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법(惡法) 양산하는 대한민국 국회
악법(惡法) 양산하는 대한민국 국회
  • 이성은 기자
  • 승인 2015.06.08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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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 영국의 惡法이 주는 교훈

惡法은 삶의 질 하락, 국가 발전 저해 등 사회 전반에 지대한 손실 초래 

우리 국회의 비상식적인 입법 활동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국회는 지난해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과 도서정가제 개정안 등 시장경제 질서를 왜곡하는 법들을 통과시켰다.

올해는 허술한 잣대와 위헌(違憲) 요소들을 포함하고 있는 김영란 법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을 통과시켰다. 

국회가 지속적으로 내놓는 법안의 내용들을 살펴보면, 대한민국이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체제 국가가 맞는지 국가 정체성에 대한 의구심이 들 정도다.

국가를 지탱하는 헌법 원리에 어긋나거나, 사회적 혼란을 초래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법을 ‘악법(惡法)’이라고 한다.

영국은 세계 역사상 가장 대표적인 ‘악법’들을 만들어냈던 나라 중 하나다. 영국은 악법으로 인해 다방면에서 큰 손실을 경험했다.

따라서 영국의 악법 사례는 하나의 악법이 국가에 얼마나 지대한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 알 수 있는 좋은 사례다.

중세시대의 영국은 주로 세금을 많이 걷기 위한 악법들을 양산했다. 그 시초는 17세기에 시행했던 난로세법이다.

1662년에 제정된 난로세법은 영국이 청교도와의 전쟁을 벌일 당시 만들어졌는데, 국가 재정이 궁핍한 상황에서 전쟁 자금 조달을 위해 ‘벽난로’를 보유한 집을 대상으로 세금을 매기는 법이었다.

난로세의 발상은 벽난로가 설치된 주택들은 대부분 귀족들의 호화주택이라는 점에 착안한 일종의 부유세 성격의 세금이었다.

하지만 난로세는 집안에 설치되어 있는 벽난로를 일일이 확인하는 것이 어려웠을 뿐 아니라, 낯선 사람이 집안에 들어와 벽난로를 검사하는 행위에 대해 사생활을 침해라는 국민들의 반발이 높아지자 결국 1689년에 폐지되었다.


난로세, 창문세, 적기조례… 

영국은 난로세가 폐지된 후 대안으로 창문세를 제정했다. 1696년에 제정된 창문세는 규모가 큰 주택일수록 창문이 많을 것이라는 예측을 바탕으로 제정되어 창문이 많은 주택일수록 무거운 세금이 부과됐다.

프랑스도 영국을 따라 창문세를 도입했는데, 영국이 창문의 개수가 많을수록 무거운 과세를 했다면 프랑스는 창문의 크기가 클수록 많은 세금을 부과했다.

창문세 도입은 자국민들의 삶의 질을 악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졌다. 사람들은 과세를 피하기 위해 햇빛이 들어오지 않는 불편을 감수하면서 창문을 폐쇄하기 시작했고, 심지어 창문이 없는 건축물을 짓기 시작했다.

결국 창문세는 조세 수익을 상승시키는 효과를 거두지도 못했을 뿐 아니라, 창문 없는 건축 구조로 인해 국민들의 건강을 심각하게 해치는 결과를 초래했다.


근대에는 잘못된 규제법이 일부 산업의 발전을 막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 중 대표적인 법은 1865년 시행된 ‘적기(赤旗)조례(Red Flag Act)’다.

적기조례법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자동차는 핸들을 잡는 운전수, 석탄을 공급하는 화부(火夫), 붉은 깃발을 들고 차량의 50m 전방을 걷는 조수까지 총 3명이 운행해야 한다. 붉은 기를 들고 걷는 조수는 말이나 기수에게 자동차의 접근을 예고해야 한다. 자동차는 말을 놀라게 하는 증기나 연기를 내면 안 된다. 또 시가지에서는 시속 3㎞ 이상으로 달릴 수 없다”

이 법은 당시 마차가 주요 운송 수단이었던 영국에서 말이 자동차를 보고 놀라서 폭주하는 사고를 막기 위해 제정된 것이었다.

▲ 영국에서 1865년 시행되었던 '적기조례(Red Flag Act)'는 산업 발전의 저해를 초래한 대표적인 '악법'으로 평가받고 있다.

자동차의 주행 속도를 터무니없이 규제한 이 법은 무려 33년간 시행됐고, 영국의 자동차 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근본적인 원인이 됐다.

반면 독일은 영국이 적기조례라는 규제를 시행하는 동안 가솔린 엔진을 개발하면서 자동차 산업의 주도권을 거머쥐게 되었다.

영국의 악법은 식민지에도 영향을 끼쳤다. 근대 영국에 존재했던 ‘자살기도 죄’는 영국이 식민 지배를 하던 인도의 법에 포함되었다. 

자살기도 죄는 자살을 기도한 사람을 처벌하는 법으로, 자살시도 혹은 자살 위험이 있는 행동을 한 사람에 대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벌금형에 처한다는 내용이다. 


혹세무민적 개혁안 내놓은 국회 

영국에서는 자살기도 죄를 1960년대에 폐지했지만, 인도에서는 1861년 인도형법전이 제정된 이후부터 현재까지 잔존해 있다.

자살기도 죄는 자살 시도 행위자를 심리적 치료가 필요한 대상으로 접근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처벌 대상으로 삼는 가혹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영국의 악법들을 살펴보면 하나의 악법이 사회 전반에 지대한 손실을 초래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국민의 삶의 질을 하락시키고, 국가 발전을 심각하게 저해하는 결과를 야기하기도 한다. 현대 사회에도 이에 못지않은 악법들을, 그것도 대한민국 국회가 양산하고 있다.

▲ 국회가 지난해의 단통법, 김영란법 통과에 이어 사회적경제기본법 처리와 공무원연금 개혁 과정에서도 위헌 요소를 포함하고, 자유시장경제에 맞지 않은 입법 활동을 하고 있다. 각종 악법으로 국가 발전을 저해했던 영국 사례가 우리에게도 되풀이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서두에 언급했던 단통법과 도서정가제는 이미 해당 영역의 시장경제 질서를 파괴시키고 있으며, 위헌 소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통과를 강행한 ‘김영란 법’은 해당 법에 저촉되는 직종의 종사자 들 중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억울한 ‘범죄자’로 전락하게 될지 가늠조차 어렵다.

최근에는 여야 대표가 ‘공무원 연금개혁’에 대해 주먹구구식 합의를 도출해내고 국민 부담을 증가시키는 혹세무민적 개혁안을 내놓았다.

이것뿐만이 아니다. 앞으로도 국회를 통과할 것으로 보이는 악법들이 부지기수다. 대표적으로 사회적 경제 조직을 활성화 시킨다는 내용을 주요 골자로 하는 ‘사회적경제기본법’은 자유시장경제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법이다. 하지만 여야 대표의 합의 하에 국회에 계류 중이어서 조만간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대한민국 국회의 악법 생산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국회가 앞으로도 이와 같은 악법 제정을 멈추지 않는다면, 지금 우리가 영국을 통해 악법의 폐해에 대한 교훈을 얻는 것처럼 후대에는 대한민국의 악법을 통해 전 세계가 교훈을 얻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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