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과 이승만
벚꽃과 이승만
  • 김용삼 미래한국 편집장
  • 승인 2015.04.13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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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삼 미래한국 편집장의 현대사 파일

전국 곳곳에서는 벚꽃 축제가 한창이다. 흐드러지게 핀 벚꽃이 사람들의 마음을 유혹한다. 용인의 에버랜드, 진해, 하동 쌍계사 입구, 그리고 새로운 벚꽃 구경의 강자로 여의도가 등장했다. 좀 유명세를 탄 벚꽃 관광지마다 주말이면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우리나라만 그런 것이 아니다. 미국의 수도 워싱턴 D.C도 매년 봄이면 ‘벚꽃 축제 (National Cherrybrossom Festival)’가 열린다. 이 기간 동안 워싱턴 D.C에는 100만명의 관광객이 몰려 든다.

일본에서도 ‘사꾸라 마쓰리’ (벚꽃 축제) 구경을 하기 위해 해마다 몇 천명이 전세 비행기를 타고 워싱턴으로 몰려 올 정도로 워싱턴 D.C의 벚꽃은 유명하다. 특히 워싱턴 벚꽃은 포토맥 강을 끼고 워싱턴 공원과 제퍼슨 메모리얼 부근이 압권이다.

그런데 그 동안은 일본이 벚꽃의 주산지로 알려졌는데, 사실은 한국이 원산지이며, 한국에서 일본으로 건너갔다는 사실을 증명해 낸 이가 이승만이다. 이승만과 벚꽃에 얽힌 사연을 소개한다.

1943년 4월 8일 워싱턴의 아메리칸대학교 교정에서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24주년 기념행사로 벚꽃나무 심기 행사가 진행되었다. 워싱턴을 끼고 흐르는 포토맥 강변에는 벚꽃나무 가로수가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이것은 1909년 도쿄 시장이 미국과 일본 간 우호의 상징으로 벚꽃나무 묘목을 보내어 심은 것으로 ‘저패니스 체리 트리’(Japanes cherry tree)로 불렸다.

▲ 여의도 벚꽃축제 현장 / 연합

그런데 일본이 선전포고도 없이 일요일 아침에 진주만을 공습하자 흥분한 일부 미국인들이 이 벚꽃나무를 도끼로 찍어대는 사건이 벌어졌다. 미국 내무부는 “국민감정은 이해하지만 나무가 무슨 죄가 있는가” 하며 도끼질을 하지 못하도록 나무 주변에 경비를 배치했다.

이 소식을 들은 이승만은 자신이 설립한 단체인 한미협회를 통해 미국 내무부 장관에게 “저패니스 체리는 원산지가 한국의 제주도와 울릉도이며, 삼국시대에 한반도에서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 열도에 퍼진 것이니 이름을 코리언 체리로 고쳐달라”고 제의했다. 내무부 장관은 확실한 근거가 없이는 이름을 고치기 어렵다고 회답했다.

이렇게 되자 이승만은 구미위원부의 정운수와 한표욱에게 벚꽃나무 원산지를 조사하도록 지시했다. 두 사람은 미국 의회 도서관에서 일본 백과사전을 뒤져 일본의 겹사쿠라가 조선의 울릉도에서 전래되었다는 내용을 찾아냈다.

이승만은 이 자료를 내무부에 제출하자 얼마 후 “코리언 체리는 곤란하고 대신 오리엔탈 체리로 부르기로 했다”고 통보해 왔다. 이승만이 크게 섭섭해 하자 기독교인 친한회 회장인 아메리칸대학교의 폴 더글러스 총장이 “그렇다면 우리 학교 교정에 코리언 체리를 심자”고 제의했다.

임시정부 수립 24주년 기념식과 코리언 체리 트리 기념식수 행사는 주미외교위원부와 한미협회, 기독교인 친한회가 공동으로 준비했다. 행사에 앞서 3월 29일에는 몬태나 주 출신의 자넷 랭킨(Jannette Rankin) 의원이 하원에서 저패니스 체리 트리를 코리언 체리 트리로 고쳐 부를 것을 주장하는 연설을 했다. 랭킨은 미국 역사상 첫 여성의원이었다.

오전 10시부터 거행된 기념식에는 300명가량의 사람들이 모였다. 워싱턴에 있는 동포들뿐만 아니라 뉴욕, 펜실베이니아, 디트로이트 등 동부지역과 멀리 로스앤젤레스와 하와이 거주 한인들도 참석했다. 미 국무부의 정치고문 스탠리 혼벡은 부인이 대신 참석했고, 태국 공사와 체코슬로바키아 공사 부인 등도 참석했다. 나무는 네 그루를 심었는데, 그것은 하와이 대한인 부인구제회가 기증한 것이다.

벚꽃 철을 맞아 아름다운 벚꽃 구경을 하며 이승만과 벚꽃에 얽힌 사연을 음미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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