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 '20대 청년보수'의 가시밭길
② '20대 청년보수'의 가시밭길
  • 이성은 객원기자
  • 승인 2015.07.29 16: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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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말특집] 우린 더 푸른 대한민국을 원한다

‘천민(賤民) 민주주의’ 대한민국에서,
선동에 빠진 대중들을 올바른 길로 인도하는 것은 가능한가?

▲ 이성은 미래한국 객원기자

얼마 전 평화롭기만 하던 내 페이스북이 진흙탕이 되고 말았다. 최근에 있었던 하나의 사건에 대해 몇 마디 사담을 늘어놓은 것이 화근이었다.

문제가 된 포스팅은 ‘네네치킨’의 한 지사가 페이스북 홍보 페이지에 고(故) 노무현 전(前) 대통령과 치킨을 합성시킨 사진을 올려 곤욕을 치렀던 사건에 대해 쓴 글이었다.

회사는 ‘노무현 대통령도 맛있게 즐기시는 치킨’이라는 의미에서 이미지를 올렸지만, 사진이 일베에서 제작된 것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문제가 됐다.

네네치킨은 여론의 심한 뭇매를 맞으며 불매운동 움직임으로까지 번지는 사태를 맞았다.

이에 대해 나는 ‘네네치킨이 만약 이명박 전 대통령이나 박근혜 대통령의 얼굴을 희화화 한 사진으로 동일한 홍보 글을 게재했다면 어땠을까?’라는 글을 올렸다.

만약 그랬다면 이렇게까지 큰 파장은 없었을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이미 과거에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 얼굴에 각각 쥐와 닭을 합성한 그림이나 삐라가 네티즌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는 현상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글은 엄청난 후폭풍을 몰고 왔다. 찬성론자와 반대론자가 달려와 한바탕 댓글 전쟁을 벌이기 시작한 것이다.

반대자들은 ‘산 사람이 아닌 죽은 사람을 희화화 한 것이 잘못이다’, ‘풍자가 아닌 인신공격이다’는 등의 주장을 펼쳤고, 찬성 의견은 ‘산 사람은 되고 죽은 사람은 안 된다는 논리는 대체 무엇이냐’, ‘이승만과 박정희를 아직까지도 능욕의 대상으로 삼으면서, 죽은 사람에 대한 풍자는 안 된다는 것은 이중 잣대다’는 등이었다.

이후 누군가가 “일베를 하느냐?”의 질문을 던지며 일베 프레임 씌우기를 시도했고, ‘풍자 대상은 현 정부를 향해야 하는 것’, ‘이 글 자체가 물 타기다’라는 등 논점을 벗어난 댓글들이 이어지며 더 이상의 논리적인 토론 전개는 이어지지 못했다.

글을 쓴 나는 SNS는 물론이고, 개인 휴대전화 메시지 등을 통해 각종 비난을 들어야 했다.

이 중에는 ‘이런 글을 올린 기자는 정치적 중립의 생각을 갖고 있다고 보기 힘들다’는 글도 있었다. 기자가 공무원도 아닌데, 정치적 중립을 요구받아야 하는 것은 대체 무슨 논리인가?

최근에 겪은 페이스북 사태는 ‘20대 보수’로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큰 핍박이 따르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인 것 같다.

대다수 20대 진보의 특징은 깨어 있는 시민을 자처하며 현 정부와 여당 권력에 대해 무조건 분노할 것을 요구한다.

자신들의 주장에 대해 논리적으로 반박할 경우, 이단아로 치부하곤 한다. 이건 민주주의의 탈을 쓴 다수의 독재나 다름없다.

따라서 보수 성향을 지닌 20대들 중 대다수는 자신의 성향을 드러내길 두려워한다.

이와 같은 세태 속에서 20대 보수 언론인으로 살아가는 청년으로서 갖는 최대 딜레마는 “선동에 빠진 대중들을 올바른 관점을 가질 수 있도록 인도하는 것은 과연 가능한가”라는 의문이다.

보수 언론 기자들이 아무리 열심히 취재해서 올바른 팩트(fact) 기반의 기사를 내놓아도 선동의 막강한 파급력을 이기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을 실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보수 매체가 똑같은 방법으로 대중을 선동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독일 나치스 정권의 선전 장관으로 선동정치를 주도했던 괴벨스는 “선동은 문장 한 줄로도 가능하지만 그것을 반박하려면 수십 장의 문서와 증거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것을 반박하려고 할 때면 이미 사람들은 선동되어 있다”라는 말을 남겼다.

괴벨스의 말처럼 대중을 선동하는 것은 쉽지만, 선동 당한 대중을 올바른 길로 인도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나는 종종 한풀이로 “대한민국에서 무병장수 하려면, 좌파 행세를 하며 살아가는 것이 훨씬 나을지도 모르겠다”라는 말을 하곤 한다. 

이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천민민주주의’가 지배하는 대한민국에서 20대 보수로, 그 중에서도 보수 매체의 젊은 기자로 산다는 것. 그것은 너무도 고달프고 힘든 고행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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