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허원근 일병 사건 항소심 판결 요지
故 허원근 일병 사건 항소심 판결 요지
  • 김태민 기자
  • 승인 2015.09.10 00:5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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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8. 22. 서울고등법원 제9민사부
▲ 자료사진

‘허원근 일병 의문사’ 사건과 관련,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상고심 선고가 10일 내려진다. 이 사건은 약 30년 전에 벌어진 일이다. 허원근 일병(당시 21세)은 내무반에서 남쪽으로 약 50m 떨어진 폐유류창고 뒤편에서 가슴에 두발, 머리에 한발 등 3발의 총상을 입고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군 수사기관은 자살이라고, 2002년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는 타살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이후 국방부 특별조사단은 다시 자살이라고 판단했지만, 2004년 2기 의문사위는 타살이라고 판단해 결국 2007년 허 일병의 유족들은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1심은 “망인은 1984년 4월 2일 새벽에 폐유류고가 아닌 다른 곳에서 1발의 총상을 입은 다음 누군가가 그 사체를 폐유류고로 이동시켜 11:00경 망인의 양쪽 가슴에 2발의 총을 쏘았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2심은 “스스로 M16 소총으로 좌측 및 우측 가슴에 각 1발씩 발사하였으나 바로 사망하지 않자 비탈진 곳에 비스듬히 누운 자세에서 왼손으로 M16 소총의 총구를 지지한 채 오른쪽 눈썹 위에 1발을 발사하여 사망했다"며 1심을 뒤집었다.

다음은 '故 허원근 일병 사건 항소심 판결(2013년 8월 22일 서울고등법원)'의 주요요지.

2013. 8. 22. 서울고등법원 제9민사부 

故 허원근 일병 사건 항소심 판결 선고 

[사건 개요]


 - 당사자

원고 : 허OO  외 4인(망인의 부모 및 형제자매)

피고 : 대한민국

 -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허원근의 부모:각 5억 원, 허원근의 형제자매: 각 5천만 원 청구 

청구원인: 망인의 사망원인은 소속 부대원들에 의한 타살 또는 사고사

소속 부대, 군수사기관, 특조단이 진상을 고의로 은폐, 조작

위 두 가지의 소송물을 병합하여 소 제기

[제1심 판결 결과 및 이유]

 - 서울중앙지방법원2010. 2. 3. 선고 2007가합31728 판결

허OO, 임OO(부모) - 각 4억 원 지급

망인 5억원, 부모 1억 5천만 원씩인데 망인의 위자료를 2억 5천만원씩 상속하여 도합 4억 원 

허OO, 허OO, 허OO (형제자매) - 각 4천만 원

 - 판결이유

사망원인 - 타살 

망인은 1984. 4. 2. 새벽에 폐유류고가 아닌 다른 곳에서 1발의 총상을 입은 다음 누군가가 그 사체를 폐유류고로 이동시켜 11:00경 망인의 양쪽 가슴에 2발의 총을 쏘았다.

은폐․조작

- 소속 중대장 및 중대원, 대대장 : 사건 발생 경위 및 사건 현장 은폐․조작 

- 헌병대 : 초기에는 사건 진상 파악을 위하여 노력하다가 어느 순간 은폐하기로 하고 자살로 처리함

- 특조단 : 은폐, 조작에 가담하지 않음

[이 사건의 쟁점]

1. 사체 이동 여부

 - 1심과 의문사위: 현장 사진에 출혈이 적고 골편이나 뇌실질이 보이지 않으므로 첫 총상 후 사체가 이동되었다.

 - 항소심 판단: 헌병대 수사기록 : 망인 머리 좌전방 골편 산재, 소대장 장OO의 진술 : 크고 작은 대여섯개 골편이 좌측 언덕 부위 산재(하얗고 안쪽에 살점이 붙은 손톱 크기만한 골편)

가슴에 2발의 총상이 먼저 있어 이미 다량의 출혈이 있었으므로 머리의 출혈은 적었을 것(머리 총상의 사입구,사출구는 머리 앞쪽 또는 앞쪽측방이며, 누운 상태여서 피가 많이 흐르지 않음)

M16 소총의 회전력으로 인하여 뇌실질이나 혈액이 비산하여 흩어지게 됨. 망인이 야전상의 등 6겹의 상의를 입고 있어 상당량의 가슴 출혈을 흡수함

머리에 있는 혈액흔 방향 일정(이동되었다면 여러 방향으로 흐른 흔적이 남아야 함), 사체 이동 시 나타나는 끌린 흔적 없는 점 등 사체에 이동 흔적 전혀 없음

2. 대대 및 연대에 보고된 시간

 - 1심과 의문사위: 1984. 4. 2. 새벽에 대대 및 연대 상황실, 대대장, 연대장에게 보고되었다. 이를 뒷받침하는 진술들이 다수 있다.

 - 항소심 판단: 다수의 진술자들이 의문사위 조사 시 유도심문에 의하여 진술하였거나 실제 진술 내용과 다르게 조서에 기재되었다고 하며 진술 번복

18년 전 사고의 보고시간에 대한 기억이므로 기억이 정확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음(사고 다음날인 4. 3. 새벽 헌병대의 이 사건 사고에 대한 주요사건보고가 있었는데 이것과 혼동하였을 가능성이 큼)

상당수의 대대 및 연대원에게 사망보고시간이 알려진 상황에서 사망시간을 조작한다는 것은 불가능

3. 3군데 총상 모두 생활반응이 있는지 여부

 - 1심과 의문사위: 총상에 나타난 출혈을 생활반응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사후에도 혈액이 응고될 때까지 혈액이 나올 수 있다. 즉 첫 총상 후 7~8시간 뒤에 총상을 입었다고 하더라도 2번째, 3번째 총상에서 혈액이 나올 수 있다).

 - 항소심 판단: 노용면을 제외한 거의 모든 법의학자들이 3군데 총상 모두에 생활반응이 있으므로 세발 모두 생존 시 총상이라고 함

첫 총상이 가슴이든 머리이든 7~8시간 동안 생존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고(당시 외부 온도 영하 5도), 망인에 대하여 평소 좋은 인상을 갖고 있던 중대원들이 총상을 입은 망인을 의무대로 호송할 생각은 하지 않고 유기하여 사망에 이르게 한다는 것은 상식에 맞지 않음

4. M16 소총으로 가슴 2발, 머리 1발을 쏘아 자살할 수 있는지 여부

망인과 신체조건(신장 181cm)이 비슷한 사람이 M16 소총으로 당시 상황 재연 시 큰 어려움이 없음. 1995년경 M16 소총으로 복부 2발, 머리 1발을 쏘아서 자살한 사례가 있음. 그 외 M16 소총으로 하복부 6발, 턱밑 1발, 입 1발 총 8발을 쏘아 자살한 사례, 복부에 1발, 대퇴부에 5발 쏘아 자살한 사례 등이 있음

법의학자 대부분 가슴 총상 2발은 폐를 관통하였으나 심장을 관통하지 않아 치명상이 아니며 그 자체로 의식을 잃는 것은 아니어서 총상 후 다시 머리에 쏘는 것이 가능하다는 의견. 부검사진의 사출구의 크기 및 가슴 내의 근육출혈량 등을 볼 때 바로 의식을 잃거나 행동능력을 상실하였을 것으로 보이지 않음

5. 핵심 증인의 진술의 신빙성 여부

 - 의문사위: A의 진술(B 중사가 술을 먹고 소란을 피우던 중 발사된 총알이 망인의 가슴에 맞았다)의 신빙성을 의심할 이유가 없다. A는 의문사위 조사에 대한 보상으로 의문사위로부터 3,000만 원 수령

 - 1심 : A의 진술은 채택하지 아니함

 - 항소심 판단: A는 의문사위 1회 진술 시 망인을 4.2. 오전에 목격하였고 그 후 누가 갑자기 문을 열고 들어와 망인이 죽었다고 한 것 이외 기억은 없다고 함. 의문사위 조사관이 다른 사람의 진술을 들려주거나 자신의 추론을 들려주면 ‘듣고 보니 그럴 것 같다’고 하면서 진술을 조금씩 추가하다가 12회째 양심선언을 함

전형적인 유도심문에 의한 진술로서 신빙성이 의심되고 A를 제외한 모든 중대원들이 새벽에 총기 사고가 없었다고 진술함(다른 중대원들이 형사상 공소시효, 손해배상의 소멸시효가 휠씬 지난 30년 후인 지금까지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어 보임)

6. 핏자국을 씻기 위한 물청소 실시 여부

 - 1심과 의문사위: 4. 2. 오전 중대본부 내무반에서 핏자국을 보았고 이를 씻기 위한 물청소가 있었다. 이를 뒷받침하는 진술들이 다수 있다.

 - 항소심 판단: 핏자국을 보았다는 부분에 대하여는 모든 진술자들이 의문사위 조사 시 유도심문에 의하여 추측을 진술하였을 뿐 사실과 다르다고 진술 번복

7. 총성을 2발만 청취하였다는 진술

의문사위에서 이 사건 현장에서 총기발사실험 실시. 돼지고기에 전투복 상의와 군 야전잠바를 씌우고 접사한 경우와 소염기를 군복으로 감싸고 총을 쏜 경우에는 다른 초소에서 총성을 듣지 못하거나 약하게 들음. 망인이 당시 6겹의 상의를 입고 있었고 오른쪽 가슴을 쏠 때는 총구를 꽉 누른 상태에서 총을 발사하였기 때문에 실험에서와 같은 상황일 가능성이 커서 총성이 잘 안 들릴 수 있음 

8. 탄피가 2개만 발견된 이유

당시 헌병 수사관 중 2명은 망인의 사체에 깔려 있던 나머지 탄피 1발을 찾았다고 진술하나 헌병대 기록에는 전혀 이런 사정이 기재되어 있지 아니함. 헌병대가 이 사건 사고를 자살로 조작할 생각이었다면 탄피와 같은 핵심적인 사항을 이렇게 정리해두지는 않았을 것임. 당시 헌병대의 부실 수사 때문에 제대로 상황이 조사․ 설명되지 않은 것으로 보임

9. 왼쪽 및 오른쪽 가슴 총창 사입구의 색깔 차이의 원인에 대하여

 - 원고들 주장: 총상이 발생한 시간적 차이로 인한 건조 상태의 차이가 원인이다.

 - 항소심 판단: 양쪽 가슴의 사입구 형태의 차이, 야전 상의의 화약흔의 크기와 형태, 옷이 찢어진 모양의 차이 --> 총구와 사체와의 거리 또는 발사 각도가 달랐을 것, 이로 인하여 색깔 차이가 생겼을 것임

10. 의문사위와 제1심 판결 이유의 타살 인정의 문제점

의문사위는 가슴 총상이 먼저(4. 2. 새벽), 머리와 나머지 가슴 총상이 나중(4. 2. 10:50경)이라고 하고, 1심 판결은 머리 총상이 먼저, 가슴 총상은 나중이라고 판단함

 -  항소심 판단: 어떤 경우이든 법의학적 소견(3발 모두 접사여서 타살이기 어려움, 왼손의 파열상 및 발적흔은 총구를 엄지와 검지로 지지한 채 발사한 흔적으로 보임, 3발 모두 생활반응이 있어 총상의 시간적 차이 설명 안됨 등)과 부합하지 않음 – 미국 법의학자 노여수 및 한국 법의학자 대부분 자살 의견

경계근무인원도 낮보다 많고 소음도 적은 새벽에 발생한 총성임에도 이를 청취한 부대원이 1명도 없다는 것이 설명되지 않음. 자살로 조작할 의도였다면 새벽에 자살한 것으로 조작하는 것이 가장 간편한데 굳이 10:50경에 총 2발을 더 발사하여 타살의 의혹만 가중시킬 이유가 없음

타살이나 사고사라면 평소 망인과 관계가 좋았던 부대원들 중 A를 제외하고는 단 한 명도 30년이 지난 현재까지 양심 선언을 하지 않을 리가 없음. 그날 아침에 망인을 목격하였다는 진술들이 구체적이며, 신빙성을 의심할 만한 정황이 없음

[최종 판단]

▣ 망인의 사망원인 및 경위

사망원인 - 자살

자살방법 - 스스로 M16 소총으로 좌측 및 우측 가슴에 각 1발씩 발사하였으나 바로 사망하지 않자 비탈진 곳에 비스듬히 누운 자세에서 왼손으로 M16 소총의 총구를 지지한 채 오른쪽 눈썹 위에 1발을 발사하여 사망

▣ 부대원, 군수사기관, 특조단의 은폐․조작

사망원인이 자살인 이상 사망원인의 은폐․조작 주장은 성립되지 아니함

단, 원고들의 은폐․조작 주장에는 군수사기관의 부실 수사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이 포함되어 있다고 선해하여 그 부분 판단

▣ 군수사기관의 현저히 부실한 수사로 인한 위자료 인정

•  수사기관이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이 현저하게 불합리하거나 경험칙이나 논리칙상 도저히 합리성을 긍정할 수 없는 경우 -> 위법

•  특히 외부와 엄격히 격리되어 있는 군대 내 사고에 대하여는 군수사기관의 실체적 진실 규명 의무는 일반 수사기관보다 더 높음 -> 피해자의 유족들에게는 철저한 조사를 요구할 권리가 있음

•  당시 이 사건을 조사한 헌병대 수사는 현저히 부실하게 이루어짐

•  총상이 3군데이므로 탄피도 3개, 총성도 3번인 것이 당연 -> 2개씩밖에 없음에도 이에 대한 조사가 미진하고 추측만으로 조사를 마무리함

•  헌병대 수사기록에 골편에 대한 기재가 있으나 현장 사진에는 나타나지 않음 -> 골편, 핏자국에 대한 사진을 촬영하는 것이 당연함에도 그렇게 하지 아니함

•  당시 부대원들 중 M16 소총을 3발 쏘아 자살할 수 있는지 의심하면서 타살 의혹을 가진 사람이 많았으나 자세 실연, 법의학자에 대한 자문 등 이러한 의혹을 풀기 위한 어떠한 조사도 하지 아니함

•  총기 감정 의뢰서의 망인의 총번이 굵은 글씨로 수정되어 있으나 그 사유가 전혀 나타나지 않고 정당한 절차도 밟지 않음

•  총성 청취 시간과 사체 발견 시간이 수사기록에 정확하게 기재되어 있지 않지만 정확하게 기재하려는 노력도 전혀 보이지 아니함

•  당시 부검의도 자살의 예단을 갖고 타살의 의심을 가질 경우 해야 할 조사를 하지 아니함

•  군대 내 사고의 특징, 군대에 가족을 보낸 유족의 고통, 당시 헌병대의 현저히 부실한 수사가 이 사건을 30년 동안의 의문사로 만든 가장 큰 원인이란 점, 헌병제도의 개선․민간인이 참여하는 법의관(군내 검시관) 제도 도입 촉구의 필요성 등을 고려하여 위자료 산정

•  다만, 원고들 중 형제자매는 이 부분에 대한 위자료를 청구하지 아니하여 지급하지 않고 부모의 위자료 산정에 이런 사정 감안

▣ 재판장으로서의 소회의 말씀  - 민사재판의 한계

"법관의 임무는 상호 대립되는 당사자 주장, 입증에서 누구의 말이 맞는지 판가름하는 심판관 역할에 불과하다. 진실의 근사치를 찾는 임무. 신의 대리인이 아님 모든 사안의 진실은 당사자와 하늘, 땅이 잘 알고 대리인이나 법관은 잘 모를 수 밖에 없다. 사안에 따라서는 판결결과가 실체적 진실에 반할 수도 있다. 하지만, “증거재판주의”의 대원칙을 법관은 포기할 수 없다. 이 사건은 일체의 선입견이나 이념개입을 배제하고 증거재판주의에 입각하여 판단했다. 오늘 판결로 고인의 영면과 동고동락한 부대원 모두의 영혼의 안식을 찾기를 희망하고 군대내 제도개선으로 이어지기를 희망한다. 유족들도 이제는 심적 고통에서 해방되기를 감히 권유 드린다. 불복하는 당사자는 상고심에 가서 한 번 더 판단 받아 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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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프다 2016-07-20 17:21:11
자살이든 타살이든 발생만 하면 은폐하는 것들 때문에 죽은 애들만 불쌍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