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평화공원의 100여기 불량 위패들
제주 평화공원의 100여기 불량 위패들
  • 이성은 객원기자
  • 승인 2015.11.25 0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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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4·3 평화공원(이하 평화공원)은 4·3사건 진압 당시 무고하게 희생된 분들을 기리기 위한 성지(聖地)다. 그런데 의도한 바와는 반대로 4·3 무장반란 폭동의 주모자로서 국가에 반역질을 한 남로당 악질분자, 월북한 공산주의자, 인민군 사단장의 위패가 현재까지 밝혀진 것만 110여 기나 버젓이 모셔져 국가와 국민들의 추모를 받고 있다.

게다가 국가의 명을 받고 4·3 사건을 진압한 국군과 경찰을 살인마로 묘사하고, 남로당 세력들을 불의에 맞서 싸운 세력으로 묘사하는 전시물들이 곳곳에 마련되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도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폭동 주모자들 위패까지… 

제주 4·3 평화공원 내 위패 봉안소에는 1만4000기 이상의 위패가 안치되어 있다. 평화공원의 설립 취지가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한 것인 만큼 위패에는 무고한 희생자들의 이름들이 새겨져 있어야 정상이다. 하지만 위패에 새겨진 인물들 중에는 이곳에 있어서는 안 될 위패가 한 둘이 아니다.

위패 중에는 4·3사건 당시 폭동을 일으킨 주모자들인 남로당 제주도당 인민해방군 사령관 김의봉, 남로당 제주도당 인민해방군 참모장 김완식, 남로당 제주도당 경리부장 현복유, 남로당 제주도당 선전부장 현호경, 북한 인민군 사단장 이원옥 등 여러 폭동분자의 위패들이 버젓이 자리를 잡고 있다.

이런 참혹한 상황이 발생한 이유는 희생자 신고 접수 및 등록을 담당하는 ‘제주 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위원회(이하 4·3 위원회)’가 희생자 수를 부풀렸기 때문이다.

▲ 제주 4·3 평화공원은은 무고한 희생자뿐 아니라 무장반란의 주모자, 공산주의자, 인민군 사단장의 위패까지 모셔 본래의 취지를 훼손하고 있다.

2000년에 희생자 접수가 시작됐으나 신고 현황이 저조하자 4·3 위원회는 제주도 내의 읍면동리별까지 할당량을 부여했다. 이렇게 되자 읍면동 관계자들은 자신의 가족이 4·3 사건 당시 어떤 이유로 사망했건 상관없이 무조건 희생자로 신고했다. 신고 과정에서 어떤 엄격한 절차나 구비 서류나 증빙을 요구하지 않았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신고 접수된 희생자 명단을 최종 승인한 곳은 ‘4·3중앙위원회’였다. 김대중 정부 하에서 만들어진 이 위원회는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산하에 당연직(각 부처 장관) 위원 8명과 위촉직(민간인) 위원 11명 등 총 19명으로 구성되었다. 

특이한 점은 위촉직 위원들 중 대부분이 김대중 정부에서 임명을 받은 이래 지금까지 15년 이상 바뀌지 않고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점이다. 문제는 이들 중 반국가 행위자 인명사전에 등재된 인물이 강만길, 박재승, 서중석 등 3명이나 된다.  

이밖에도 김삼웅 전 독립기념관장, 김정기 전 제주교육대 총장, 박창욱 전 제주 4·3희생자 유족회장,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소속의 임문철 신부 등이 위촉직 위원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들이 참여하고 있는 중앙위원회가 위패 봉안자 명단 최종 승인 과정에서 심각한 문제들이 발생했다. 4·3중앙위원회는 확실한 현지조사와 검토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희생자로 신고 된 인물들을 통과시켰다.

제3자가 4·3 사건 희생자를 신고를 할 때는 2인 이상의 보증서가 반드시 첨부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런 원칙은 지켜지지 않았다. 이런 검토 방식 덕분에 평화운동과는 상관없는 사람들이 희생자로 둔갑하여 평화공원에 위패를 가져다 놓게 된 것이다.
 

행자부의 이상한 승복서 요구 

4·3중앙위원회는 끊임없이 제기된 불량 위패 재심사를 통한 철거 요청에도 불구하고 침묵해 왔다. 박근혜 정부 들어 다수의 단체들이 강도 높게 문제를 제기하자 그제서야 행정자치부(이하 행자부)는 불량 위패 재심사를 약속했다.

불량 위패 철거 민원을 제기한 ‘제주4·3정립연구·유족회(이하 정립유족회)’측은 “불량 위패가 확실하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 110기 남짓이고, 엄밀하게 심사할 경우 최대 2000기 이상 될 수도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 남로당 제주도당 인민해방군사령관 김의봉의 위패. 제주4.3평화공원에는 이처럼 대한민국의 건국을 저지하려했던 세력들의 위패가 버젓이 새겨져있다.

그러나 무슨 곡절인지 행자부는 재심사 대상 위패는 1차로 민원이 접수된 53기에 한한다고 못을 박았다. 게다가 행자부는 정립유족회에 조건을 내걸었다. “불량 위패 재심사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심사 결과에 ‘무조건’ 승복하겠다는 ‘승복서’에 서명을 해야만 재심사를 하겠다”는 것이었다.

행자부는 정립유족회 외에도 불량 위패 철거를 강력 반대해 온 ‘제주4·3희생자유족회(이하 희생자유족회)’에도 승복서 제출을 요구했다.

그런데 행자부의 요구를 선뜻 수락한 것은 재심사 요구를 줄기차게 주장해 온 정립유족회 측이 아닌, 재심사를 거세게 반대해 온 희생자유족회였다. 희생자유족회는 정립유족회가 승복서 제출 여부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을 때 일찌감치 승복서 서명을 완료했다.

이에 대해 정립유족회 측은 “행자부와 희생자유족회가 밀약을 했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즉 행자부가 희생자유족회 측과 비밀 타협하여 민원이 접수된 53기 중 가장 악질이라고 문제가 제기된 5개의 위패만 철거하고 사건을 무마하기로 합의가 오갔다는 요지다.

정립유족회는 ‘무조건 승복한다’는 승복서의 문구를 ‘정당한 결과에 대해 승복한다’로 문구 변경을 요구했으나 행자부는 이를 거부했다. 수상한 승복서에 서명을 요구받은 정립유족회는 승복서를 제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정립유족회는 모든 것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자 또 다시 불량 위패 척결, 그리고 15년간 자리를 지켜온 좌파 인사들의 4·3중앙위원회에서의 퇴출을 위한 투쟁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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