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 숭숭’ 북한인권법 이렇게는 안된다
‘구멍 숭숭’ 북한인권법 이렇게는 안된다
  • 김태훈 변호사
  • 승인 2016.09.22 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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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 북한인권법 제정의 의미와 과제

입장이 크게 다른 여야가 서둘러 절충해 놓은 북한인권법은 북한인권 개선이라는 본래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졸속 입법된 부분이 적지 않다. 

지난 3월 2일 마침내 북한인권법안이 11년 만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여 3월 3일 법이 제정되었고, 지난 9월 4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2005년 8월 발의된 이래 장기간의 우여곡절 끝에 여야 합의로 1표의 반대도 없이 포괄적이고 체계적인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법 제도적 틀이 마련된 것은 만시지탄은 있으나 의미가 적지 않다. 

▲ 김태훈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 상임대표·변호사

북한인권법 시행에 의하여 대한민국은 ‘인류 보편의 가치’인 인권 증진을 북한 주민들에게 구현함으로써 세계 최악의 북한인권 신장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동참하고, 기본권을 존중하는 법치국가로서의 위상을 회복하게 되었다. 나아가 북한 주민도 대한민국 국민임을 대내외에 천명하여 본격적으로 대한민국 주도의 통일을 준비할 수 있게 되었다. 

우선 통일부에 북한인권증진자문위원회가 설치되어 통일부 장관이 수립하는 북한인권증진기본계획 및 집행계획에 관한 자문을 제공함으로써(제5조, 제6조), 체계적인 북한인권 정책이 이뤄지도록 했다.

다음 외교부에 북한인권대외직명대사, 즉 북한인권대사가 임명되어 본격적으로 대한민국을 대표하여 북한인권 증진을 위한 국제적 협력 활동을 하게 된다.(제9조) 

허점투성이 북한인권법

또한 북한인권재단이 설립되어 북한인권 개선 활동을 하거나 대북 인도적 지원을 하는 단체(NGO)들을 지원하고, 북한인권 실태 및 북한 내 인도적 지원 수요에 관한 조사·연구, 북한인권 개선과 대북 인도적 지원을 위한 정책 대안의 개발 및 대정부 건의, 그 밖에 위원회가 심의하고 통일부 장관이 지정하는 사업을 수행한다.

(제10조) 그 동안 북한인권 단체들은 주로 외국 기관에서 지원을 받아왔으나, 이제 국내에서도 지원을 받게 되어 북한인권 단체들의 활성화가 기대되고, 국제적 위신을 회복하게 되었다 할 수 있다. 

끝으로 통일부에 북한인권기록센터를 두어 북한 주민의 인권실태 조사.연구에 관한 사항, 국군포로, 납북자, 이산가족과 관련된 사항 등에 관한 정보의 수집.연구.보존.발간 등을 담당케 하고, 북한인권기록센터에서 수집.기록한 자료는 3개월마다 법무부에 이관하며, 북한인권기록 관련 자료를 보존.관리하기 위하여 법무부에 담당 기구를 둔다.(제13조)

▲ 북한인권법 시행 이후 정작 중요한 것은 관계 당국이 졸속 입법된 문제점을 극복해 북한인권을 실질적으로 개선하는 일이다. / 연합

1961년 8월 동서독 분단 시 서독 잘츠기터에 설치되어 실효성이 입증된 중앙법무기록보존소와 마찬가지로 북한인권기록센터는 북한의 인권침해 사례를 체계적이고 구체적으로 수집, 기록하여 발간함으로써(시행령 제14조 제2항) 북한 인권 침해자들에게 심리적 압박을 주어 북한의 인권 침해를 자제케 한다. 법무부에 보존되는 자료는 통일 후 처벌 근거와 인재 등용 자료 등으로 유효하게 쓰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다만 북한인권법은 입장이 크게 다른 여야가 서둘러 절충 합의를 하는 바람에 본래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졸속 입법된 부분이 적지 않다. 우선 법은 ‘북한주민이란 군사분계선 이북 지역에 거주하며 이 지역에 직계가족·배우자·직장 등 생활의 근거를 두고 있는 사람을 말한다’고 정의하여(제3조) 북한을 탈출하여 중국 등 제3국을 떠도는 이른바 재외 탈북민들 보호에 문제가 생기고 있다.

북한인권법 또는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을 조속히 개정하는 등 북한 지역에서 일시적으로 탈북했을 뿐 되돌아갈 의사가 분명한 탈북민들은 적극 법의 적용 대상으로 운용하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다음 북한인권증진자문위원회의 구성은 10명의 위원을 여야 동수로 추천하도록 함으로써 위원회가 의견 통일을 할 수 없어 기능 마비 상태를 초래할 우려가 있고, 위원회가 북한인권재단과 북한인권기록센터의 사업에 대해서는 심의 권능을 갖도록 한 것도(제10조 제3항, 제13조 제2항), 법체계상 맞지 않는 점이 있다. 북한인권법의 취지에 맞게 운영의 묘를 살려야 할 것이다. 

북한인권기록보존소 일원화 돼야

북한인권대사도 명칭만 다를 뿐 실제로는 기존의 비상임 인권대사의 지위와 유사해 보이는바, 앞으로 외교부 등 관계기관에서 그 위상 강화에 적극 노력해야 할 것이다. 

북한인권재단의 사업에 원래의 북한인권 개선사업과 함께 대북 인도적 지원사업을 동등한 비중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제10조 제3항 제2호) 인도적 지원은 재해 등으로 인하여 북한주민에게 발생한 긴급한 위기에 대처하기 위하여 필요한 지원 등으로 해석해야 할 것이다.(시행령 제7조 참조) 

또 재단은 미국 NED 사례를 참고하여 재단이 직접 사업을 하기 보다는 NGO 지원에 치중해야 하고, 사업비뿐만 아니라 인건비 등 경상비도 지원하여 NGO의 역량 강화를 도모해야 할 것이다. 또 법에 명시되지는 않았지만 대북방송 등 북한 주민에 대한 외부 정보의 유입 활동에 대한 지원사업도 적극 벌여야 할 것이다. 

북한인권기록센터가 통일부에 설치되고, 3개월마다 그 인권 자료를 법무부 담당기구인 북한인권기록보존소(시행령 제15조)에 보내도록 한 것은 원래의 북한인권기록보존소의 역할을 이원화하여 문제가 된다. 북한인권기록보존소를 일원화하여 법무부에 설치하도록 개정해야 하고, 그 전이라도 북한인권기록센터와 북한인권기록보존소는 유기적 관계를 맺고 본래 기능을 발휘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미 미국은 지난 7월 6일부터 지난 2월 18일 발효한 대북제재법(North Korea Sanctions Enforcement Act of 2016; H.R.757) 이행을 위한 행정명령 13722호와 기존의 13687호에 의거하여 사상 최초로 김정은까지 포함한 북한 정권의 인권침해 관련 제재 대상(개인 15명, 단체 8개)를 지정 발표한 것을 참고해야 할 것이다. 

결국 올바른 북한인권법의 시행을 위해서는 정책 담당자는 물론, 일반 국민들이 인류 보편의 가치인 인권을 북한에 실현하여 시대 사명인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을 실현하려는 확고한 의지를 갖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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