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모든 항공사고는 인재(人災)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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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래한국
  • 승인 2015.04.20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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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 엽기적인 항공사고 천태만상

전경웅 미래한국 객원기자 

조종사의 자살 추락, 정비불량…
그래도 교통수단 중 가장 안전한 것은 항공기

지난 3월 24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를 출발, 독일 뒤셀도르프로 향하던 독일 저먼윙스 소속 여객기(에어버스 A320 기종)가 프랑스의 알프스 산맥 지역에 추락했다.

사고 조사 결과 추락 원인은 부조종사의 ‘자살 추락’이었다. 이후 세계의 이목은 항공사의 조종사 관리 등에 쏠렸다. 

▲ 지난 3월 24일 프랑스 알프스 산맥에 추락한 독일 저먼윙스 여객기. 이 같은 자살 추락 사고가 지금까지 10여 건이 넘게 일어난 것으로 알려져 비행기 조종사의 정신 건강 관리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하지만 저먼윙스 여객기 추락과 같은 조종사의 자살 추락 사고는 지금까지 10여 건이 넘게 일어났다. 조종사의 정신건강 관리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보여주는 통계다. 

다음의 엽기적이고 황당한 사건 일지는 저먼윙스 여객기 추락 사고와 유사한 사건 사고를 모은 것이다. 


자살 추락 사고 일지

1976년 9월 26일, 러시아 노보시비르스크 상공에서 안토노프 AN-2 수송기를 몰던 조종사가 갑자기 자신이 조종하던 수송기를 도심의 아파트로 돌진시킨 참변이 벌어졌다. 

이 아파트에는 조종사와 이혼한 아내가 살고 있었다. 아내에게 이혼당한 조종사는 분을 참지 못하고 아내가 살고 있던 아파트로 수송기를 돌진시켰다. 이 사고로 조종사와 그의 전 아내, 아파트 주민 등 13명이 숨졌다. 

1979년 8월 22일 콜롬비아 보고타 공항에서 HS-748 군(軍) 수송기가 허가도 없이 이륙했다. 수송기는 보고타 시내의 주택가 까레라 거리로 돌진 추락했다. 

수송기를 훔쳐 자살 비행한 사람은 며칠 전 해고된 항공기 정비사였다. 이 사건으로 정비사와 까레라 거리에 살던 주민 등 4명이 숨졌다. 

1982년 2월 9일 일본항공(JAL) 소속 여객기가 도쿄 하네다 공항에 착륙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 승객 24명이 사망했다. 

사고 원인은 기장이 비행 중에는 작동시키면 안 되는 보조 제동장치를 작동시켰기 때문. 조사 결과 기장은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었다. 그는 재판에서 정신병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받았다. 

1994년 8월 21일 영국 로열 에어마르코 항공사 소속 여객기가 비행 도중 갑자기 추락, 탑승객 44명 전원이 사망했다. 

후에 밝혀진 사고 원인은 조종사가 1만6000피트 상공에서 갑자기 자동비행장치를 끄고 지상을 향해 수직으로 돌진 비행을 감행한 것이었다. 

도대체 조종사는 왜 지면을 향해 비행기를 돌진시켰을까. 전원이 사망한 탓에 더 이상의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1997년 12월 19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를 떠나 싱가포르로 향하던 실크에어 항공사 소속 보잉 737 여객기 추락 사고는 저먼윙스 사고와 흡사하다. 

당시 부조종사가 잠깐 조종실을 비운 사이 기장이 자살 추락을 한 것이다. 이 사고로 탑승객과 승무원 104명이 전원 사망했다. 

1999년 10월 11일 에어 보츠와나 항공사 소속 조종사가 자신이 몰던 ATR-42 여객기를 몰고 이륙한 뒤 관제탑과의 교신을 통해 “자살하겠다”고 통보하고 가보롱 공항으로 돌진했다. 이 조종사는 2000년 2월까지 비행금지를 통보받아 괴로워하다 일을 저질렀다. 

1999년 10월 31일 이집트항공 소속의 보잉 767 여객기가 뉴욕을 이륙, 카이로로 비행 중 기장이 잠깐 조종실을 비웠다. 이때 부조종사가 자살 추락을 시도, 2분 만에 고도를 3만3000피트에서 2만4000피트까지 낮췄다. 

조종사가 급히 조종실로 돌아와 고도를 높이려 했지만 부조종사는 이미 엔진까지 꺼버린 상태였다. 결국 217명 전원이 사망했다. 부조종사가 왜 자살 비행을 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2013년 11월 29일 모잠비크 항공(LAM) 소속 ERJ-190 여객기가 마푸토에서 루안다로 비행하던 중 나미비아에 추락했다. 

부조종사가 잠깐 조종실을 비운 사이, 기장이 자살 추락 비행을 한 것이다. 이 사고로 탑승객과 승무원 33명 전원이 사망했다. 


금속 피로 현상으로 기체 산산조각 

이번에는 조종사나 항공 관계자들의 부주의나 실수로 발생한 어이없는 추락사고 사례를 소개한다. 

1985년 8월 12일 도쿄의 하네다 공항을 출발, 오사카 이타미 공항으로 향하던 일본항공 보잉 747SR-100 여객기가 추락했다. 

여객기가 이륙한 지 12분 후 고도 2만4000피트에 이르렀을 때 큰 폭발음이 들렸다. 조종석 계기판에는 오른쪽 5번째 도어에 문제가 생겼다는 경고등이 떴다. 

조종사는 즉시 관제탑에 기체 고장 신호를 보냈다. 여객기가 심하게 흔들리자 조종사는 기수를 돌려 하네다 공항으로 회항을 시도했다. 

그러나 수직 꼬리날개가 찢겨 날아가고 유압계통이 고장나면서 여객기는 조종 불능 상태에 빠졌다. 

조종사와 부조종사는 사력을 다해 기체를 제어하려 했지만 기체는 계속 하강하여 고도 1만3500피트에 이르자 조종사는 관제탑에 ‘조종불능’ 상황을 보고했다. 

이후에도 여객기는 30분 동안 불안한 비행을 계속했다. 하네다 공항과 요코타 주일 미군기지에서 비상착륙을 준비했지만 수직 꼬리날개가 날아간 여객기는 후지산 기슭에 추락했다. 

이 사고로 승무원과 탑승객 524명 중 520명이 사망했다. 한국인 탑승객 6명도 사망했다. 추락 과정에서 대부분의 시신은 산산조각 났다. 기장은 이빨 5개만 남은 턱뼈 조각으로 겨우 신원을 확인했다. 

▲ 1985년 8월 12일 일본항공(JAL)의 여객기가 후지산 기슭에 추락해 승무원과 탑승객 520명이 사망했다. 사고 원인이 정비 과오로 밝혀져 JAL의 정비 총책임자가 자살하는 등 파문이 일었다.

사고 원인은 7년 전 이 여객기가 착륙과정에서 발생했던 사고의 후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탓임이 밝혀졌다. 

1978년 6월 2일, 문제의 여객기는 오사카 이타미 공항에 착륙 도중 조종사가 실수로 기수를 과도하게 들어 올리는 바람에 꼬리 부분이 활주로에 부딪쳤다. 

제조사인 보잉 측은 규정대로 수리하지 않고 임시 수리만을 했는데, 이를 확인하지 못한 일본항공 측은 이 여객기를 계속 사용해 왔다. 몇 년 동안의 비행을 통해 수리 부분에 ‘금속 피로’가 쌓여 결국 대형 사고로 이어진 것이다. 

보잉 측도 문제였지만 일본항공도 수리 이후 “뒤쪽 화장실 문이 잘 닫히지 않는다” “비행 중 바람이 새어들어 휘파람 소리가 난다”는 등의 신고가 있었음에도 이를 무시했다. 

이 사고로 일본항공은 사망자들에게 막대한 배상을 했고 회장은 사퇴했으며, 일본항공 정비 총책임자는 자살했다.

보잉 사도 한동안 전 세계의 지탄을 받았고, 일본의 국내선 승객 25%가 감소했다. 

2002년 5월 25일 오후 3시 7분, 중화항공 보잉 747-200 여객기가 대만 타오위안 공항을 이륙하여 홍콩으로 향했다. 

3시 25분경 여객기는 순항고도인 3만5000피트 고도에 도달했고, 3분 후 갑자기 기체가 분해되는 것이 레이더에 잡혔다. 

오후 3시 31분, 여객기는 레이더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탑승객과 승무원 225명 전원이 사망했다. 

사고 여객기도 1980년 2월 홍콩 카이탁 공항에 착륙하다 기체 꼬리 부분이 활주로에 긁히는 사고가 났다. 

당시 보잉 관계자는 “당장 정밀 점검을 받으라”고 권고했지만 중화항공 측은 응급 조치만 했다. 중화항공 측은 사고 석 달 뒤인 1980년 5월 23일부터 나흘 동안 자체 기술진을 동원해 제조사 규정에도 맞지 않는 수리를 한 뒤 그냥 운항했다. 

이처럼 제대로 수리를 하지 않은 여객기는 오랜 기간 동안 기체에 피로가 누적됐고 결국 ‘임계점’에 도달하여 시속 800㎞에 이르자 영화의 한 장면처럼 공중 분해된 것이다. 


15세 소년이 조종하다 참변  

1994년 3월 23일, 러시아 모스크바 공항을 이륙하여 홍콩으로 향하던 아에로플로트 항공 A310-304 여객기가 시베리아 상공에서 추락, 승무원과 탑승객 76명 전원이 사망했다. 

러시아 정부는 정상 비행 중이던 여객기가 갑자기 추락하자 테러를 우려했다. 그러나 회수한 블랙박스의 음성기록을 분석한 결과 경악했다. 

사고 당일 기장인 야로슬라프 쿠드린스키의 가족들이 여객기에 함께 탑승했는데, 기장은 미성년자인 아들과 딸을 조종실로 불러들였다. 기장은 아들과 딸에게 조종간과 각종 계기들을 만져보라고 했다. 

어린 딸이 건드렸을 때는 아무 문제가 없었지만 15살 난 아들이 조종간을 만지자 자동비행장치가 풀려버렸다. 

쿠드린스키 기장은 “비행기가 이상하다”는 아들의 말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하지만 갑자기 여객기가 크게 선회하자 당황하여 허둥대는 사이에 여객기는 급격한 선회를 한 탓에 ‘실속(비행기가 비행할 수 있는 속도를 잃어버리는 현상)’에 빠져 추락했다. 

러시아 항공당국은 사고 조사 과정에서 ‘왜 자동조종장치로 정상 비행 중이던 여객기가 추락했는가’에 대해 의문을 가졌다. 

이는 에어버스 A310 기종의 특성 탓이었다. 에어버스 A310 기종은 자동조종장치를 가동 중이라 해도 조종사가 조종간을 특정 수준 이상으로 움직이면 비상 상황이라고 가정해 수동조종으로 모드를 변환하도록 ‘안전장치’가 되어 있었다. 이것이 문제가 되어 여객기가 추락한 것이다. 

문제는 당시 쿠드린스키 기장은 러시아제 항공기만 조종해왔던 탓에 자동조종장치가 풀렸을 때의 대처법을 몰랐다는 점이다. 

에어버스 A310 기종은 자동조종장치가 풀릴 경우 조종간에서 손을 놓으면 다시 자동조종 상태로 돌아가도록 되어 있었다. 쿠드린스키 기장은 이 간단한 방법을 몰랐던 것이다. 

이 사고로 인해 러시아 항공당국은 조종사들에게 에어버스 기종 조종에 대한 재교육을 실시했고, 에어버스사도 자동조종장치가 수동으로 전환되면 조종사가 쉽게 알 수 있도록 하는 장치를 추가했다. 

비행 중이던 여객기의 지붕과 엔진 덮개가 날아가 버리는 황당한 사고도 있었다. 1988년 4월 23일, 승객과 승무원 95명을 태우고 하와이 힐로 공항에서 호놀룰루 공항으로 향하던 알로하 항공사 소속 보잉 737기는 비행 중 갑자기 동체 지붕이 뜯겨져 날아갔다. 조종사들은 마우이 섬의 카훌루이 공항에 기적적으로 비상착륙시켰다. 

사고 직전 승무원들의 경고로 승객과 대부분의 승무원들은 좌석벨트를 매고 있어 목숨을 건졌지만, 미처 벨트를 매지 못한 승무원 1명은 공중으로 빨려나가 사망했다. 

조사 결과 노후한 여객기 기체가 염분을 머금은 습기 때문에 동체의 연결 부분이 약해져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3년 2월 20일 중국 하얼빈 공항을 이륙하여 광저우(廣州)로 비행하던 중국 남방항공 소속 여객기는 이륙 직후 엔진 덮개가 날아갔다. 조종사들은 급히 연료를 비우고 하얼빈 공항에 비상 착륙하여 사고를 면했다. 


기체 밖으로 빨려나간 조종사

2015년 2월 초에는 미국 미니애폴리스를 이륙하여 라스베이거스로 향하던 델타항공 소속 여객기는 이륙 후 정상고도에 이르렀다. 

기장은 부기장에게 조종을 맡기고 잠시 화장실을 다녀왔다. 그런데 일을 마치고 조종실로 복귀하려 했으나 조종실 문이 고장나 굳게 잠겨버렸다. 결국 여객기는 부기장의 조종으로 가까운 공항에 긴급 착륙했다. 

이런 사고는 1990년 영국에서 일어난 사고에 비하면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할 만하다. 1990년 6월 10일 영국항공(BA) 5390편 여객기는 영국 버밍햄을 이륙, 스페인 말라가로 향했다. 

이륙 후 1만7000피트 고도까지 상승했을 때 갑자기 조종석 앞 유리가 심하게 흔들리다가 뜯겨나갔다. 

이때 부조종사는 안전벨트를 매고 있어 무사했지만, 조종사는 몸의 절반이 밖으로 빨려나가고 무릎 아래는 조종실에 걸쳐진 상태가 되었다. 

깜짝 놀란 부조종사는 속도를 줄이고 고도를 낮추었고, 조종실에 투입된 승무원들이 기장의 다리를 붙잡고 안간힘을 쓰며 20분 동안 비행하여 가까운 공항에 비상 착륙시켰다. 

덕분에 기장은 기적적으로 목숨을 건졌으나 오른팔과 손목이 골절되고 동상을 입었다.  
사고 원인을 조사한 결과 조종실 앞 유리를 고정한 볼트 가운데 단 한 개의 직경이 규격보다 0.5㎜ 작은 것이 원인으로 드러났다. 

이것이 고도와 속도에 의한 기압 차를 견디지 못하고 뜯겨져 나갔고, 다른 볼트들 압력을 견디다 못해 차례대로 뜯겨나가 발생한 사고였다. 

기장은 5개월 뒤 현역 복귀했으나 기장을 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썼던 승무원은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직장을 떠났다. 

매년 전 세계에서 비행기 사고로 숨지는 사람은 1200여 명. 반면 자동차 사고로 숨지는 사람의 수는 연간 127만 명에 달한다. 자동차 다음으로 사망자가 많은 교통수단은 열차, 선박이다. 

미국에서 ‘쇼핑의 날’이라고 하는 ‘블랙 프라이데이(추수감사절 다음 날 기업들의 단체 할인행사 날)’ 때 각종 사고로 숨지는 사람만 연간 550여 명, 전 세계에서 비만 때문에 숨지는 사람이 연간 3만여 명이나 된다는 점을 생각하면, 항공여행을 하다 죽는 걱정을 하기 보다는 안전운전과 건강관리에 더 신경을 쓰는 게 나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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