짖는 개는 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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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래한국
  • 승인 2015.05.27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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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論] 북한의 막말과 그 底意

北의 막말 공세는 자신들의 보잘 것 없는 처지에서 나오는 ‘弱者의 역설’

▲ 문순보 자유민주연구원 안보전략연구실장

북한의 도발 수단은 물리적이고 실재적인 도발과 언어에 의한 도발로 나눠볼 수 있다. 전자는 비용이 많이 들고 국제사회의 제재를 불러오는 반면, 후자의 경우는 비용을 거의 들이지 않으면서 자신들의 우월감을 표출하는 단골 수단이 되어 왔다.

외부 세계를 향한 북한의 막말은 항상 자신들이 우월한 존재라는 ‘갑(甲)’의 정신에서 비롯된다.

북한은 지난 3월 천안함 폭침 5주기를 전후해 우리 사회 내부에서 북한의 도발을 상기하며 비난하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일부 시민단체에서 대북(對北) 전단을 대규모로 살포하겠다는 계획을 밝히자 “대북 전단이 날아오면 무력 대응하겠다”며 위협했다.

지난 3월 23일 조선중앙TV는 “모든 화력타격수단들은 사전 경고 없이 무차별적인 기구 소멸작전에 진입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감히 남조선에서 자신들의 최고 존엄을 헐뜯으려 한다’는 오만한 의식에서 대북 전단을 저지하려는 것이다.

이 같은 한국에 대한 북한의 우월감은 미국과 관련해서는 ‘박해받는 정의로운 약자’의 모습으로 나타나며, 거악(巨惡)인 미국에 항전하는 결연함으로 포장된다.

한국은 같은 민족이나 동포가 아니라 사악한 미국에 빌붙어 아첨만 하는 기회주의 집단으로 매도하고 있다.


김기종 테러는 ‘정의로운 칼 세례’?

지난 3월 5일 주한 미국 대사의 피습사건이 발생했을 때였다. 북한 노동신문은 사건 직후인 3월 6일 피의자 김기종의 테러를 ‘정의로운 칼 세례’라고 했고, 3월 8일 북한의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는 “부임된 지 몇 달도 안 되는 리퍼트가 징벌을 당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리퍼트의 죄악에 찬 행적과 파렴치한 언동들이 그 직접적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조평통은 “이 자는 남조선 주재 미국 대사로 임명되기 전부터 오바마의 아시아 중시 정책 작성에 깊이 관여했고 전시(戰時)작전통제권 전환의 재연기, 미·일·남조선 간의 3각 군사동맹 구축 실현을 위해 미쳐 날뛰면서 우리 민족에게 해만을 끼쳐왔다.

또 남조선에 부임해선 민족 공동의 보검인 우리의 핵 억제력을 걸고들며 반(反)공화국 압살의 속심을 공공연히 드러냈으며, 우리 민족의 100년 숙적(宿敵)인 일본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망발까지 늘어놨다”고 덧붙였다.

또한 우리민족끼리는 박근혜 대통령을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의 애완견에 비유하면서 “응당한 징벌을 당한 자에게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달려와 아양을 떤 청와대 안주인과…”라는 막말을 퍼부었다.

리퍼트 대사에 대한 테러를 ‘정의의 칼 세례’라고 막말을 퍼부었던 북한은 우리 정부에 대해서도 ‘친미(親美)에 환장한 어중이떠중이’, ‘미국에 꼬리치는 삽살개’에 비유했던 것이다.

지난해 4월 25일 오바마 미(美)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해서 한미(韓美)정상회담이 개최되고 전작권 전환 시기에 대한 합의, 북한 및 북핵(北核)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밝힌 직후인 5월에는 북한 관영매체들이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을 싸잡아 비난하면서 막말을 쏟아냈다.

▲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4월 6일 마크 리퍼트 주한 대사 피습 소식을 보도하며 관련 사진을 게재했다.

오바마 대통령에게는 “혈통마저 분명치 않은 인간 오작품에 원숭이의 몸에서 삐어져 나온 것이 분명하다.

아프리카 자연 동물원의 원숭이 무리 속에 끼워 빵부스러기나 핥으며 지내는 것이 좋을 듯하다”고 했고, 박 대통령을 향해서는 “박근혜가 진실로 남북관계 개선을 원한다면 이제는 청와대의 안방에까지 들어 앉았는데 방구석에서 횡설수설하던 아낙네의 근성을 버리고…” 라고 막말을 퍼부었다.

2013년에는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더 강화된 가운데 김관진 국방 장관이 유임되자 이때에도 북한은 김 장관을 향해 입에 답지 못할 막말을 쏟아냈다.

3월 26일 우리민족끼리는 “계속 도발적 망발만을 늘어놓는 김관진은 그 무자비한 보복타격의 첫 번째 벌초 대상이 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弱者의 역설 

이상에서 간략히 살펴본 바와 같이 북한은 자신들이 항상 옳고 정의로운 존재며 미국으로부터 부당하게 위협을 받고 있는 존재라고 스스로를 규정하기 때문에 자신들에게 불리하거나 궁지에 몰린 국면에서는 어김없이 막말을 동원하는 행태를 보였다.

그들이 주로 사용하는 ‘응징’이나 ‘징벌’과 같은 용어들도 자신들이 심판자라는 지극히 오만한 생각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이 같은 북한의 행태는 둘 중에 하나일 것이다. 자신들의 처지나 지위가 그토록 열악하고 보잘 것 없는 것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나오는 ‘약자(弱者)의 역설’이거나, 북한 주민들을 상대로 정권의 자존을 과시하고 복종을 끌어내기 위한 상징조작의 수단일 수 있다.

어찌됐든 객관적인 시각에서 볼 땐 폭력에 의한 보복 위협이나 시정잡배들의 막말을 쓰면서 자신들의 불편한 기운을 표출하는 북한이 정의로운 존재거나 박해받는 약자라는 인상을 주지는 못한다.

북한의 언어 도발은 효용성이 없기 때문에 이제는 좀 더 세련되고 우아한 수사(rhetoric)들을 구사할 것을 북한 당국에 당부한다.

<문순보 자유민주연구원 안보전략연구실장>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경찰대학 치안정책연구소 연구자문위원
통일부 통일정책연구협의회 운영위원
고려대 일미니국제관계연구원 선임연구원
성균관대, 동덕여대, 단국대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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