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구’로 변한 사이버 공간
‘해방구’로 변한 사이버 공간
  • 미래한국
  • 승인 2015.04.03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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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취재] 구멍 뚫린 사이버 안보

●국가 뒤흔드는 유언비어, 妄言, 거짓말 유포해도 처벌 못해
●전문가, 정당, 언론, 시민단체가 조직적으로 괴담 유포 확산
●허위사실 유포 막는 법적 근거 없으면 극심한 사회혼란 반복될 것


정재욱 미래한국 기자 jujung19@naver.com

지난 3월 6일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의 토론 커뮤니티 아고라에 ‘대사 피습, 미국 자작극이란 추가 증거가 나왔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이 글을 작성한 네티즌은 “깊이 5㎝, 길이 11㎝의 상처를 입은 사람이 수술 후 그 날 바로 퇴원할 수 있나요.

또 어떤 종편이나 동영상에도 피습 당시에 칼을 쓴 장면이 없습니다”라고 주장했다.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가 테러를 당한 것처럼 자작극을 벌였다는 것이다. 이 네티즌은 또 “준비한 돼지 피를 꺼내고 묻히는 장면이 포착되어 부자연스럽게 연출이 되고 자작극이 드러날까봐 그 장면만 짤라내 편집했나요”라는 황당한 의혹을 제기했다.

이 글에는 최근까지도 “가능성 충분하다”, “누가 봐도 조작질이 의심된다” 같은 댓글들이 달려 있었다. 물론 “친일 매국노의 수장(首長) 이승만이 자발적 미국 꼬봉(꼬붕)으로 자주적 작전권도 상실시켰고, 그 뿌리가 잘리지 않는 한 불행의 악순환은 끝나지 않는다”는 식의 좌파 진영의 전형적인 반일(反日)·반미(反美)·반(反)정부적 댓글들이 합세해 있다.

▲ 리퍼트 대사의 테러 피습을 '자작극'이라고 선동하는 글이 인터넷에 떠돌고 있다. 우리 경찰당국은 명백한 허위사실이 분명한데도 이를 작성한 사람을처벌하지 않고 눈치만 보고있다.

리퍼트 대사의 ‘테러 자작극 설(說)’은 퇴원 날짜(3월 5일 테러가 발생한 지 닷새 후인 10일 퇴원)가 틀릴 정도로 기초적인 사실 확인도 안 돼 현재까지는 좌파 언론과 정치권의 관심마저 끌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이야 김기종의 리퍼트 대사 테러에 대한 국민 여론이 좋지 않아 잠잠하지만, 상황 변화에 따라 언제 또 다시 유언비어의 작은 불씨가 괴담(怪談)으로 폭발할지 모를 일이다.
 

사이버 괴담, 수사를 안 하나, 못하나?

문제는 아직까지도 해당 글이 인터넷 포털 사이트 이곳저곳에 올라와 있고, 경찰이 괴담의 최초 유포자를 수사했다는 소식도 없다는 점이다. 제재를 할 방법이 없는 것인가, 안하는 것인가.

경찰청 사이버수사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자작극설 유포에 대한 기초 조사는 이미 진행됐고 미(美) 대사관의 의사도 수시로 확인하고 있다고 한다. 또 명예훼손이 아닌 외국 사절(使節) 모욕죄 적용이 가능하다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일반적인 사이버 명예훼손은 누군가를 비방할 목적이 있었는지의 여부나 공연성(公演性), 또는 공익성(公益性) 등 따질 것이 많지만, 외국 사절 모욕죄의 경우 형법 제107조 2항 ‘외국 원수 또는 외국 사절에 대하여 모욕을 가하거나 명예를 훼손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에 처한다’는 조항에 따라 공연성 등을 입증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피해 당사자가 고발해야 하는 친고죄(親告罪)가 아니라 경찰이 직접 수사에 나서 처벌할 수 있는 반의사 불벌죄(反意思 不罰罪)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이 사건을 관할하는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가 해당 게시자의 행위에 대해 위법성(違法性)을 가리는 게 정상이다. 그런데 사이버수사대의 입장은 조심스럽다. 해당 수사대장은 “리퍼트 대사 자작극 설을 유포한 자에 대한 수사 여부는 민감한 문제라 말하기 곤란하고, 현재 필요한 조치는 다했다”고 답했다. 주한 미국 대사가 백주에 흉기에 얼굴을 찔리는 사건을 피해자의 자작극으로 모는 유언비어에 대한 대처치고는 너무 소극적이다.

차기환 우정합동법률사무소 공동대표는 “위법 사실이 의심되면 법대로 대응하는 게 수사 당국의 할 일”이라며 “허위사실이라는 점과 명예훼손이 명백한데도 처벌하지 않을 뿐 아니라, 해당 글이 인터넷에 그대로 떠돈다면 우리 사회에 횡행하고 있는 황당한 유언비어, 괴담을 그대로 방치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외국 사절에 대한 확고부동한 유언비어의 처리도 이렇게 조심스러운 우리 사법당국이니 일반인들의 괴담 사건이나 사이버 상의 명예훼손 사건 경우엔 더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 동안 우리는 괴담 수준의 유언비어가 인터넷 온라인 망과 SNS를 통해 독감 바이러스처럼 퍼져 나가 사회 전체를 아수라장으로 만든 사례를 적지 않게 경험했다. 갓 출범한 이명박 정권을 강타한 2008년의 광우병 괴담, 2010년 ‘천안함 폭침은 우리 정부의 자작극’이라는 괴담, 세월호 때의 셀 수도 없이 쏟아져 나온 괴담들이 대표적이다.

2008년 광우병 괴담의 경우 촛불 시위까지 이끌며 전국을 뒤흔들었다. 당시 촛불 시위대가 내건 ‘뇌송송 구멍탁’이라는 구호는 괴담의 무책임한 선동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 말은 ‘미국산 소고기를 먹으면 뇌에 구멍이 뚫린다’는 의미로,  아무 근거 없는 거짓말이었다.

최근에도 한미 FTA, 철도·의료 민영화에 따른 각종 괴담 등 정치적 이슈를 비롯해 ‘국내 실종자들의 사체(死體)가 중국 인육(人肉)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다’, ‘중국인들이 인육 사냥을 하러 한국으로 몰려온다’ 등의 괴담들이 국민의 불안감을 자극하고 정부에 대한 불신을 가중시켰다.

최근의 괴담이 무서운 이유는 사실 여부를 판단할 시간적 여유가 없을 정도로 확산 속도가 빠르기 때문이다. 보급률이 80%에 이르는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SNS 서비스의 확대가 이런 환경을 만들었다. SNS 가운데 트위터가 익명성(匿名性)과 순식간에 정보를 퍼뜨리는 전파속도 때문에 괴담 확산에 강력한 위력을 발휘한다.

관련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 트위터 이용자는 약 200만 명 정도인데, 이들이 하나의 트윗 내용을 읽고 다시 리트윗할 때 걸리는 시간은 약 25초에 불과하고, 10분이면 그 글의 전체 리트윗의 절반이 진행된다고 한다. 또 전 세계의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라도 트위터 계정 4개 정도만 거치면 서로 연결되기 때문에 트위터에 글을 올리면 5분 안에 전 세계를 한 바퀴 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학계의 연구에 의하면 트위터 사용자의 1%가 콘텐츠를 생산하고, 9%가 리트윗을 하며 나머지 90%는 관망하는 ‘1:9:90 법칙’을 따르는 데 반해, 우리나라는 영향력을 가진 사용자, 소위 ‘증폭자’가 정보의 창출과 리트윗에 참여함으로써 의혹의 확산이 다른 나라에 비해 훨씬 빠르다고 한다. 이종헌 전(前) 청와대 천안함 TF 팀장은 이를 ‘증폭자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천안함 사건 당시 소설가 이외수 씨나 팟 캐스트 방송 ‘나꼼수’ 등이 증폭자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루머나 괴담, 명백한 허위 선전 선동 글이 SNS를 통해 무차별로 증폭 확산되기 때문에 정부나 공신력 있는 기관이 초기 단계에서 루머를 파악해 사실 여부를 확인하고 공표해 확산을 저지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미네르바 위헌 판결의 파장 : 사이버 상의 ‘허위사실 유포’ 처벌 불가능

때문에 허위사실 유포에 대한 강력한 법적 처벌 조치가 마련되어야 하는데, 현실에선 제재 자체가 어렵다. 사이버 허위사실 유포 행위의 처벌 근거는 전기통신기본법 제47조 1항이다. 이 조항은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전기통신설비에 의해 허위의 통신을 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함으로써 허위사실 유포 행위에 대해 처벌이 가능하도록 했다.

그런데 미네르바라는 필명을 사용하는 박대성 씨가 이 조항에 대해 제기했던 헌법소원에서 헌법재판소가 2012년 12월 위헌 결정을 내림으로써 상황이 돌변했다. 기소 자체가 어려워진 것이다. 실제로 이 조항이 적용돼 1심 재판을 받고 있던 천안함 폭침 사건 및 연평도 포격 관련 허위사실 유포 혐의자 41명이 공소 취소 처분을 받았다.

최근에는 개인정보를 등록하지 않더라도 포털 사이트 게시판 등에 글을 작성할 수 있어 경찰에서 작성자의 신원 파악도 쉽지 않다. 경찰청 관계자는 “IP 추적 등을 통해 신원을 파악할 수는 있지만, 아무래도 시간 싸움에서 지고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런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검찰이 지난해 전담 수사팀을 구성해 사이버 명예훼손에 대한 엄단 의지를 밝히고 있지만, 피해자를 특정하기 어려운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서는 처벌할 수 있는 마땅한 법적 근거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세월호 관련 허위사실을 유포해 재판에 넘겨졌지만 무죄로 풀려난 홍가혜 씨가 그런 예다.

지난해 4월 세월호 침몰로 전 국민이 애도 분위기에 빠져 있을 자신을 잠수사라고 소개한 홍가혜라는 젊은 여성이 종편에 출연, “해경(海警)이 민간 잠수사들의 구조 활동을 막고 적당히 시간이나 때우고 가라고 했다”, “세월호 안에 생존자의 소리가 났다는 말을 들었다”는 등의 인터뷰를 했다. 그녀는 비슷한 내용을 개인 SNS를 통해서도 유포했다.

이후 해경은 비난의 융단폭격을 맞았고, 모든 발표에 대한 신뢰도는 추락했다. 홍가혜 씨의 폭로는 모두 거짓으로 드러났다. 잠수사라는 말도 사실이 아니었다. 해경은 허위사실을 유포한 홍가혜 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지난 1월 광주지법 목포지원 형사2단독 장정환 판사는 “(홍 씨가) 허위사실이라고 인식했다고 보기 어렵고, 해경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보기도 어렵다”면서 무죄를 선고했다.

 

영국, 일본은 사이버 명예훼손 엄격 처벌

그렇다면 이들 괴담의 유포를 어떻게 막아야 할까. 정부가 나서서 SNS로 유포되는 정보를 차단하는 것에 대해 부작용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괴담이나 루머 자체가 정부에 대한 불신을 기반으로 하는데, 정부가 강제력으로 처벌할 경우 오히려 표현의 자유를 막고 불신만 강화하게 된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소통을 통해 먼저 불신을 해소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의견은 인터넷의 헛소문이나 정보가 과장되고 변질되기도 하지만, 결국 수정 과정을 거치며 신뢰성 있는 것들만 살아남는 자정(自淨) 작용이 진행된다는 낙관적인 견해다.

해외에서도 인터넷 허위사실 유포나 명예훼손에 대한 대응이 엇갈리고 있다. 영국은 명예훼손에 대한 엄격한 법의 잣대를 사이버 공간에서도 동일하게 적용하고 있다.

최은경 한양대 교수는 2012년 방송통신심의위의 저널에 기고한 논문에서 “영국 법정은 야후, MSN, 핫메일 등과 같은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들은 콘텐츠 제공자의 대리로서 그들의 네트워크를 통해 명예훼손적 언급을 했기 때문에 책임이 있다고 판결해 왔다”고 설명했다. 일본도 오프라인과 마찬가지로 사이버 명예훼손에도 엄격해 형법과 민법, 양쪽으로 규제하고 있다.

반면 미국의 경우 허위사실로 인한 명예훼손보다는 표현의 자유를 중시한다. 우리나라나 일본, 유럽 등에서는 명예훼손과 같은 인터넷 상 불법정보에 대해 간접규제 방식으로 미국의 NTD(Notice & Take-down) 시스템, 즉 피해자의 신고 즉시 문제의 표현물을 삭제하거나 차단하는 방식을 활용하지만, 정작 미국에서는 이 NTD 시스템을 저작권 보호에만 적용하고 있다. 표현의 자유의 위축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시민단체, 언론 등이 얽힌 ‘괴담의 비즈니스’ 구조

이와 관련, 이향선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에서는 (포털 사이트 같은)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가 콘텐츠가 허위임을 알았더라도 책임을 지지 않도록 면책권을 부여함으로써 피해자가 구제받을 수 있는 방법을 차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한국을 휩쓸다시피 하고 있는 괴담의 정체가 순수하지 않다는 점이다. 함인희 이화여대 교수는 지난해 1월 여의도연구원에서 개최한 토론회에서 “괴담은 대체로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대변한다는 정의로움의 기치를 앞세우고 등장하지만, 정체는 국가 권력을 향한 무한대의 불신을 표현하는 것이 주목적이고 어떤 형태의 권위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 숨은 의도인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누가 괴담을 생산하고 확산하는지도 문제다. 물론 재미삼아 지어낸 경우도 많다. 2012년 초, 당시 인기를 끌었던 영화 ‘아저씨’를 보고 장난삼아 인터넷에 루머를 만들어 올린 행인 납치 괴담 유포자가 그런 경우다.

최초 게시글이나 사진에 2차, 3차로 자기만의 해석을 더하면 그럴듯한 ‘설(說)’들이 생성된다. ‘아는 사람의 회사 동료가 겪은 일이다’, ‘친구인 경찰이 확인해 줬다’는 식으로 재(再)가공되면 단순한 ‘카더라’(~고 하더라) 식 이야기가 순식간에 그럴 듯한 괴담으로 둔갑한다. 2012년 연신내역 살인 괴담의 확산에는 범인의 옷차림과 인상착의까지 묘사한 2차 루머가 큰 힘을 발휘했다.

문제는 특정 정치 성향을 공유하는 진영에서 괴담을 인위적으로 생성할 때 발생한다. 이런 조직적 ‘생산-유포-소비’ 구조에 대해 홍성기 아주대 교수는 ‘괴담 비즈니스 구조’라는 명칭을 부여했다.

여의도연구원의 같은 토론회에 참여한 홍 교수는 “전문가, 정당, 언론, 시민단체 모두가 괴담의 유포 확산에 가담하여 괴담 비즈니스를 펼치는 게 우리 사회의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괴담 디자이너들이 그럴 듯한 스토리를 만들면, 정당-언론-시민단체가 이를 유포하고 확산한다는 것이다.

이 구조에 의하면 광우병 및 천안함 사건 때 확산됐던 각종 의혹, 나경원 서울시장 후보의 ‘1억 원 피부미용’ 같은 루머는 시민단체와 정치권, 지지자들이 만들어낸 합작품이라는 것이다.

괴담은 겉으로 드러나는 결과일 뿐 각종 시민단체의 사이트, 인터넷 카페 등이 저변을 확고하게 구축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구창환 소셜미디어컨설팅협회 회장은 “특정 정치적 성향을 가진 수 백 개, 수 천 개 이상의 인터넷 카페가 평소에는 취미, 문화 등의 활동을 하다가 이슈가 발생하면 각종 의혹들을 생성, 유포, 확산한다”면서 “전문가들이 의혹을 담은 콘텐츠를 설계, 디자인하면 다른 카페에서 퍼가고 댓글을 달고 미디어에까지 유포되는 것은 순식간”이라고 분석했다.

▲ 세월호 사건 당시 이종인(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씨가 종편뉴스 '뉴스9'에 출연해 자신이 개발한 다이빙벨이 생존자 구조에 최적의 기구인데 해경이 이 기구의 투입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해 논란을 일으켰다.

국가 위기 상황에서 허위사실 유포에 대한 대처 시급

사정이 이렇기 때문에 우리의 경우 인터넷 허위사실 유포나 그에 따른 명예훼손에 대해 표현의 자유만 앞세우기에는 상황이 단순하지 않다. 우선 위헌 판결로 인해 인터넷 허위사실 유포 행위에 대해 처벌을 어렵게 만든 전기통신기본법 제47조 1항 규정을 대체하는 법안에 대한 입법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 주로 공익(公益)의 의미를 좀 더 구체화하거나, 그로 인한 피해를 추가하는 방식으로 전기통신기본법을 개정하려는 시도들이다.

특히 세월호 침몰이나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같은 국가적 재난이나 위기 상황에서의 허위사실 유포에 대한 처벌 움직임이 주목된다. 세월호라는 국가적 재난에서 구조활동에 혼선을 줄 정도로 유언비어의 폐해는 막대했기 때문이다. 18대 국회에서 이두아 한나라당 의원이 이런 내용을 중심으로 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폐기된 바 있다.

이후 19대 국회에서 한선교 새누리당 의원 등이 지난해 5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4조의7 제1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불법정보에 국가적 재난시기에 허위사실을 사이버 상에 유포하는 행위를 포함시키고, 위 규정을 위반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개정안의 통과 여부가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또 인터넷 실명제나 위치정보 보호법의 통과도 절실하다고 지적한다. 위치정보 보호법이 통과되면 GPS 추적을 통해 괴담의 진원지를 찾아낼 수 있기 때문에 누가 괴담을 생산하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국민들이 그 유언비어로 이익을 보는 세력이 누군지도 알 수 있게 된다. 괴담의 정치적 목적이 드러나면 확산과 파급력은 줄어든다는 것이다. 괴담의 비즈니스 구조를 지적한 홍성기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반(反)정부 성향의 괴담 수혜자는 결국 좌파이고, 이들이 정치적 이익 등을 위해 교묘히 괴담을 유포, 확산한다. 이를 알리면 자연스럽게 괴담의 힘이 약화될 것이다.”
        

<북한發 댓글을 구별하려면…>

정부 합동수사단이 한국수력원자력 사이버 해킹 사태의 범인으로 북한을 지목한 데는 원전반대그룹이라는 해커조직의 협박글에 나타난 북한식 말투가 중요한 실마리가 됐다. ‘시치미를 딱 떼어 모르는 체한다’는 의미의 ‘아닌 보살’이란 표현이나, ‘악당’, ‘통화 요록’ 등 북한에서 주로 사용하는 용어들이 사용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 포털사이트 내에서 북한 ‘댓글팀’이 작성한 글을 찾아내는 방식 중 가장 손쉬운 것이 “북한식 말투” 선별이다. 김흥광 NK지식인연대 대표는 “북한 댓글팀도 자체적으로 우리말 사용 관련 교육을 많이 하지만 조금만 방심해도 북한 말투가 나오게 된다”며 “예를 들면 ‘~했다’를 ‘~하였다’로, ‘~이었다’를 ‘~이였다’로 한다든지 ‘통째로’를 ‘통채로’라고 하는 식으로 말하거나, 어색한 어순으로 표현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말투 외에 또 다른 식별법은 비정상적인 추천 수의 증가이다. 예컨대 일반 네티즌이 관심이 많은 연예나 스포츠 기사에 정부를 비판하는 댓글을 달고 추천수를 순식간에 수천건으로 올리는 것이다.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 원장은 연예 및 스포츠 뉴스에 관심이 많은 중고생들을 의식화하기 위해 북한이 포털사이트의 비(非) 정치 섹션에서 댓글 작업을 강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 원장은 최근에는 말투를 통해 북한 댓글 여부를 판별하기는 매우 어려워졌다고 지적한다.  ‘남한화’를 뜻하는 ‘적구화(敵區化)’요원들이 사전 교열을 하면서 댓글에서 북한 말투가 거의 사라졌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법원의 영장을 통해 포털사이트의 로그기록을 받아 IP 주소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북한, 중국 등에서 댓글 작업을 하는 원점을 확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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