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한인사회 통합의 길은 무엇인가?
해외 한인사회 통합의 길은 무엇인가?
  • 김범수 편집위원·정재욱 기자
  • 승인 2016.10.29 18:2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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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취재] 이념갈등의 현장을 가다 (최종회)

해외의 한인동포사회에서 보이는 이념 갈등 현상은 인위적으로 봉합하기보다는 한인사회에 북한인권이나 국내 안보 현실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게 우선 

지난 7월 13일 정오 백악관 앞 광장. 한여름의 태양이 뜨겁게 내리쬐는 이곳에 수십 명의 한인 청소년들이 모여 목청껏 구호를 외치고 있었다. “Be Their voice.” 인권 침해에 시달리는 북한 주민, 특히 또래 청소년들의 목소리를 들어달라는 것이었다.

미국 내 한인 교회단체 KCC가 지난 2007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북한인권, 특히 탈북자들의 인권 보호를 위한 행사다. 이 단체의 목회자와 학생들은 해마다 이맘때면 백악관 앞에서 이런 집회를 열고 피켓 가두 행진을 할 뿐만 아니라, 미 상하원 의원실을 방문해 서한 전달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날 집회에는 미국의 외교정책 결정에 중요한 영향력을 미치는 에드 로이스 미 하원외교위원장(공화당)이 참석해 “여러분들이 목소리를 내줘 우리가 북한인권 개선과 북한 정권을 압박하는 법들을 만들고 있다”고 밝히며 힘을 실어줬다.

행사가 열리는 해마다 꼬박꼬박 참석해 온 에드 로이스 의원은 이보다 앞선 2004년 미 하원에서 북한인권법을 발의해 그해에 상하원에서 통과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인물이다. 2012년 북한 이탈 아동의 인권을 촉진하는 ‘북한 어린이 복지법’을 발의한 로이스 의원은 지난 2월에는 북한제재 이행법안(HR757)을 냈다.

북한인권법이 미국에서 통과되고 관련 법안이 추가로 발의되는 과정은 미국 내 한인사회의 정치력이 발현된 대표적인 사례다. 시작은 북한인권단체 세이브엔케이(구 북한구원운동)가 국내외에서 모은 1180만 명의 서명지를 2001년 미 의회에 전달하고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행동을 촉구하면서부터였다.

당시 이 단체와 미국 내 한인사회 지도자들을 통해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한 에드 로이스 의원이 다음해인 2002년 북한인권법을 발의했고 2년 후에 통과됐다. 그 후 KCC 같은 한인단체가 미 의회와 꾸준히 소통하면서 관련 법안과 제재를 축적해 나갔다.

▲ 지난 7월 13일 북한인권개선을 요구하기 위해 백악관 앞에 모인 한인 청소년들. 에드 로이스 미하원외교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미 한인 풀뿌리 운동으로 정치력 신장 모색 

미 하원의 2007년 위안부 결의안 채택과 2014년 위안부 결의안 이행법안 통과에도 한인사회의 기여가 컸다. 미국 내 한인들이 일본의 로비에 맞서 미 의원들을 상대로 위안부 강제동원의 부당성을 알렸다.

이 과정에서 2007년 결의안에는 마이클 혼다 미 하원의원(민주당)이 핵심적 역할을 수행했고, 2014년 이행법안 통과에는 KAPAC(한미공공정책위원회) 등의 한인단체와 스티브 이스라엘 미 하원의원(민주당)이 앞장섰다.

북한인권 관련법 통과나 위안부 결의안 채택처럼 한인사회의 요구가 미 의회의 정책 결정 과정에서 반영된 성공 사례도 있지만, 미 한인사회는 미국 내 정치력 신장을 여전히 중요한 과제로 삼고 있다. 

‘미주한인 풀뿌리운동 컨퍼런스’라는 이름으로 한인사회 내 커뮤니티를 강화하는 활동이 2014년 워싱턴DC 컨퍼런스를 시작으로 뉴욕, LA, 시카고 등의 미국 주요 도시에서 진행되고 있다. 시민참여센터 등이 참여하는 이 컨퍼런스는 미 대선 과정에서의 정치력 확대 방안을 모색함과 동시에 미국의 주류 시민사회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시민사회 내에서의 정치력 신장도 도모한다. 

그런데 미주 한인사회의 정치력 신장을 위한 움직임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있다.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 원장은 “한인사회의 정치적 목소리와 영향력이 미국에서 확대된다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라면서도 “미주 한인사회에 이념적으로 편향된 시민단체가 다수 존재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자칫 왜곡된 의견이 한인사회를 대표하는 것처럼 미 정책입안자들에게 주입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내 안보전문가들이 특히 우려하는 대목은 미주 한인사회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미북 간 평화협정에 대한 논의다. 한인단체의 지도자급 인사들이 나서 성명이나 언론 기고, 피켓 시위 등의 방법으로 “전쟁을 막기 위해 평화협정을 추진해야 한다”는 여론을 조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북 평화협정은 궁극적으로 우리 안보의 중심축인 한미동맹을 와해시키기 위한 북한의 노림수라는 게 국내 안보전문가들의 견해다. 송대성 전 세종연구소 소장은 “미북 평화협정은 주한미군 철수를 위한 전 단계 조치로서 북한 정권이 과거부터 통미봉남 차원에서 집요하게 전개해오던 전략”이라고 밝혔다.

흥미로운 점은 2007년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2012년부터 해외 동포의 국내 선거참여가 가능해짐에 따라 해외 한인사회의 정치력 향상 문제가 국내 정치에도 적용된다는 것이다. 지난 4·13총선의 재외동포 선거인(외국 영주권을 가진 우리 국적의 동포와 기업 주재원이나 유학생 같은 국외부재자) 수는 198만여 명으로 이 가운데 10%만 투표를 해도 약 20만 표가 동원될 수 있다. 

특히 2012년 18대 대선 때는 투표를 신청한 해외 유권자가 22만여 명으로 선거가 1% 내의 초박빙으로 흘렀다면 대선 결과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었다. 이 때문에 국내 정치권에서도 재외동포의 표심 공략에 주목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청장년층 동포를 대상으로 상대적으로 지지를 더 받는 야권이 한발 앞서가는 추세다.

김성곤 더불어민주당 재외동포위원장은 수년 전부터 미국, 일본 등지를 돌며 표심을 다지고 있고, 문성근·한명숙 전 의원 등이 미주 한인사회의 진보적 시민단체를 방문하며 동포사회와의 접점을 확대하고 있다. 

한인 청년들에게 정확한 정보 전달이 우선 

한인사회 자체에서도 최근 몇 년 간 고(故) 노무현 대통령을 상징하는 ‘사사세(사람 사는 세상)’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단체들이 생겨나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이들 단체들은 대체로 대외적으로 노 대통령의 유지를 잇는다고 표방하는 만큼 국내의 친노 정당과 태생적인 친화성을 갖고 있다. 

실제로 해외 유권자의 지난 대선의 투표 성향은 전체 결과와는 반대 양상이었다. 재외동포의 투표 결과에선 문재인 후보가 득표율 56.7%로 42.8%를 기록한 박근혜 후보에 13.9%P로 앞섰다. 반면에 전체 득표율에선 박근혜 후보가 51.55%, 문재인 후보가 48.02%를 기록했고, 표 차이는 108만여 표였다. 

해외 한인사회의 정치의식이나 정치력 신장이 국내 정치에 연결된다는 사실은 동포사회 이념 갈등 문제에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갈등이라는 겉으로 보이는 현상이 문제가 아니라, 그 본질에는 국내 정치적인 필요에 따라 주입되는 특정 정치 이념이 있을 수 있다는 의미다. 더욱이 해외에선 정권 교체를 노리는 친북 세력의 공작도 제한 없이 수행될 수도 있다.

문화평론가 조희문 씨는 이와 관련 “문제는 이념 갈등이 아니라, 동포사회의 청장년층이 시간이 지날수록 급격하게 편향된 생각을 갖게 되는 현실”이라고 밝혔다.

조희문 씨는 “미국 사회에선 무조건적으로 전쟁을 반대하는 리버럴리스트적 사고가 강한 부류가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청년들이 북한에 편향된 일방적 주장에 노출되면 국내 안보 상황에는 전혀 맞지 않는 순진한 가치관에 빠지게 된다”고 우려했다. 

결국 이 문제는 국방과 납세 의무가 없는 해외동포들에게 투표권을 부여한 게 과연 적절한지에 대한 논란으로 연결된다. 전문가들은 해외동포들이 투표권을 행사하려면 북한인권이나 우리나라의 안보 현실을 정확하게 알리는 교육부터 선행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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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 Elizabeth 2016-10-30 00:13:38
I quite agree with u. Than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