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층 롯데월드타워와 전 세계의 마천루들
123층 롯데월드타워와 전 세계의 마천루들
  • 이성은 미래한국 객원기자
  • 승인 2016.05.16 0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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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비즈] 초고층 건물의 경이로운 세계

롯데월드타워에는 3조 원 이상의 사업비가 투입돼 국내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 공사 중 연인원 400만 명 이상 투입, 완공 후 2만여 명에게 일자리 제공 

하늘을 향해 오르려는 인류의 소망은 오래된 것이었다. 가장 신성한 그곳, 천공(天空)에는 신(神)들이 살았다. 그리스인들은 세상의 꼭대기 올림푸스를 두려워했고, 제국 바빌론의 임금 니믈롯은 바벨탑에서 교만의 화살을 신에게 날렸다가 저주를 받았다. 

중세라고 다르지 않았다. 독일의 고딕 양식은 ‘하늘을 향해 솟는 숲’이라는 독일인들의 자연숭배를 담았고, 이는 가톨릭에서 모든 교회들의 첨탑 모티브가 됐다. 근대의 피사 사탑과 에펠탑, 그리고 미국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역시, 인류에게 하늘로 향하는 동경을 드러냈다. 마천루, 혹은 ‘스카이 스크래퍼’라 불리는 랜드마크를 가진 국민들에게는 자부심이 강했다. 

이제 한국인들도 그런 자부심 하나는 가지게 됐다. 높이 555m, 123층의 잠실 롯데월드타워(이하 롯데타워로 표기)는 대한민국 건축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아랍에미리트(UAE)의 ‘부르즈 할리파’(163층, 828m)와 중국 ‘상하이 타워’(128층, 632m), 사우디아라비아의 메카에 위치한 ‘알베이트 타워’(120층, 601m)에 이은 세계에서 네 번째 높은 건물이다.

롯데타워는 출범 초기부터 여러 차례 시련을 겪어야 했다. 우선 이 높은 빌딩의 디자인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두고 여러 차례 난항을 겪었다. 하나의 아이디어가 완성되면 반드시 문제가 제기됐다.

555m 높이에서는 평균 풍속이 55m/s(최대 순간풍속 84m/s)의 강풍이 된다. 이처럼 강력한 바람에 저항하기 위한 내풍 설계, 그리고 리히터 규모 약 7 이상의 지진에도 견딜 수 있도록 내진 설계가 적용되어야 했다. 

이러저러한 디자인 변경작업 와중에 롯데타워는 한때 스크루 드라이버 모양이 되기도 했다. 시중에 판매되는 아이스크림의 이름을 따서 ‘롯데 스크류바 빌딩’이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결국 최종적으로 지금과 같은 디자인이 결정되었지만, 결코 순탄한 과정은 아니었다. 


세계 건축 기술의 전시장 

롯데타워는 한국 전통의 유려한 곡선미를 모티브로 하여 디자인되었다. 평면과 단면이 어우러져 만들어 내는 타워의 곡선은 고려청자, 한복, 한옥 건물의 처마 끝 등 한국적 전통 소재가 지닌 선의 흐름을 연상시키는 전통미를 21세기 형 첨단 건축물로 형상화 했다. 

롯데타워에 세계 건축인들의 관심이 몰린 것은 이 건물이 21세기 첨단 공법의 전시장이 되었기 때문이다. 완공 시 75만 톤에 달하는 건물의 하중을 견딜 수 있도록 하는 토목설계는 영국의 에이럽 사가 맡았다. 에이럽은 두바이의 버즈두바이, 베이징 올림픽 수영장 워터 큐브, 인천 송도 동북아 트레이드 타워 등의 설계를 맡은 세계적 엔지니어링 회사다. 

한국 고유의 곡선미를 상징하는 건축 설계는 미국의 초고층 전문 건축설계업체인 KPF가 맡았다. 이 회사는 미국 시카고 333 웨스트 웨커 드라이브, 일본 도쿄 롯폰기 힐스, 상하이 국제금융센터, 서울의 삼성 서초사옥 등 국내외 다양한 초고층 건물을 설계했다. 

상하이 금융센터 등 초고층 구조 설계를 맡은 미국의 LERA는 롯데타워의 구조 설계 및 구조 안정성 검증을 진행했다. 또 현재 가장 높은 초고층 빌딩인 사우디아라비아의 킹덤 타워를 담당한 미국 TT가 구조 검증을 별도로 실시해 이중으로 안정성을 확인 받았다. 

고층건물에 대한 바람 문제는 두바이 부르즈 할리파의 풍동 컨설팅을 맡은 캐나다의 RWDI가 검증을 맡아 순간 초속 80m의 바람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됐다. 건물 외벽 커튼월은 일본의 릭실이 담당했으며, 컨설팅은 미국의 CDC가 맡았다. 

롯데타워 공사에서 사용되는 초고층 장비 분야에도 세계적인 업체가 참여했다. 오차 없는 시공을 위해 4대 이상의 인공위성으로부터 측정 정보를 받아 오차를 보정하는 위성측량시스템 장비는 스위스의 레이카(Leica) 사의 것이며 별도의 해체 및 재설치가 필요 없이 유압장치에 의해 스스로 상승하는 ACS 거푸집은 오스트리아 도카(Doka) 사의 것이다. 

하지만 이런 글로벌 최고 기업들의 대거 참여가 롯데에게 유리한 쪽으로만 작용하지는 않았다. 최근 국내 유력 언론이 롯데타워에 우리 고유기술이 없다는 점을 1면 머리기사로 보도했기 때문.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롯데타워 건설 과정에서 점성을 가진 콘크리트를 약 520m 높이까지 수직으로 쏘아 올리는 수직압송기술이 적용되었는데, 이 기술은 롯데건설이 독자 개발한 방식이며, 현재 특허출원 중이다. 

롯데건설은 시공 과정에서 32시간 연속 타설이 가능하도록 만든 초저발열 콘크리트를 사용했다. 이 기술을 통해 초고층 건물의 시공에서도 초고강도 콘크리트 시공을 수월하게 할 수 있게 됨에 따라 롯데건설은 세계 초고층 건물 시공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순탄치 않았던 건설 과정 

롯데타워의 건설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공사 중에는 거푸집과 재료들이 낙하하고, 화재와 가스파이프 폭발로 안타까운 인명사고도 있었다. 2013년 공사 중에 발생한 석촌호수의 수면 변화와 싱크홀 발생은 전 국민을 긴장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공사와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님이 밝혀져 모두가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했다. 

무엇보다 롯데 입장에서 힘들었던 것은 그룹과 오너 일가에 대한 이미지였을 것이다.  특히 롯데가 일본에 기반을 둔 재벌기업이라는 점, 오너 가족들 간의 경영권 갈등은 국민들의 눈에 곱지 않게 보였던 것이 사실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롯데는 지난 해 면세점 사업자 선정에서 탈락했다. 롯데 입장에서 볼 때 면세점 사업은 잠실에서만 20년 넘게 운영하며 매출이 6000억 원에 육박하는 캐시 카우(주요 현금수입원)였다.

소공동 본점의 롯데 면세점은 매출 2조 원을 기록하며 세계 면세점 3위에 오르는 발판이었다. 롯데는 롯데타워를 통해 2020년까지 매출 4조 원, 세계 1위 면세점 매장을 기대하고 있었기에 그룹의 경영전략은 수정이 불가피한 상태다.
 

주목받는 세계 초고층 건설 시장 

신동빈 회장은 면세점 직원들을 감원하지 않고 모두 고용을 유지하는 선택을 했다. 롯데 측은 기존의 면세점들을 롯데타워로 집중한다는 계획이지만, 매장 공간의 손실은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롯데타워에는 3조 원 이상의 사업비가 투입돼 국내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공사 중 연인원 400만 명 이상이 투입되고, 완공 후에도 상시 고용 인원 2만여 명에게 일자리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남한산성, 몽촌토성, 모란시장, 롯데월드 등 주변의 다양한 관광자원과 연계하여 복합 관광 쇼핑단지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외국인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관광상품을 개발해 관광객을 적극 유치하여, 롯데타워뿐만 아니라 주변지역의 상권과도 상생할 수 있도록 관광 클러스터를 구축한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롯데타워는 100층 이상 초고층 건물로는 국내 최초다. 따라서 한국 건설의 이정표 역할 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네 번째로 높은 건축물을 한국 기업이 시공한 경험은 세계 초고층 건물 건설시장에서 경쟁력 상승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400m가 넘는 초고층 건물은 2010년 준공된 부르즈 할리파를 비롯하여 14개 건물이 준공되었으며, 롯데그룹에서 추진 중인 롯데타워와 부산 롯데타운 등을 포함하여 14개 건물이 시공 중에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2020년까지 약 560조 원 규모의 세계 초고층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되며, 향후 지속적으로 시장 규모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롯데건설은 현재 시공 중인 롯데타워와 부산 롯데타운 건설로 초고층 건물 건설과 관련된 첨단기술을 축적하고, 전문인력을 확보하여 초고층 분야의 설계·감리·시공 및 관련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적극적인 초고층 건설시장 진출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롯데월드타워보다 더 높은 세계 3대 마천루 

1. 부르즈 할리파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 위치한 부르즈 할리파는 현존하는 건물 중 세계에서 가장 높은 마천루다. 건물 높이는 무려 828m, 163층이다. 2004년에 공사를 시작하여 불과 5년 만인 2009년에 완공됐다. 1층부터 최고층까지 초고속 엘리베이터로 올라가는 데 1분 정도가 소요된다. 

우리나라에는 건설 당시 불리던 이름인 ‘버즈 두바이’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해외 건물임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람들에게 낯이 익은 이유는 삼성물산이 건설 시공을 맡으면서 국내에도 여러 차례 소개되었기 때문이다.

또 이 건물은 2011년 개봉한 톰 크루즈 주연의 ‘미션 임파서블-고스트 프로토콜’이란 영화에서 톰 크루즈가 이 건물의 유리창을 기어오르는 장면으로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삼성물산은 부르즈 할리파 건설 당시 3일에 1층씩 올리는 초고속 건설을 하여 화제가 되었다. 건설 과정에 사용된 콘크리트는 삼성물산이 개발한 150MPa의 초강도 콘크리트가 사용되었다. 건물은 현재 상업 시설, 호텔, 주거시설, 오락 시설 등 대규모 복합시설로 이용되고 있다. 

2. 상하이 타워
중국 상하이에 위치한 상하이 타워는 부르즈 할리파에 이은 세계 2위 높이의 건물로 중국의 자존심과도 같은 건물이다. 높이는 632m, 지상 128층. 건물 외관은 중국을 상징하는 랜드 마크답게 하늘로 승천하는 용의 형상을 하고 있다. 1층부터 최상층부까지 건물이 회전하는 것처럼 보인다. 

상하이 타워는 건물 높이로는 세계 2위지만, 전망대 높이는 561m로, 부르즈 할리파의 148층 전망대(555m)보다 높다. 또 전망대용 엘리베이터 속도가 초당 1080m로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 이 엘리베이터는 일본 미쓰비시가 제작했다. 

상하이 타워는 효율적인 설계를 통해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함으로써 ‘친환경 빌딩’이라는 타이틀도 갖고 있다. 건물의 내·외벽을 투명하게 설치하여 자연광 유입을 극대화했고, 나선형으로 된 난간 구조는 빗물을 축적하여 건물 전체의 냉난방 시스템에 사용되도록 설계되었다. 건물 외벽은 절연 기능을 한다. 이러한 친환경 설계로 상하이 타워는 연간 탄소 배출량 2만5000톤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용이 승천하는 듯한 나선형 구조로 인해 상층부로 올라갈수록 실평수가 작아진다. 이 때문인지 2016년 3월에 개장한 상하이 타워는 현재 절반 정도가 미분양 상태로 비어 있다. 

3. 알베이트 클락 타워
사우디아라비아 메카에 위치한 알베이트 클락 타워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세계 최고층 시계탑이다. 높이는 601m, 지상 120층. 사우디아라비아 국왕의 지시에 따라 메카에 이슬람 성지 순례를 온 사람들을 수용할 목적으로 건설된 사우디 정부 소유의 건물이다. 위치는 메카의 카바 대성전 바로 앞에 자리하고 있다. 

알베이트 타워는 무슬림 순례자 수용이라는 목적을 위해 건물 내부에 1만 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5성급 호텔과 20층 규모의 쇼핑몰도 있다. 타워의 시계탑에 있는 시계의 지름이 46m, 분침 길이 22m, 시침은 16m다. 시계탑 꼭대기에는 이슬람교를 상징하는 초승달 조각이 새겨져 있다. 

이처럼 웅장한 알베이트 타워는 아무나 볼 수 없다. 메카 지역이 무슬림들의 출입만 허용되는 성지이기 때문에 사우디 왕족의 특별 허가를 받지 않는 한 비무슬림인의 방문은 불가능하다. 때문에 알베이트 타워의 시공 과정에서도 무슬림 인부들만 동원되었다. 건물의 시공과 설계 등도 모두 이슬람 회사가 담당했다.
 

순위는 시시각각으로 변할지도 

하늘에 닿을 듯한 마천루를 짓기 위한 인류의 욕심은 갈수록 대담해지고 있다. 사실상 마천루의 순위를 매기는 것이 더 이상 의미가 없어질지도 모를 정도로 지금 이 순간도 초고층 빌딩들이 속속들이 올라가고 있다. 

2003년 완공된 대만의 ‘타이베이 101’은 지상 509m, 101층 규모로 2010년까지 약 7년간 세계 최고층 건물 지위를 누렸다. 그러나 불과 7년이 지난 현재 타이베이 101의 높이 순위는 7위다. 특히 중동 지역과 중국을 중심으로 마천루가 우후죽순처럼 건설되고 있다. 

현재 사우디아라비아의 제다 지역에는 ‘킹덤 타워(부르즈 알 마물리카)’라는 이름의 초고층 건물이 2019년 완공을 목표로 건설되고 있다. 이 건물의 높이는 1007m, 지상 168층 규모로서, 인류 최초로 1㎞가 넘는 높이의 건물이 현실화 된다. 

이 밖에도 중국 선전(深土川)에는 600m 높이의 ‘핑안파이낸스센터’가, 중국 텐진(天津)에는 598m의 ‘골딘 파이낸스 117’이 올해 완공을 목표로 막바지 건설 작업을 진행 중이다. 두 빌딩이 올해 모두 완공될 경우 세계 4, 5위 건물 기록은 다시 갱신되어, 롯데월드타워는 6위로 밀려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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