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10년 만에 항공업계의 대세로 떠올라
출범 10년 만에 항공업계의 대세로 떠올라
  • 이성은 기자
  • 승인 2015.04.27 09: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포커스] 저비용 항공사(LCC)의 세계

국내선 수송 분담률 51.2%, 국제선은 11.5% 차지(2014년)

▲ 국내 최대규모의 저비용 항공사인 제주항공 승무원들.

2005년 8월 31일 오전 9시 청주공항. 제주도로 향하는 66석 규모의 소형 여객기 한 대가 이륙했다. 지켜보던 승객과 관계자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여객기의 소속 항공사는 대한항공도 아시아나항공도 아닌, 이름조차 생소한 한성항공(現 티웨이항공). 대한민국 저비용 항공사(Low Cost Carrier·LCC)의 역사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올해로 저비용 항공사는 출범 10주년을 맞았다. 한성항공이 ATR-72기종 항공기 한 대로 한국의 LCC 시대를 개막한 이후 현재까지 국내 LCC는 2008년 진에어의 합류로 제주항공, 진에어, 이스타항공, 티웨이항공, 에어부산까지 총 5개사로 늘어났다.

5개 항공사의 보유 항공기를 합하면 총 64대. 늘어난 회사와 항공기 수만큼이나 지난 10년간 저비용 항공사는 폭발적인 성장을 했다. 

LCC에 대한 국민들의 초기 인식은 우려가 앞섰다. 일반 항공사에 비해 지나치게 저렴한 가격, 상대적으로 작은 항공기 규모가 안전 문제에 대한 불안 심리를 조성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초기의 국내 LCC 산업은 심각한 불황을 겪었다. 5개 저비용 항공사 구도가 형성된 2008년 당시에도 LCC의 국내선 수송 분담률은 9.7%에 불과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저비용 항공사에 대한 우려는 신뢰로 바뀌기 시작했다. 비행 목적을 도착지까지 안전하게 도달하기만 하면 되는 ‘운송수단’ 측면으로 볼 때 LCC는 저렴한 가격이라는 경쟁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 자료 : 한국공항공사

이따금씩 초특가 항공권을 내놓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도 국내 LCC 산업의 폭발적 성장에 크게 기여했다. 

그 결과 LCC 항공사의 2010년 국내선 수송 분담률은 34.7%를 차지했고, 2014년에는 무려 51.2%를 기록하여 LCC의 국내선 수송 분담률이 일반 항공사를 추월했다.

LCC의 성장은 국제선에서도 뜨겁다. 국내 LCC사들의 국제선 수송 분담률은 2010년 2.3% 수준이었다. 하지만 2014년에는 11.5%로 마의 10% 고지를 넘어섰다. 같은 기간 대한항공 국제선 수송 분담률이 38.5%에서 29.2%로  감소하는 등 국내 일반 항공사들의 시장 점유율은 크게 하락했다. 

LCC는 이제 항공업계의 대세로 자리 잡았다. 국내선은 물론 일본과 중국을 포함한 단거리 국제노선과 괌, 필리핀 등 중거리 국제노선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러한 인기는 기업의 경영 실적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2013년에는 국내 5개 저비용 항공사가 모두 흑자를 기록했고, 지난해는 저유가 흐름에 힘입어 영업 이익이 전년 대비 큰 폭으로 증가했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국내 LCC 사상 처음으로 매출액 5000억 원을 돌파했고, 295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 이익률이 전년(152억원) 대비 94.1% 증가했다.

이스타항공 역시 지난해 100억 원대의 영업이익으로 전년(23억) 대비 세 배 이상(334%) 늘었으며 진에어와 에어부산, 티웨이항공도 두 배 이상의 영업이익 신장 실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한계도 분명하게 존재한다. 저비용 항공사의 특징은 대형 항공사에 비해 항공권을 저렴하게 판매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항공권 판매 이외의 다변화된 수익구조가 필요하다. 그러나 국내 LCC 기업들은 대부분 항공권 판매에만 의존하고 있다. 


돈 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판다 

국내 LCC 업계의 한 관계자는 “LCC가 최초로 시작된 미국과, 미국을 모방하며 성장한 유럽 LCC사들은 항공권 판매가 아니라 기타 수입이 주 수익원”이라며 “항공권과 기타 수입(좌석 지정 비용, 수화물 위탁료, 기내식 등의 옵션)의 수익구조 비율이 유럽은 2:8, 미국은 4:6 정도인데, 한국은 거의 항공권 수입에만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해외의 저비용 항공사들은 수익구조 다변화를 통해 수익원 마련에  사운을 걸다시피하고 있다. 미국의 스피릿항공은 초저비용 항공사를 지향하면서 항공권 이외의 모든 기내 서비스에 옵션 요금을 부과하고 있다. 

또 아시아 최대의 저비용 항공사인 에어아시아는 항공기에 빈 자리가 생길 경우 옆자리를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옆자리 구매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유럽의 라이언에어는 돈이 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판매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심지어 자사(自社) 승무원들을 모델로 내세운 파격적인 화보 달력을 매년 제작하여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하지만 달력은 항상 완판(完販) 신화를 기록하며 회사에 짭짤한 수익을 가져다주고 있다. 

▲ 매년 논란을 일으키면서도 완판 신화를 이어가고 있는 유럽 저비용 항공사 '라이언 에어'의 승무원 화보 달력 표지.

반면에 국내 저비용 항공사들은 비행기 보유 대수를 늘려 운항노선의 다각화와 증편에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저비용 항공사들의 재무구조가 아직까지 안정적이지 못한 상황에서 무리한 항공기 증편 투자는 서비스 악화 및 안전문제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우려다. 

저비용 항공사들의 환불 거부 및 운항 지연 관련 민원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에어부산을 제외한 지난해 국내 LCC사들의 민원 건수는 총 59건. 2013년 31건의 민원에 비하면 두 배 가량 늘어난 수치다. 

LCC는 앞으로도 폭발적인 성장이 예상된다. 저비용 항공사들은 여러 가지 문제점과 우려를 극복하고, 다방면의 변화와 성장 동력을 개척해야 할 필요가 있다. 

초기 LCC 산업이 척박한 환경에서 수많은 우려를 딛고, 10년 만에 대세 시장으로 우뚝 선 것처럼 제2의 도약과 고차원적 성장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세계 저비용 항공사의 어제와 오늘>

지구상에 저비용 항공사가 처음 등장한 나라는 미국이었다. 광활한 대륙으로서 주(州) 하나가 어지간한 국가보다 더 큰 미국은 국내 지역 간 이동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경우가 많다.

지역 간 이동은 대부분 자동차와 버스 등을 통해 이뤄졌는데 워낙 땅덩이가 넓다 보니 자연스럽게 비행기가 일반 교통수단으로 떠올랐다. 저비용 항공사는 이러한 영토적 특성에 의해 자연스럽게 생겨났다. 

세계 최초의 저비용 항공사 사우스웨스트항공(Southwest Airlines)은 비싼 항공권 가격을 대폭 낮춰 자동차와 버스와 경쟁할 수 있는 항공사를 만들어보자는 취지에서 1967년 설립됐고, 1971년 본격적인 운항을 시작했다.

▲ 세계 최초의 저비용 항공사 사우스웨스트항공(Southwest Airlines)의 항공기.

사우스웨스트항공은 미국에서 가장 일하고 싶은 회사로 꼽힌다. 설립 초기엔 소비자들의 인식 부족으로 심각한 경영난을 겪기도 했지만, 이를 극복한 후 지속적인 성장과 흑자 경영을 이어나가고 있다. 

이와 같은 사우스웨스트항공의 성공 비결은 ‘펀(Fun) 경영’으로 대표된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의 CEO 허브 갤러허는 ‘일은 즐거워야 한다’는 슬로건을 바탕으로 손님이 아닌 직원이 왕이 되는 경영 방침을 시행하고 있다. 

직원들이 높은 자율권을 가지고 즐겁게 일해야 고객들에게 좋은 서비스가 제공된다는 경영관에 입각한 것이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의 기내 방송 중 “기내에서는 금연입니다. 담배를 피우고 싶으신 분이 계시면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 날개 위에서 피시면 됩니다. 흡연하시면서 관람할 영화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되겠습니다”라는 유머러스한 멘트는 사우스웨스트항공의 펀 경영의 예시로 꼽힌다. 

미국은 사우스웨스트항공이 저비용으로 국내 항공 노선을 제공하는 취지로 시작된 만큼 LCC 산업은 국내선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따라서 항공사들이 지역별로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 LCC는 텍사스를 기반으로 출범한 사우스웨스트항공 이외에 버진 아메리카(샌프란시스코), 프론티어(덴버), 제트블루(동부) 등이 있다. 

유럽은 미국의 저비용 항공사들을 모방하여 1980년대에 시작됐다. 그런데 유럽 국가들은 대부분 영토가 작고 국가 간 이동이 자유로운 특성이 있다. 

따라서 유럽은 국내선 위주로 발달한 미국과는 달리 유럽 내 국가를 이동하며 출퇴근하는 직장인들을 주 고객층으로 출발했다. 대표적 항공사는 라이언 에어와 이지 제트 등이 있다. 

일본은 미국과 마찬가지로 LCC가 국내선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일본은 주로 지역 향토 저비용 항공사들이 인지도를 구축하고 있으며 대표적 항공사는 솔라시드 에어(규슈의 구마모토), 피치(오사카) 항공사 등이 있다.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