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줄 잃고 쪽박 찬 김정은
돈줄 잃고 쪽박 찬 김정은
  • 김흥광 NK지식인연대 대표
  • 승인 2016.03.07 03: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알면서도 속았던 개성공단] 북한 김정은의 깊어가는 고민

김정은이 개성공단 인력들 장마당에 방치하면 북한 민주화의 발화점 될 수도 

박근혜 대통령의 개성공단 전면 중단 선언으로 김정은이 심각한 고민에 빠졌을 것이다. 개성공단이 중단되면 김정은은 적어도 다음의 고통을 겪어야 한다. 

▲ 김흥광 북한공산대학·함흥컴퓨터기술대학 교수

첫째, 귀염둥이 ‘매직 돈궤’를 잃는 아픔과 상실이다. 개성공단은 누가 뭐래도 김정은에게는 쓰고 또 써도 마를 줄 모르는 귀하고 귀한 매직 돈궤다. 이 돈궤는 자동적으로 달마다 1000만 달러 이상 꼭꼭 채워진다.

어떻게 쓸 것인가는 전적으로 자신의 재량이다. 2월 12일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북한이 북측 근로자들의 임금으로 받아간 달러의 상당 부분을 대량살상무기(WMD) 개발에 썼다는 증거들이 있다고 밝혔다. 

개성공단 자금 모아 3년 주기로 핵실험 

여기서 한 가지 확실하게 밝히고 싶은 팩트가 있다. 일부에서는 개성공단 자금의 70%가 중앙에 가고, 30%는 개성공단 근로자들의 식량 구입과 복지를 위해 지출된다고 했는데, 이것도 절반만 맞는 말이다.

정확히 말해서 개성공단으로 흘러 들어간 자금은 일부가 아니라 100%가 노동당 39호실에 전량 입금되며, 이 39호실은 김정은 개인금고이기 때문에 김정은은 그것을 핵·미사일 개발에 우선적으로 돌리고 있다는 것은 더 이상 비밀이 아니다. 

개성공단 근로자들의 식량은 북한에서 생산한 쌀로 배급을 주고, 북한에서 생산한 생필품을 공급해준다. 최근 10년간 북한이 다른 나라에서 달러를 주고 식량을 사간 적이 없다는 전문가들의 분석 자료가 이를 입증한다. 

둘째, 급작스러운 달러 부족으로 핵·미사일 개발에 차질이 왔다. 2016년 1월 7일 인터넷 언론 ‘인사이트’가 밝힌 바에 의하면 북한은 그동안 핵무기 개발을 위해 11억 달러에서 최대 15억 달러를 투입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이 지난 2월 7일 장거리 미사일을 쏘는 데 쏟아 부은 돈은 대략 얼마나 될까. ‘인사이트’는 2월 11일자 기사에서 대략 3억 달러 내외로 추산했다. 

이런 추정치는 김정일이 2000년 8월 방북한 남한 언론사 사장단과의 면담에서 “로켓 한 발에 2억~3억 달러가 들어간다”고 말한 것에 근거를 뒀을 가능성이 있다. 연구시설 및 발사장 건설이나 관련 설비 제작, 인공위성 개발 등에 소요되는 비용 등을 빼더라도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 1기를 개발해 제작하는 데 개성공단을 통해 벌어들이는 수익 2~3년 치가 소요된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북한의 핵 및 미사일 개발 비용이 국제기준보다 훨씬 저렴하다는 주장도 있다. 2013년 일본 마이니치신문이 입수한 북한 노동당 간부의 내부 강연 자료는 “(로켓을) 한 번 쏘는 데 3000만 달러(약 360억 원)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북한 초청으로 2012년 은하 3호 발사를 참관한 러시아 우주과학아카데미의 유리 카라슈는 “(로켓과 위성 제작에) 대략 5000만~6000만 달러(약 600억~720억 원)가 들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상의 분석을 통해 북한이 핵실험을 할 때마다 최소 2억 달러, 미사일을 쏠 때마다 1억 달러 이상이 든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결국 개성공단에서 벌어들인 돈을 3년 동안 모아야 북한이 핵실험과 미사일 실험을 각각 한 차례씩 할 수 있다. 

북한의 핵실험 주기를 보면 첫 실험을 한 2006년부터 거의 3년에 한 번꼴로 해 오고 있다.  미사일 시험주기도 비슷하다. 3년 치 개성공단 자금을 모아서 핵과 미사일 실험을 한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결국 이제부터 북한의 핵 및 미사일 시험 기간은 5년이나 그 이상으로 길어질 수밖에 없다. 

▲ 개성공단 폐쇄로 북한 김정은은 아무 노력없이도 매년 1억 달러 이상의 현금이 꼬박꼬박 자동 입금되던 ‘현금 인출기’를 잃게 됐다. 사진은 통일대 교남 측에서 바라본 민통선 지역.

개성공단 수입은 푼돈이 아니다 

일부 논자들은 개성공단에서 벌어들이는 외화가 연간 1억5000만 달러인데, 이것은 북한이 대외무역을 통해 벌어들이는 외화 획득의 1%밖에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말로 북한이 한 해에 100억 달러를 벌어들인다면 북한은 개성공단을 바로 끝장낼 것이다. 자존심만 독하게 남은 북한이 계급적 원수인 남조선 자본가들에게 북한 주민들이 ‘착취’를 당하게 하는 꼴을 정녕 보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면 개성공단의 1억5000만 달러는 북한에게 푼돈일까? 아니다. 큰돈이다. 그냥 큰돈이 아니라 굉장히 큰돈이다. 남북한 경제력 차이를 평균 40배로 본다면 한국에서 1억 달러는 북한에서 40억 달러와 맞먹는 효용성을 가진다. 

개성공단에서 벌어들이는 달러가 북한 외화 획득량의 몇 %를 차지하는가를 알게 되면 그 효용성을 가늠할 수 있다. 통일연구원이 2015년 10월 ‘북한 외화벌이 추세와 전망’에서 외국 문헌자료를 인용하여 밝힌 북한의 대(對)중국 교역량은 북한의 연간 외화 획득을 추산하는 데 기초가 된다. 

자료에 따르면 북한이 1년간 대(對)중국 교역을 통해 벌어들이는 달러는 10억 달러 정도다.  여기에 세계 도처에 인력을 송출하여 벌어들이는 달러가 1.5억~2억 달러이다. 또 위폐나 마약, 가짜 양주, 양담배 제조 등 불법거래를 통해 벌어들이는 달러가 1억 달러 정도라면 연간 북한의 외화 획득량은 개성공단까지 합쳐 14억 달러 정도가 된다. 

여기서 북한이 에너지와 필수 수입자재, 설비 구입, 선물정치를 위한 고급 상품 구입과 같은 고정적인 지출이 6억 달러를 웃돈다. 또 군이 노후한 장비를 교체하고 신규 무기 구입에 5억 달러 정도를 지출한다. 그밖에 김정은의 개인 호화 사치를 위해 1억 이상 달러를 쓰고 나면 2억 달러 정도가 김정은이 직접 챙기는 핵·미사일 개발에 투입된다. 

개성공단 근로자들 문제 

개성공단 자금이 연 1억5000만 달러임을 감안할 때 이 돈이 갑자기 증발해버린 상태에서 북한이 다른 중요 부분으로 할당된 달러를 떼내어 돌리지 않는 한 핵·미사일 개발 연구에 큰 타격을 입지 않을 수 없다. 다른 분야에 할당되는 달러도 워낙 최소한의 수요에도 못 미치는 것이기 때문에 함부로 핵과 미사일 개발에 돌릴 수 없을 것이다. 

셋째는 5만3000명 개성공단 근로자들과 개성시 유지관리 문제다. 개성공단이 전면 중단되면서 문제가 된 것은 5만3000명의 개성공단 근로자들과, 이들 가족인 개성 시민들의 생활을 유지시키는 방법이다. 2013년 4월 6일 1차 개성공단 중단사태 때 북한은 개성공단 근로자들을 차출되어온 본래 공장으로 돌려보내지 않고 개성시 주변의 농장과 탄광에 동원시켰다. 

하지만 이번엔 사정이 다르다. 다시 재개될 가망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공단 근로자들을 임시적인 인력동원이 아니라 안정적인 직장으로 보내야 한다. 그런데 개성시에는 가동 중인 공장이 10% 미만이어서 다른 공장에 보내봐야 식의주(食衣住)를 해결할 방도가 없다. 

더욱이 가족을 포함하면 최소 20만 명, 많게는 개성시와 그 인근 지역 주민 포함 최대 40여만 명에게 식량과 생필품, 기타 연료를 국가가 공급해야 한다.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다른 지역 주민들이 시장에서 생존하듯이 5만3000명의 근로자들도 개성시장에서 재간껏 먹고 살라고 방치하면 그만이다. 

이 경우 김정은은 한 가지 각오를 해야 한다. 개성공단에서 자본주의 세계를 간접적으로 체험해 봤고, 자본가들이 주는 돈으로 배불리 먹던 5만3000명이 아무런 호구지책도 없이 시장에 방치되면 그들이 개성공단에서 일하던 그 때를 떠 올리며 인민을 제대로 먹여 살리지도 못하는 사회주의는 자본주의보다 못하며, 인민을 굶기면서 쏘아대는 핵이나 미사일은 방을 덥히는 장작보다 못하다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다시 말해 개성시가 북한 민주화의 발화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달러와 경제적 이득에 기준하여 개성공단의 미래를 검토한다면 반드시 재가동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렇다면 개성공단을 재가동하는 데 불리한 액션은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북한이 조평통 성명에서 개성공단을 완전 폐쇄한다고 엄포는 놨지만, 구체적인 결정사항들을 보면 완전 폐쇄보다는 재가동에 여운을 남겨둔 것을 감지할 수 있다. 

결정사항 제3항은 ‘개성공업지구에 있는 남측 기업과 관계기관의 설비·물자·제품을 비롯한 모든 자산들을 전면 동결한다. 추방되는 인원들은 사품 외에 다른 물건들은 일체 가지고 나갈 수 없으며 동결된 설비·물자·제품들은 개성시 인민위원회가 관리하게 될 것이다’이다. 북한이 엄포를 놓은 것처럼 완전 폐쇄를 예고했다면 동결이 아닌 몰수가 분명하고, 동결된 제품을 개성시 인민위원회가 관리할 것이 아니라 “임의처분 한다”고 했어야 한다. 

북한이 개성공단을 지속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결론에 도달할 것이지만, 재가동을 위해 남쪽의 양보를 받아 내는 것은 고도의 정략적 계략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하다. 이러한 북한의 속내를 들여다보면서 북한이 취할 수 있는 향후 계략은 대충 감을 잡을 수 있을 것 같다. 

첫째, 향후 남북회담이 진행되게 되는 경우 남한 정부에 남북관계의 실제적 화해와 협력의 의지를 행동으로 보여 달라고 하면서 선(先) 개성공단 재가동을 요구할 수 있다. 

둘째, 북미회담이나 6자회담이 재개되면 한반도의 평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한 성의 있는 조치를 먼저 보여주기를 바란다면서 다자회담을 북한의 계략에 활용한다. 

셋째, 개성공단을 마치 해외에 이주하는 것이 기정사실화된 것처럼 여론을 오도하여 남한이 먼저 공단시설과 설비들에 대한 환수 회담을 요구하게 하여 ‘밀당’식 회담을 통해 재가동 양보를 얻어낸다. 

넷째, 지난 8·25 DMZ 지뢰 사태 경험을 답습하여 무모하고 기습적인 대남 군사도발을 일으키고 이것을 해결하기 위한 회담을 요청하여 남한과 미, 중 등의 4자회담을 열고 거기서 일괄 타결하는 방법을 구사한다. 

만약 북한이 개성공단 재가동이 급하다면 북한의 사이버 심리전부대를 동원하여 우리 사회에서 정부를 향해 개성공단 재개 압박을 가하여 정부로 하여금 사회적 여론에 못 이겨 재가동 타협 카드를 사용하도록 하려고 시도할 수 있다. 북한은 총참모부 산하에 ‘적공국’(적 와해 공작국)이라고 부르는 1000여 명의 요원을 거느린 사이버 심리전 부대를 두고 있다. 

▲ 김정은은 개성공단 재가동을 위해 사이버테러나 공공장소 테러 등의 강력한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사진은 폐쇄된 개성공단의 모습.

사이버 테러 가능성 

평양시 사동구역에 본부를 두고 있는 적공국 121소라는 대호를 가진 이 부대는 모든 요원들이 사범대학, 일반대학 정보처리학과를 졸업한 최우수자들로서 월북한 남한 사람들에게 남한의 사회생활과 언어, 억양, 소통방법 등을 익히고 실전능력훈련과 테스트를 받는다.

최종 테스트를 통과하면 대다수는 압록강, 두만강 북·중 국경지역에 설치된 공작기지에서 중국 무선인터넷을 도용하여 남한의 대중 커뮤니티에 불법 접속하여 남한사람으로 가장하여 공작지령에 따르는 사이버 심리전 내용들을 대량 전파시키고 있다. 

2008년 광우병 파동, 2013년 천안함 폭침사건이 터졌을 때, 이들 댓글부대들이 남한의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반(反)정부 선전글을 도배하고, 로봇 프로그램을 돌려 찬성 및 반대 클릭수를 마음대로 장난을 쳤다. 이 공로로 2013년 8월 김정은으로부터 ‘능력 있는 부대’, ‘나의 작전 예비대’라는 치하를 받았으며, 당시 500명이던 부대 규모를 1000명으로 확장했다. 

앞으로 상당 기간 동안 정치권과 개성공단 기업인들을 위시로 정부에 ‘재가동’을 요구하는 반정부적 분위기가 상승할 것으로 예견된다. 하지만 아무리 반대론자들이 세를 불려 덤벼들어도 원칙을 버리면 안 된다. 혹시나 하는 미련을 가지고 “개성공단 정상화” 운운하는 것은 천신만고 끝에 많은 비용을 지출하고(개성공단 착공 이래 쏟아 부은 국민세금을 감안하라!) 수렁 속에서 건진 자식을 다시 수렁 속에 던지는 격이 된다. 

이번 정부의 조치는 공명정대하고 만인의 공감을 받을 수 있는 뚜렷한 명분을 가지고 있다.  북한 김 씨 집단은 개성공단과 관련하여 이른바 ‘특대형의 전략적 오류’를 범했다. 북한은 개성공단 차단 조치 등을 통해 새로 출범한 박근혜 정부를 압박하고 남북관계를 북한의 의도대로 이끌어 가려 했지만, 안정적인 ‘돈줄’만 잃고 ‘쪽박’을 찬 격이 되어 버렸다.

박근혜 정부의 단호한 원칙적 대응으로 개성공단 체류 근로자들의 전원 귀환을 통해 우리는 작은 경제적 손실을 넘어 남북관계에서 더 이상 북한의 압박이나 술수는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줬다. 

개성공단에 관한 북한의 왜곡 선동과 일부 햇볕론자들의 정상화 운운 주장에 귀 기울이는 것 자체가 북한의 대남전략에 휘말리는 것이다. 철저히 무시하는 전술을 구사해야 한다. 그리고 원칙을 무너뜨리면 북한에 도발과 꼼수가 통한다는 나쁜 인식을 학습시킬 수 있다.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