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자동차 더 늦으면 설 땅이 없다
전기자동차 더 늦으면 설 땅이 없다
  • 미래한국
  • 승인 2015.05.05 11: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심정택의 기업 산책]

한국은 전기車 팔릴 수 있는 시장과 산업 생태계 만드는 데 실패
그 결과 전기車 기술 중국에도 추월당해

심정택 저술가

해외에서 전기차 시장이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주목할 만한 것은 국제 유가가 40% 가량 폭락한 2014년 11월부터 최근까지도 전기차 판매량이 지속적으로 성장했다는 점이다. 

2014년 12월에는 미국에서 전기차 1만2874대가 팔려 월간 판매량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이는 연료비 절약이라는 전기차의 최대 강점이 유가 하락으로 약해져서 전기차 인기가 추락할 것이라는 일반의 예상을 뒤엎은 것이다. 

관련 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전기차의 주행 거리는 일반 차량에 필적할 정도로 늘어나고 차량 가격은 내려가는 추세다. 

제너럴모터스(GM)가 올 1월,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공개한 순수 전기차 볼트(Bolt)는 1회 충전으로 321㎞ 이상 운행이 가능하며, 가격도 3만 달러(3288만 원)까지 떨어졌다. 

이런 가운데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환경규제 강화와 전기차 보조금 확대 등 각국 정부의 정책 지원까지 더해져 전기차 시장은 유가 추이와 무관하게 성장을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자율주행차(self-driving car)는 운전자가 핸들과 가속페달, 브레이크 등을 조작하지 않아도 스스로 목적지까지 찾아가는 자동차를 말한다. 

사람이 타지 않은 상태에서 움직이는 무인자동차(driverless car)와는 다른 의미다. 승객이 버튼을 누르고 목적지를 이야기하면 차량에 탑재된 무인 자동 운전 시스템에 의해 스스로 알아서 목적지까지 찾아간다.

차량은 인공지능으로 교통 상황을 체크하여 막히지 않는 길을 최단으로 설정하여 무인 주행하며, 경제적인 운전으로 에너지 사용량도 획기적으로 줄이게 된다. 

또 차량 간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사고도 미연에 방지하여 교통사고도 획기적으로 줄어들게 될 것이다. 

자율주행차 개발의 선두 주자는 구글이다. 구글은 자동차를 스마트폰과 마찬가지로 도시의 모든 정보를 수집하는 단말기 역할로 본다.

구글 카는 사용자가 필요할 때 스마트폰을 통해 지역에서 공유하는 무인 구글 카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는 컨셉을 염두에 두고 있다. 그러면서 카 셰어링 업체인 우버에 약 2억6000만 달러를 투자했다. 

이제 더 이상 운전자가 필요 없는 시대가 오고 있다. 초보 운전도 사라지고, 인공지능에 의해 막히지 않는 도로를 찾아서 주행하기 때문에 도로 정체도 해소된다.

이렇게 되면 가장 먼저 대리운전 기사가 사라질 것이고, 택시·버스·트럭 운전기사라는 업종이 없어진다. 

또 운전면허 학원, 자동차보험, 교통경찰 등도 이제 역사 속의 한 페이지에서나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자율주행차는 자동차라는 업태를 바꾸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의 자동차는 운전자들이 전후방 주시를 잘 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으나, 이제 이동하는 사무실 개념으로 바뀌게 된다.

차 안에는 대형 모니터, 생생한 오디오 시스템, 사무가 가능한 편의장치와 시스템이 적용될 것이다. 가히 문명사적인 대전환이 일어나게 된다.

공상과학에서나 가능한 일이 아니라, 향후 5~10년 후 무인으로 운행되는 자율주행차가 상용 판매된다. 이것은 현실이다. 


테슬라의 ‘전기(자율주행)차’ 

미국의 전기차 전문 메이커 테슬라는 독보적인 배터리 기술력과 5000개가 넘는 전장부품을 하나로 결합하는 탁월한 종합 디자인력으로 기존 자동차의 통념을 깨고 새 시장을 만들어가고 있다.

테슬라는 배터리 제조비용을 30% 가량 낮춰 2017년까지 기존 ‘모델 S’의 반값인 3만 달러 수준의 보급형 전기차 ‘모델 3’를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2013년 6월에는 테슬라의 보유 특허를 모두 무료 공개하겠다는 파격적인 정책을 발표했다.

글로벌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친환경차 개발에 나서며 기술 특허로 진입 장벽을 치고 있는 것과는 대비되는 행보다.

테슬라가 지적(知的)재산권을 개방한 이유는 배터리 전기차 시장의 확산을 위해서다. 테슬라가 보유하고 있는 전기자동차 관련 지적재산권을 타사가 이용함으로써 전기자동차의 보급에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 회사 CEO 엘런 머스크는 자신들의 경쟁 상대가 소규모 전기자동차 제조업체가 아니라 글로벌 양산 가솔린차라고 언급한 바 있다.

▲ 2017년까지 3만달러 수준의 보급형 전기차를 선보일 계획인 테슬라. 시총 세계 1위 기업 애플도 전기차 개발에 뛰어들고 테슬라 인수설까지 나올 정도로 관련 산업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배터리 전기차 기술에서는 테슬라가 도요타의 하이브리드 기술만큼 독보적이지 않다. 테슬라의 보유 특허 전면 무상 공개는 자동차 산업 전반에 대한 일종의 도전이자 저항인 셈이다.

테슬라가 ‘모델 S’ 제품으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이면에는 대규모 전기차 충전망(Supercharger network) 사업 모델이 있다.

대규모 전기차 충전망은 다른 업체의 전기차도 자사(自社) 충전망을 이용할 수 있으며, 고객은 무료로 충전하되 해당 전기차 완성업체가 자사 생산 차량의 충전망 이용 비율에 근거해 비용을 부담한다는 게 골자다.

테슬라는 자율주행차를 지향한다는 점에서는 기술 혁신을 우위에 두고 있으나 전체적으로는 중국 시장 등을 겨냥한 마케팅 우위 전략을 지향하고 있다.

최근 애플과 전기차 관련 고급 엔지니어들을 서로 스카우트하고 있다는 논란도 마케팅 전략의 한 측면으로 보인다.

좀 더 근본적으로 테슬라의 전기차 기술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전문가도 많다. 배터리의 물리적 한계 때문이다.

전기차에 들어가는 리튬이온 배터리는 리튬 등 희토류나 화학 소재를 사용하기 때문에 양산에 따른 코스트 절감 효과가 크지 않다. 또 리튬이온 배터리의 주원료인 흑연의 공급 부족 문제도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의 전기車

애플은 시가총액 약 7700억 달러로 세계 1위 기업이다. 이는 세계 GDP 20위인 스위스(6790억 달러)보다 많고, 사우디아라비아의 GDP(약 7779억 달러/2014년 기준)와 비슷한 수치다.

팀 쿡 최고경영자(CEO)가 취임한 2011년 8월 이후 시가총액은 두 배 증가했다. 다른 기업과의 격차도 크게 벌어져 시가총액 2위인 엑손 모빌(약 3850억 달러)의 약 2배, 삼성전자(약 203조500억 원)의 4배 정도다.

이런 막강 기업인 애플이 전기차 배터리 업체 인력을 불법적으로 빼냈다는 이유로 피소되면서 애플의 전기차 개발설이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미국 배터리 제조업체인 A123 시스템즈는 지난 2월초 매사추세츠 주(州) 소재 연방법원에 고용 계약을 위반하고 애플로 자리를 옮겼거나 이직 예정인 직원 5명과 함께 애플을 고소했다.

A123은 전기차 등에 쓰이는 리튬이온 배터리 제조 회사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애플이 자동차 관련 전문가들로 이뤄진 비밀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중에는 메르세데스-벤츠의 연구개발(R&D) 책임자로 있다가 작년 가을 맥 시스템 엔지니어링 팀장으로 애플에 입사한 요한 융비르트도 포함돼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2월 13일 애플이 수백 명 규모의 팀을 만들어 ‘타이탄’이라는 전기차를 설계 중이라고 전했다.

포드에서 3년간 엔지니어로 근무했던 아이폰 디자인 담당 스티브 자데스키 부사장이 이 프로젝트를 이끈다. WSJ는 이 팀의 규모가 1000명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고 보도했다.

현지에서는 애플이 전기차 업체 테슬라를 인수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애플이 함구하는 가운데 최근 경제뉴스 통신사인 블룸버그는 전기차 및 무인차 사업에서 애플의 강점 5가지를 꼽았다.

블룸버그에 의하면 애플은 ▲1780억 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현금 보유량 ▲첨단의 모바일 디바이스 ▲조직 곳곳에 포진한 자동차 전문 인력 ▲판매망 ▲ 글로벌 사업 능력 등으로 자동차 사업 분야에서도 막강한 위력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했다.

▲ 시험 운행 중인 구글의 자율주행차. 자율주행 기술이 현실화 되면 차는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니라 개인 사무실로 변해 엄청난 경제적 효과가 창출된다.

그렇다면 애플과 구글은 왜 전기차 개발에 뛰어들었을까?

애플과 구글은 각각 카 플레이(Car Play)나 안드로이드 오토(Android Auto)로 거의 모든 차종의 계기판 플랫폼에 진출했다.

이들은 이 플랫폼을 시험하기 위한 차 제작에 그치지 않고 자동차 시장에 본격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다.

30% 이상의 마진에 익숙한 실리콘 밸리의 두 거인이 호황기에도 영업 이익 10%를 넘기 힘든 자동차 시장에 상당한 리스크를 감수하며 진입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회 전반적인 교통망 개혁을 전제로 한 자율주행 기술이 현실화되면, 이제 차는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니라 움직이는 개인 사무실로 변하게 된다.

운전자들은 하루 평균 한 두 시간의 운전에서 해방되어 목적지까지 이동하는 동안 차 안에서 인터넷 쇼핑, 웹 서핑을 하거나 사무를 보거나 하는 데 보낸다면, 미국에서만 연간 수천억 달러의 경제적 효과가 창출될 것이라고 컨설팅 회사들은 추정하고 있다.

새로 창출될 수익이 자동차 판매보다 클 수 있고, IT 생태계를 자동차 영역까지 확대, 기존 기기와 소프트웨어 서비스 부문에서 폭발적인 매출 확대가 가능할 것이다. 


전기차 산업 승패의 핵심은 정부의 의지 

실리콘밸리의 최강자들과 GM, 도요타, 포드, 폭스바겐, 현대 등 기존 자동차 메이커들 간의 연합과 경쟁이 심화될 것 같다.

특히 IT 기술의 발전이 그동안 성숙 산업으로 여겨지던 자동차 산업에 새로운 활력을 주고 있으며, IT기업이 자동차 산업으로 뛰어들기 쉬운 여건이 만들어지고 있다.

국내 관련 업계는 한국은 이미 전기차의 근간인 자동차, 배터리, 전력 변환, 정보통신 기술에서 세계적 실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잘 다듬기만 하면 한국 경제를 먹여 살릴 신성장 동력이 창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전기차에 대한 연구개발을 등한히 한 결과 국내 전기차 기술 수준은 선진국과 격차가 더 벌어졌고 이미 중국에도 추월당했다.

근본적인 이유는 전기차가 팔릴 수 있는 시장과 산업 생태계를 만드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해외에서는 기아가 내놓은 전기차 레이 EV와 쏘울 EV를 전기차로 취급하지 않는다. 레이와 쏘울은 기존의 내연 기관 자동차를 개조한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국내 업체의 기술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내수 시장 규모가 작아 본격적인 개발을 하지 않아 발생하는 현상이다.

따라서 전기차 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정부 정책이 중요하다. 박근혜 정부의 경제 정책 기조인 창조경제의 지향점은 성장과 고용이다. 그러나 성장과 고용을 일으킬 실질적인 신산업 정책은 어디에도 없다.

전문가들은 전기차 산업을 향후 10~20년 간 국내 경제를 먹여 살리는 강력한 대안의 하나로 꼽는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혁신적인 인식 전환과 정부의 의지다. 예를 들면 편의점 등에서도 자동차 충전 배터리를 판매하도록 허용해야 한다.

한국이 전기차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면 세수(稅收) 및 전기요금 체계 등이 개편되어야 한다.

국내의 현행 세수 체계는 유류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10% 정도 되어 전기차 보급이 확대되면 세수 감소 현상이 나타난다.

이 때문에 정부 관료들은 전기차 산업 활성화에 적극 나서지 않는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州)의 경우 친환경차를 판매하면 내연기관 차량을 판매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강제 크레딧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전기차는 앞으로 다가올 자율주행차 등 스마트카 시장 경쟁의 전초전이다. 전기차 시장에서 뒤처지면 우리나라가 그동안 이뤄 놓은 IT산업 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 있고, 미래도 없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전기차는 배터리, 변속기, 모터가 3대 핵심 부품이라고 말한다. 양산 투자도 기준으로 한 기업이 2조 원 정도만 투자하면 큰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전기차 산업은 독일과 제휴할 경우 강력한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보쉬와 지멘스가 보유하고 있는 싱크로나이즈(동기식) 모터의 기술력은 일본 업계보다 10년 정도 앞서 있다.

한국과 독일 간 민관(民官) 협력체제는 미국 실리콘밸리 중심의 빅 3(구글, 애플, 테슬라)를 견제할 수 있다.

더 이상 미적대다간 전기차 시장 경쟁에서 뒤지는 것은 물론 국가 산업 경쟁력 자체도 힘을 잃는다.

다행히 현대차와 LG그룹간 협력 관계가 조성되어 그 토대는 마련되어 있는 셈이다. HL그린파워는 배터리팩(모듈화된 전지)의 개발·제조·판매업체로 지난 2010년 1월 설립됐다.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현대모비스가 지분 51%를 갖고 있으며 LG그룹 계열사인 LG화학이 나머지 49%를 보유하고 있다.

LG화학에서 배터리셀을 공급받아 친환경자동차에 적용되는 배터리팩을 만들어 현대·기아차에 납품하고 있다.

테슬라가 일본 파나소닉에서 배터리셀을 받아 배터리펙으로 만드는 것과 같은 작업 공정을 가지고 있다. 

한편 전기차를 대한민국의 차세대 먹을거리를 창출하는 가치 투자로 접근하는 지자체가 있다. 바로 제주도이다.

제주도는 버스·택시·렌터카를 포함한 모든 차량을 2030년까지 전기차로 바꿀 계획이다. 
지금이라도 발 빠르게 추격하면 전기차 분야에서 세계 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 

우리나라는 안정적인 전력(電力) 인프라와 높은 인구밀도, 세계적인 IT 경쟁력 등 전기차 확산에 필요한 최적의 시장 환경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타이밍을 놓치면 지금의 현대차 자리를 구글이나 애플이 차지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아예 구글이나 애플에 의해 산업지도에서 사라질 수도 있다.

삼성은 과거의 자동차 사업 실패에 대한 트라우마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 한국이 전기차 주도권을 놓치면 삼성은 지금도 힘들지만 앞으로 더 힘들어질 수 있다.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