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학부모가 아이들 교과서에 너무 무관심했다”
“정치권, 학부모가 아이들 교과서에 너무 무관심했다”
  • 박진우 기자
  • 승인 2015.10.22 08: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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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인터뷰] 취임 100일 김종석 여의도연구원장

김종석 여의도연구원장이 지난 10월 3일로 취임 100일을 맞았다. 여의도연구원은 새누리당의 정책연구센터로서 각종 현안에 대한 보고서를 공개 또는 비공개로 작성하고, 선거 때는 여론조사를 통해 각 후보들의 인지도나 지지율을 조사해 당(黨)에 보고하는 역할도 한다.

말하자면 국회의원 후보 공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새누리당의 싱크탱크다. 정치적으로 중요한 자리인 만큼 여의도연구원장은 대부분 정치인이 도맡아 왔다. 

국내의 대표적인 자유주의 경제학자로서 정치 경험이 전무한 김종석 교수의 여의도연구원장 취임은 그런 의미에서 ‘깜짝’ 인사였다. 여의도연구원이 앞으로 정무적 기능을 넘어, 보수 정당의 가치에 걸맞은 정책 개발을 심화시킬 것이라는 기대를 갖도록 하는 대목이기도 했다. 

지난 10월 15일 여의도의 집무실에서 만난 김종석 원장은 “비(非)정치인이자 정책 전문가로서 정책 개발 기능을 강화해 새누리당의 경쟁력 강화에 일조하겠다”며 “특히 경제 정책에서 비교 우위를 갖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공교롭게도 김종석 원장이 취임한 지난 6월은 국회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유승민 새누리당 전(前) 원내대표와 청와대 간의 갈등이 격화됐던 시기였다. 취임하자마자 정쟁(政爭)의 한복판에 들어선 것이다. 그 후 선거구 개정, 국민공천제 도입 논란 등으로 정치권이 요동쳤다. 학교에서 후학을 가르치던 김종석 원장에겐 당혹스러운 상황이었을 것이다.

김 원장은 “정치는 수많은 현안에 대해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하는 행위”라면서 “학자 출신이라서 어렵다기보다는 오히려 국가적으로 중요한 일들에 직접 관여하고 기여한다는 사실이 흥미로운 면이 있다”고 말했다. 

지금 역사교과서 문제로 여야(與野)가 정면 대결하고 있다. 이와 관련 김 원장은 “올바른 교과서가 필요한 것은 좌우  진영이나 이념 대립의 문제가 아니다”라면서 “사실을 왜곡하고 의도적으로 대한민국을 폄훼하는 기존 역사 교과서들을 바로잡는 노력”이라고 밝혔다. 

출근 첫 날 ‘유승민 사태’ 벌어져 

- 취임 100일이 조금 지났습니다.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과제는 무엇인가요? 

“연구원에 오자마자 많은 현안들이 터졌습니다. 첫 출근한 날 박근혜 대통령께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해서 ‘유승민 사태’가 일어났죠. 그 와중에 새누리당의 총력전 과제였던 노동개혁 지원을 했고, 국민공천제에 대한 논리를 개발하고 홍보 전략을 만들어 당 지도부에 드렸어요. 가장 큰 프로젝트는 내년 총선을 대비한 공약 개발인데, 지금은 조직이 완성돼 연구개발 단계에 들어갔습니다. 11개 소분과위원회를 만들어 80여 명의 전문가들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 여의도연구원은 정세분석, 정책연구, 선거 공약 개발 등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게 상당히 비밀스럽다는 선입견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연구원 인원이 39명인데요. 연구 활동하는 분들은 15명입니다. 제가 하는 일은 주간지 편집장 같아요. 매주 현안이 생기면 조사해서 기획기사를 낸다고 보시면 되요. 우리 연구원이 리포트를 내기도 하고 외부 전문가에게 용역을 맡기기도 하죠. 예산은 100억~110억 원 정도 되는데, 정당의 정책개발비로 선관위에서 직접 지급합니다. 

우리 활동이 비밀스러워 보이는 이유는 정세분석이라든가 당 지도부의 전략 방향 같은 내용이 있기 때문에 내부 보고용이나 대외비 자료가 대부분이라는 것입니다. 이런 것들이 언론에 보도되면 난리가 나죠.” 

- 헤리티지 재단 같은 해외 연구소와 비교하면 기능이 정책 개발에 국한된 측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민주시민교육이나 시장경제 가치에 대한 교육 계획 같은 것은 없나요? 

“헤리티지 재단은 정당 연구소라기보다는 독자적인 재단입니다. 정당 연구소를 가지고 있는 곳은 북유럽인데, 독일의 콘라드 아데나워 재단이 기민당과 연결돼 있습니다. 여의도연구원은 이런 연구소들에 비해 인적, 물적 제약이 많습니다. 우리 연구원은 장기발전계획에 시민 정치교육이 들어 있어요.

이것은 우리 연구원의 숙원 사업이죠. 북유럽 정당연구소의 기능을 벤치마킹한 건데, 문제는 우리나라는 현행 법에 정당연구소의 시민 정치교육을 금지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일종의 선거운동으로 보일 수 있다는 것이죠. 제도적으로 막혀 있으니 이런 규제를 풀어야 시민 정치교육이 가능합니다.” 

날마다 새롭고 놀라운 경험 

- 그렇다면 여의도연구원의 강점은 무엇입니까? 

“여당의 연구원이다보니 정부와 긴밀하게 협조가 되고, 주요 연구기관과 정보 교류가 원활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여론조사도 오래된 기능이죠. 여론조사 부서는 16년 경력의 전문가가 실장으로 있는데, 대단히 유능하고 경쟁력이 있어요. 우리 여론조사 결과가 상당히 정확해서 당에서 공천 자료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 김종석 원장이 이끄는 여의도연구원의 비전을 소개하신다면요? 

“김무성 대표께서 비정치인이고 교수 출신인 저를 원장으로 지명한 메시지는 분명한 것 아니겠어요? 정책개발 기능을 강화해서 새누리당이 정책정당으로서의 경쟁력을 갖추는 데 일조하고, 경제학자의 장점을 살려 경제정책에서 비교 우위를 점하겠다는 것이죠. 제가 취임한 후 조직개편을 통해 정무기능과 기획기능을 통합하고 정책실을 강화했습니다.” 

- 학계에 계시다가 정치권 한가운데 입문하셨는데, 힘든 점은 없습니까. 

“새롭고 놀라운 경험을 많이 하고 있어요. 그런데 밖에서 보는 것과는 달리 정치나 국정운영은 의사결정이 복잡하고, 순간순간마다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하는 일의 반복입니다. 그 과정에서 견해가 서로 다른 사람들과 의견을 조율하죠. 이런 일들을 밖에서 보면 답답해 보이고 낭비적으로 보이지만, 사실 대단히 중요한 기능입니다.” 

- 여의도연구원의 여론조사 결과가 정확해서 공천 자료로 사용된다고 하셨는데, 주변에서 압력이나 청탁은 없나요? 

“객관적으로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는 즉시 당 지도부에 직보 되기 때문에 원장이나 연구원 차원에서 조작이나 왜곡하는 것이 제도적으로 불가능합니다. 그보다는 정치에 뜻이 있는 분들로부터 여의도연구원 정책자문위원 등의 역할을 하게 해달라는 부탁이 조금 있긴 해요. 정책자문위원단이 전국 21개 분야 500여 명 됩니다. 오히려 압력이 있다면, 당 지도부의 끊임없는 보고서 요구죠. 지속적으로 터지는 현안에 대해 보고서를 빨리 올리라는 압력이 대단합니다.” 

▲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정책 토론회에서 대화하고 있는 김종석 여의도연구원장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 정치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당 밖에서는 새누리당이 공천제도, 즉 국민공천제와 전략공천을 놓고 상당히 시끄러웠던 것으로 보였습니다. 

“김무성 대표가 항상 이야기하는 게 있습니다. 민주 정당에서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는 것은 불가피할 뿐만 아니라 바람직한 일이고, 의견이 다양해야 균형 잡힌 결론이 나온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이런 일을 권력 투쟁 차원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 프로세스라고 봐야 합니다. 각자가 주장하는 비전을 실현시키기 위한 일종의 정치과정이죠.” 

- 그렇다면 공천제도는 어떻게 정리될 것으로 보십니까? 

“국민공천제도가 당초 새누리당 당론으로 결정된 배경은 그동안 우리나라 정치의 가장 큰 폐해가 패거리, 줄 세우기 관행이었기 때문입니다. 전략공천이란 이름으로 자행된 미운사람 찍어내기, 자기편 꽂아 넣기 같은 낡은 정치가 모두 하향식 공천에서 비롯됐죠. 새누리당의 당헌 당규에도 ‘국민이 공천을 하도록 하자’, ‘상향식으로 공천하자’ 그렇게 되어 있어요.

이게 오픈 프라이머리 국민공천제인데, 야당이 받아들이지 않으니까 새누리당이 독자적으로 이런 정신을 반영할 수 있는 대안을 찾은 겁니다. 이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나오는 것입니다.  결과는 의사 결정권자들이 하는 정무적 판단의 영역이에요.” 

좌편향 역사교과서 바로잡아야 

- 원장 취임 후 공교롭게도 정치 현안이 계속 이어졌는데, 최근엔 역사 교과서 논쟁이 한창입니다. 

“좌편향 된 역사교과서가 바로 잡혀야 한다는 것은 당위입니다. 그동안 정치권과 학부모들이 너무 무관심했어요. 역사교과서가 바로 서지 않으면 차세대의 대한민국에 대한 확신과 애정이 흔들려요. 다양한 역사관을 접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긴 한데, 지금 고등학교에서 사용되는 8종의 역사교과서는 사실상 하나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들과 다른 관점의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한 고등학교는 전국에서 한 곳 밖에 없어요. 

다양성이 죽어 있기 때문에 현재 상황을 타개해야 한다는 겁니다. 다양한 교과서가 나오게 해 주면 전국의 고등학교에 다양하게 보급이 되느냐 하면 현실은 그렇지가 않아요. 최악을 면하는 차악으로서 국민 통합 교과서를 이념에 치우치지 않게 사건 중심으로, 사실 중심으로 만들어서 가르치자는 거죠.” 

- 이번 교과서 논쟁이 좌편향 된 국민 가치관을 깨우기 위한 일종의 문화전쟁으로 볼 수 있을까요? 

“내용을 보고 실용적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현행 역사교과서에는 왜곡되어 있고 의도적으로 대한민국을 폄하하는 내용들이 많거든요. 국민들이 이념이나 진영 논리가 아니라, 대한민국 공동체의 건전한 발전을 위한 열린 마음으로 봤으면 해요.” 

- 덕분에 내년 총선에서 이념 문제가 불거지게 됐습니다. 

“이념 대립은 불가피하죠. 그게 역사교과서 문제로 터졌을 뿐이고요. 부딪치는 영역은 많이 있을 겁니다. 남북문제도 그렇고, 일본·미국과의 외교문제도 야당과 견해를 달리하는 부분이 많죠.” 

긴장의 연속 

- 새누리당의 총선 공약을 준비하는 여의도연구원장으로서 내년 총선의 핵심 이슈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경제가 어려우니까 경제정책을 놓고 누가 더 실현 가능성이 있고, 효율적인 정책으로 호소하느냐에 달려 있겠죠. 여기에 역사교과서 문제로 인해 여야 간에 이념 전선이 형성돼 경제, 교과서, 남북 등의 복합적인 전선이 형성이 될 것 같아요.” 

- 지난 얘기입니다만, 대표적인 자유주의자 경제학자로서 지난 대선의 새누리당 공약인 경제 민주화 정책은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경제민주화 자체는 헌법에 있는 내용이에요. 하지만 방법에 있어서 이게 인기 영합주의랄까, 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리는 쪽으로 작용하면 그것은 바람직한 경제민주화가 아닙니다. 정치적 민주화는 독재의 반대 아닙니까. 경제적 민주화도 경제 권력의 집중을 견제하고 분산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기대효과가 무엇이냐? 인권 보장, 국민 자유의 신장이라는 정치 민주화의 목표와 똑같습니다. 바로 경제적 자유의 확장과 소비자 선택의 확대입니다. 어떤 경제민주화가 올바른 민주화인지는 자명한 것 아닙니까. 

재벌이 경제 권력이니, 경제민주화하면 재벌 개혁을 생각하는 것은 당연해요. 여기서 간과하면 안 되는 게 다른 경제 권력, 즉 거대하고 조직화 된 노동조합 같은 이익집단들입니다.  

이들도 사회적 영향력과 권력이 대단해서 우리 경제의 원활한 흐름이나 소비자의 선택과 국민들의 경제활동을 억압하는 측면이 있다고 봅니다. 규제 권력을 갖고 있는 공무원도 마찬가지고요. 그런데 현실에서는 자꾸 재벌을 옥죄고 규제하는 쪽으로 경제민주화가 단순화 된 게 아쉽습니다.” 

- 주제를 돌려보겠습니다. 원장님 여의도연구원 생활은 재미있으신가요? 

“학교가 얼마나 편한지 아세요? 고참 교수는 굉장히 편한 자리에요. 그런데 여기 와서 계속 긴장의 연속이에요. 바쁜 일정이고요. 또 많은 분들의 기대와 요구에 부응해야 하는 자리입니다. 일단 왔으니깐 잘해야죠.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라는 마음으로 하루하루 즐기고 있습니다. 또 대한민국의 모든 이슈에 관여하고 일정 부분 기여한다는 사실이 보람도 있어요.” 

-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를 하셨는데, 사회적 문제에도 관심이 컸던 것으로 압니다. 

“한국은 아직 선진화에 도달하지 못했습니다. 많은 발전이 있었지만 제대로 된 선진 복지사회가 되려면 정치·경제·사회 분야에서 넘어야 될 고비가 아직도 많아요. 이런 어려운 고비를 우리가 공동체 정신으로 극복해야 하는데, 이런 분위기가 많이 약화 된 게 우려스럽습니다.” 

- 연구원이 아닌 진짜 정치권에서 원장님을 욕심내지는 않나요? 부친인 김세배 의원(8·9·10대)께서 의정 활동을 하는 것도 지켜보셨을 텐데요. 

“아직은 먼 이야기죠. 정치권 진출은 썩 즐거운 일 같지가 않아요. 어떻게 보면 학교에서 편하게 사는 데 익숙해져서 바쁘게 사는 것에 선뜻 마음이 안 당겨지네요. 부친께서 정치를 하면서 재미를 못 보셨고, 저는 그것을 고등학교 때 지켜보면서 ‘정치는 즐거운 일이 아니구나’ 하는 선입견을 갖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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