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원근 일병 사건' 불씨만 남긴 대법원
'허원근 일병 사건' 불씨만 남긴 대법원
  • 김태민 기자
  • 승인 2015.09.11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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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로도, 타살로.. 사망원인 단정 어려워"
▲ (사진 = 대법원 홈페이지)

'허원근 일병 군(軍) 의문사 사건'에 대해 대법원이 일각에서 제기한 '타살 시나리오'에 대해 명백히 선을 그으면서도 허 일병이 자살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밝혀 '어정쩡한 판결'이란 지적이 나온다.

대법원 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10일 허 일병의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상고심에서, "국가는 군 수사 기관의 부실 조사에 따른 위자료 3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사건 당시 현장 조사와 부검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허 일병의 사망 원인을 단정하기 어렵다"며 "허 일병이 소속 부대원 등 다른 사람의 위법 행위로 타살됐다고 보기 어렵지만, 허 일병이 스스로 소총 3발을 발사해 자살했다고 단정해 타살 가능성을 전적으로 배제할 수도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사건 당시 헌병대가 군 수사기관으로서 필요한 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아 현재까지 사인에 대해 명확한 결론을 내릴 수 없게 됐다"며 "이로 인해 허 일병 유족이 겪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국가의 배상 책임이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 허원근 일병의 유족은 선고 직후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법원이 잘못된 판결을 내렸다"며 "군이 확인사실을 해놓고 자살로 꾸며냈다"고 주장했다. (사진 = 연합뉴스)

'허원근 일병 군(軍) 의문사 사건'은 약 30년 전에 벌어진 일이다. 허원근 일병(당시 21세)은 내무반에서 남쪽으로 약 50m 떨어진 폐유류창고 뒤편에서 가슴에 두발, 머리에 한발 등 3발의 총상을 입고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군 수사기관은 자살이라고, 2002년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는 타살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이후 국방부 특별조사단은 다시 자살이라고 판단했지만, 2004년 2기 의문사위는 타살이라고 판단해 결국 2007년 허 일병의 유족들은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이에 1심은 타살이라고, 2심은 자살이라고 판단했지만, 이번 대법원에서는 '타살로도, 자살로도 볼 수 없다'는 판결을 내린 것이다. 이번 판결에 대해 대법원 관계자는 "허원근이 자살이라고 판단한 것이 아님에 유의해야 한다"고 법률전문매체 '로이슈'에 밝혔다.

그러나 한 전직 국방부 관계자는 "소송의 핵심이었던 '타살'이란 원고 측 상고를 기각했으므로 고등법원 판결(자살)을 인정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 법조계 관계자도 "대법원은 결국 고등법원 판결을 깨지 못했다"면서 "반발을 생각해 어정쩡하게 타살 가능성을 적어 준 것에 불과하다"고 자살에 무게를 둔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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