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타도 세력 결집’ 위해 한국行
‘김정은 타도 세력 결집’ 위해 한국行
  • 미래한국
  • 승인 2015.07.28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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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 北 고위층의 탈북 러시

대한민국에서 힘을 키워 북한 내에 김정은 제거 위한 기반을 만든다는 전략

▲ 북한 인민무력부 보위대학

보위전문 연구실장(1994년 탈북)

강성산 전(前) 북한 총리 사위

북한 고위층 간부들의 탈북과 망명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언론에선 김정은의 비자금을 관리하는 노동당 39호실 간부, 국가안전보위부와 정찰총국, 노동당 조직지도부 간부 등 권력 핵심기관의 간부들이 탈북했다고 연일 대서특필했다.

장성택·현영철 처형 이후 북한 고위층 사이에 두려움이 급격하게 확산됐고 이것이 집단 탈북으로 연결됐다는 해석도 함께 내놓고 있다. 북한 정권 위기설까지 불거지는 상황이다. 

반면 북한 군부 최고위급인 박승원 북한군 상장(3성 장군)이 망명했다고 실명까지 공개한 보도에 대해서는 북한이 공개적으로 부인하고, 통일부가 이례적으로 사실이 아니라고 확인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일각에서는 언론이 익명의 엉터리 대북 소식통을 인용해 확인되지도 않은 첩보 수준의 사안을 보도하고 있다면서 북한 고위층 탈북의 진위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박승원 상장 망명설은 북한이 강력하게 부인하는 것을 보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북한의 고위급 장성 탈북 소문이 들리는 것은 맞다. 개인적 추측으로는 중국·러시아·독일 등의 무관으로 있는 장성 가운데 한 명이 탈북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이번 북한의 고위 간부 망명 논란에서 내가 확인할 수 있는 사항은 한 가지다. 북한 김정은의 비자금을 담당하는 노동당 39호실의 최고위급 간부 A가 망명했다는 사실이다. A는 39호실의 부부장 이상 총국장 직급 간부로, 우리나라로 치면 장관과 차관 사이에 해당하는 고위 간부다.

A의 망명 사실을 필자가 공개하는 이유는 그가 전한 북한의 최근 정황을 알리고 이에 대한 대응을 공론화하기 위해서다. 필자는 A가 올해 초 우리나라로 망명한 후 서울에서 수차례 직접 만나 최근 북한 정황에 대해 논의했다. 

▲ 김정은에 실망한 북한의 고위급 간부들이 북한을 탈출, 한국으로 망명해 체제 전복을 노리고 있다. 사진은 지난 7월 15일 김정은이 동요하는 외교관들을 단속하기 위해 재외 공관장 회의를 소집하는 모습./연합

김정은 비자금 담당 39호실 고위 간부 망명 

북한 노동당 39호실은 북한에서 김정은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운용하는 권력 핵심이다. 과거에는 금·아연·구리 등의 광물이나 수산물의 해외 수출, 최근에는 석탄 등을 해외에 수출한 돈으로 비자금을 만들었으나, 광물 가격이 하락해 현재는 중동·러시아·중국 등지로 해외 인력 송출이 주력사업이다. 

A의 증언에 의하면 김정은의 자금 사정은 바닥을 치고 있다. 문수 물놀이장, 마식령 스키장, 과학기술전당 건설 등 대규모 건축 사업으로 예산을 소모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특히 지난해 러시아에서 망명한 조선대성은행 러시아지점장이 김정은의 비자금 300만 달러를 갖고 망명함으로써 최악의 자금난으로 몰고 갔다. 

A는 이와 관련 “당시 그 돈은 김정은 개인 용도로 해외 물품을 구입하기 위해 노동당 제1비서실에서 직접 집행한 것”이라며 “잃어버린 거액을 채우느라 39호실 실장과 조선대성은행 총재가 고생이 많았다”고 증언했다. 

권력의 돈줄을 담당하는 A나 조선대성은행 간부 외에도 우리나라의 국가정보원 격인 북한의 국가안전보위부 과장도 최근 망명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북한의 권력 핵심 간부들이 김정은 체제에 대한 희망을 잃었다는 것이다. A의 증언을 소개한다. 

“북한의 당이나 정부 간부들 사이에는 김정은이 간부들을 모두 죽일 것이라는 두려움뿐만 아니라, 지도자로서 김정은에게 아무 것도 기대할 수 없다는 실망감이 팽배해 있다. 김정은은 정치나 경제, 군사 등 모든 영역에서 무능력한 데다, 장성택 처형 이후 북한을 지탱했던 엘리트들도 모두 죽였다. 이대로라면 북한은 곧 망한다. 북한에 희망이 없기 때문에 한국으로 왔다.” 

A가 지근거리에서 보고 들은 김정은에 대한 평가는 이런 시각에 힘을 실어준다. 그는 “김정은은 대인 관계에 상당한 문제가 있을 뿐만 아니라 지적(知的) 능력 면에서도 ‘둔하다’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떨어져 보인다”고 증언했다.

김정은은 김정일의 본처가 아닌 재일교포 출신 무용수 고영희의 아들이었기 때문에 김일성에게 숨긴 채 길러졌다고 한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초등학교와 같은 인민학교 등의 정규 교육을 받지 못하고 줄곧 개인 교습만 받아왔다. 10대 초반 5년 정도 스위스 유학 생활이 그가 받은 정규 교육의 전부라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A 등 최근 탈북한 고위급들이 북한 탈출과 한국 망명을 결행한 이유다. 이들의 말을 종합하면 최근 탈북자들은 ‘반(反)김정은 운동’, ‘김정은 교체’를 위한 세력을 규합하기 위해 한국에 왔다고 한다. 설령 직접적인 이유는 아니더라도 대한민국에서의 활동 목표는 바로 반김정은 운동이 될 것이다. 

“김정은 타도세력 모으기 위해 한국에 왔다” 

A는 최근 만난 자리에서 탈북을 감행한 목표에 대해 “암살이든 쿠데타든 김정은 정권을 교체하려면 세력을 규합해야 하는데 북한에서는 비밀 유지가 어렵기 때문에 한국으로 왔다”고 밝혔다. 대한민국에서 힘을 키워 북한 내에 행동을 같이할 기반을 만들겠다는 의미다. 

권력기관 내 간부들뿐만 아니라 북한의 일반 주민들도 민심 이반 현상이 심각하다고 한다. 광산에서 일하는 제대군인들이 안전부(파출소)에 불을 지르고 안전원(경찰)을 살해한 사건이나 장마당에서 물품을 단속하는 안전원을 상대로 주민들이 항의하고 욕을 하는 상황들이 그런 사례들이다. 김정은이나 권력에 대한 반감을 현장 안전원에게 푸는 것인데, 예전에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들이었다. 

특히 A에 따르면 최근 북한에선 국가안전보위부나 인민보안부(우리나라의 경찰 당국), 노동당에 들어가는 것을 꺼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청년들이 권력 기관에 들어가 적은 급여를 받고 주민을 갈취하느니 장마당에서 장사해서 돈을 벌겠다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권력의 주민에 대한 통제가 약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현상이다. 

북한 같은 철저한 통제 사회에서 정권 전복을 위해서는 내부 엘리트 계층이 움직이는 방법밖에 없다. 김일성이나 김정일 시대에도 권력 내부의 쿠데타 움직임은 존재했다. 내가 북한에 있었어도 “김정은을 죽인다”고 다짐했을 것이다. 

▲ 지난 7월 8일 김일성 사망 21주기를 맞아 금수산 태양궁전에서 참배하는 김정은과 북한 고위 관료들. 이들 중 누가 또 고사포 처형을 당할지는 김정은만이 알고 있을 것이다./연합

“김원홍 부장, 다음 차례는 당신이다” 

현재의 북한 권력층이라고 다르지 않다. 예컨대 1995년에는 김정일에 대항한 쿠데타 모의인 6군단 사건이 있었다. 함경북도를 담당하는 인민군 6군단에서 쿠데타를 모의하다 발각돼 장성급을 포함한 군 간부 40여 명이 처형당한 군사 쿠데타 모의 사건이었다. 

이런 맥락에서 주목되는 인물은 최근 북한 숙청 사태의 핵심에 있는 김원홍 북한 국가안전보위부장이다. 북한의 사정 및 감찰 기관인 국가안전보위부는 김정은에게 간부들의 언행과 사상을 검증한 자료를 보고하는 역할을 한다. 

김원홍 부장이 숙청 과정에서 어떤 실질적인 권한을 갖고 있었는지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일반 주민들은 그를 숙청 작업의 핵심으로 지목할 수밖에 없다. 통일연구원의 ‘2015 북한인권백서’에 따르면 2000년 이후 공개 처형한 주민이 1382명, 간부가 70여 명이다. 

나는 김원홍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다음 처형의 대상은 당신이고, 당신이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김정은을 죽이고 북한 주민의 영웅이 되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실제로 A도 “김원홍이 바늘방석에 앉아 있는 상태”라고 증언하고 있다. 피의 숙청 작업을 진행한 김정은 입장에서 볼 때 불만이 팽배한 주민들을 달래기 위해 김원홍을 희생양으로 만들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과거 ‘심화조 사건’의 채문덕 사회안전성(현 인민보안부) 정치국장이 좋은 본보기가 된다는 것은 김원홍 자신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심화조 사건은 1994년 김일성 사망 3년 뒤인 1997년부터 2000년까지 북한 사회안전성 내 특별 사정 조직인 ‘심화조’를 통해 당 간부와 가족 등 2만5000여 명을 처형하거나 정치범 수용소에 보낸 대대적 숙청 작업이다. 

北이 도발하기 전에 김정은 제거해야

이때 심화조 내에서 숙청 작업을 진두지휘했던 채문덕은 한때 영웅 칭호를 받을 정도로 공로를 인정받았지만, 주민 여론이 악화되자 곧바로 희생양이 돼 처형됐다. 그는 ‘공명심과 야망으로 사실을 날조했다’는 죄목으로 체포돼 2000년 7월 총살됐다. 

확실한 것은 위기에 몰린 김정은이 1~2년 안에 무력 도발을 감행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우리 국방부에서 원점 타격 등 응징을 경고하고 있지만, 그렇게 되면 양측의 인명 피해는 막대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북한이 도발하기 전에 김정은을 몰아내는 제거 작업이 절실하다. 우리 정부도 최근 북한 고위급의 탈북 현상을 활용해 김정은 정권의 전복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다.

강명도 경민대 북한학과 교수· 
구술 정리 정재욱 미래한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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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의 도시 2015-07-29 10:4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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