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도 북한식 ‘김영란法’ 선포
김정은도 북한식 ‘김영란法’ 선포
  • 미래한국
  • 승인 2015.03.18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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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애란의 평양별곡] 북한 간부들의 요지경 부정부패와 뇌물 수수
 

“당 간부는 당당하게 해먹고, 보위부는 보이지 않게 해먹고, 안전원은 안전하게 해먹고,
행정 간부는 행패질하며 해먹고, 교원은 교활하게 해먹고, 사무원은 살살 해먹는다”

북한 정권은 지난 2월 18일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부정부패 행위와의 투쟁’을 선언하고 본격적으로 간부들 기강 잡기에 나섰다. 노동신문은 간부들의 사리사욕 추구를 강하게 비판하며 청렴한 생활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신문은 ‘유훈 관철에서 일꾼(간부)들은 기수, 전위투사가 되자’라는 제목의 글에서 청렴결백과 배치되는 물욕은 사상적 변질의 첫걸음이라며, 간부들이 사생활에 지나치게 머리를 쓰면 혁명과업 수행에 무관심하게 되기 때문에, 간부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절대로 잘 살기를 바라지 말고 인민들과 똑같이 생활하는 것을 체질화, 습성화하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것은 사실상 북한에서 전혀 실천할 수 없는 주문이다. 김정은이 이야기하는 부정부패 그 자체가 생존의 유일한 방법이어서 부정부패 없이는 한순간도 살지 못하고 굶어죽어야 하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1990년대 중반 국가의 식량배급 외에는 어떤 생존수단도 없던 북한 주민들은 어느 날 갑자기 중단된 식량배급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수백만 명이 굶어죽었다.

당시 상황에 대해 북한 주민들은 “고난의 행군 시기에 착한 사슴과 노루는 다 굶어 죽고 승냥이(이리)와 여우만 살아남았다”고 표현하고 있다. 이러다보니 불법과 부정부패 기술은 지난 20년 동안 상당히 진화되었다.


“손에 풀기 있을 때 해먹어야”

배급제 시절 간부들의 부정부패는 주로 현물 획득이었다. 주로 자신이 취득할 수 있는 물품에 한정됐다. 배급제에서는 사람들이 물건을 마음대로 팔 수 없다. 돈이 있어도 늘 상품이 부족해 필요한 물건을 아무 때나 사들이지 못한다.

따라서 부정부패를 하다 걸린 간부들이 취득한 물건을 보면 식량이나 생필품, 예를 들면 옷감, 신발, 비누, 설탕, 과자, 손목시계, 옷 같은 것들이었다.

그러나 현재는 장마당이 형성되어 ‘고양이 뿔 내놓고는 다 있다’고 할 정도로 생필품 유통시장이 이뤄져 상품보다 보관이 쉽고 활용도가 높은 위안화나 달러 같은 현금을 축적하고 있다.

북한 체제는 명목상으로는 배급제에 기초한 사회주의 계획경제이지만 지금은 배급제니, 사회주의 계획경제니 하는 용어는 사전에서나 찾아봐야 할 정도로 낯선 단어가 되었다. 북한 주민들은 장마당이라는 불법적인 지하 시장경제로 생계를 유지한다. 나라 전체가 부정과 불법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 북한 주민들의 생존을 책임지는 장마당. 장마당에서는 '고양이 뿔 내놓고는 다 있다'고 할 정도로 다양한 생필품, 식량 등이 거래된다.

현재 북한에서 누구든지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고리로 당할 수밖에 없지만, 장사하지 않고 사는 사람은 간첩이거나 공작원이라고 말할 정도이다. 북한 주민들 속에서는 “손에 풀기 있을 때 해먹어야 한다”는 한탕주의가 만연해 있다.

현재 대한민국에 입국한 탈북자는 약 3만 명에 달한다. 굶어죽지 않기 위해 탈북한 사람들보다 먹고 살기 위해 애쓰다가 당국에 의해 부정부패로 몰리거나 불법행위로 몰려 집안 살림살이와 장사 물건을 몽땅 압수당하고 처벌을 당하게 되어 탈북한 사람들이 훨씬 더 많다.

개인의 사유재산을 인정하지 않아 먹고 살만한 경제적 환경은 전혀 만들어주지 못해 굶어죽는 것을 방치하다가 열심히 노력해서 재산을 모으면 부정부패로 몰아 재산을 몰수하고 공개처형을 하거나 감옥에 처넣는 반(反)인도적, 반(反)인륜적 북한 정권이 탈북을 강요한 것이다.


뇌물 천국(天國), 부정부패의 소굴

북한 주민들은 돈이 있어도 걱정이고 없어도 걱정이다. 돈이 없으면 굶어죽어야 하고, 돈이 있으면 부정부패나 불법행위로 몰려 감옥에 가거나 공개처형 당하기 쉽기 때문이다.

사실 북한에서 부정부패를 가장 많이 할 수 있는 자리는 법을 집행하는 검찰, 안전부, 노동당, 보위부 등이다. 불법을 통제하는 최전선에는 안전원과 검찰, 각종 규찰대와 다양한 이름을 단 상무(예를 들면 9·18 상무 등 어떤 목표를 실행하기 위해 만들어진 임시조직) 등이 있다.

노동당은 정치적으로 막강한 권력을 행사한다. 특히 노동당 조직부와 간부부는 안전부, 검찰, 보위부 등의 간부사업을 통해 검찰과 안전부를 통제하고, 또 먹을 것이 생기는 자리에 사람을 앉히는 인사를 책임지기 때문이다.

보위부는 세관과 외사부를 통해 중국 여행증명서를 발급하고 사람들을 감시하거나 중국 여행이나 무역 등을 관장하는 업무로 엄청난 부(富)를 축적할 수 있다.

말 그대로 북한은 뇌물 천국(天國)이자 부정부패의 소굴이다. 북한 주민들은 북한의 부정부패 현상에 대해 “당 간부는 당당하게 해먹고, 보위부는 보이지 않게 해먹고, 안전원은 안전하게 해먹고, 행정 간부는 행패질하며 해먹고, 교원은 교활하게 해먹고, 사무원은 살살 해먹는다”고 말하고 있다.

북한에서 뇌물은 권력을 만들고 권력은 다시 뇌물로 연결되어 순환하며 북한체제를 떠받들고 있다. 부정부패는 현재의 북한 정권을 유지하는 핵심 동력이며 북한 주민들을 김정은에게 충성하게 만드는 마지막 보루다.

그런데 김정은이 부정부패 척결의 칼을 빼들었다고 하니 “까마귀 하루에 열두 가지 소리하다가 나중에는 제 죽을 소리까지 한다”고 김정은이 드디어 자기 무덤을 파는 것 같다.

요즘 북한에는 “당이 정책을 세우면 인민은 대책을 세운다”는 말이 유행한다고 한다. 김정은이 간부들에게 굶어죽는 인민들과 똑같이 가난하게 살라고 강요하는 정책이 간부들과 북한 주민들의 대규모 탈북을 부추기는 결과로 나타날 것 같다.


이애란 북한전통음식문화원장·미래한국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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