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한국] 이념 갈등, 10년 후에도 여전할 것
[2025년 한국] 이념 갈등, 10년 후에도 여전할 것
  • 미래한국
  • 승인 2015.06.16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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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호 특집] 10년 후 한국의 이념 갈등
▲ 홍관희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미래한국 2~5기 편집위원

통합에 관한 칼 도이치의 연구에 의하면, 인간은 공통의 가치(common values)를 보유할 때 통합이 가능하다고 한다. 여기서 통합(integration)은 정치적 통일(unification)과는 다른 의미다.

정치적 통일이 정치·군사적으로 하나의 주권 아래 귀속되는 것을 의미하는 반면, 통합은 문화적·이념적으로 하나의 공동체(community)를 형성함을 뜻한다.

이에 따라 비록 정치적으로 통일되었어도 문화적·이념적으로 통합되지 않으면 진정한 통일을 이루지 못하고 분열을 피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소련의 연방 해체나 티토 사후(死後) 유고슬라비아의 해체, 그리고 중국 내 티베트 분쟁 등이 대표적 사례다.

반면, 정치적 통일이 이뤄지지 않았더라도 문화적·이념적으로 동질적인 경우, 함께 공존하며 사실상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

미국과 캐나다의 공존, 유럽공동체(EEC)의 형성 등이 대표적인 경우다. 이질적인 사람들이 갈등을 극복하고 통합을 이루기 위해서는 위에서 언급한 대로 가치관의 합일(合一)이 전제돼야 한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다.

그렇다면 가치관의 합치에 도달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는가? 무엇보다도 커뮤니케이션, 곧 소통과 거래(transaction)가 필요하다. 커뮤니케이션은 사람들로 하여금 함께 생각하고 함께 바라보며 함께 행동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

커뮤니케이션을 이루기 위해선 진정한 의미에서의 만남과 대화가 필수적이다. 결국 인간은 만남-대화-커뮤니케이션-소통-거래 등의 과정을 거쳐 가치관의 합치를 통해 이념적 통합에 도달할 수 있다.

남북한처럼 상이한 문화·이념·가치관·신념체계가 대립하고 있는 경우, 어느 방향으로 통합되어야 하는가의 문제가 일어난다. 문화 이론에 의하면, 모든 문화는 하위 문화에서 상위 문화를 향한 발전을 계속해 나아간다.

마치 물의 흐름처럼 인간의 역사는 보다 나은 것을 향한 전진의 무한한 과정이다. 이념과 가치관 역시 보편성을 향한 수렴 과정으로 볼 수 있다.


통합 위해선 南南 이념 갈등의 실상부터 알아야

한반도의 경우 남북한의 정치 이념과 문화는 ‘보편성’ 차원에서 크게 대조된다. 수령 중심의 주체사상과 자유민주주의를 등가(等價)로 놓을 수 없는 배경이다.

따라서 두 이념을 적절히 배합하는 혼합 통합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비현실적이다. 남북 통합의 길은 결국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가치관을 향해 수렴되는 형식으로 가게 될 것임을 확신할 수 있다.

한편 한국 사회 내부에도 심각한 이념갈등 요소가 자리 잡고 있어, 지속적인 국가발전을 저해하고 있다. 예컨대 정치이념에서부터 시작돼 역사관, 세계관, 국가관, 북한관, 통일관 등에 뿌리가 다른 이념들이 상호 갈등을 일으키며 투쟁을 계속하고 있다.

그 실상을 분석하고 10년 후 진정한 통합 실현의 길을 모색해 보는 것은 시의적절한 연구 주제가 아닐 수 없다.


정치 이념

현재 한국 사회 내부에는 자유민주주의(=자유주의적 민주주의), 사회주의적 민주주의(인민민주주의), 그리고 사회민주주의 등이 공존하며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

‘진보적 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북한의 주체사상을 수용한 통합진보당은 대한민국 이념을 부정하고 반(反)국가단체인 북한의 정치 이념을 추종한 탓에 헌법재판소에 의해 해산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이념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아직도 잔재해 사회 갈등의 주요 원천이 되고 있다.

학교 역사교육 과정에 ‘자유민주주의’ 용어를 사용할 것인지 ‘자유’를 삭제한 채 ‘민주주의’라고만 쓸 것인지가 논란이 되고 있을 정도다.

‘민주주의’ 개념이 상호 모순된 의미를 함께 포괄하고 있으므로, 수식어를 명확하게 붙여줘야 개념 구분이 가능하다.

한편 사회민주주의(social democracy)는 대한민국의 헌법 질서를 존중하며 비폭력적으로 사회주의 이상을 추구하는 정치이념이다. 상기한 사회주의적 민주주의(socialist democracy)가 폭력 투쟁을 통해 공산주의를 실현하려는 것과 대비된다.

대한민국의 정치 이념은 자유민주주의(liberal democracy)로서 헌법에 명시되었으며, 역사적으로 그 타당성이 검증된 국제사회의 보편적 이념임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역사관

대한민국은 해방 후 극도의 혼란기를 거쳐 자유민주주의를 중심 이념으로 1948년 8월 15일 가까스로 건국되었다.

그러나 현재 우리 사회는 8·15를 해방절(解放節)의 의미로만 경축하고 있으며 건국절(建國節)은 외면당하고 있다.

일부에선 1919년 4월 상해 임시정부 수립을 건국으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 마치 출산 시점보다 잉태 시점을 출생일로 해야 한다는 주장과 흡사하다.

뿐만 아니라 6·25 전쟁을 바라보는 관점 차이도 주요한 갈등 요소의 하나다. 6·25 전쟁을 김일성의 남침전쟁으로 바라보는 전통적 시각과 6·25가 통일을 위한 전쟁이었으며, 이전부터 존재해 온 남북 갈등의 연장선상에 있는 ‘내전’의 한 형태라고 보는 수정주의 시각이 그것이다.

6·25가 김일성이 주도한 남침전쟁이었다는 사실은 흐루시초프 회고록을 통해 역사적 사실로 입증되었다. 이 밖에 5·16이 혁명이냐 쿠데타냐의 문제도 고위 공무원 청문회 때마다 제기될 만큼 주요한 역사 갈등의 하나다. 

5·16이 당시 실정법상 위법이지만, 사회 변혁을 근본적으로 야기한 사건에 대해선 정치사적으로 통상 ‘혁명’이라고 부르기 때문에 논란의 여지가 남아 있다. 


세계관

21세기 세계체제의 성격을 두고도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자유민주주의·자유시장경제 중심으로 국제사회를 바라보는 관점이 주류인 반면, 아직도 사회주의의 유산이라 할 종속이론(dependency) 입장에서 세계를 바라보고 세계자본주의 체제 자체를 ‘모순’으로 인식하는 시각도 공존해 갈등의 원천이 되고 있다.

이런 세계관의 차이는 곧 우리 국가안보를 함께 책임지고 있는 우방 미국에 대한 시각으로 연결된다.

곧 미국에 대해 자유세계를 이끌고 경찰 역할과 공공재(公共財) 역할을 담당함으로써 세계질서와 안정을 도모하는 리더십 국가로 보는 것이 정론(正論)인 반면, 미국을 제국주의 국가로 보는 ‘반미(反美)’ 인식도 확산되고 있다. 

대미(對美) 인식은 미국이 한반도에 제공하는 안보 우산(핵우산)의 의미와 한미(韓美) 가치동맹의 정당성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국내에서 사드(THAAD·高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도입 여부를 놓고 벌어지는 논란은 이러한 대미 인식 갈등의 반증이기도 하다. 

반미 인식은 더 나아가 최근 동아시아에서 가시화되고 있는 미중(美中) 패권 경쟁 속에서 자칫 한미동맹 체제를 벗어나 중국 편향 외교 노선을 주장하거나, 아니면 중립화 외교노선을 추구하는 원천이 되기도 한다. 


국가관

대한민국 헌법 3조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를 영토로 선언함으로써 대한민국이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 정통 국가임을 명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북한은 자동적으로 불법 권력으로 간주된다.

한편 헌법 3조를 인정하지 않고 북한을 주권국가로 인정하려는 관점도 존재해 또 하나의 갈등 요인이 되고 있다. 북한도 유엔(UN) 회원국이라는 사실이 이들 주장을 정당화하는 주요 근거다.

그러나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는 문제와 유엔 회원국 여부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설사 유엔 회원국이라 하더라도 우리가 국가로 인정하지 않으면 된다.

또 실제로 그런 상대도 적지 않다. 북한을 주권국가로 보는 인식은 대한민국의 정통성(legitimacy)을 부정(否定)하는 국가관이다.

해방 이후 체제 경쟁에 들어갔던 남북한은 북한이 체제모순과 세습독재 및 인권 유린 속에 거의 붕괴 상황에 직면한 반면, 남한은 세계 10위권의 경제 발전에 성공하고 자유민주주의 복지 사회를 구현함으로써 대한민국의 한반도 정통 국가임을 현실을 통해 실증해 보이고 있다.


북한관

한때 북한을 같은 민족으로서 ‘파트너(=친구)’로 간주한 때가 있었다. 그러나 핵·미사일을 중심수단으로 삼는 북한의 대남 군사패권전략 및 무력통일 기도는 북한 정권이 의문의 여지없는 대한민국의 적대세력임을 입증해 줬다. ‘국방백서’는 명시적으로 북한을 대한민국 전복을 기도하는 ‘적(敵)’으로 간주하고 있다.

북한의 대남 무력위협은 이제 절체절명의 국가안보와 존립의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에는 북한 체제의 성격 논란이 계속되고 있고, 이에 따라 대북정책 갈등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어떤 사람은 “그럼 남북 대화는 하지 말란 말이냐”고 반문(反問)한다. 물론 북한과 협상과 대화는 가능하다. 그러나 남북 대화는 대북 전략의 한 방편이다.

경우에 따라 대화도 하고 대결도 할 수 있다. 다만 북한 정권을 기본적으로 어떻게 바라보느냐는 중요한 국가안보상의 문제다.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갈등도 북한관과 밀접한 관계에 있다. 김정은 3대 세습 정권의 포악성과 인권 유린을 규탄하는 것이 국제사회의 인식과 합치하는 보편적 관점인 반면, 북한인권 문제를 북한 체제의 내재적 특성에 입각해 바라봐야 한다며 인권 유린 상황을 외면하려는 주장도 존재해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 현재 우리 국회에는 북한인권법이 수년째 계류된 채 입법화되지 못하고 있다.


통일관

대한민국 헌법 4조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통일’을 규정하고 있다. 보편적 이념인 자유민주주의에 기초한 한반도 통일원칙을 천명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 일각에선 자유민주주의와 사회주의와의 혼합적 중도(中途) 통일, 또는 북한 ‘주체’ 정권과 자유민주주의 체제 간의 연방제 통일 등을 주장해 통일원칙에 혼선을 일으키고 갈등의 원천이 되고 있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이념을 일탈(逸脫)한 통일 노선은 도덕적으로 용인될 수도 없고,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성도 없다.

통일관의 차이는 북한 체제가 붕괴해 급변사태로 가는 경우의 우리 대응전략과도 직결돼 갈등의 또 다른 요인이 되고 있다.

북한이 스스로 무너질 경우에도 “흡수통일 반대”라는 구실로 자유민주통일을 추진하지 않는다면 헌법에 의해 대한민국 정부에 부여된 정당한 통일 실현의 사명과 임무를 유기(遺棄)하는 것과 다름없다. 


이념 갈등 극복을 위한 노력과 10년 후 전망 

앞서 살펴본 것처럼 이념 갈등은 보편적 가치를 중심으로 통합될 때 극복이 가능하다. 아울러 커뮤니케이션 과정이 필수적이므로 사회 전체 차원에서 커뮤니케이션 매체 역할을 담당하는 언론이 중요하다.

한국 사회 내에 이미 수많은 형태의 언론이 존재한다. 매스미디어로서의 언론은 정치적 견해를 창출할 뿐만 아니라 기존의 정치적 성향을 강화 또는 약화시키기도 한다. 언론은 특히 정치 담론(談論)을 만들어내고 주도한다.

언론은 보도 내용의 인과관계를 주도적으로 설정함으로써, 사건의 원인 소재를 왜곡시킬 수도 있고 정책적 암시를 통해 정부 정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보도에 있어서 언론인의 가치기준과 윤리적 의무 이행이 중요해지는 배경이다. 결국 이념 갈등의 해소를 위해서는 언론의 편향성을 극복하도록 노력하면서, 올바른 관점들이 국민 의식 속에 내재화될 수 있도록 다각도의 교육 및 홍보 노력이 수반되어야 한다.

사무엘 헌팅턴의 ‘문명충돌론’에서 볼 수 있듯, 세계에서 발생하는 갈등의 기저(基底)에 문화적·이념적 분열이 존재함을 부인할 수 없다. 헌팅턴은 상충(相衝)하는 세계관들이 타협을 이루기가 쉽지 않으며, 문명 충돌은 결국 보편적 가치기준을 향해 수렴한다고 강조한다.

현재 국제사회에서 급속도로 진행 중인 세계화와 상호의존 현상을 감안하면, 보편성에의 수렴 현상이 더 빨라질 것이 분명하다.

과연 10년 후 한국 내부의 이념갈등 극복과 남북통합은 가능할 것인가? 우리 사회 기저에 합리성이 있다고 믿기에, 상당 부분 극복이 가능하다고 본다.

지난 해 헌법재판소는 통합진보당 해산을 압도적 다수로 판결했고, 이석기 내란 관련 판결에 중죄(重罪)를 선고했다.

▲ 옛 통합진보당 소속 5명 의원 전원이 정부의 통진당 해산 청구에 반대하며 삭발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2014년 12월 종북 활동을 이유로 통진당의 해산을 결정했다.

이는 향후 이념 갈등 극복 문제에 중요한 함의(含意)를 던지고 있다. 곧 ‘진보적 민주주의’라는 이름의 사회주의적 민주주의는 우리 사회에서 허용될 수 없으며, 대신 자유민주주의가 현 체제 이념 및 통일 이후의 정치이념 형성에 기초가 되어야 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점이다. 이로써 갈등 해소와 극복을 위한 최소한의 단초는 마련되었다고 볼 수 있다. 

10년 후 결과는 우리 국민 모두의 노력에 달려 있다. 곧 우리 사회 이념 갈등 극복 여부는 자유민주주의·자유시장경제의 이념적 정체성, 대한민국의 한반도 유일 합법 정통성, 자유민주 통일의 원칙, 한미동맹의 중요성 인식 등 보편성에 입각한 제반 관점들이 얼마나 국민의식 속에 착근(着根)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전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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