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케어 실패로 끝나나?
오바마 케어 실패로 끝나나?
  • 이상민 워싱턴 특파원
  • 승인 2016.10.24 01:0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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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케어에 가입한 사람들은 주로 나이 많고 병든 노인층과 저소득층이라 이들의 병원비를 대야 하는 민간 보험사들의 부담이 대폭 증가

워싱턴=버지니아에 사는 40세의 타드와 38세의 엘리자베스 부부는 지난해 가입한 전국민건강보험 이른바 오바마케어에서 지난 8월 탈퇴했다. 초등학생 두 자녀를 둔 이 부부는 지난해 가계 연소득 3만5000달러로 저소득층에 속해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아 매월 오바마케어 보험료를 냈다.

하지만 남편 타드가 부업으로 택시 운전을 하면서 수입이 올라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저소득층의 소득 한계선을 넘어 그동안 받은 보조금을 물어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이 부부는 오바마케어에서 가장 보험 커버가 낮은 브론즈(bronze) 건강보험에 가입했고 정부로부터 매월 받는 480달러의 보조금과 자기돈 2달러를 내서 총 482달러의 월보험료를 냈다. 이처럼 적지 않은 액수의 보험료를 매월 내지만 실제 병이 나서 병원에 가면 병원비의 5000달러까지는 자기 돈으로 내야 하는 보험이라 사실상 무용지물이었다. 

▲ 위기에 빠진 오바마 케어가 제대로 돌아가기 위해선 정부가 추가로 지원해야 한다. 사진은 정부의 역할이 점점 확대될 수밖에 없는 오바마 케어를 반대하는 사람들.

타드는 “벌금을 내지 않으려고 오바마케어에 가입했었다”고 말했다. 오바마케어가 발효된 2014년부터 미국에서는 건강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사람들은 매년 소득세를 보고할 때 벌금을 낸다. 2014년에는 1인당 95달러 혹은 연소득 1% 중 큰 액수, 2015년에는 1인당 325달러 혹은 연소득 2% 중 큰 액수를 벌금으로 냈고 올해는 1인당 695달러 혹은 연소득 2.5% 중 큰 액수의 벌금을 내야 한다. 

건강보험이 없는 사람 중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는 저소득층이 아닌 경우는 고스란히 자기 돈으로 수백 달러에 달하는 보험금을 매월 내야 하기 때문에 건강한 사람들은 차라리 벌금을 내는 것이 싸다며 오바마케어에 가입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타드는 정식 건강보험은 아니지만 가입자들이 낸 돈으로 병원비를 분담하는 상조보험에 가입하려고 한다. 매월 몇 십 달러를 내면 되는 이 상조보험에 가입하면 건강보험에 가입한 것으로 간주되어 벌금을 내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타드, 엘리자베스 부부처럼 건강하고 젊은 사람들이 오바마케어에 가입하지 않으면서 지금 오바마케어는 위기에 처해 있다. 

오바마케어는 2010년 건강보험이 없는 미국인들이 모두 건강보험을 갖고 아프면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로 마련되었다. 당시 미국에는 건강보험이 없는 미국인이 440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약 14%였다. 미국인 대부분은 주로 직장을 통해 건강보험을 갖거나 개인적으로 민간 보험회사로부터 건강보험을 구입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인구 10명 중 2명이 건강보험이 없고 이들 중 지병으로 보험회사로부터 건강보험을 구입할 수 없는 경우 등이 있어 지병과 상관없이 누구나 건강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하자며 마련된 것이 오바마케어다. 

오바마케어는 정부의 강제, 경쟁과 선택의 자유라는 두 가지 방법으로 시행되었다. 오바마 행정부는 사람들이 건강보험에 들지 않을 경우 벌금을 내도록 하며 오바마케어에 가입하도록 강제했다. 이 조치는 논란이 많았으나 연방대법원에서 합헌 판결을 맞으며 받아들여졌다.

오바마 행정부는 벌금 액수를 매년 올려 사람들이 건강보험에 가입하도록 강제했다. 보험료를 낼 수 없는 저소득층에게는 소득에 맞춰서 세액공제로 보조금을 지급해 건강보험료를 낼 수 있도록 했다.

오바마케어는 주정부에서 운영하는 마켓플레이스(Market Place)라는 보험시장을 통해 사람들이 보험회사로부터 소득과 보험 필요에 따라 브론즈, 실버, 골드, 플래티넘 4가지 범주에 속하는 보험사의 상품을 비교해 선택할 수 있게 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기존에 건강보험이 없던 사람들 중 건강하고 젊은 사람들이 오바마케어에 가입해 내는 보험료로 나이 많고 아픈 사람들에게 나가는 비용이 커버되면서 보험료가 줄어들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법으로 마련된 지 6년, 시행된 지 2년이 지난 지금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현재 미국인들 중 건강보험이 없는 사람은 전체 인구의 11%다. 6년 전 오바마케어가 법으로 마련될 당시 14%에서 약 3%만 줄어든 것으로 미국인 10명 중 1명이 아직도 건강보험이 없는 것이다. 

문제는 오바마케어에 가입하지 않고 있는 사람들 대다수가 건강하고 젊은 사람들이라는 점이다. 미국질병통제센터(CDI) 조사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오바마케어 미가입자 중 25~34세가 15.9%로 가장 높다. 그 다음은 35~44세로 14.3%, 18~24세는 13.7% 순이다. 45~64세에서는 8.1%만 건강보험이 없다. 

오바마케어에 가입한 사람들은 주로 나이 많고 병든 노인층과 저소득층이라 이들의 병원비를 대야 하는 민간 보험사들의 부담이 대폭 증가해 오바마케어 마켓플레이스에서 손을 떼고 떠나는 보험사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예가 미국의 거대한 건강보험회사인 애트나(Aetna)가 지난 8월 오바마케어에서 손을 뗐다. 애트나는 그동안 오바마케어에 참여해 보험서비스를 제공했던 15개주 중 11개주에서 더 이상 보험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겠다고 밝히며 사실상 탈퇴했다.

다른 건강보험회사인 유나이티드 헬스케어(United Healthcare)도 34개주에서 활동했던 것을 대폭 축소에 3개주에서만 오바마케어 마켓플레이스에서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오바마케어를 통해 들어오는 보험료에 비해 나가는 보험금이 훨씬 크며 손해가 크게 났기 때문이다. 애트나는 오바마케어 가입을 통해 2014년 1월부터 지금까지 4억3000만 달러의 손해를 봤고 유나이티드 헬스케어는 무려 13억 달러를 손해 본 것으로 알려졌다.

▲ 오바마 케어를 조롱하는 반대 진영의 온라인 포스터.

오바마케어에 참여하는 보험회사가 줄어들면서 오바마케어 가입자들이 받는 보험서비스도 나빠졌다. 머지않아 마켓플레이스의 1/3은 한 개의 보험회사로부터 보험상품을 구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오바마 대통령은 오바마케어 가입자들이 아마존에서 TV를 주문하고 인터넷으로 싼 비행기표를 사는 것처럼 여러 보험회사들이 경쟁하며 내놓는 싸고 좋은 보험을 살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은 것이다. 

오바마케어에 남아 있는 보험사들은 보험료를 인상하고 있다. 보험료보다 나가는 보험금이 많으니 당연한 조치다. 보험사인 블루크로스 블루실드(Blue Cross Blue Shield)는 내년에 테네시에서 보험료를 62% 인상하고 애리조나에서는 65% 인상할 예정이다. 전국적으로 오바마케어 보험료는 내년에 23% 오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렇다보니 지금 미국 정치인들은 오바마케어를 폐기하거나 대폭 수정해야 한다는 데 이구동성이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오바마케어를 '작동 불가능한 시스템'이라고 혹평했다. 그는 "어느 날 갑자기 2500만 명 이상의 국민이 보험에 가입하고, 또 파산하는 미친 시스템이 있다”며 “1주일에 60시간을 일하고도 보험료는 배로 인상되고 보장은 절반으로 줄어든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세상에서 가장 미친 것(제도)"이라고 비판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의 이 같은 공개 비판은 자신의 부인이자 민주당 대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의 입장과도 배치될 뿐 아니라 오바마케어를 추진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직접 공격이기도 하다. 

힐러리 클린턴은 오바마케어의 이 문제를 수정한 후 존속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는 오바마케어 폐기를 주장하고 있다. 

공화당은 기본적으로 오바마케어처럼 정부가 나서서 개인건강보험을 가입하도록 하는 것 자체가 틀렸다며 개인들이 시장원리에서 따라 보험시장에서 자유롭게 건강보험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말하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은 정부의 개입과 보조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의 입장대로 정부가 나서서 국민들이 개인 건강보험을 갖게 하려면 결국 건강보험이 없는 건강하고 젊은 사람들이 오바마케어에 가입하도록 하는 것이 관건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를 위해 대대적인 캠페인을 펼치든지, 아니면 벌금을 더욱 강화하든지, 아니면 큰 손실을 보고 있는 보험사에 오바마케어에서 손을 떼지 않도록 정부가 보조금을 주든지 등의 방안이 나오고 있다. 

그렇게 되면 미국 사회는 정부가 오바마케어를 강제하며 개인을 더욱 통제하고 단속하는 사회가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오바마케어는 정부의 역할을 둘러싼 공화, 민주당의 오랜 입장 차이를 확연히 보여주면서 정부가 어느 선까지 역할을 하는 것이 좋은지 보여줄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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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11-03 03:43:39
국내언론들은 정치 이념적 코드에 맞춰서 피상적으로만 보도하지 거의 다루지 않는 부분인데, 구체적인 자료와 수치까지 제공해 주셔서 이해가 잘 되네요.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