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 주어졌을 때 결단하라” (헬무트 콜 독일통일 당시 서독 총리)
“기회 주어졌을 때 결단하라” (헬무트 콜 독일통일 당시 서독 총리)
  • 박상봉 미래한국 편집위원
  • 승인 2016.08.24 09: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획특집] 통일준비 프로그램? 북한 민주정권 수립

핵 포기를 주저하는 김정은, 그에게 남은 것은 정권 이양 뿐

김정은의 광기인 핵, 미사일 도발이 이어지고 있다. 6월 22일에는 무수단 미사일을 발사해 6번 만에 성공했다. 김정은에게는 쾌거일지 모르지만, 우리에게는 재앙이다.

▲ 박상봉 독일통일정보연구소 대표·미래한국 편집위원

무수단 미사일은 사정거리 3500~4000㎞로 아·태(亞太) 지역 모든 미군 기지를 사정권에 두고 있다. 이런 도발로 북한이 노리는 것은 미국과의 평화협정이며 한미동맹의 와해일진대, 이에 동조하는 인사들도 있다. 

다행스럽게 한미(韓美) 양국은 이런 북한의 꼼수와 도발에 굴하지 않고 7월 8일 사드 배치를 결정했다. 북한을 전략적 수단으로 여기는 중국에 대한 경고 메시지도 단호하다. 케리 미 국무장관은 중국이 북핵 포기에 협조하지 않으면 일본의 핵무장이 불가피하다는 발언도 서슴지 않는다. 

이 와중에 또 다시 북한은 7월 22일 평양-개성 고속도로 상에서 미사일을 발사했다.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에 이어 이동식 발사대에서 미사일을 발사하는 기술을 선보이며 강력히 저항하고 있다. 북한은 사전 탐지가 불가능한 미사일을 언제 어디서든지 발사할 수 있다는 사실도 보여줬다. 

이렇듯 북한은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제재에 강력히 저항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정말 미국을 굴복시킬 힘이 있어서 일까? 아니면 국제사회의 제재가 별 것 아니기 때문일까? 

아니다. 북한의 저항과 도발은 남한 내 동조세력을 겨냥한 것으로 친북(親北), 종북(從北)에 이어 이제는 친중(親中) 사대주의 세력이 곧 남한을 지배할 수 있을 것으로 믿기 때문일 것이다. 20대 국회 여소야대 정국에서 야당이 개성공단을 재개하라고 정부를 압박하고 있으며, 대북 제재를 중단하고 대화에 나서라는 여론몰이도 극성이다. 

김정은의 오판은 파멸로 끝날 것 

사드 배치가 결정되자 성주 군민들은 물론 진보 단체나 학자들의 반대가 하늘을 찌른다. 언론은 대통령의 레임덕을 보도하고, 여당의 계파 싸움은 끝날 줄 모른다. 나약한 정권은 진작 무릎을 꿇을 만도 하다. 

이런 상황들이 김정은의 오판을 불러오고 있다. 한 고비만 넘기면 남한도 수중에 들어올 것이라는 오판이다. 마치 김정일이 살아생전에 간부들에게 “북한이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남한과 통일하는 것”이라고 말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김정은의 오판은 결국 파멸로 끝날 것이 분명하다. 현대사의 기적을 만들어낸 대한민국은 물론 국제사회가 그렇게 만만하지 않기 때문이다. 통진당을 해체시킨 저력, 냉전을 승리로 이끈 자유민주주의의 힘은 일시적 선동으로 절대로 무너지지 않는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김정은의 광기가 심해질수록 파멸의 시기도 앞당겨질 것에 대비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최고 권력자의 강력한 통일 철학과 의지가 절실하다. 대한민국은 세계 유일의 분단국이다. 6·25전쟁으로 한반도가 분단된 후 올해 분단 63년째다. 

분단은 고통의 연속이다. NLL 침범, 천안함 폭침, 연평도 도발, 이산가족의 고통은 차라리 낫다. 21세기 개명천지에 인신매매로 짐승 같은 삶을 사는 탈북 여성들의 탄식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꽃제비는 북한의 거지를 말한다. 아이에서 노인에 이르기까지 꽃제비가 북한 전역, 연길 공항 및 시장 등 천지다. 

탈북자는 중국은 물론 영국, 독일, 덴마크, 프랑스 등 유럽은 물론 캐나다, 미국 등에도 산재해 있다. 대한민국 대통령은 이런 분단의 고통을 해결해야 마땅하다. 이것이 대한민국 헌법정신이다. 일부 정치인이나 여론이 탈북자를 부담스럽게 여기고 통일에 반대하는 것과는 별개다. 여론은 둘째 문제다. 안보를 여론에 맡길 수 없듯이 통일도 마찬가지다. 

동독의 급변에서 통일에 이르기까지 독일이 우리에게 가장 중요하게 시사하는 바는 콜 총리의 통일 리더십이다. 총리로서 그의 통일 철학과 의지는 확고했다. 마치 분단국 권력자의 최고 가치는 분단을 극복하는 것임을 그의 의지에서 읽을 수 있었다. 여론은 통일을 두고 찬반으로 갈릴 수 있으나 국가 지도자는 다르다.

▲ 동독의 통일 과정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철학과 의지가 확고했던 콜 총리의 통일 리더십이다.

헬무트 콜의 통일 리더십 

박근혜 대통령은 북한이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무시하고 핵, 미사일을 도발하자 2월 10일 개성공단을 폐쇄했다. 개성공단은 대화와 협상론자들이 가장 큰 업적으로 내세웠던 남북 협력사업이었다. 그리고 2월 16일 김정은을 향해 “핵을 포기할 것인가, 아니면 레짐 체인지인가”를 선언했다. 대북정책에 대한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으로 “박근혜”가 아니면 감히 엄두도 못 낼 일이었다. 

1989년 여름 동독에 개혁과 변화의 바람이 휘몰아쳤다. 콜 총리는 이 기회를 이용해 동독에 민주 정권을 세우고자 했다. 인민의 뜻을 대변하지 못하고 나라를 독재와 빈곤으로 이끈 공산 정권과 통일 협상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우리나라의 협상파들이 김정은을 통일 협상의 파트너로 간주하는 것과는 딴판이다. 

1989년 가을 동독 공산당은 호네커 총서기를 제명하고 개혁 공산주의자 한스 모드로브를 내각 총리로 선임했다. 작센 주 공산당 책임자였던 모드로브는 주민의 광범위한 지지를 받고 있던 인물이었다. 모드로브는 콜 총리에게 팔을 내밀었다. 150억 마르크를 요청하며 그 때까지 금기에 속했던 통일 문제도 논의하자고 다가섰다. 

이에 대해 콜은 10개항 프로그램을 제시하며 개혁을 요구했다. 핵심은 동독 내 민주적 지도자를 세우는 것이었다. 

1989년 11월 9일 베를린 장벽이 해체된 지 4개월 만인 1990년 3월 18일, 동독에 개혁의 시동이 걸렸다. 최초로 자유선거가 실시된 것이었다. 총 유권자 1220만 명이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정당을 선택했다. 서독 자매당인 동독 기민련, 사민당, 독사련, 동맹 90을 비롯해 동독 전환기를 이끌었던 뉴포럼, 민주주의 지금, 민주봉기 등이 후보 등록을 마쳤다. 

동독 기민련, 독사련, 민주봉기는 ‘독일연합’을 결성해 출마했으며 동독 위성정당들도 ‘자유민주연대’를 만들어 입후보했다. 무대에서 사라졌어야 할 공산당 사통당도 민사당(PDS)으로 변신해 출사표를 던졌다. 

동독 인민회의, 서독 연방에 편입 결의 

선거의 최대 쟁점은 통일 문제였다. 정당 별로 어떤 통일을 추진하며, 어떤 속도로 통일을 이룰 것인가를 내세우며 인민의 선택을 기다렸다. 동독 기민련 등 독일연합은 서독 기본법 23조에 따라 동서독 통일을 추진할 것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에 반해 동독 사민당은 기본법 146조에 따라 통일헌법을 제정하고 국민투표를 통해 독일통일을 완성한다는 입장이었다. 

기본법 23조에 따르면 통일은 동독이 서독 기본법에 편입됨으로 이뤄진다. 사통당의 후신인 민사당은 동독과 서독이 1:1로 국가연합을 구성하자고 주장했고, 동맹 90은 단계적 통일 방안을 내세웠다. 

선거 결과 동독 주민들은 ‘독일연합’에 48%, 사민당에 21.9%, 민사당에 16.4% 그리고 동맹 90에는 불과 2.9%의 표를 던졌다. 독일연합의 선거 포스터에는 통일반대론자들에게 기회를 주지말자는 구호가 새겨져 있었다. 

선거에서 승리한 ‘독일연합’은 기민련은 로타 드메지어를 중심으로 사민당과 자유민주연대(득표율 5.3%) 등을 묶어 대연정을 구성했다. 부총리 겸 대변인에는 앙겔라 메르켈이 임명되었다. 

인민의 뜻으로 선출된 드메지어 정권은 통일을 위한 여러 현안들을 처리했다. 서독과의 화폐·경제·사회통합이 체결되고 슈타지 해체 특별위원회가 구성되는 등 중요한 결정들이 내려졌다.

무엇보다 압권은 동독 인민회의가 1990년 8월 22일 임시회의를 열어 23일 새벽에 서독 연방에 편입할 것을 결의한 사실이었다. 이렇게 동독과 서독은 평화통일을 이뤄냈다. 

1990년 10월 2일 동베를린 샤우슈필하우스, 통일 전야제가 열렸다. 드메지어 총리는 “이별은 슬픔을 의미하지만 동독과의 이별은 기쁨이요 희망”이라는 연설로 동독을 마감하고 통일된 독일의 새 역사를 열어젖혔다.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상임지휘자이자 월요 데모의 주역이었던 쿠르트 마주어는 베토벤 9번 교향곡 환희를 연주하며 맞장구를 쳤다. 이렇게 동독의 인민은 독재와 빈곤을 재생산해온 공산당에 준엄한 심판을 내렸다. 

지도자는 결단할 수 있어야 

독재자와 함께 하는 통일은 평화일 수 없다. 더욱이 핵, 미사일로 국제사회를 우롱하고 남한을 위협하는 김정은과 만드는 통일은 종북 세력에게는 축복일지 모르나 대다수 국민에게는 재앙이다. 진보를 표방하는 정치인, 학자, 지식인들이 평화통일을 거론하며 북한의 주장을 답습한다. 

김정은의 손아귀에 대한민국의 존망이 달려 있는 데도 사드 배치에는 반대한다. 중무장한 강도가 문 앞에 서 있는데 평화를 사랑하는 우리는 문을 잠그지도 말고 방패도 가져서는 안 된다는 식이다.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대단한 평화주의자처럼 보이지만, 진실은 겁쟁이거나 강도와 한 패다. 

RO(Revolution Organization)를 조직해 대한민국을 전복하려 했던 통진당원들은 북한과 한 패임이 분명했다. 탈북자를 향해 “배신자”라고 했던 정치인도 친북파에 속한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양비론자들의 득세다. 

중간에 서서 눈치나 보는 인간들이 너무 많다. 이들은 “어떤 (정의롭지 못한) 평화도 어떤 (정의로운) 전쟁보다 낫다”며 진보적 지식인임을 자임한다. 먹고 살 만 하니 진보인 양 나서는지도 모른다. 

이런 정치적 낭만주의자들이 의사결정을 방해하며 갈등이 증폭된다. 정치인은 국민의 눈치를 살피고 지도자는 결단하지 못한다. 콜 총리는 기회가 주어졌을 때 결단하라고 충고하고 있다. 핵 포기를 주저하는 김정은, 그에게 남은 것은 정권 이양이다.<계속>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