多문화, 多종교로 구성된 산유국 아제르바이잔
多문화, 多종교로 구성된 산유국 아제르바이잔
  • 김범수 편집위원
  • 승인 2015.03.30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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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수의 세계여행 42] 람지 테이무로브 아제르바이잔 대사

미국 펜실베이니아 유전보다 앞서 개발된 바쿠 유전에 막대한 석유 매장

아제르바이잔(Azerbaijan). 발음조차 익숙지 않은, 우리에게 ‘낯선’ 나라 중 하나다. 1991년 10월 구(舊) 소련으로부터 독립한 아제르바이잔은 사람 나이로 치면 이제 겨우 20대 초중반. 하지만 역사를 들여다보면 지구상 어느 나라보다도 유구(悠久)한 역사와 문화적 전통을 갖고 있다. 

수도 바쿠의 인근지역에서는 기원전 5000년대의 벽화를 여기저기서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인류의 발자취가 숨 쉬고 있다. 

지도를 보면 동쪽으로는 카스피해(海), 북쪽으로 러시아와 그루지야, 서쪽으로 아르메니아와 터키, 남쪽으로 이란과 맞닿아 있는 동서양 문명의 길목에 자리 잡고 있어 역사적 부침을 짐작할 수 있다.

한남동에 위치한 아제르바이잔 대사관에서 람지 테이무로브(Ramzi Teymurov) 대사를 만나 아제르바이잔의 역사와 문화, 우리나라와의 관계 등에 대해 들어봤다. 

- 아제르바이잔은 대다수 우리 국민은 물론 세계인들에게도 좀 낯선 나라인 것 같습니다. 먼저 아제르바이잔이 어떤 나라인지 간략한 설명을 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련이 붕괴된 1991년 독립한 아제르바이잔은 20여 년의 역사를 가진 국가이기에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2013년까지 유엔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을 맡는 등 단기간 내에 국제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올라섰습니다. 경제적으로는 구(舊) 소련 지역 국가들과 동부 유럽지역 내에서 가장 빠른 성장력을 가진 국가 중 하나입니다.

▲ 람지 테이무로브 대사. 그는 2011년 한국국제협력단 프로그램으로 한국에 와서 18주 동안 한국의 역사와 한강의 기적 등을 공부한 한국통이다.

또한 기원 전 5000년경부터 시작되는 역사적 배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종교적으로는 무슬림이 대다수이지만 기독교, 유대교 등 다양한 종교가 공존하는 다문화(多文化) 다(多)종교 국가입니다. 종교적인 충돌에 대한 기록이 없을 정도로 종교적 차별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 기독교 등 선교활동이 자유롭지는 않은 것 같은데요. 이웃한 아르메니아와의 분쟁에는 종교적 요인도 있는 것 같고, 최근 국제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극단 이슬람세력 IS 활동에 의한 영향은 없나요. 

종교의 포교활동이 자유롭지 않은 건 사실입니다. 그건 기독교와 유대교 등 어떤 종교든 상관없이 똑같이 적용받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이들 종교단체들도 제한적 활동은 허가돼 있습니다. 

수도 바쿠에 유대교, 기독교, 가톨릭 정교 등의 회당과 교회들이 존재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지요. 아르메니아와의 분쟁을 종교전쟁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긴 한데 아제르바이잔엔 아르메니아 교회도 존재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아제르바이잔 사람들은 우리가 세속적, 비종교 국가라는 데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IS 문제와 관련해서는 우리는 국경에서부터 강경주의자들을 완전히 통제하고 있습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들 때문에 이슬람에 대해 많은 오해를 사고 있다는 점입니다. 

IS는 이슬람 정신과는 완전히 다른 기형적인 존재입니다. 아제르바이잔에 와서 이슬람을 체험하게 된다면 매우 온화하고 인정 많은 종교라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 경제적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설명하셨는데, 독립 이후 어려운 과정도 있었던 것으로 압니다. 현재 경제적 상황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1993년 헤이다르 알리예프가 대통령으로 선출된 이후 가장 먼저 정치 경제적 안정화를 위해 아르메니아와 정전협정을 체결하게 됩니다. 아르메니아의 일방적인 적대 행위가 계속되는 가운데 내린 어려운 결정이었지만, 이로 인해 경제 성장이 이뤄지는 계기가 마련됐습니다. 소련 연방의 몰락으로 인해 아제르바이잔 산업 전반이 무너졌습니다. 더구나 당시 아르메니아와의 분쟁으로 국민 아홉 명 중 한 명이 난민으로 정부의 보호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우선 천연자원을 판매하기 위해 다른 국가들과 협상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습니다. 아제르바이잔은 석유 자원을 판매하기 위한 기반시설이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에 서구권의 정유회사들에게 매력적이었습니다. 2000년대 BTC(바쿠-트빌리시-제이한) 송유관이 건설되어 지중해로 아제르바이잔 석유가 수출되기 시작하면서 급속한 경제 성장이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당시 지도자들은 ‘정부석유기금’을 만들어 석유와 가스 수출로 인한 소득을 다 쓰지 않고 후대를 위해 관리하는 제도를 만들었습니다. 이는 아제르바이잔이 보유하는 해외 자본, 주식, 통화 등 여러 자산을 국가적으로 관리하는 제도입니다. 예를 들어 최근 우리 정부는 한국의 미래에셋이 소유하고 있는 건물을 약 45억 달러를 지불하여 구매했습니다.

이는 아시아 지역의 첫 투자이며, 지금까지 투자가 유럽에 집중되어 있던 것을 생각하면 획기적인 사건이었습니다. 천연자원의 수출이 영원히 보장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기에 우리는 문화, 관광 등 다른 영역도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먼저 개발된 바쿠 유전 

- 아제르바이잔의 바쿠 유전은 이미 오래 전부터 개발 발전돼 오지 않았습니까. 세계에서 가장 먼저 개발된 유전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맞습니다. 바쿠의 유전은 19세기 중반 개발된 미국의 펜실베이니아 유전보다 앞서 개발된 것으로 평가됩니다. 2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소련이 나치 독일에 승리할 수 있도록 한 주요 요소 중 하나였습니다. 

막대한 석유가 매장돼 있는 바쿠 유전은 독일과 소련 양 진영 중 누가 지배하느냐에 따라 전쟁의 승패를 가를 정도로 전략적 요지였습니다. 덕분에 소련 시절에도 많은 성장을 이뤘지만 소련 연방이 무너지며 산업시설들도 모두 같은 운명을 맞이했던 겁니다. 우리는 모든 것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습니다.

▲ 아제르바이잔 경제의 젖줄인 바쿠 유전.

- 한국과 아제르바이잔 양국의 관계에 대한 설명을 바랍니다. 어떤 협력을 진행 중에 있고 현안은 무엇인지요. 

한국은 아시아를 통틀어 아제르바이잔의 최고 파트너 국가 중 하나입니다. 1992년 수교를 했고, 2006년 한국 대통령이 아제르바이잔을 방문하여 상호 협조 관계를 다지게 되었습니다. 2007년 아제르바이잔의 대통령이 첫 공식 방한(訪韓)을 하면서 양국관계가 급속도로 발전하게 됐습니다. 

우선 양국의 수교 관계는 경제와 무역에 중심을 두고 있습니다. 현재 40여 개의 한국 기업이 아제르바이잔에 진출해 있는데 이들은 주로 기반시설, 교통, 건설 등의 분야 프로젝트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양국은 경제 분야뿐만 아니라 관계를 다양화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 예로 2013년 아제르바이잔 국방장관이 한국을 방문하여 국방협력에 관한 양해각서를 작성했습니다. 이밖에도 SEBA(서울-바쿠)협회의 주도하에 양국의 문화적 교류도 힘쓰고 있습니다. 작년 12월에는 한국 총리가 아제르바이잔을 방문해 대통령과 회담을 가졌습니다. 

 - 양국관계의 무역 현황을 살펴보면 한국의 대(對)아제르바이잔 수출액이 2013년 기준 약 3억 달러로, 100만 달러 수준에 그친 수입액보다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아제르바이잔은 비(非)천연자원 분야를 개발하기 시작한 지 이제 10여 년이 채 되지 않습니다. 이 정책이 자리를 잡기까지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국이 아제르바이잔의 과일과 주스 등 농산품과 가공품의 큰 시장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가 있지만, 한국의 수입 규정으로 인해 아직 어려움이 있습니다. 

석유의 경우 2008년에 약간의 수출이 있었고, 지금도 관심이 있는 한국 기업들이 있긴 하지만 국가적인 요청은 없는 상황입니다. 현재는 비천연자원 분야의 무역량을 증가시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다문화의 세계화를 위한 ‘바쿠 프로세스’ 

- 비슷한 시기에 북한과도 수교를 한 것으로 압니다. 북한의 핵(核)문제와 인권 문제에 대한 입장은 무엇인가요. 

북한과 수교를 맺긴 했으나 활동성이 있는 관계는 아닙니다. 북한에 대사관이 없고 중국 대사가 북한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북한의 인권 문제에 대해 우려하고 있으며, 특히 북한의 핵무기 개발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원할 것이며 한국과 결속력 있는 관계를 유지할 것입니다.

- 수천년 동안 유수의 문명과 많은 주변국들과 교류를 해오면서도 독립적인 언어와 민족, 문화를 유지할 수 있었다니 놀랍습니다. 그 비결이 뭔가요. 

아제르바이잔의 문화와 민족적 특성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지요. 아제르바이잔은 다양한 문화가 한데 섞이는 장소가 돼 왔습니다. 

2018년 또는 2019년 5월 제3회 국제 다문화포럼을 아제르바이잔에서 개최할 예정입니다. 이전 1·2회 포럼에서는 다양한 문화권의 국가 수반들이 한 자리에 모여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 이해하고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수도인 바쿠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이를 바쿠 프로세스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아제르바이잔은 서구권 문화와 동부권 문화가 만나며 북과 남을 이어주는 교차로에 놓여 있기에 지리적으로도 이런 역할을 하는 데 있어 중요한 위치에 있습니다. 우리는 소수 문화를 파괴하거나 문화적으로 충돌을 겪은 일이 없습니다. 

언어적인 부분을 봤을 때 아제르바이잔은 투르크어를 사용하는 국가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투르크어 이외에도 러시아어와 영어는 기본이고 페르시아어를 사용하는 국민들도 많습니다. 

한국에 있는 아제르바이잔 학생들은 한국어까지 배우는데, 기업들은 고용할 때 다양한 언어를 할 수 있는 우리 학생들을 선호한다고 합니다. 

- 독립 이전까지 소련의 지배하에 있었고 전쟁 중에는 소련의 의한 아제르바이잔 지식인의 대량 학살 등의 사건도 있었는데, 지금 러시아와의 관계는 어떻습니까. 

소비에트연방 시절에 있었던 일들은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러시아는 지금 다른 나라이고, 전혀 다른 정책과 다른 지도자들이 나라를 이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당시 일어난 일이 우리 아제르바이잔에서만 일어난 일도 아니고, 불행했지만 아픈 시대의 역사였기에 우리는 과거를 들춰보지 않습니다. 다만 현재까지 진행되고 있는 아르메니아의 적대성과 아제르바이잔 내부 난민들은 큰 도전 과제이긴 합니다. 

- 아제르바이잔의 나라 이름이 ‘불의 국가’를 의미한다고 들었습니다.

가장 유력한 설명입니다. 여러 학자들이 이름의 근원을 찾기 위해 역사적 배경과 이론들을 연구해 왔습니다. 아제르바이잔 바쿠 부근에는 자연적으로 불이 솟아나는 곳이 있는데,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국가의 이름이 이곳에서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일부 사람들은 마케도니아의 장군 이름인 아제르바이잔에서 왔다는 설도 있습니다. 

- 수도 바쿠는 근래 관광지로서 세계인들에게 부각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바쿠에 가면 어떤 것들을 기대할 수 있나요. 

바쿠는 급속도로 변화하고 발전하는 곳입니다. 10년 만에 바쿠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은 그 변화의 속도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합니다. 통계적으로 한국인 관광객의 수는 매년 10%씩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바쿠 외의 지역에도 호텔 스파 골프 시설들을 갖추고 있는 지역들과 역사적인 기념물을 갖춘 곳들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고부스탄 지역에는 5000여 년 전의 고대 벽화 등 고고학적인 유적지들을 볼 수 있습니다. 

- 초대 주한 아제르바이잔 대사이시죠. 한국에 대한 인상은 무엇입니까. 한국으로부터 배우거나 앞으로 양국이 협조해 나가야 할 부분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저는 2011년에 한국국제협력단(KOICA)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을 처음 방문했습니다. 18주 훈련기간 동안 한국의 역사와 한강의 기적 등을 매우 흥미롭게 배웠습니다. 

한국은 아제르바이잔과는 다르게 천연자원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인적(人的) 자원만으로 이러한 성공을 이뤄냈다는 점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곳입니다. 

현재 아제르바이잔은 천연자원의 혜택을 받고 있으므로 한국의 인적 자원 활용을 배워 15년에서 25년 내에 더 큰 도약을 하고 싶습니다. 특히 북한의 경제 상황이 1970년대까지는 남한보다 우세했지만은 지금은 남한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북한보다 잘 살고 있다는 점에 매우 놀랐습니다. 

한국이 과거 인적 자원 개발을 위해 해외로 유학생들을 보냈던 것처럼 우리 정부도 많은 학생들을 해외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유학 지원 프로그램에서 한국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요. 

현재 75명의 아제르바이잔 학생들이 한국에 있고 그 중 35명이 한양대, 카이스트(KAIST) 등 정부 프로그램에 등록된 35개 한국 대학에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한국 프로그램이 시작된 지 5년이 되었는데, 여기서 경험을 쌓은 학생들이 아제르바이잔의 발전에 도움이 될 것으로 믿습니다.


* 이 기사는 '미래한국TV'를 통해서 동영상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 해당 영상 링크 : http://youtu.be/tpG3k0rxA-M


김범수 미래한국 편집위원
정리 박종하 미래한국 인턴기자
사진·영상 황규진 객원기자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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