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대통령의 조건
대한민국 대통령의 조건
  • 미래한국
  • 승인 2015.10.11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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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근 박사의 전략이야기]

대한민국 헌법에 의하면 대통령은 국군을 지휘해서 나라를 지켜야 할 임무를 가진 유일한 사람

어떤 사람이 대통령이 되어야 하는가? 가장 흔한 질문이지만 정곡을 찌르는 답을 하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든 질문이기도 하다. 노태우 대통령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약 30년 동안 대한민국 국민들의 인식에서 대통령에게 요구되는 것 중 제일 중요한 자격 요인이 빠져 있었던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대통령은 국가와 국민을 책임져야 하는 최고, 최대의 직책을 담당한 사람이다. 국가를 책임진 대통령은 회사나 학교를 책임진 사장이나 교장과 다르며, 지방자치단체인 도(道)와 시(市)를 책임진 도지사, 시장과도 다르다. 직책이 다른 것이 아니라 기능이 다르다는 말이다. 

대통령의 제1 임무: 나라 지키기 

회사, 학교, 시, 도는 ‘지켜야 할’ 대상이 아니다. 즉 사장, 교장, 도지사, 시장의 1차적 사명은 회사와 학교, 시와 도를 더 발전시켜 구성원들에게 더 좋은 교육, 더 많은 돈, 더 좋은 생활을 제공하는 것이다. 

학교, 회사, 시, 도의 생명을 위협하는 세력은 없기에 교장, 사장, 시장, 도지사의 임무 중에 자신이 맡은 조직의 생명을 지켜야 한다는 임무란 없다. 기껏해야 자기가 지휘하는 조직의 질서를 유지하는 수준의 안전을 제공하면 될 뿐이다. 그래서 학교나 회사에 수위가 있고 시 나 도에는 경찰, 야경꾼들이 있는 것이다. 

다른 모든 조직들과는 전혀 달리 국가라는 조직은 언제라도 다른 국가들에 의해 그 생명과 안전이 위협 당하고 있다는 점에서 특이하다. 평양시는 서울시를 위협하지 않고, 도쿄가 베이징을 위협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북한은 한국을 위협하고, 일본과 중국은 상대방을 자신의 안전과 생명을 해칠지도 모른다며 두려워하고 있다. 

아주 오랜 옛날 우리 선조들은 더 안전한 삶을 위해 모여 살기 시작했다. 뭉쳐 살게 될 경우 맹수의 공격을 피하기도 쉬웠을 것이고, 함께 일함으로써 먹을 것을 생산하기도 용이했을 것이며, 이이를 낳고 기르는 일도 용이해졌을 것이다. 모여 사는 사람들 사이에서 힘과 재산의  격차가 나타났을 것이고 자연스레 권력관계가 형성되었을 것이다. 

가족은 씨족, 부족으로 확대되었으며 결국 같은 민족이 모여 사는 왕국이 형성되었다. 왕국들은 점차 영역이 확대되었으며 이웃의 다른 왕국과 경쟁을 벌였다. 수많은 왕국들은 가장 막강한 왕국에 의해 통일되었으며, 오늘 지구 전체에 200개가 좀 넘은 국가들이 존재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오늘 지구 위의 모든 나라는 결국 싸움을 잘했기에 남을 정복했고, 혹은 남의 정복을 당하지 않은 채 살아남은 막강한 조직들이다. 국가는 싸움을 하는 조직이며, 대통령은 그런 조직의 책임자라는 점에서 역할이 특이한 것이다. 대통령의 가장 좋은 자격은 전쟁을 잘하는 것이다. 

오늘 대한민국 대통령의 가장 적당한 자격은 북한이 침략해 오지 못하도록 100만 대군을 훌륭하게 지휘할 수 있는 능력, 그리고 궁극적으로 북한을 제압, 통일 대한민국을 건설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 대통령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책임져야 한다. 사진은 박근혜 대통령이 9월 28일 유엔 평화활동(PKO) 정상회의에서 기조연설을 하는 모습.

국가는 전쟁을 하는 조직 

한국과 같은 지정학적으로 위험한 지역에서 대통령의 궁극적인 자격은 전쟁할 수 있는 능력이다. 다른 말로 한다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고 국가를 수호할 수 있는 능력’인 것이다. 

필자는 수년 전 “다음번 대통령은 어떤 분이 되어야 하나요?” 라는 기자의 질문에 “100만 대군을 지휘하여 전쟁에 이길 수 있는 사람”이라고 대답한 적이 있었다. 이 말은 들은 기자가 “아주 특이한 끝내주는 대답” 이라고 반응했다. 나는 그렇지 않다고 말하며 헌법에 쓰여 있는 대통령의 임무를 다른 말로 표현한 것일 뿐이라고 대답했다. 

우리 헌법에 의하면 대통령은 국군을 지휘해서 나라를 지켜야 할 임무를 가진 유일한 사람이다. 대통령은 국군 총사령관으로서 나라를 지켜야 하는 사람인 것이다. 사장의 임무는 회사를 잘 경영해서 돈을 많이 벌어 자신도 부자가 되고 직원들도 잘 먹여 살리는 것이 주된 임무다.

대통령의 임무 중에는 물론 국민들을 잘살게 해주는 일도 포함된다. 그러나 우선순위 상 대통령의 보다 중요한 임무는 외적(外敵)으로부터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주는 일이다.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외적으로부터 지켜줄 임무를 부여 받은 단 한사람이 대통령이며, 대통령 이외 그 누구도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최종적으로 책임져야 할 사람은 없다. 

국가와 회사 

대통령은 궁극적으로 자국(自國)의 젊은이들을 목숨이 위태로운 전쟁터로 보내야 하는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다. 가장 어려운 일인 국가의 죽음과 삶에 대해 최종적 책임을 지는 사람이 대통령이다. 이 일은 국회의장도, 대법원장도 못하는, 오로지 대통령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국가를 지키고 전쟁을 하는 일만 제외한다면, 나머지 모든 일들은 조직을 책임진 다른 직책의 사람들도 다 할 수 있는 일이다. 

국민을 잘살게 하는 일은 대통령 뿐 아니라 사장, 회장들도 다 할 수 있는 일이며 오히려 사장, 회장이 더 잘할 수 있는 일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국민을 잘 살게 해주겠다는 나라 치고 국민이 정말로 잘 살게 된 나라들은 별로 없다.

국가가 국민의 경제 생활에 적게 개입하는 나라일수록 국민들은 더 잘 산다. 대통령의 임무는 ‘국민을 잘살게 해 주는 데’ 있는 게 아니라 ‘국민들에게 더 잘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 드리는 데’ 있는 것이다. 레이건 대통령이 했던 말이다. 

나라마다 존경받는 지도자가 있다. 우리나라의 이승만, 박정희 대통령, 미국의 조지 워싱턴, 링컨 대통령, 최근의 레이건 대통령,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과 대처 총리, 인도의 여성 총리 인디라 간디 여사, 이스라엘의 여성 총리 골다 메이어 등은 모두 자신의 국민들로부터 존경과 사랑을 받는 역사적 인물이 된 대통령급 국가 지도자들이다. 

이들 모두에게 나타나는 하나의 공통된 특징을 찾아낸다면, ‘전쟁’ 이라는 개념 하나가 뚜렷하게 나온다. 세계 역사상 유명한 지도자들은 대개 전쟁을 단행했고, 그 전쟁에서 승리를 거둔 사람들이다.

이승만 대통령은 건국 이후 2년도 채 되지 못한 시점에서 발발한 세계사적인 대전쟁인 한국전쟁을 지휘했고, 이 전쟁에서 북한 및 국제공산주의 세력의 의도를 좌절시키고  현대국가 대한민국의 기초를 확립한 대통령이었다. 

존경받는 국가 지도자 

전쟁을 학문적으로 연구하는 필자는 군 경력도 없는 이승만 대통령이 신생국가 대한민국의 경험 없는 군대를 놀라울 정도의 군사력으로 만들었을 뿐 아니라, 세계 최강의 미국군을 흔들어대며 전쟁을 지휘했다는 사실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경이로울 뿐이다. 

박정희 대통령은 군인 출신이 흔히 범하는 우(遇), 즉 막강한 군사력을 국가안보의 첫 번째 조건으로 생각하는 우를 범하는 대신, 막강한 경제력이야말로 국가안보를 위한 첫 번째 조건임을 정확히 이해하고 밀고 나갔다.

그러나 아무리 경제 발전이 시급해도 국가안보가 너무나도 중요하고 소홀히 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박정희 대통령은 온 국민 모두가 쉽게 알아들을 수 있는 “싸우면서 건설하자”는 구호를 제창하고 그대로 밀고 나갔다. 

미국은 싸워서 독립을 쟁취한 나라다. 독립을 선언한 미국인들은 세계 최고 강대국 영국에 도전한 용감한 사람들이었다. 정말 어려운 독립 전쟁을 치르던 어느 날 월급도 받지 못하고 먹을 것도 없는 미국 민병대는 워싱턴 장군에게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탄원했다. 워싱턴 장군은 이들을 설득하는 자리에서 돋보기를 꺼내 착용하면서 나라를 위해 평생 싸우다 보니 이렇게 늙어버려 눈도 잘 보이지 않게 되었다며 말을 시작했다. 

감동 받은 병사들은 워싱턴을 믿고 따랐다. 도저히 이길 수 없는 전쟁에서 승리한 워싱턴 장군은 국민들에게 떠밀려 대통령이 되었고 8년 임기를 마친 후, 국민들의 재임 요청을 물리치고 고향의 농장으로 돌아갔다. 

링컨 대통령은 미국 역사상 자신의 국민을 가장 많이 죽인 전쟁을 치른 대통령이었다. 당시 미국 국민의 2%가 남북전쟁의 전쟁터에서 전사했다. 링컨 대통령이 전쟁을 회피했다면 링컨은 미국을 분열시킨 최악의 대통령으로 두고두고 힐난 당하는 대통령이 되었을 것이다.  

대처 영국 총리, 인디라 간디 인도 총리, 골다 메이어 이스라엘 총리는 모두 재임 중 전쟁을 치른 여성 국가 지도자들이었다. 이들이 싸운 상대 국가인 아르헨티나, 파키스탄, 이집트의 대통령 중 두 명은 대장 출신이었고 이집트의 나세르 대통령은 중령 출신이었다. 

아직 역사의 평가를 받기는 이르지만 조지 W. 부시 대통령 역시 대통령의 임무를 정확히 이해했던 인물 중 하나였다. 사관학교 졸업식에 부지런히 참석, 신임 장교들을 격려하기 좋아했던 부시는 임기 마지막 해에 공군사관학교 졸업식에 참석, 다음과 같이 연설했다. 

“오늘 여러분들이 소위로 임관한 것은 첫째 여러분들의 자랑입니다. 둘째는 여러분들 부모님의 자랑이며, 셋째는 여러분들을 가르쳐 주신 교수님과 교관님들의 자랑입니다. 마지막으로 여러분들의 소위 임관은 여러분들의 총사령관(Commander in Chief)인 나의 자랑입니다!!” 

대통령이 무엇을 해야 하는 사람인지를 잘 알고 있는 인물의 감동적 연설이 아닐 수 없었다. 

이춘근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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