 한다.

   
▲ 중국 연변의 거리

필자가 만난 한 여성은 올해 만 29세로 14세 때 중국에 갔다가 21세에 아이를 낳고 북한으로 들어갔다가 7년 만에 다시 탈북해 아이를 중국에 둔 채 한국에 입국했다.

그전에는 중국 하북성에 거주했다고 한다. 그에 따르면 그 지역에도 인신매매로 결혼해 사는 탈북여성들이 수 십 명이 있었고 그들 모두는 강제북송의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숨소리조차 크게 내지 못하고 폭력과 노동력 착취, 성폭행 등 불이익을 당하지만 말 한마디 못하고 살아간다고 한다.

2010년 부산에서 자살한 탈북여성의 경우에는 북한에 남편과 딸을 남겨두고 식량을 구하기 위해 압록강을 건너 탈북했다가 중국에서 인신매매로 결혼해 다시 둘째 딸을 낳았다.

생활고를 견디지 못해 중국에서 출산한 둘째딸을 중국 땅에 남겨두고 남한에 입국해 정착했다. 남한에서 또다시 세 번째 결혼을 하고 아들과 딸을 출산했다.

그러나 직업도 없고 남편과의 혼인신고도 어렵고, 남편의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생활고에 시달리게 되자 결국은 자살을 선택해 많은 사람들을 안타깝게 했다.

이 여성은 북한, 중국, 한국 세 나라 국적의 아이들을 출산했고 결국은 북한과 중국의 아이들이 버려지게 됐으며 한국에서도 생활고를 이기지 못해 자살하는 바람에 한국에서 태어난 아이들도 보호자 없이 방치된 것이다.


아이들 방치돼 범죄자로 쉽게 전락

대규모 탈북과 함께 시작된 북한여성들의 인신매매와 강제결혼이 벌써 20년 이상 지속되면서 현재 중국의 동북 3성을 비롯한 여러 지방에는 탈북여성들이 강제 북송되거나 남한행을 선택해 버려진 아이들이 3만명에 육박한다고 한다.

갑자기 아내를 빼앗긴 중국 남성들은 대부분이 타락해 술과 폭력을 일삼고 아이들은 방치돼 거리를 떠돌며 방랑생활을 한다. 그러다보니 이 아이들에 의한 범죄가 증가하고 이 아이들은 중국내에서 아주 위험하고 강력한 범죄 집단을 구성한다는 것이다.

서모 목사는 이제는 중국정부가 중국에서 결혼해 살고 있는 탈북여성들에게 호적을 부여하고 아이들을 마음 놓고 키울 수 있도록 법적 조치를 취해줘야 하며 탈북여성들이 강제북송의 불안에 떨지 않도록 제도적으로 안전장치를 만들어주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한다.

20세기에 벌어진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21세기의 현대판 인신매매와 성착취, 성폭력의 비극을 끝장내는 것이 더 시급한 문제라고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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