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정상화 이끌어야 후계 정통성 가진다
롯데그룹 정상화 이끌어야 후계 정통성 가진다
  • 김태일 객원기자
  • 승인 2016.02.04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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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동주 전 부회장의 그룹 흡집내기, 일반인∙직원 모두 피로감 느껴
- 재계 관계자들, 장기적인 관점에서 그룹 정상화를 이끈 사람이 정통성 가질 것

지난 3일, 롯데그룹 신격호 총괄회장(94)이 법원에 전격 출두했다. 이 날은 신 총괄회장의 여동생 신정숙(78)씨가 오빠의 정신건강이 그다지 양호하지 못하다며 서울가정법원에 청구한 성년후견개시에 대한 첫 번째 심리일이었다.

많은 재계 관계자들이 건강상의 이유로 법원에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한 가운데 심리 당일 오전, 갑자기 출석을 결정한 신 총괄회장의 행보에 뜨거운 관심이 모아졌다.

이번 심리는 장남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현 롯데그룹 회장인 차남 신동빈 회장의 후계구도의 정통성을 부여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그간 ‘신총괄 회장은 건강하다.

아버지가 지명한 후계자는 바로 나’라고 주장했던 신동주 전 부회장 측 의견과 ‘정신적으로 완벽하지 못한 상태의 총괄회장님을 신동주 전 부회장이 악용하고 있다’는 신동빈 회장 측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신 총괄회장 상태, 양측 변호사 상반된 의견 내놔…

양 측 법률대리인들이 비공식적으로 밝힌 심리 당일 신 총괄회장의 상태는 정반대다. 신동주 전 부회장 측 법률대리인 법무법인 양헌의 김수창 변호사는 ‘총괄회장님의 건강은 아무 문제가 없다’며 ‘이날 심리에서도 모든 질문에 직접 모두 다 대답하시고 본인의 정신 건강 상태에 대해 50때와 전혀 차이가 없다고 말씀하셨다’고 얘기한 반면, 신정숙씨의 법률대리인 이현곤 변호사는 ‘성년후견인이 필요하다는 입장은 동일하지만 회장님에 대한 어떤 부분을 (취재진에게)이야기하는 것은 개인을 위해 좋은 일이 아니고 신청목적에도 반한다’며 ‘법원의 감정에 의해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후문에 의하면 신 총괄회장은 이날 심리에서 서로 다른 질문에 대해 같은 대답을 반복하거나 법원을 둘러보며 ‘여기가 어디냐’고 묻는 등 정상적인 정신상태라고 생각되지 않을만한 행동을 빈번하게 보여준 것으로 전해진다. 신 총괄회장의 정신건강 상태는 돌아오는 3월 9일로 예정된 2차 심리와 법원에서 지정한 병원 감정을 통해 정확히 판단될 것으로 전망된다.

▲ 사진=연합뉴스

재계, ‘롯데그룹 집안 싸움 멈추고 기업 정상화 고민할 때’

롯데그룹의 미래에 대한 우려와 전망이 재계 내부에서도 분분하다. 하지만 현재 벌어지고 있는 롯데그룹 내홍에 대한 책임은 ‘신동빈 회장보다 신동주 전 부회장이 더 크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신동빈 회장이 투명경영을 실천한다며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순환출자 고리를 끊고 호텔롯데 기업공개를 추진하는 동안, 신동주 부회장은 한국과 일본에서 11건의 민∙형사 소송을 제기한 바 있고, 그룹정상화를 위한 중요한 시기마다 소송을 통해 신동빈 회장의 발목을 잡았다.

재계 한 관계자는 ‘신동주 전 부회장이 정말 롯데그룹에 애정을 가지고 경영할 생각이 있었다면 이런 식으로 기업명성을 크게 훼손하는 일들을 벌였겠느냐’며 ‘누가 경영권을 잡든 장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그룹차원에서는 좋은 방향이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일반인들의 인식도 매우 나빠진 상황이다. 신동주 전 부회장이 본인에게 유리한 상황마다 신격호 총괄회장을 대동해서 의도적으로 언론에 노출하는 모습을 보며 ‘아버지를 이용하는 무정한 아들’ 정도로 인식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신 총괄 회장이 이번 심리에 전격 출두한 것에 대해, 신 전 부회장 측 법률대리인은 ‘본인의 건재함을 보이기 위해 스스로 참석을 결정하셨다’고 설명했지만 이를 곧이 곧대로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오히려 신동주 전 부회장이나 민유성 SDJ컴퍼니 고문 등이 신격호 총괄회장에게 성년후견인 심리에 대비해 ‘집무실에서 특정 메모를 보여주며 암기를 종용했다’는 내용이 몇몇 매체에 기사화 되면서 신동주 전 부회장에 대한 이미지는 더 나빠지고 있는 상황이다.

재계 관계자들은 ‘이제는 분쟁을 멈추고 그룹의 정상화에 힘을 쏟을 시기’라고 입을 모았다. 싸움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신격호 총괄회장의 정신 건강은 법원의 심리를 통해 조만간 정확히 판단될 것이다.

만약 신 총괄회장의 정신건강이 온전하다고 하더라도 ‘누구를 후계자로 지목했느냐’는 이제 크게 중요하지 않게 됐다. 누가 그룹을 정상화로 이끄느냐가 관건이 됐다. 신동주 전 부회장보다 신동빈 회장이 더 지지를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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