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이상의 스포츠 축구
스포츠 이상의 스포츠 축구
  • 심찬구 편집위원
  • 승인 2015.07.09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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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찬구의 스포츠 세상만사]

축구는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라 거대한 산업

중동 오일 머니의 유럽 유명 구단 매입, 중국은 ‘축구 굴기’  선언

심찬구 스포티즌 대표

미래한국 편집위원

국제축구연맹(FIFA) 회원국은 209개로 유엔 가맹국보다 많다. 전 세계적으로 2억 명이 넘는 선수가 아마추어 및 각급의 프로선수로 활약하고 있다. 축구산업의 규모는 5000억 달러로 추산되며, 이는 전 세계 스포츠산업의 40%를 차지한다. 

영국에서 시작된 현대 축구는 1990년대 미디어 산업의 발전과 더불어 빠르게 성장했다. 도시와 지역을 베이스로 하던 축구산업이 매체를 타고 넘어 글로벌 콘텐츠화 되기 시작했다. 이에 따른 중계권료 상승은 각 국가별 연맹과 팀에 이전과는 다른 수준의 수입을 가져다 줬다.  

이런 자금을 바탕으로 더 나은 콘텐츠 공급자가 되는 데 필수조건인 ‘좋은 선수’를 확보하기 위한 클럽들 간의 경쟁은 선수 이적료와 연봉 상승을 초래했다. 

축구가 확보한 미디어 콘텐츠로서의 양적, 질적 지위는 그 팬들을 소비자로 돌리기를 원하는 기업과 브랜드들을 후원(sponsor)으로 끌어들이기 시작했다. 오늘날 FC 바르셀로나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같은 팀들은 자신들을 ‘단순한 축구팀이 아니라 글로벌 기업’으로 규정한다. 이들 클럽의 연간 수익은 6000억~7000억 원이 넘는다. 

선수들은 단순히 축구선수를 넘어 시대의 영웅 대접을 받는다. 호나우두나 메시 같은 선수들의 이미지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매체의 지면과 화면을 차지하고 있을 것이다. 유럽의 어느 도시마다 꼭 있는 두 가지가 하나는 교회(혹은 성당), 또 하나는 축구 스타디움이다.

한 시절 신(神)만이 그림의 주제가 될 수 있었고, 음악은 찬양을 위한 것이었던 기독교의 땅 유럽의 중세가 불과 수백 년 전이다. 지금 TV에서부터 손 안의 휴대폰 액정 화면까지 유럽인들의 눈에 많이 등장하는 이미지와 콘텐츠는 축구다. 

▲ 2002 한·일 월드컵에서 스페인을 꺾고 4강 진출을 확정지은 우리 월드컵 대표팀. 축구는 이미 단순한 스포츠를 넘어 전 세계인과 연결되는 플랫폼으로 확대됐다.

중동 자본의 유럽 축구시장 진출 

축구는 유럽에서 발생, 식민지 남미 대륙 사람들을 추종자로 만들었다. 오늘날에는 아시아 전역, 오세아니아, 아프리카, 미국을 포함한 북미까지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중동은 국내 리그도 활성화되어 있고, 유럽 축구에 투자를 많이 한다.

중동 리그는 우리나라 국가대표급 선수들은 물론 유럽의 정상급 선수들도 선수 생활 후반부를 엄청난 경제적 보상과 함께 하기 위해 많이 진출한다. 2014-15 시즌 FC 바르셀로나에서 챔피언스 리그 우승컵을 들었던 레전드 차비 에르난데스가 이번 여름 카타르의 알 사드로 이적한 것이 대표적이다. 알 사드는 우리나라 국가대표 수비수 이정수가 진출해 있는 팀이다. 

중동 자본은 유럽 및 세계 축구시장에 직접 진출하여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 영국의 맨체스터 시티와 프랑스의 생제르망 등 빅 클럽들이 중동 자본에 인수되었다. 아스날, 레알 마드리드, AC 밀란 등을 후원하는 에미레이트 항공이나 FC 바르셀로나를 후원하는 카타르 항공 등은 유럽 구단들의 자금줄이다. 

아시아는 축구산업의 가장 중요한 시장이 되어 가고 있다. 1980년대와 1990년대 초반에 프로 리그를 출범시켜 경기력과 산업면에서 앞서가고 있는 한국과 일본이 선발 국가다. 한국과 일본은 국내 리그와 월드컵 개최, 세계적인 제조업과 브랜드를 가진 국가로서 세계 축구 후원 시장의 큰손이다. 태국, 베트남,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 동남아 국가들은 유럽 국가들에 의한 식민지배의 경험으로 축구 열기가 유럽에 필적한다. 

‘축구 굴기’ 선언한 중국 

세계 축구시장에서 중국은 중요한 나라 중의 하나다. 2014년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축구 굴기()’를 선언, 중국 국내 리그의 세계 주요 리그로의 성장, 월드컵 유치, 중국 팀의 세계 상위권 진입 목표를 제시한 이후 변화와 도전의 속도가 무섭다.

중국 대기업인 완다 그룹이 라리가(스페인 프로축구 리그)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지분을 인수하는 등 유럽 시장에 진출했다. 그리고 상하이(上海), 광저우(廣州), 베이징(北京) 등 대도시를 기반으로 하는 자국 리그(중국 슈퍼 리그)에 엄청난 자본을 투자하고 있다. 

중국 리그에 소속된 빅 클럽 팀의 연간 예산은 유럽 리그의 어지간한 팀들의 예산을 훌쩍 넘어섰다. 중국의 2014년 스포츠 산업 규모는 약 64조 원 정도 되는데, 2025년까지 축구산업의 성장을 중심으로 860조 원 규모로 키워낸다는 야심찬 계획이 축구 굴기의 진짜 목표다. 시진핑은 세계인의 스포츠인 축구에서 산업 면에서나 경기력 면에서 중심국가로 성장하여 미국과 양강(兩强)을 겨루는 중국의 존재감을 전 세계에 투영시키는 수단으로 삼겠다는 야심을 가지고 있다. 

전통의 축구 국가들인 중남미는 논외로 하고 야구, 농구, 아이스하키, 미식축구라는 4대 프로 스포츠로 인해 소외받던 축구가 미국에서 놀라운 속도록 성장하고 있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일부 지역에서만 인기 있던 축구가 뉴욕, 시카고 등 대도시에서 대유행, 직접 즐기는 스포츠로서의 선호도가 급상승하고 있다. 

두 번째, 메이저리그 사커(MLS)의 빠른 성장이다. 샐러리 캡(한 팀의 연봉 총액이 일정한 액수를 넘지 못하게 제한하는 제도)과 드래프트제를 실시하는 등 미국 프로 스포츠 경영의 특징을 도입한 메이저리그 사커는 꾸준히 팬을 늘려 왔다.

올해 맨체스터 시티와 뉴욕 양키스의 합작으로 창단된 뉴욕 FC가 상징적 사건이다. 이는 철저한 상업적 분석에 따른 시장 비전에 대한 확신에서 출발한 프로젝트다. 2014 브라질 월드컵이 기록한 놀라운 시청률은 유소년 축구 인구의 급성장과 함께 메이저리그 베이스볼(MLB)이 ‘미래 야구의 위기’를 거론하는 근거다. 

FIFA의 위기와 기회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스포츠로 급성장하는 축구산업의 정점에 있는 조직이 국제축구연맹(FIFA)이다. FIFA는 중앙집권적 조직이고, 전 세계 모든 축구 조직(지역연맹, 팀, 선수 등 이해관계자)이 적용받는 룰을 만들고 집행하는 주체다. 

FIFA를 이끄는 회장의 지위는 영향력과 명예, 경제적 보상, 의전 등에서 어지간한 국가원수급 이상이다. FIFA는 4년마다 전 세계 40억 명 이상을 TV 앞에 앉히는 월드컵을 비롯해 여자 월드컵과 대륙간컵, 연령별 세계대회 등 각종 대회를 개최한다. FIFA 회장은 수억 달러를 내면서 마케팅 파트너가 되는 공식 파트너 사 선정과 막대한 금액이 오가는 TV 중계권의 최고 의사 결정권자다. 

FIFA가 지난해 방송 중계권과 광고 계약 등을 통해 얻은 수입은 약 12억 달러, 순이익은 약 1억 달러였다. 유보금은 약 14.7억 달러다. 여기에는 2014 브라질 월드컵의 기여가 많은데, 약 5.5억 달러가 브라질 월드컵 방송 중계권 판매, 약 3.6억 달러가 브라질 월드컵 마케팅 권리 판매로 인한 것이다. 이는 2010 남아공 월드컵에 비해 약 150% 정도 증가한 액수다. 

막강 조직 FIFA와 그 수장(首長)이 세계 스포츠 사상 가장 큰 규모의 스캔들에 휩싸여 있다. FIFA 회장 선거 이틀 전 취리히에서 미국 뉴욕 주 검찰과 공조한 스위스 경찰에 의해 14명의 FIFA 고위 관계자 및 관련자들이 전격 체포되었다.

이들에게는 공갈, 온라인 금융사기, 돈세탁 공모, 탈세, 국외계좌 운영 등 47개 혐의가 적용됐다. 기소 대상자는 제프리 웹 현(現) FIFA 부회장, 잭 워너 전(前) 부회장 등 전현직 FIFA 고위직 9명, 미국과 남미 스포츠 마케팅 회사 간부 4명, 뇌물수수 중재자 1명이다. 

미국이 수사를 주도하는 이유는 뇌물수수 모의 장소가 미국이었고, 돈이 오간 곳도 미국 은행을 통해서였기 때문이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 2022년 카타르 월드컵 개최국 선정 과정뿐만 아니라 그 이전 대회에서도 마케팅, 중계권 협상을 둘러싼 뇌물수수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로레타 린치 미국 법무 장관에 따르면 이들은 1991년부터 스포츠 마케팅 회사들에 대해 축구대회 광고권 등을 대가로 리베이트를 요구했고, 이는 수차례, 매년, 대회 때마다 이뤄졌다. 

제프 블래터 FIFA 회장은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차기 FIFA 회장 선거 출마를 강행, 지난 5월 5선에 성공했으나, 6월 3일 “FIFA 재건을 위해 물러난다”며 1998년부터 장기 집권해 온 회장 직을 사퇴했다. 유럽축구연맹(UEFA) 등 ‘반(反) 블래터’ 진영의 반발과 FIFA 임원들에 대한 비리혐의 수사, 특히 미국 검찰이 그의 핵심 측근 제롬 발케 사무총장의 뇌물 수수 혐의를 지목한 게 사퇴의 원인이었다. 

발케는 남아공이 2010년 월드컵 유치를 위해 북중미 집행위원들에게 뇌물 1000만 달러를 전달했을 때 깊이 관련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는 일련의 비리 혐의에서 블래터 회장이 결코 자유롭지 않고, 또 수사 방향이 그를 향해 좁혀오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6개월 내로 FIFA는 임시총회를 소집해 새로운 수장 선출에 나설 것이다.

FIFA는 또 커넬 보렐리 FIFA 윤리위 수석조사관을 중심으로 2018년과 2022년 월드컵 개최지 선정과 관련해 간부 여러 명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히는 등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한 자체적인 노력을 시작했다. FIFA가 맞고 있는 중요한 미래는 2018년과 2022년 러시아와 카타르의 개최지 자격 유지 여부다. 

러시아·카타르는 월드컵 개최 가능할까? 

현재 자천 타천으로 새로운 FIFA 회장으로 거론되고 있는 인사 중 반(反) 블래터 진영의 선두에 서 있던 미셸 플라티니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이 가장 유력하다고 거론된다.  그러나 국가별 1표라는 선출방식의 특성상 그동안 블래터의 연임을 유지시켜 줬던 축구 저개발 국가들과 블래터 진영의 뿌리 깊은 연대가 정당성과 명분에 손을 들어줄지는 미지수다. 

도메니코 스칼라 FIFA 회계감사위원장은 “러시아와 카타르가 돈으로 표를 산 것으로 밝혀지면 개최지 권한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며 취소 가능성을 언급했다. 당시 러시아는 영국, 벨기에-네덜란드, 포르투갈-스페인 등을 제치고 2018년 월드컵 개최권을 따냈고, 카타르는 한국, 일본, 미국, 호주 등을 제치고 중동국가 최초로 2022년 개최국으로 선정됐다.

카타르는 인구가 100만도 안 되는 국가 규모로 인한 관중 동원 및 흥행에 대한 우려, 월드컵이 개최되는 여름 기온이 40도가 넘어 축구에 적절치 않은 기후라는 치명적인 약점으로 인해 논란의 중심에 있다.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세계 축구산업에서 한국은 여러 가지 기회와 위기 상황이 있다. 우선 점점 커지고 있는 축구산업 측면에서 아시아의 비중이다. ‘축구 굴기’를 선언한 중국 시장의 존재는 이웃 나라로서 더할 나위없는 호기다. 

국내에서는 프로야구의 존재감 때문에 축구에 대한 착시가 많다. 그러나 미국, 일본, 대만 정도의 시장을 가진 야구에 비하면 축구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전 세계를 포괄하는 시장이다. 축구가 가진 문화로서의 영향력은 포기하기 어렵다. 아시아의 축구산업 선도국으로서, 그리고 글로벌 브랜드의 모국이기에 가능한 세계 축구시장의 주요 후원국 지위를 통해 대한민국에게 축구가 가져다 줄 것은 잠재적으로 많다. 

아쉬운 것은 FIFA나 아시아축구연맹(AFC)에서 한국의 약한 위상과 영향력이다. 올해 초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의 FIFA 집행위원 도전에 대한 반응과 결과가 한국의 정보력, 외교력, 영향력 부족을 말해준다. 

축구 강국 한국의 선택은? 

FIFA의 새로운 수장이 교체되고, 이에 따른 축구 권력의 개편과 새로운 질서가 확립되는 시기에 회장 후보군 가운데 정몽준 전 FIFA 부회장의 이름이 거론되는 건 반가운 소식이다.  

그러나 오랜 공백, 철저히 실리로 움직이는 표심, 그와 함께 움직여줄 조직적 역량의 부재 등을 고려할 때 그가 출마를 결심하더라도 쉬운 싸움은 아니다. 그러나 그가 회장 선출이 안 되더라도 FIFA 내에서 중요 포지션과 지위를 확보하는 계기로 삼는 것은 가능하다. 

FC 바르셀로나의 슬로건은 ‘클럽 이상의 클럽’이다. 나는 ‘축구는 스포츠 이상의 스포츠’라고 정의하고 싶다. 축구는 전 세계와 연결되는 플랫폼이고, 거대한 미디어다. 한국은 이미 월드컵을 치러냈고, 4강이라는 성적을 올렸다.

이제 30년이 넘은 국내 리그를 경기력 면에서나 산업면에서 발전시켜 확대재생산이 가능한 구조로 만들고, 세계 시장 내에서 합리적인 포지셔닝을 통해 우리가 가진 축구산업자원을 극대화하는 목표와 전략이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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