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노동법은 세계 유례없는 귀족노조법
현행 노동법은 세계 유례없는 귀족노조법
  • 김희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승인 2016.10.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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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노사 균형을 위한 법제도

대체근로 금지와 직장점거 허용 법안은 선진국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노조 편향적인 법안으로 무분별한 파업과 불합리한 단체협약의 원인이 되고 있다

문제 법안 - 대체근로의 금지 

쟁의행위는 노사 평화적 단체교섭이 결렬되어 더 이상 교섭을 진행시키는 것이 무의미한 경우에 최후의 수단으로 사용되어야 하는 게 원칙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행 법제상 합법적인 쟁의행위(파업)의 손쉬운 확보로 인해 많은 국내 노동조합(이하 노조)은 파업을 노사협상 과정에서 자신들의 요구조건을 관철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반면 회사는 노조의 파업으로 인해 생산차질 발생과 함께 국내외 고객들의 불만, 대외신인도 하락 등의 위험이 발생하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노조에게 교섭 우위권을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와 같이 노사 간 교섭에 가장 중요한 당사자 간 균형적인 교섭력 확보가 어려운 구조여서 합리적 교섭 진행을 위한 노사의 교섭력 균형 확보 방안이 요구되고 있다.

특히 현행 노조법이 노조의 쟁의행위 돌입에 대한 사용자의 대항행위로서 조업을 중단하는 직장폐쇄만을 규정하고 있고, 파업 중 대체근로는 명문으로 금지하고 있어 조업 유지·계속에 관한 사용자의 권리는 헌법이 보장하는 본질적인 기본권임에도 불구하고 노조의 단체행동권에 비해 지나치게 침해되고 있다.

이러한 불균형한 단체교섭 구도에서 체결된 단체협약은 필연적으로 불합리한 단체협약 내용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회사의 인사권·경영권 등 고유 권한에 상당한 침해를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행법은 쟁의행위 기간 중 노조의 쟁의행위에 대항하는 사용자의 행위수단에 일정한 제한을 가하고 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43조(사용자의 채용제한)에서는 ‘사용자는 쟁의행위 기간 중 그 쟁의행위로 중단된 업무의 수행을 위하여 당해 사업과 관계없는 자를 채용 또는 대체할 수 없다(1항). 사용자는 쟁의행위 기간 중 그 쟁의행위로 중단된 업무를 도급 또는 하도급 줄 수 없다(2항)’고 규정하고 있다.(위반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제91조)

또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16조(근로자 파견의 제한)에서 ‘파견사업주는 쟁의행위 중인 사업장에 그 쟁의행위로 중단된 업무의 수행을 위하여 근로자를 파견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쟁의행위 기간 중의 대체근로제한 규정의 취지는 사용자의 쟁의 대항행위가 제한 없이 허용됨에 따라 노조의 쟁의행위가 아무런 실효성을 거둘 수 없다면 근로자의 쟁의권 행사의 본질적인 내용이 침해받게 될 것이므로 이를 합리적인 범위 안에서 인정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이 규정의 입법 취지가 이와 같더라도 그 타당성에 관해 논란이 많았고,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입법례이어서 대체근로제한 규정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개선안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사실 현행법상 대체근로 금지 규정은 1953년 노동관계법 제정 시 도입된 매우 오래된 제도이다.

▲ 화물연대 운송거부 이틀째인 10월 11일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부산항 신항 진입도로를 점거,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연합

파업권이 있다면 대체인력 투입권 보장해야

주요 외국의 사례에서 보면 대체근로를 제한하는 특별한 입법 규정을 두고 있지 않거나(미국, 일본 등), 제한하는 경우에도 파견근로계약을 이용한 대체근로를 금지(영국)하는 정도이다. 영국도 파업 시 대체근로의 전면사용으로 파업의 효과를 감소시키려고 하고 있다. 그나마 존재했던 쟁의행위 중인 근로자를 대체하기 위해 임시파견근로자를 공급하는 것을 금지하였던 규정을 삭제하려 하고 있다.

파업 시 대체근로를 금지하는 제도가 불합리성이나 불공정성을 갖는다고 평가하는 이유 중 하나는 현행 법제도와 같이 대체근로를 포괄적이고 일반적으로 금지하는 법 규정을 둔 주요 선진국의 입법례가 없다는 것이다.

사용자는 파업기간 중에도 재산권 내지 영업권에 기초한 사업(조업)계속의 자유를 파업권에 의해 제한 금지되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그 권리 내지 자유가 보장된다는 노동법의 보편적 법리가 살아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여타 국가에서는 조업의 자유가 헌법상 자유권적 기본권 중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 주요 선진국가에서는 파업기간 중 대체근로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식의 제도 고안도 없을 뿐더러 대체근로 금지가 초래하는 여러 가지 비경쟁적이고 비효율적인 상황은 우리나라 기업경쟁력은 물론 국가경쟁력에도 도움이 되지 못한다.

특히 우리나라는 대체근로를 금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체근로를 허용하는 주요 선진국과 같이 파업 참가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행위(해고 등)를 금지(원직복귀)하고, 일정한 요건 하에서는 어느 정도의 물리력도 포함된 피케팅권을 인정하고 있다.

말하자면 현행법은 주요 선진국과 달리 대체근로 금지 제도를 유지하면서도, 파업시 노조와 파업참가자들을 보호하는 다양한 장치도 구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노사 교섭력에 불균형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무기대등성의 관점에서 근로자의 파업권을 보장한다면 그에 대한 사용자의 대체인력 투입권도 보장되어야 한다. 이때 현행법처럼 사업장 내의 대체인력 사용으로 제한되어서도 안 되고, 하도급을 금지하는 형태로 되어서도 안 된다. 

왜냐하면 근로자들의 대다수가 파업에 참가하거나 핵심인력이 파업에 참가하는 경우 사용자는 직장폐쇄 이외에는 대항수단이 없어 사업 내의 대체인력 사용은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체인력 사용을 사업 내로 국한하는 것은 영업의 자유나 직업 행사의 자유와 같은 사용자의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하는 위헌적 소지가 높은 것이다.

또한 근로자 파업권의 형해화(形骸化)를 우려하여 대체인력 사용을 제한해야 한다는 것은 파업권의 본질을 잘못 이해한 것이다. 파업권 보장은 사용자의 경제활동(영업이나 조업의 계속)을 불편하게 하는 것이지 경제활동(영업이나 조업의 계속) 자체를 봉쇄할 수 있는 권리가 아니다.

파업 시 대체근로의 실행은 여러 가지 유용한 수단 내지 기능을 한다. 예컨대 대체근로를 가장 강하게 실행하고 영구적 대체근로까지 운용 경험을 가진 미국의 경우가 노사관계가 불안정하여 법과 원칙이 안정되지 못한 국가에 대해 긍정적인 시사를 보여주고 있다.

미국의 항공관제사 파업의 경우 그 이전 미국 노동운동사에서 관제사 파업에 대해 정부가 계속 밀리는 사적 유산을 가지고 있었지만, 강력한 대체 근로 투입을 통해 불법파업을 처리한 사례에 속한다.

문제 법안 - 직장점거 파업의 허용

현행법은 ‘쟁의행위는 생산 기타 주요업무에 관련되는 시설과 이에 준하는 시설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시설을 점거하는 형태로 이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노조법 42조) 점거가 금지되는 시설로서 전기통신 시설, 철도, 선박, 항공기 관련, 폭발 유해 물질 등으로 한정한다.(노조법시행령 21조)

이 규정에 대하여 판례는 법령상 금지되어 있는 직장점거 이외에 병존적 직장점거형 파업을 허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법령의 취지에 반하는 장기 직장점거형 파업이 발생한 경우 그 손실이 막대하여 사후 구제로 만회가 불가능하게 되는 사례가 빈번하다.

이러한 법 운용 사례는 우리나라 외에 과거의 일본에서도 발견되는데, 아마도 기업별 노조를 주로 하는 노사관계 토양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현재 일본에서는 파업이 거의 발생하지 않아 이와 관련한 사례와 연구는 1980년대 이후로 찾아보기 어렵다.

그런데 현행법 하에서 쟁의행위 시 당연히 준수되어야 할 법령이 작동되기 어렵거나 법제도의 불합리성으로 위와 같은 원칙이 담보되지 못하는 상황이 종종 발생하고 있다. 노조의 사업장 점거는 기업의 소유권 내지 영업의 자유와 파업 불참자의 출입 등에 대한 제한(노조법42조 참조)은 물론, 막대한 생산·수출 차질액이 발생한다.

직장점거형 파업,  영업의 자유 침해 

직장점거로 인한 조업의 어려움, 특히 장기 직장점거로 인한 대형 손실을 예방할 수 있는 개선 방안 모색이 필요하다. 

주요 선진국 사례를 보면 직장점거형 파업은 원칙적으로 금지되고 있다. 미국은 연좌파업 내지 직장점거 파업은 노동법상 보호 대상이 아니므로, ‘파업금지 명령→집행관 집행→저지시 법정모욕죄에 의한 구인장 발부→체포’ 등 일련의 강제절차를 진행한다.

독일에서도 직장점거형 파업은 소유권과 영업의 자유 침해로서 곧바로 위법으로 되어 점거자의 동기를 아무리 잘 이해하더라도 허용되지 않고, 이들 파업에 대해 금지가처분 소송은 물론 경찰력과 회사의 경비원 등을 통한 실력행사도 용인된다. 영국에서도 직장점거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위법으로 보는 경향이 강해 연좌파업은 모두 위법하게 되고 직장 내에서 피켓팅을 하여도 불법 침해를 면하기 어렵다.

직장점거를 수반하지 않는 철수파업(work-out strike)이 일반화되어 있는 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직장점거를 수반하는 점거파업(work-in strike), 농성파업(sit-down strike)이 일반화되어 있어 사용자의 재산권 및 시설관리권, 조업권 등이 심각하게 침해받고 있다.

이러한 관행은 현행법의 규정방식(점거가 금지되는 시설만을 규정함으로써 그 외의 시설에 대해서는 점거파업이 허용됨)과 부분적·병존적 점거를 허용하고 있는 판례의 태도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다.

파업은 본질적으로 소극적으로 노동력을 제공하지 않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직장에 출근하지 않는 것으로서 파업은 원칙적으로 사업장 밖에서 행해져야 한다. 직장점거는 이유를 불문하고 형법상의 주거침입죄나 점유권 및 소유권 침해의 불법행위를 구성한다는 점에서는 사실상 법률규정도 불필요한 것이다. 

따라서 점거파업을 일체 금지하는 명문의 규정을 둘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점거파업은 사용자에 대한 영업방해, 폭행, 시설파괴 등의 불법행위를 유발할 우려가 높고, 이로 인해 강경한 방식의 노사대립관계가 형성된다.

사용자의 조업의 어려움을 방지하고, 상생의 노사문화를 구축하기 위해서라도 점거파업을 금지하는 규정을 신설해야 한다. 법 형식으로는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42조 제1항처럼 점거가 금지되는 시설로 포지티브하게 규정할 것이 아니라, 사업장 내의 직장점거를 일체 불허하는 규정을 신설한 후 예외적으로 점거가 허용되는 시설로 규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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