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 북한 사이버 부대의 황금어장
인터넷은 북한 사이버 부대의 황금어장
  • 미래한국
  • 승인 2015.04.03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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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취재] 구멍 뚫린 사이버 안보

김정은: “사이버戰은 핵미사일과 함께 우리 인민군대의 무자비한 타격 능력을 담보하는 만능의 보검”
 

정재욱  미래한국 기자 jujung19@naver.com

2013년 3월 각종 포털 사이트 게시판과 카카오톡 등 SNS에서는 황당한 괴담이 떠돌았다. ‘3차 대전이 시작됐다. 북한이 38선에 미사일을 설치했다’, ‘곧 전쟁이 일어나고 한국 전체가 초토화된다’, ‘연천에서 국지전(局地戰) 발발, F-15K 전투기들이 출격해 대치 중’ 등등 전쟁이 임박했음을 경고하는 유언비어들이었다.

바로 한 달 전인 2월에 북한이 3차 핵실험을 하고, 3월에는 휴전협정 백지화를 선언한 직후여서 국민들이 전쟁 공포에 시달리던 시기였다. 이것은 전쟁 공포증을 조장하여 남한 내의 대북(對北) 강경 기조를 저지하고 북한에 대해 양보와 지원을 하게 하려는 북한 측의 사이버 심리전이었다.

이종헌 전(前) 청와대 천안함 TF팀장은 사이버 심리전에서 남북이 본격적으로 맞붙은 첫 전투는 2010년 3월의 천안함 폭침 사건 직후라고 말한다. 당시 ‘천안함 좌초설’ ‘미국 잠수함 충돌설’ 등이 인터넷 카페나 토론 커뮤니티, 트위터 등을 통해 전 세계에 퍼졌고, 이런 주장들이 해외에서 다시 국내로 유입됐다. 이런 선동 글로 인해 인터넷은 정부 발표에 반대하는 ‘천안함 의혹’의 바다로 변했다. 추적해 보니 천안함과 관련된 수많은 허위 사실의 진원지는 북한 사이버 부대인 것으로 드러냈다.

익명 가능한 트위터는 루머 확산의 주요 통로

실제로 2010년 6월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국내 인터넷 망에서 적발해 삭제를 요구한 북한 국방위원회나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의 성명 등 북한의 공식 입장이 89건에 달했다. 이 글들을 게시한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한국진보연대’ 등 5개 단체 홈페이지에는 친북(親北) 성향의 게시물이 2010년 한 해 동안 7만5000여 건에 이르렀다.

그 전 해의 1만4000여 건에 비해 5배 이상 증가한 수치였다. 특히 이적(利敵) 표현물을 보도한 이유로 지난 3월 대법원에 의해 폐간 판결을 받은 <자주민보> 등 특정 인터넷 매체들은 ‘미군 잠수함 충돌설’을 제기하는 등 노골적으로 북한을 옹호하며 미국을 천안함 침몰의 주범(主犯)으로 몰아갔다.

▲ 김정은은 북한군에 사이버전 능력을 대대적으로 강화할 것을 지시했다.

북한 해커 부대는 제3국 사이트를 활용하거나 다른 사람 이름을 도용하여 국내 인터넷 홈페이지에 가입한 다음 유언비어를 확산하는 수법을 사용했다. 중국 선양(瀋陽)에 서버를 둔 것으로 알려진 조선노동당 통일선전부의 사이트인 ‘우리민족끼리’에 게재했던 “역적 패당이 조작한 어뢰 공격설의 진상”이라는 글은 해당 사이트의 트위터 ‘우리민족@uriminzok’의 링크를 통해 국내 트위터와 인터넷 사이트에 그대로 전파됐다.

또 해킹을 통해 입수한 우리 국민들의 주민등록번호와 아이디 등을 도용하여 실명제가 도입된 포털 사이트에도 천안함 관련 의혹을 게재하며 여론을 선동했다. 종북(從北) 성향의 재외동포 사이트도 북한 사이버 심리전의 훌륭한 근거지가 됐다.

이 때 익명이 가능한 트위터는 루머 확산의 중요한 통로 역할을 하고 있다. 포털 사이트의 토론 커뮤니티, 블로그 등에 의혹 글을 올린 후 실명 확인이 필요 없는 트위터로 확산시키고, 인터넷 매체가 이를 받아 보도하는 먹이사슬 구조다. 촘촘하게 짜인 우리나라의 ‘인터넷 블로그·카페·커뮤니티-트위터-인터넷 미디어’ 구조인 SNS 생태계가 유언비어를 유포, 확산하는 데는 최적의 활동 무대였던 셈이다.

북한의 사이버 심리전은 1995년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산하에 관련 부대를 창설하고 ‘적공국 204소’라는 사이버 심리전단을 조직하면서 시작되었다. 1996년 미국과 캐나다의 거점을 활용해 인터넷 사이트를 개설하고 해외에 체제 선전을 시작한 북한은 2003년 4월부터 ‘우리민족끼리’ 사이트를 활용하고 있다.

이 사이트가 트위터 서비스를 시작한 것은 북한이 천안함 폭침에 대한 의혹을 집중 제기하던 2010년 8월이다. 이종헌 팀장에 따르면 이때부터 인터넷 사이트와 SNS 활동 규모를 대대적으로 늘린 북한은 2014년 7월말 현재 친북 사이트 162개, 1622개에 달하는 SNS 계정을 운영 중이다.

특히 김정은이 “사이버전은 핵미사일과 함께 우리 인민군대의 무자비한 타격 능력을 담보하는 만능의 보검”이라고 언급하며 지속적으로 사이버전 수행 능력을 높여왔다는 사실이 2013년 우리 국정원의 국회보고에서 드러났다.

북한의 사이버 부대 운영과 관련하여 김관진 전(前) 국방 장관은 2013년 6월 국군기무사령부 컨퍼런스에서 “북한은 정찰총국 산하에 3000여명으로 구성된 사이버 전담 부대를 운영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최근 북한은 사이버전 인력을 크게 확대했다. 안보전문가 알렉산드로 만스로프 교수(미국 존스홉킨스대)는  지난해 말 국내 강연에서 북한 사이버전 병력이 1만 2000명 선이라고 밝혔다.

통일선전부 사이버 전담부서, ‘댓글 팀’ 운영

북한의 사이버 심리전과 해커부대 운영 등을 연구해 온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 원장의 저서 ‘사이버 공간과 국가안보’에 의하면 북한의 사이버 심리전은 국방위원회 산하 정찰총국 121국에서 총괄하고,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내의 지휘자동화국과 적공국 204소, 조선노동당 통일선전부 등이 맡고 있다.

특히 통일선전부는 사이버 전담부서를 운영, ‘우리민족끼리’ 외에도 ‘구국전선’ 등 외국에 서버를 둔 친북 사이트를 통해 국내 종북세력과 연대하여 대남 사이버 심리전을 대대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유동열 원장은 “통일선전부 사이버 전담부서는 ‘댓글 팀’을 운용하고 있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가공의 인물 명의로 일본, 캐나다, 유럽, 미국 등 인터넷 회사의 무료 이메일 계정을  수십 개 개설하여 해외 서버를 이용하여 각종 의혹들을 국내에 전파하고, IP 추적을 막기 위해 프락시 서버(클라이언트 대신 인터넷상의 서버에 접속하는 서버)를 이용하는가 하면 공공장소에서 무선 인터넷을 통해 허위 자료를 전파한다.

김흥광 NK지식인연대 대표(북한 함흥컴퓨터기술대학 교수 출신 탈북자)는 “북한 사이버 부대가 압록강이나 두만강 인근 중국 지역에서 천막을 치고 무선 인터넷을 통해 남한 인터넷에 접속하여 사이버 심리전을 벌이고 있다”면서 “실제로 천안함, 세월호 사건 때 인터넷 댓글 중에 북한 말투가 상당수 있었다”고 밝혔다.

같은 주장은 역시 탈북자 출신인 이애란 북한전통음식문화원 원장으로부터도 들을 수 있다. 이 원장은 “아무리 교육을 받아도 숨길 수 없는 북한식 말투가 있다”며 “주어와 술어의 위치나 어휘 등을 볼 때 최근에도 북한 사람이 쓴 것이 분명한 댓글들이 많다”고 주장했다.
 

▲ 우리 정보당국은 북한이 정찰총국 산하에 3000명으로 구성된 사이버 전담부서를 운영 중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들이 국내외의 종북세력과 합세하여 허위사실 유포, 사회불안, 대 정부공격 등의 행위를 저지르고 있다.

북한의 통일전선부에서 근무하다 2004년 탈북한 장진성 뉴포커스 대표는 “통일전선부에 있을 때 남한 사람들이 쓰는 말투를 배워 글을 쓰고 대남 심리전 등을 했다”며 “당시 북한 당국은 남한 주민 30만 명의 주민등록번호를 확보해 인터넷에서 남한 시민단체인 것처럼 위장해 댓글을 남기고 여론 형성 활동을 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12월 23일 북한 인터넷 망이 외부의 디도스 공격을 받고 마비됐을 때 국내의 특정 포털 사이트에 올라오는 댓글의 수가 대폭 줄어든 사실을 지적하며 “북한이 우리 포털 사이트에 가입해 댓글 작업 등으로 여론을 조작하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 사실은 원세훈 전(前) 국정원장이 항소심에 앞서 재판부에 제출한 참고 서면에서 드러났다.
 

국내 포털 사이트에 댓글 달아 여론 조작

원 전 원장은 이 자료에서 “(북한 인터넷망 마비) 당시 국내 한 포털 사이트의 댓글 내용과 추천수의 극적인 변화가 북한의 사이버 공격 양상을 짐작하게 한다”고 주장했다. 자료에 따르면 북한 인터넷 망이 완전 다운된 시간에는 ‘북한 인터넷 오늘 새벽 1시부터 완전 다운’ 등 3건의 기사에 올라온 최다 추천 댓글 10개 모두 ‘미국이란 나라 대단하다’ 등 북한을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북한의 인터넷 망이 원상 복구된 오전 11시 이후에는 북한을 일방적으로 옹호하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문제는 북한이 직접 개입한 심리전뿐 아니라 국내 종북세력들의 유언비어 유포도 조직적이고 광범위하다는 사실이다. 2003년 11기 한총련은 정보화 핵심 ‘1만 명 양병론(養兵論)’을 제기하고 대대적인 사이버 투쟁을 전개했다는 게 유동열 원장의 설명이다.

현재 자체 인터넷 사이트를 개설하고 활동 중인 종북좌파 단체는 200여개에 이른다고 한다. 자체 사이트를 운영하지 않고 기존 포털 사이트에 카페나 블로그를 개설하여 사이버 투쟁을 전개하는 유형을 감안하면 종북 유언비어의 진원지는 수 천 개에 달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추정이다.

수 천 개 카페의 수 만 명의 회원들이 유언비어를 폭발적으로 확산해 괴담으로 만들어 내는 구조인 셈이다. 과거 주사파 학생운동 세력인 한총련, 노동계의 민주노총, 재야의 조국통일범민족연합 남측본부 같은 종북 이적단체들을 뿌리로 하는 이들 카페들은 언제든 상부의 명령에 따라 즉각 사이버전을 수행할 수 있다.

종북 카페의 ‘알까기 작전’

이들 사이트나 카페들은 회원을 모으고 활동하다 당국에 적발돼 폐쇄되더라도 핵심 회원들은 남아 또 다른 인터넷 모임을 만들어 지속적으로 분화, 확대되고 있다. 예컨대 북한체제에 대한 찬양활동을 하다 폐쇄된 ‘사이버민족방위사령부’는 남은 회원들이 사이버 공간에서 각각 다른 사이트들을 개설, 지속적으로 운영하며 이른바 ‘종북 카페 알까기’를 계속하고 있다. 폐쇄 당시 ‘사이버민족방어사령부’에는 공무원, 군인, 교사 등 다양한 직업군의 회원이 7000여 명 가입해 있었다.

일반인들이 자신도 모르게 본인이 가입해 있는 카페가 변질돼 의식화, 적화(赤化)되는 경우도 있다. 유동열 원장은 2008년 광우병 촛불투쟁 당시 8만 명이 넘는 회원이 활동하던 한 패션 전문카페는 좌파 사이버꾼 3명이 정회원이 된 후 광우병 촛불투쟁 선동 카페로 바뀌었다고 한다.

결국 취미를 공유하던 사람들의 모임이던 패션 카페의 회원 1000여 명이 몇몇 종북세력의 유언비어에 현혹돼 서울광장 촛불시위에 깃발을 들고 참여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인터넷에서 퍼지고 있는 허위사실 메시지를 보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북한의 사이버 심리전은 최근 천안함 폭침 사건과 연평도 포격 이후에는 ‘전쟁이냐 평화냐’의 선동을 자행하고 있다.  대북지원세력을 평화·진보 세력으로, 이에 반대하는 세력을 전쟁 세력이라는 구도로 분열시키고 있는 것이다.

유동열 원장은 “천안함 폭침 이후 실시된 2010년 6·2 지방선거에서 북한은 ‘평화세력 대 전쟁세력’이라는 선거 구도를 목표로 사이버 심리전을 벌였다”고 밝혔다. 결과는 북한의 의도대로 우리 여론이 움직였고, 당시 야권도 이런 여론을 이용하는 선거 전략을 구사했다. ‘여권 후보에 투표하면 전쟁이 난다’ 식의 사이버심리전이 통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야권인 민주당이 서울 구청장 25개 지역 중 21개 지역에서 승리했고, 경기도에서도 31개 기초단체장 가운데 19개 지역에서 당선했다. 더 우려되는 사실은 이후 전쟁 공포증에 빠진 우리 국민 사이에서 굴종적 평화 운동이 힘을 얻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 사이버 상의 허위사실 게재, 유포, 확산에 대한 법적 처벌이나 제재뿐만 아니라 안보 위해 행위에 대한 강력한 조치가 시급하다고 말한다. 정부가 차단한 종북 사이트에 접속하는 행위, 그리고 트위터 등 SNS 서비스를 실명화하자는 것이다.

표현의 자유를 지지하는 국내 여론 때문에 당장 법적 강화가 어려우면 국내 포털 사이트 게시판의 댓글이 어느 지역, 어느 국가에서 게재되는지 소재라도 파악할 수 있도록 하자는 의견도 있다.

차기환 변호사는 “북한이나 종북세력이 해외 서버를 통해 게시글을 올리고 댓글을 달고 있는데 문제의 글이 중국이나 러시아, 또는 미국 등에서 올린 것인지를 알 수 있으면 북한의 선동이라는 사실이 밝혀져 영향력이나 파급력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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