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도전과 혁신은 계속되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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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성현 미래한국 편집위원
  • 승인 2016.11.03 0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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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 갤럭시노트7과 삼성의 위기

세계적인 기업 삼성전자가 야심적으로 내놓은 스마트폰 갤럭시노트7(이하 갤노트7)의 단종에 따른 대형 실패를 놓고 국제사회는 물론 한국사회가 놀라움과 동시에 향후 처리에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갤노트7의 출시에서부터 단종까지의 과정을 살펴보면, 지난 8월 2일 뉴욕에서 최초로 공개한 이후 8월 19일에는 한국, 미국 등 10개 국에서 정식으로 출시되었다.

그러나 8월 24일 인터넷커뮤니티에 갤노트7이 충전 중 터졌다는 첫 제보를 시작으로 몇 건의 추가적인 발화 제보가 있었다. 그러자 9월 2일 삼성전자는 그 동안 판매한 250만 대 전량을 교환 및 회수 결정을 발표하게 되었고, 9월 9일에는 미국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CPSC)가 갤노트7의 사용 금지를 권고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한국과 미국에서 갤노트7 사용 중지 권고를 내리고, 결국 10월 11일에는 “고객 안전 최우선”이라는 점을 감안해 이 스마트폰을 더 이상 생산·판매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 이에 따라 8월 19일 처음으로 출시된 이후 2개월도 안 돼 갤노트7은 시장에서 사라지게 되었다. 

스마트폰 업계에서는 제품 결함 때문에 제품이 단종 되는 것은 전례 없는 사태라고 말한다. 이미 유통된 250만 대와 생산된 재고물량 180만 대를 합치면 430만 대의 엄청난 손실을 보게 된 것이다.

손실액은 리콜과 판매중단에 따른 직접 손실로 3.6조 원, 기회손실 비용 3.5조 원(갤노트7이 불량 없이 순조롭게 팔렸을 경우의 이익 규모) 등으로 총손실액이 7조 원을 넘을 것으로 삼성전자는 발표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이로 인해 삼성이라는 브랜드 가치의 하락과 신뢰 상실이다. 실로 치명적인 손실을 입었다고 말할 수 있다. 

▲ 실패로 돌아간 갤럭시노트7의 도전. 삼성의 과도한 경쟁심이 이 사태를 불렀다.

시행착오 거치며 창조적 DNA 형성

이러한 엄청난 실패가 왜 발생했을까? 현재 원인 규명 중이므로 정확한 실패 원인은 모르고 있다. 그러나 첫 번째 이유로는 애플을 따라잡아 명실상부한 세계 1등이 되기 위한 삼성의 조급증이라고 볼 수 있다. 세계 휴대폰 시장에서 판매량으로 삼성이 1등이고 애플이 2등이며, 중국의 화웨이가 3등이다. 

그러나 작년에 삼성은 10조1400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반면에 애플은 그의 6배인 553억2100만 달러(약 60조 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또한 브랜드 가치도 애플은 글로벌 1등이지만, 삼성은 7위다. 애플을 추월하기 위한 극한 도전이 삼성을 조급하게 했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경쟁 스마트폰인 애플의 아이폰7이 출시되기 이전에 출시하기 위해 혁신적 제품 개발을 너무 서둘다 실수했다는 사실을 삼성도 부인하지 않는다. 더욱이 삼성은 갤노트7에 새로운 기술인 홍채인식과 방수 등 혁신 기술과 가능을 과도하게 집어 넣었다. 

그러려면 배터리 용량을 최대한 키워야 한다. 갤노트7의 배터리 용량은 3500mAh다. 직전 모델인 갤노트5(3000mAh)보다 17% 크고, 비슷한 크기의 애플 아이폰7플러스의 배터리 용량(2900mAh)보다 21% 크다. 배터리 용량을 확 키운 스마트폰을 하루라도 빨리 내놓으려고 시간을 다투다 보니 충분한 검증과 엄격한 검사 과정을 거치지 못하고 출시되어 문제가 터졌다는 게 중론이다. 

두 번째로 지목되는 이유는 삼성이 세계 휴대폰 시장에서 판매량으로 1등을 하다보니 휴대폰 생산기술에 자만심이 생겨 잠시 ‘품질 제일주의’를 망각하면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견해이다.

삼성은 1993년 이건희 회장의 프랑크푸르트 선언으로 질경영을 선언한 후에 어떤 기업보다도 품질경영의 선두주자였으며, 1995년에는 불량이 발견된 애니콜을 전량(약 15만 대) 수거해 ‘애니콜 화형식’을 가지는 등 ‘품질 제일주의’를 천명하고 정진한 결과, 오늘날 휴대폰 판매량에서 세계 1위가 되는 위치에 오르게 되었다.

그러나 20여 년이 지난 지금 그 동안 탄탄하게 다져온 품질경영이 무리한 개발 일정과 과도한 혁신 압박 등의 삼성의 ‘빨리빨리’식 조직문화와 현장의 전문가의 의견을 경청하지 않는 ‘상명하달’식 관리문화로 인해 ‘품질 제일주의’가 상처를 입는 과정에서 이런 사고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세 번째 이유로는 삼성전자는 원래 하드웨어(HW) 위주의 전자회사이며, 갤노트7도 전자제품의 하나로 보고 연구개발, 설계, 생산, 검사하는 신제품 개발과정을 관리하는 소위 ‘구 주류’의 사고방식이 강하다.

그러나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SW)를 더 중시하는 소위 ‘신 주류’가 등장하면서 삼성 페이, 홍채인식 등 SW 기술력이 갤노트7에 중요한 요소임을 전면에 내세우고 글로벌 핀테크 플랫폼을 구축하려고 했다. 이 두 주류 간에 소통과 대화가 부족한 가운데 갤노트7의 신제품 개발과정에서 시스템적인 엇박자가 발생했고, 이로 인해 충분한 검증이 이뤄지지 않은 채 출시되어 문제가 터졌다는 것이다.     

삼성의 이번 갤노트7 단종은 한 마디로 말하면 경쟁사를 앞서려고 극한 혁신에 도전하다가 좌절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삼성이 게을렀거나 남의 것을 복사하면서 대충하다가 실패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삼성의 이러한 1등으로 가고자 하는 도전 정신은 계속되어야 한다. 

▲ 1995년 삼성전자 구미사업장 '애니콜 화형식' 모습. 직원들은 불량 휴대폰을 해머로 내리친 후 전부 불 태웠다. 삼성은 이 화형식을 계기로 세계 제일의 휴대폰 기업으로 도약했다.

기술 전문성 존중, 품질경영으로 거듭나야

삼성은 이미 귀중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1983년 반도체 시장에 처음으로 도전했으나 흑자를 낸 건 5년 후인 1988년부터다. 그 사이 무수한 실패가 있었다. TV 시장에서 일본의 소니를 추월해 세계 1위를 차지할 때까지는 수없이 많은 실패를 경험했다.

이러한 고통을 통해 삼성의 새로운 창조적 DNA가 조성되어 가고 있다고 본다. 그러나 갤노트7의 실패에 대해서는 앞에서 지적한 문제점들을 세심히 검토해 보완할 것은 반드시 보완해야 한다. 

우선 조급증이 기술의 전문성을 압도해서는 안 된다. 상명하달식 관리문화는 없어질 때이며, 이제는 전문성을 존중해주는 지속가능한 발전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전문성에 근거한 철저한 신제품 개발 프로세스가 자리 잡아야 한다.

두 번째로, 1993년에 이건희 회장의 질경영 선언처럼 이제는 이재용 체제에 의한 새로운 품질경영을 선언하고,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삼성으로 거듭나야 한다. 

이러한 노력이 계속되고, 삼성이 새로운 스마트폰을 출시해 성공한다면, 이번 갤노트7의 단종은 귀중한 경험이 될 것이다. 이정동 교수 등이 저술한 <축적의 시간>을 보면, 우리나라는 지난 반세기 동안 너무 가파르게 성장하다보니 허술한 곳이 너무 많으며, 이를 극복하고 미래를 위한 도약을 준비하기 위해 ‘시행착오의 축적’, ‘개념설계 역량의 강화’, ‘도전적 시행착오를 장려하는 문화’가 필요함을 지적했다.

정확히 옳은 견해이며, 삼성의 갤노트7 단종 사건이 미래 도약을 위한 하나의 시행착오가 되기를 바란다. 혁신의 대명사로 꼽히는 테슬라의 엘론 머스크 최고경영자는 “실패는 하나의 옵션이다. 만약 무언가 실패하고 있지 않다면 충분히 혁신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기업의 실패는 성공 과정의 한 단계라고 보고 좌절하지 말고 계속 정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세 번째로, 빅데이터,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드론, 자율주행자동차 등으로 대표되는 제4차 산업혁명은 소프트웨어와 데이터 기반의 지능디지털기술변환(intelligent digital technology transformation) 혁명이라고 볼 수 있다. 스마트폰도 이제는 HW 제품이 아니고 SW 제품으로 봐야 하며, 제4차 산업혁명의 한 몫을 차지하고 있다. 

과거 IBM이 HW 회사에서 지금은 SW 회사로 변신한 것처럼, 삼성도 차츰 SW가 차지하는 비중을 확대해 가며 삼성의 창조적 혁신문화를 구축해 나갈 시점이다. 애플 최고경영자 팀쿡은 10월 17일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스마트폰은 이제 막 시작 단계로 인공지능(AI) 등 새로운 핵심 기술을 적용하면서 계속 진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은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등과 연결된 스마트폰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갤노트7 사고를 계기로 삼성이 실패를 딛고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등과 연결되는 새로운 스마트폰을 개발하기 위한 도전과 혁신을 계속해 나가야 하며, 제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선두 기업이 되기를 기대한다. 다른 기업들도 삼성의 도전정신을 귀감 삼아 우리 기업 전체가 다시 한번 분발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이번 삼성의 갤노트7 사건을 보면서 우리 국민과 정치인들도 인내심을 가지고 기업을 응원하는 문화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 일부 정치인들은 이 사건을 계기로 ‘삼성 때리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대공룡 삼성그룹의 적폐가 터진 것이라며 이번 기회에 그룹을 해체해 경제민주화를 이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정치인의 주장은 오히려 국가 경제의 위기를 심화시키고 기업가 정신을 좌절시킬 뿐이다. 지금은 마라톤을 달리는 선수가 넘어진 것과 같은 경우이며, 이 선수에게 응원을 보내 마라톤을 완주하고 결국에는 승리하는 기쁨을 누리도록 도와줄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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