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와의 세계대전 각오해야
IS와의 세계대전 각오해야
  • 미래한국
  • 승인 2015.12.13 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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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근박사의 전략이야기] IS 파리 테러 그 후

IS는 한국도 노리고 있는데, 우리는 테러방지법 하나 갖추지 못하고 있다. 테러방지법안은 인권의 최상급인 ‘무고한 사람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발의된 것 아닌가? 

이춘근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선임연구위원

지난 11월 13일 저녁, 프랑스 파리는 IS 테러리스트의 무차별 테러공격을 당해 130명에 이르는 무고한 생명을 잃었다. 9·11 이후 미국의 테러전쟁 방식을 가장 앞장서서 비난하고, 유럽 및 서방 국가들 중에서는 이슬람에 대해 가장 우호적, 포용적이었음을 과시하던 프랑스가 표적이 되었다는 사실은 누구보다 프랑스 사람들이 놀라지 않을 수 없는 사건이었다. 

파리 공격사건은 유럽판 9·11 이라고도 불릴 정도로 그 충격이 대단하며, 앞으로 상당 기간 동안 세계정치는 또다시 ‘테러전쟁’의 시대로 회귀할지도 모를 일이다. 

한국의 언론들도 11월 13일 이후 연일 프랑스 테러리즘을 보도했으며, 한국도 테러에서 안전한 지역은 아니라고 논평하고 있다. 일부 논자들 중에서는 이번 테러리즘을 미국 탓이라고 말하고, 한국이 미국과 친한 나라이기 때문에 우리도 테러리즘의 표적이 될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는 모양이다. 

미국 탓이라면 IS는 왜 미국이 아니라 프랑스를 공격했는지가 설명되어야 할 것이고, 우리가 미국편이기 때문에 공격 받을 가능성이 있다면, 오늘의 세계에서 미국과 가장 사이가 나쁘다고 말할 수 있는 중국 사람들은 왜 IS의 테러 표적이 되어 죽어야 했는지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테러를 방지하기 위한 기초적인 법안조차 없는 나라이면서 테러리즘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우스운 일인지 모른다. 하지만, IS의 도전은 범세계적인 도전이며, 우리나라도 궁극적으로 이들에 맞서 싸우는 연합군의 적극적인 일원이 되어야 한다고 믿기에, IS는 어떤 인간들이며, 그들의 행동과 목표는 무엇인지에 대해 우리 국민들도 기초적인 지식은 가지고 있어야 하리라고 생각되기에 이 글을 쓴다. 

나라와 영토와 국기를 가지고 있는 해괴한 테러조직 IS 

21세기 테러리즘을 상징하는 알 카에다 조직과 그 두목이었던 빈 라덴은 은밀성을 특징으로 했다. 이들은 파키스탄 혹은 아프가니스탄 산골 깊숙한 곳에 숨어서 서방 세계를 향한 테러전쟁을 감행했다.

알 카에다 조직은 미국 CIA의 끊임없는 반(反)테러 작전, 미군의 공식적인 반테러 전쟁 작전 등에 의해 그 세력이 많이 약화되었다. 빈 라덴이 은신처에서 미 해군 특수부대 요원들에 의해 사살당한 후 미국은 비로소 9·11에 대한 복수를 했다고 생각하고 반테러전쟁을 마감하기 시작했다. 

미국의 전략가들은 이제 미국이 당면한 더 큰 문제는 중국이 야기하는 보다 전통적인 위협이라고 생각했고, 2012년 이후 미국은 본격적으로 중국을 겨냥하는 전략을 구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중동에서 알 카에다가 약화되면서 이를 대치한 세력이 IS다. 현재 IS의 힘과 위력은 역대 어느 테러조직보다 막강하며, 알 카에다가 맹위를 떨쳤을 당시의 힘을 훨씬 능가한다. 이들은 위력만 막강할 뿐 아니라 그 행동의 잔인성도 역대 어떤 테러조직보다 포악하다. 

IS를 주도하는 아부 바크르 알 바그다디는 본래 이라크에 거주하며 바그다드 대학에서 박사학위 까지 받은 인물이다. 2003년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하던 당시 그는 지방의 한 종교 기관에서 일하는 종교인이었다. 그러나 미국이 후세인 정권을 몰아내고 이라크인의 다수를 점하고 있던 시아파에게 권력을 내주자 알 바그다디는 후세인의 잔당인 수니파 반군에 가담한다. 

그때만 해도 거물급이 아니었던 알 바그다디는 2006년 미군에 포로로 잡혔다가 풀려났다.  풀려나는 날 그는 미국 군인들에게 “뉴욕에서 다시 봅시다(I will see you guys in New York)”라고 말했다 한다. 

IS는 원래 빈 라덴을 흠모하는 자들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처음 자신들의 조직을 AQI(Al Quaeda of Iraq, 즉 이라크의 알 카에다)라고 불렀다. 그러나 이들은 빈 라덴과는 테러 방식이 달랐고 목적도 달랐다.

빈 라덴의 테러 조직은 우선 아랍 세계에서 지지를 확보한 후 궁극적으로 이슬람 제국을 건설하는 것을 목표로 했지만 이 자들은 먼저 나라를 세운 후, 그 나라를 기초로 이슬람 제국을 건설해야 한다고 믿었다. 

▲ IS 테러리스트들은 핍박받은 자들이 아니라 이슬람으로 세계를 정복하려는 전사(戰士)일 뿐이다. 사진은 IS의 테러 현장인 프랑스 파리 바타클랑 공연장 추모 장면.

극악무도한 만행 자행 

기왕에 여러 아랍국가가 존재하고 있는 상황인데 거기에다 나라를 세운 IS는 당연히 이라크, 시리아는 물론 기존 아랍 국가들 모두와 적대관계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테러의 대상에 아랍인들과 아랍 국가들이 포함되니 테러 수법도 더 잔인해질 수밖에 없었다. 

이들은 기독교도 등 이교도는 물론, 이슬람 내의 다른 분파인 시아파를 대하는 태도도 극도로 잔인했다. 수니파로 개종을 요구받은 이라크 여인이 말을 듣지 않는다고, 그 여인의 목을 잘라 들고 다니는 만행은 일상사였다.

IS의 만행은 아동의 백 팩에 폭탄을 장치(아이는 모른다)해서 결혼식장을 폭파하는 일, 아이의 자전거 튜브 속에 폭탄을 장착해서 시장에서 터지게 하는 일, 엄마가 보는 앞에서 7주 된 영아를 쏴 죽이는 일, 미군에게 협력했다는 이유로 여인을 강간한 후, 그 여인에게 명예회복의 유일한 길은 자폭 테러라고 말하는 일, 미군이 불쌍히 여기는 것을 노려, 불구 아동들 몸에 폭탄을 장착하여 미군이 다가오면 폭발시켜 아동과 미군을 모두 죽이는 일 등등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다. 

결국 빈 라덴마저 이들이 알 카에다 이름을 쓰지 못하도록 했을 정도다. 알 카에다라는 이름을 쓰지 못하게 된 이들은 AQI라는 이름을 ‘이라크 내의 이슬람 국가’라는 뜻의 Islamic State of Iraq(ISI)로 개명했다.

ISI는 미국의 대대적인 이라크 평정 작전 결과 2008년경 거의 와해 상황에 이르렀다. 2007년 당시 ISI의 핵심지역이었던 디얄라 주(州)에서 운행 중인 미군 수송차량부대가 공격 받은 확률은 25%였는데, 2008년 말에는 그 확률이 1%로 내려갔을 정도였다. 

그러나 이들에게 기회가 왔다. 미국의 평정작전이 거세지던 무렵, 이웃 나라 시리아의 아사드 독재 정권이 국민의 저항을 받기 시작했다. 시리아가 내전 상태로 빠져들자 ISI는 시리아로 작전 범위를 확대했다.

이름도 ISIS(Islamic State of Iraq and Syria)로 바꿨다. 2009년, 부시의 테러 전쟁 방식을 격렬하게 비난하던 오바마 대통령이 집권한 후 미국이 서서히 이라크 개입을 줄여나가자 IS는 물을 만난 물고기처럼 세력을 넓혀나가기 시작했다. 

이들은 혼란이 극으로 치닫는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영토를 장악하기 시작했고, 2015년 현재 이들이 장악한 영토는 웬만한 나라보다 더 넓을 정도다. 이들의 영토에 거주하는 사람의 숫자는 1000만 명이 넘는다. 이들은 IS에 의해 개종을 강요당하고, 원치 않을 경우 고향을 떠나거나, 그것도 원치 않을 경우 죽음을 택하라고 강요당하고 있다. 유럽에 난민이 창궐하는 이유다. 

핵폭탄 원료인 우라늄 보유說 

IS는 영토를 장악하고 있다 보니 석유가 나오는 유정(油井)도 갖고 있고, 과거 정부군이 가지고 있던 탱크 및 중화기도 보유하게 되었다. 이들은 자신들이 장악한 영토 내에 있는 이슬람 유적들을 서구의 골동품상에 비싼 돈을 받고 팔아넘겨 테러자금을 마련하는 원천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 결과 현재 이들은 역대 어떤 테러 조직보다 무기, 조직, 돈에서 막강한 위세를 과시하고 있다. 미국의 한 전문가는 이들이 핵폭탄을 제조할 수 있는 우라늄을 약 40㎏ 정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할 정도다. 

IS의 두목인 알 바그다디는 2014년 6월 29일 놀랍게도 자신을 이슬람 최고 통치자를 나타내는 칼리프라고 선언했다. 이것은 그들 종교 논리상 세계를 향한 선전포고나 마찬가지였다. 

IS는 물론 모든 이슬람 세력의 야심가들이 꿈꾸는 것은 이슬람 세계를 하나로 통일하고 자신이 그 지도자가 되는 것이다. 이슬람이 하나가 되는 날 지구에는 15억의 환상적인 광신도들을 국민으로 보유한 대제국이 건설된다. 

이들의 교리는 지구 전체가 이슬람에 의해 지배당하는 날까지 줄기차게 싸워야 하는 것이니 만약 정말 이슬람 통일제국이 건설되는 그날은 진짜 세계대전이 발발하는 날이 될지도 모른다. 

그들은 이슬람 세계를 평화의 세계(dar-sl-islam) 라고 부르고, 이교도의 세계를 전쟁의 세계(dar-al-harb)라고 부른다. 

양자 사이에는 영원한 갈등이 있고 후자가 전자에 의해 변화될 때까지, 즉 단일적이며, 지구 전체를 아우르는 이슬람 국가인 칼리페이트(Caliphate)가 생길 때까지 전쟁이 지속된다는 것이 이슬람의 교리다. 그런 전쟁은 이들에 의해 성스러운 전쟁(지하드)이라고 불린다. 

2001년 9월 11일 테러를 당한 후 미국은 1개월 만에 알 카에다를 은닉시켜주는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정권을 공격했고, 2003년 3월에는 후세인이 통치하는 이라크를 공격했다. 미국이 사담 후세인을 공격했을 때, 미국이 테러와 아무 관계가 없는 후세인을 공격했다며 비난하는 자와 나라들이 많았다. 프랑스 역시 그런 나라 중 하나였다. 

사실 프랑스는 그동안 후세인에게 무기를 많이 팔아먹었고, 아직 받아야 할 돈도 많은 상황이었는데, 미국이 후세인을 제거하겠다고 나서니 그 전쟁을 비난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이슬람 야심가들의 보다 큰 목표를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들의 목표는 서방을 테러 하는 것 그 자체로 끝나지 않는다. 즉 테러리즘은 분노의 표출이 아니라 전쟁의 일환이다.

테리리스트들은 우리가 잘못 알고 있듯이 억울하고 분한 사람들이 아니다.  9·11 주도자들, 이번 11·13 파리 테러범들은 헐벗고 굶주린 대지의 저주받은 자들이 아니다. 그들은 이슬람이 주도하는 세계를 건설하려는 전사(戰士)들이다. 

부시 대통령이 쳐부수고자 한 것은 이슬람 야심가들의 대제국 건설계획이었지 단순한 테러리즘에 대한 응징이 아니었다. 그래서 미국이 손 봐야 할 적들 중에 후세인도, 빈 라덴도 포함되어 있었던 것이다. 

최근 미국은 무려 200년 이상 쓸 수 있는 석유가 확보되는 바람에 중동에 예민한 관심을 쓸 필요가 없었다. 미국이 상대적으로 테러 공격의 대상에서 빗겨나 있었던 본질적인 이유다.  물론 미국은 프랑스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탁월한 테러 방지책이 있는 나라라는 사실도  미국이 테러리즘의 공격 대상에서 벗어난 중요한 이유다. 

▲ IS의 추가 테러에 대비해 에펠탑 경계에 나선 프랑스 군대의 모습이다.

IS와의 세계대전 가능성 

IS가 세력이 더 강화되고 아랍 제국의 꿈에 더 접근하면 미국은 이들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2016년 미국 대선에서 현재 공화당 1위를 달리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는 프랑스 테러 직전 간행된 자신의 책(Crippled America: How to Make America Great Again)에서 IS 테러리즘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다음과 같이 강렬한 어조로 말하고 있다. 

‘선택의 여지는 없다. 이 자들은 중세의 야만인들이다. 이들은 사람의 목을 자르고, 물에 빠트려 죽이며, 고문하는 자들이다. 이들이 안전하게 발을 디디고 서 있을 수 있는 자리를 확보하게 할 수는 없다. …IS는 모두 합쳐도 양키 스타디움을 다 채우지도 못할 정도 밖에 되지 않는 소수의 인간들이다(3만~5만 추정).

이들을 굴복시키기 위해서는, 이 녀석들이 한 명도 남지 않고 모두 다 죽을 때까지, 이들이 어디에 있든, 끊임없이 쉬지 않고 이들을 추적하겠다는 열정이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는 다른 나라들의 힘도 함께 빌려야 할 것이다.’ 

한국이 IS의 표적이 된 것은 우리나라가 미국편이어서가 아니다. 우리의 체질과 삶의 방식은 이미 선진 민주주의, 자유주의, 개인주의, 종교의 다양성 등으로 특징되는 서구적인 것이 되었다.

여기서 서구적이라는 용어는 지리적인 특징과는 전혀 무관한 개념이다. 우리나라는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이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서구적인 나라 중의 하나가 되었으며, 그래서 그들의 표적이 되는 것이다. 

우리가 고상한 것으로 여기고, 획득하기 위해 수많은 역경을 겪었던 ‘가치’들이 심각하게 도전받는 세월이 되었다. 우리나라도 선진사회의 일원으로 IS와의 일전에 참전할 수 있어야 한다. 프랑스의 온정주의는 프랑스인을 IS의 무자비함으로부터 보호하지 못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테러 대비책의 수준이 프랑스보다도 훨씬 열악하다. 

테러방지법안은 인권을 강조하는 자들에 의해 발목이 잡혀 있는지 오래다. 테러방지법안은 인권의 최상급인 ‘무고한 사람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려는 목적에서 발의된 것 아닌가? 테러리스트일지도 모르는 인간의 권리는 보호되어야 하고 무고한 시민의 생명은 희생되어도 할 수 없다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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