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귀한 단순, 위대한 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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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래한국
  • 승인 2015.06.09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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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귀의 고전 읽기] 빈켈만 著 <그리스 미술 모방론>

독일의 미학자이자 미술사가인 요한 요하힘 빈켈만은 고대 그리스 문명에 대한 막연한 동경에 머물던 그리스 예술 작품들을 면밀히 관찰하고 왜 이들 작품이 고전주의 미학의 원천이 되는지를 통찰해 냈다. 그리스 예술품의 아름다움의 비밀을 발견한 것이다.

그가 탐색하여 명명한 ‘고귀한 단순, 위대한 고요(edle Einfalt, stille Groesse)’라는 고대 그리스 예술의 개념적 특징은 서양 예술의 고전적 이상으로 제시되어 서구 예술 창작에 지대한 영감을 줬다.

빈켈만은 고대 그리스의 조각 작품과 회화를 집요하게 관찰하고 탐색하여 그리스 예술품들이 발산하는 오묘한 아름다움의 실체와 본질적 요소를 찾아냈다.

그는 그리스 조각의 탁월성을 만드는 요소를 7가지 요소로 나눠 심도 있게 분석하고 있다. 아름다운 자연, 윤곽, 옷주름, 고귀한 단순과 고요한 위대, 제작 방법, 회화, 우의(寓意)가 그것이다.

그리스 작가들의 자연에 대한 모방 능력은 남달랐다. 근대 조각 작가들이 상업적 모델에서 조각의 심상(心象)을 얻었다면 그리스 작가들은 나체로 운동하는 선수들, 아름다운 육체를 가꾸던 그리스인들의 일상적 삶의 관찰을 통해 자연스럽고도 생생한 조각을 만들어냈다.

특히 그리스 예술가들은 “인물을 닮게 그리되 동시에 더 아름답게 만드는 것”을 최고의 예술 규칙으로 삼았다.

빈켈만은 완벽한 자연을 그대로 모방하되 “지혜롭게 절제된 형태로 부드럽게 나타”낼 줄 알았던 그리스 작가들의 능력을 근대 작가들이 배워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리스 거장의 작품에는 “전체 구조의 통일, 부분들의 고귀한 결합, 꽉 차 있으면서도 한도를 넘지 않는 절제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스 조각가들의 정확한 윤곽 표현 능력 또한 찬미의 대상이다. 빈켈만은 근대 예술가 중 그리스인의 윤곽 묘사를 제대로 모방해 낸 사람이 없다고 말한다. “루벤스도 결코 그리스인의 윤곽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빈켈만이 언급하는 고대 그리스의 위대한 조각가들, 페이디아스, 프락시탈레스, 파라시오스, 에우프라노르, 테우크로스 등이 만들어낸 숭고한 작품들은 인류 최고의 예술품들이다.

근대 조각가 중 빈켈만이 고대의 경지에 이르렀다고 인정한 유일한 사람은 미켈란젤로뿐이다. 하지만 그 역시 영웅의 육체 묘사에서만 고대의 경지에 이르렀을 뿐, “섬세한 소년상이나 여성상에서는 그에 미치지 못했다.

심지어 여성상은 그의 손에서는 전부 아마존족이 되어버린다”고 안타까워한다.

그리스 예술가들이 이토록 위대했던 이유는 뭘까? 빈켈만은 그리스 예술가들이 조각가인 동시에 철학자적 역량까지 가졌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들의 “지혜가 예술에 손을 뻗어 조상(彫像)에 평범한 영혼 이상의 것을 불어넣었기” 때문에 걸작을 만들 수 있었다고 보았다.

빈켈만은 “그리스 조상(彫像)들은 휘몰아치는 격정 속에서도 침착함을 잃지 않는 위대한 영혼을 나타낸다”는 것이다.

빈켈만은 고대의 위대한 조각과 회화를 근대 예술가들이 제대로 모방해 낼 수 있기를 희구했다.

그가 근대 예술가들의 작품에 혹독한 비판과 질책을 하는 이유는 고대 그리스 거장들의 표현 양식과 혼을 불어넣는 열정, 섬세한 관찰력을 모방하고 계승함으로써 근대 예술의 새로운 활로를 열어보고자 했던 열망 때문이었다.


박경귀 한국정책평가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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